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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공간, 이웃의 정…서촌 골목에 살어리랏다

이웃이 살아가는 향기와 유년 시절의 향수가 가득한 곳

2016.11.11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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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골목엔 따뜻한 정이 있었다. 수십 년의 세월을 지킨 집들과 가게들이 즐비한 서울 서촌은 이웃이 살아가는 향기와 유년 시절의 향수가 가득하다.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골목을 따라다니다 보면 1980년대의 우리네 모습과 특색 있는 카페와 식당들이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쌀쌀해진 날씨에도 마음 훈훈해지는 서촌으로 골목길 여행을 떠나보자.

서촌 주민인 할머니들이 골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촌 주민인 할머니들이 골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머리방에서 뽀글뽀글 스타일 파마를 하고 있는 아주머니와 깍듯이 이발을 하고 있는 할아버지의 정겨운 웃음소리가 골목을 채웠다. 적어도 30년은 자리를 그대로 지켰을 법한 문방구 앞에서는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학생들이 작은 오락기 앞에 우르르 앉아 게임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게 하는 따끈한 호떡을 만드는 아줌마의 인사 소리도 반가웠다. 아파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서울 중심가 서촌에는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집들처럼 우리네 이웃이 살아가는 따뜻한 정과 향수 그리고 추억이 배어 있었다.

경복궁 서쪽을 일컫는 서촌은 경복궁과 인왕산 사이 청운동, 효자동, 창성동, 통의동, 신교동, 통인동, 옥인동, 체부동, 누상동, 누하동, 사직동 일대를 가리킨다. 경복궁 동쪽인 북촌이 역사적으로 왕족과 사대부의 거주 공간이었다면, 서촌은 의관과 역관 등 중인의 생활 공간이었다. 서촌에 살았던 대표적 인물은 추사 김정희와 겸재 정선, 시인 이상과 윤동주, 화가 박노수와 이상범, 이중섭 등이다. 아직도 서촌에 남아 있는 일부 집터와 옛집은 그들의 흔적을 그대로 지키고 있다.

고층 건물이 즐비한 서울의 한복판이지만 이곳에서는 첨단 도시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골목 사이로 들어가면 거리마다 정갈한 한옥과 1980~90년대 많이 봤던 파란 철문의 다세대주택이 이어지고, 사이사이 특색 있는 카페와 식당, 소품 가게 등이 눈길을 끈다. 자하문로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미로처럼 얽혀 있는 골목을 따라 자연스레 연출된 오래된 시간 속 풍경을 구경하며 따뜻한 감성여행을 할 수 있다. 동쪽으론 대림미술관부터 크고 작은 미술관과 갤러리가 많아 예술 기행을 즐기기 좋다. 내부를 구경할 수 있는 한옥과 공예 체험을 할 수 있는 공방도 있다.

자하문로 동쪽에 자리 잡고 있는 대림미술관. 대림미술관 주위에도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특색있는 전시를 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자하문로 동쪽에 자리 잡고 있는 대림미술관. 대림미술관 주위에도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특색있는 전시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경복궁 서쪽 지역 서촌
오래된 시간 속 풍경 가득

영하로 뚝 떨어진 11월 첫날, 서촌 탐방은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부터 시작됐다. 자하문로 동쪽에 있는 갤러리들부터 둘러봤다. 대림미술관과 크고 작은 갤러리의 개성 있는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공방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다기를 만드느라 집중하는 모습이 보였고, 사진 분야 책만 판매하는 작은 책방으로 눈을 돌려 바라보고 있노라니 안에서 책방 주인이 추운데 안에서 둘러보고 가라는 따뜻한 인사도 건넸다. 넓지 않은 골목길 사이에서는 지나가는 행인의 숨결도 가까웠고, 가게들의 일상도 더욱 가깝게 느껴졌다.

