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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열두 가지 휴식’이 있는 명품 섬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섬] ④ 미지의-섬(잘 알려지지 않은 섬), 영산도

2016.07.21 양영훈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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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에는 쉼이 있고, 맛이 있고, 놀이가 있다. 미지의 공간을 탐험하는 매력도 있다. 개성 넘치는 섬으로의 휴가를 위해 행정자치부는 ‘2016년 휴가철 찾아가고 싶은 33섬’을 발표, 테마별로 취향따라 고를 수 있는 섬들을 선정했다. 이번 여름에는 무한한 매력을 지닌 국내의 섬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편집자 주)

영산전망대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영산전망대에서 바라본 마을 전경.

영산도는 흑산도에 딸린 낙도이다. 행정구역상으로 전남 신안군 흑산면 영산리에 속한다. 반드시 흑산도를 거쳐야 드나들 수 있다. 뱃길이 워낙 멀어서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외지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했던 곳이다.

하지만 더 이상은 막막한 절해고도가 아니다. 2012년 ‘국립공원 명품마을’로 선정된 뒤로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보석 같은 존재로 자리잡았다.

영산도는 작은 섬이다. 전체 면적은 2.2㎢(약 66만5천여 평)에 해안선의 길이가 7.9㎞에 불과하다. 하나뿐인 마을에는 20여 가구, 40여 명의 주민이 산다.

당산 위쪽의 영산전망대에 올라서면 마을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 한복판에 자리한 홍어 모양의 밭도 보이고, 홍어 입 언저리에 세워진 정자에서 한가로이 오수를 즐기는 사람도 훤히 내려다보인다.

흑산도와 영산도 사이를 오가는 도선.
흑산도와 영산도 사이를 오가는 도선.

영산도의 역사는 짧지 않다. 고려 충렬왕 때인 1300년경에 경주 최씨의 입향조인 최국희가 처음 들어온 뒤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왜구의 노략질을 우려한 조선 조정의 공도(空島) 정책으로 정든 고향 섬을 떠나 지금의 나주 영산포로 집단 이주했던 시절도 있었다. 영산도 주민들이 정착한 곳은 ‘영산현’이라 이름 붙여졌고 그 곳에 흐르는 강은 영산강이 되었다고 한다.

영산도 마을 앞의 얕은 바다는 해수욕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영산도 마을 앞의 얕은 바다는 해수욕장으로도 손색이 없다.

영산포 홍어가 탄생한 것도 그 즈음이었다고 한다. 육지로 이주한 영산도 주민들은 고향에서 즐겨먹던 홍어 맛이 몹시 그리웠다. 그래서 은밀하게 영산도와 흑산도 주변 바다로 나가 홍어를 잡아왔다.

그러나 바다와 강을 번갈아 항해하는 뱃길을 달포 넘게 헤쳐 오는 동안 홍어는 푹 삭아버리고 말았다. 고향에서 맛보던 싱싱함이 사라진 대신에 입안 가득히 퍼지는 특유의 톡 쏘는 냄새와 감칠맛이 일품이었다. 한번 맛본 사람은 좀체 그 맛을 잊을 수 없게 되었다.

영산도에는 원래 2개 마을이 있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섬 전체의 인구가 400명이 넘고, 또 하나의 마을인 액기미에도 10여 가구의 주민이 살았다. 그러다 큰 태풍으로 인해 멸치 어장이 황폐해지자 하나둘씩 고향을 떠나기 시작하는 바람에 인구가 크게 줄었다.

영산도 해상관광선에서 바라본 목섬과 등대.
영산도 해상관광선에서 바라본 목섬과 등대.

오늘날 영산도 유일의 마을에는 빈집도 적지 않다. 하지만 황량하거나 삭막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흉가처럼 방치된 집이 별로 없는데다가 마을 풍경은 여전히 아름답다. 인구가 많지 않다보니 주민들은 네오내오없이 모두 피붙이처럼 가깝게 지낸다.

마을의 허드렛일도 모두 함께 하고, 소득도 함께 나눈다. 주요 소득원은 해조류와 홍합이다. 매년 6~8월에 진행되는 채취 작업에는 마을 사람들이 모두 공동으로 참여해서 소득도 공동 분배한다. 관광객들을 위한 펜션과 식당도 공동으로 운영한다.

마을에서 공동 운영하는 부뚜막식당.
마을에서 공동 운영하는 부뚜막식당.

영산도에는 차도 다니지 않는다. 마을길이 비좁고 짧아서 자전거조차도 필요없다. 성성한 두 다리가 유일한 교통수단이다. 자분자분 걸으며 섬 마을의 구석구석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발길 닿는 곳곳마다 절로 미소 짓게 만드는 풍경과 벽화가 가득하다. 담벼락마다 그려진 꽃과 형형색색의 배, 빛바랜 추억의 장면과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이 오래도록 눈길을 붙잡는다.