횡단보도를 건너 넘어간 자하문로 서쪽에서는 1970, 80년대로 돌아온 듯한 시간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배화여대 쪽으로 뻗어 있는 세종마을 음식문화거리는 오래전부터 드나들던 이들 사이에서 금천교시장, 적선시장, 체부동시장이라는 이름으로 통한다. 현재는 밥집과 술집이 즐비해 해 질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거리에 활기가 띤다. 이곳에 정해진 길은 없다. 구불구불 실핏줄처럼 퍼져 있는 골목들을 헤매다 보면 오래된 시간 속 풍경이 펼쳐진다. 집 앞에 내놓은 화분과 자전거, 전봇대에 붙은 스티커, 나무 대문의 작은 초인종, 집을 지키기 위해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듯한 호랑이 문양의 파란 철문 손잡이, 국기 게양대까지 우리도 언젠가 경험했던 익숙함을 느낄 수 있다. 줄지어 자리 잡고 있는 예스러운 한옥을 보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특히 골목길 앞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할머니와 엄마 손 잡고 총총 뛰어가는 초등학생 아이의 모습도 정겨웠다.

집과 집 사이가 가까운 서촌의 골목길.
집과 집 사이가 가까운 서촌의 골목길.

서촌은 오래전부터 고도 제한 등 건축 규제에 묶여 개발이 더딘 지역이었다. 이 때문에 옛 모습을 더욱 잘 간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입소문이 나면서 관광객을 상대로 한 카페와 밥집, 술집이 곳곳에 들어오면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수십 년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오래된 중국집과 미장원, 세탁소, 식당 등과 함께 유럽의 작은 골목에서 만날 법한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 등이 어우러져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느낌을 준다.

6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대오서점’은 서촌의 상징 중 하나다. 현재는 카페로 운영하고 있는 서점 앞에는 60년 세월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빛바랜 책들과 서점에서의 추억을 간직한 수많은 사진들이 긴 세월을 이야기했다. 고풍스러운 외관을 자랑하는 중국집 ‘영화루’도 서촌 사람들이 아끼는 곳 중 하나다. 이 밖에도 골목골목 지키는 고로케가게, 에그타르트가게 등에서 파는 간식은 이곳 주민들과 관광객들의 요깃거리로 손색이 없다. 

서촌 주민인 배화여고 2학년 백다연(18) 양은 “최근 많은 관광객들이 서촌을 찾고 있는데, 화려한 무언가는 없지만 아기자기하고 소소하게 먹고 즐길 것이 많은 게 그 이유인 것 같다”며 “우리 마을의 이런 아름다운 모습이 잘 간직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학교 수업이 끝나고 오락을 하는 남학생들로 북 적이는 서촌의 문방구 모습.
학교 수업이 끝나고 오락을 하는 남학생들로 북적이는 서촌의 문방구 모습.

6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서촌의 명물 ‘대오서점’.
6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서촌의 명물 ‘대오서점’.

대오서점·영화루 등 서촌 명물
통인시장 먹거리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대오서점을 지나 골목을 쭉 올라오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통인시장은 특히 외국인 관광객에게 널리 알려진 서촌의 명물이다. 과일가게, 채소가게 등 우리 전통시장에서 볼 수 있는 흔한 광경과 기름떡볶이, 엽전도시락 등 통인시장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가게들이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그 길을 나와 통인시장 서쪽 출입구 맞은편에서 인왕산 방향으로 난 옥인길에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레스토랑, 소품 가게가 많아 데이트 코스로도 인기다. 1930년대 후반에 지어진 박노수 가옥은 종로구립박노수미술관으로 개조돼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지금은 개관 3주년 기념전 ‘吹笛—피리소리(2017년 8월 27일까지)’가 열리고 있다.

서촌에 두 번째 놀러 왔다는 최유리(25) 씨는 “서촌은 다른 곳에 비해 시간이 천천히 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며 “미술관, 갤러리도 많고 아기자기한 카페와 서점에 통인시장까지 볼거리, 즐길 거리도 많아 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윤동주 하숙집 터를 지나 옥인길 끝까지 올라가면 인왕산 수성동계곡이 나온다. 겸재 정선이 그린 ‘장동팔경첩’에 등장하는 수성동계곡은 2010년 옥인시범아파트를 철거하면서 발굴·복원했다. 계곡 위는 인왕산 등산로와 연결되고 다시 윤동주 시인 언덕, 창의문, 청운문학도서관으로 이어진다. 서촌 골목을 거닐다 보니 어느덧 몇 시간이 훌쩍 지나 어둑어둑해졌다. 비록 영하의 날씨였지만 골목 사이의 이웃들의 웃음소리와 유년 시절의 따뜻한 추억, 투박하지만 맛있는 꽈배기 도너츠 등의 간식 등이 마음을 훈훈하게 달구었다.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는 11월, 사람 사는 정과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서촌으로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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