남도 섬마을 특유의 튼실한 돌담도 옛 모습 그대로다. 다도해의 에메랄드빛 바다는 마을의 어디서나 보인다. 이래저래 눈길을 붙잡는 것이 많아서 마을의 구석구석까지 둘러보려면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마을에는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마을 내에는 벤치와 정자가 있고 근처의 후박나무숲에는 편안하게 누워 숲의 청신한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는 안락의자도 설치돼 있다. 마을 한쪽에는 나직한 돌담이 둘러쳐진 캠핑장도 조성돼 있지만 지금은 캠핑사이트가 아닌 휴식공간으로만 활용된다.

영산도 마을 곳곳에 그려진 벽화.
영산도 마을 곳곳에 그려진 벽화.

캠핑장 옆에는 방문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피크닉장도 있다. 피크닉장에서 예닐곱 걸음만 옮기면 흑산초등학교 영산분교장의 교정에 들어선다. 올해 전교생은 2명뿐이어서 사교육 없이 그야말로 전인교육을 실천하는 학교인 셈이다.

영산도는 국립공원 명품마을 중 하나다. 현재 14곳인 명품마을 가운데에서 여덟 번째로 선정됐다. 2013년에는 환경부의 자연생태우수마을로 뽑히기도 했다. 자연과 문화가 잘 보존된 마을임을 공인 받은 셈이다.

마을 앞의 얕은 바다에 몰려든 학꽁치떼.
마을 앞의 얕은 바다에 몰려든 학꽁치떼.

수백 년의 내력을 이어온 당숲과 당집이 지금껏 잘 보존돼 있고, 마을을 둘러싼 산자락에는 후박나무, 동백나무 등의 우람한 상록수와 기품 넘치는 노송이 울창하다. 총 길이 3.5km의 ‘영산십리길’을 섭렵하면 작지만 옹골찬 영산도의 진면목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영산도에는 영산팔경이 있다. 그중 제7경으로 꼽히는 석주대문은 영산팔경의 백미이자 영산도의 랜드마크로 손꼽힌다. 옛날에 중국을 오가던 배들이 근처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면 이 대문 안으로 피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바닷물을 들이키는 코끼리를 닮았대서 '코끼리바위'로도 불리는 이 절경은 억겁의 세월 동안 파도와 비바람이 빚어놓은 것이다. 제6경인 비성석굴도 이색 절경이다. 작은 해식동굴 안에 파도가 밀려들 때마다 사람이 코고는 듯한 소리와 함께 희뿌연 물보라가 뿜어져 나온다.

영산팔경을 대표하는 절경으로 손꼽히는 석주대문.
영산팔경을 대표하는 절경으로 손꼽히는 석주대문.

영산도 마을의 ‘낙조가든’이라 불리는 방파제에서는 황홀한 해넘이와 저녁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흑산도에 가로막혀서 해가 수평선 너머로 지는 광경은 볼 수 없지만, 흑산도의 하늘과 영산도의 바다를 붉게 물들인 저녁노을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어미섬인 흑산도와 뭍을 향한 영산도의 진한 그리움이 섬뜩한 핏빛으로 불타오르는 듯하다.

영산도 마을에서 바라본 저녁노을.
영산도 마을에서 바라본 저녁노을.

여행Tip

*배편/ 흑산도: 목포항여객선터미널에서 흑산도행 쾌속선이 1일 4회(07:50, 08:10, 13:00, 16:00) 출항. 흑산도까지 약 2시간 소요 영산도: 흑산항 여객선터미널에서 약 450m 거리의 뒷대목선착장에서 1일 2회(10:20, 15:30) 출발. 영산도까지 약 10분 소요. 운임 5000원(성인, 편도) 해상유람: 부정기 운행. 운임 15,000원 ※ 도선, 숙식, 해상유람 등에 관한 문의/ 영산도 명품마을 사무국장(010-7330-****)

*숙식/ 영산도펜션: 마을에서 운영하는 펜션이다. 각종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바다 전망도 좋다. 총 4실 규모. 영산도 홈페이지(www.yeongsando.co.kr)에서 예약 가능. 부뚜막: 마을에서 운영하는 식당이다. 손맛 좋은 할머니들이 직접 농사지은 채소, 바다에서 채취한 해산물과 생선으로 맛깔스런 밥상을 차려준다.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영산도펜션.
바다가 보이는 언덕에 자리한 영산도펜션.

글·사진/양영훈 여행작가 

프리랜서 여행작가. (사)한국여행작가협회의 창립 발기인이자 회장을 역임했다. 1999년에 <아름다운 바다 여행> 1권을 처음 출간한 뒤로 현재까지 12권의 개인 저서를 펴냈다. 총 6종의 초·중학교 교과서에 여행기와 사진이 실리기도 했다. 현재 여행작가학교에서 ‘여행사진의 실제’를 강의하며 다양한 기관과 단체에서 여행특강도 진행한다. http://travelmaker.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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