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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하고 특별하다 ‘통영의 맛’

충무김밥·꿀빵·시락국…옛 골목과 시장 통의 숨은 음식점들

2017.03.24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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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색깔은 여러 가지 물감을 뒤섞은 무채색이다. 그림으로 표현하면 화가의 속내를 단번에 알아낼 수 없는 추상화다. 경남 통영항은 그 색깔이 더 짙다. 1963년 개항장이 되었던 통영항 주변에서는 50년 넘은 세월 동안 ‘통영만의 음식들’이 만들어졌다. 특히 중앙동, 항남동의 강구안 골목에는 긴 연륜이 덕지덕지 배인 식당들이 여전히 남아 명맥을 이어간다. 통영항의 옛 골목과 시장 통의 숨은 음식점들은 뭔가 특별하다. 뱃사람의 진한 향내가 배어 있어 더욱 그렇다.

통영의 대표 먹거리는 충무김밥(할매김밥, 꼬치김밥)이다. 아무리 흉내를 내봐도 통영의 ‘그 맛’을 따라잡지 못한다. 충무김밥이 생겨난 두 가지 유래가 있다.

한 어부의 아내는 고민에 빠졌다. 새벽바람 가르며 조업 나가는 남편은 끼니 거르기 일쑤고 힘든 바다 일을 마치고 나면 으레 술로 끼니를 대신했다. 정성껏 김밥을 싸서 남편 손에 쥐어 보내지만 쉬어서 못 먹게 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어부의 아내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해냈다. 자른 김에 밥을 둘둘 말아 손가락 크기로 만들었다. 반찬으로는 당시 흔했던 꼴뚜기를 이용해 물기 없이 꼬들꼬들하게 무치고 삭힌 무김치와 함께 부피감 없게 비닐봉지에 담아줬다. 이내 다른 어부들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이야기는 (구)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간식거리를 파는 행상들에게서 유래됐다는 것이다. 이 행상들은 여객선이 들고 나는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 여객선 안에서 장사를 했다. 첫배부터 막배까지 기다리려면 김밥이 쉬지 않아야 한다. 생각 끝에 김밥과 반찬을 분리했다. 당시 멸치어장에서 잡히던 주꾸미, 홍합과 무김치를 대나무 꼬치에 끼워 김밥과 함께 종이에 둘둘 싸서 팔았다. 주꾸미가 귀해지면서 오징어로 대체되어 오늘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통영항 주변에는 ‘충무김밥’집이 수두룩하다. 뚱보할매김밥집(055-645-2619)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그 외에도 한일김밥(055-645-2647), 동진, 제일 김밥집이 인기다. 대체적으로 엇비슷하게 맛있다.

(좌)충무김밥. (우)오미사 꿀빵.
충무김밥과 오미사 꿀빵.

통영에서 먹어야 제맛 충무김밥
대표 주전부리 오미사 꿀빵

통영의 대표 주전부리는 ‘꿀빵’이다. 통영항 주변에는 온통 꿀빵집 일색이다. 통영시에서 꿀빵을 명물로 만든 곳은 오미사 꿀빵집이다.

오미사 꿀빵을 만든 사람은 고(故)정원석 씨.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 광복 후에 한국으로 돌아왔고 6·25전쟁이 발발하자 통영으로 피난 왔다. 제빵사로 일한 그는 제과점을 나온 후, 당시 배급되던 밀가루로 빵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그리고 1963년, 신혼집 앞, 아내의 과일 좌판 한 귀퉁이에서 꿀빵을 만들었다. 통영 시내 여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간식거리였다. 간판도 없던 빵집에 이름을 붙여준 것은 여학생들이었다. 꿀빵이 먹고 싶을 때면 옆집 세탁소 이름을 붙여서 ‘오미사 가자’고 했다.

그 후 적십자병원 앞에다 조그만 가게를 열었는데 불티나게 꿀빵이 팔렸다. 6년 남짓 장사를 했는데 빵이 잘 팔리는 만큼 가겟세도 덩달아 올랐다. 집세 감당하는 것보다는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는 게 낫겠다 싶어서 현 본점 자리에 집을 샀다. 이 집에서는 꿀빵뿐 아니라 ‘새우튀김을 넣은 튀김우동’ 등 분식 메뉴를 추가했다. 튀김우동은 빅 히트였다. 그러다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질 때 분식은 그만두고 꿀빵만 만들었다.

그 무렵 어느 방송사 프로그램에서 충무김밥, 굴밥과 함께 오미사 꿀빵이 통영의 대표적 음식으로 소개됐다. 이후 꿀빵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현재는 대를 이어 아들이 현대적인 방법으로 2호점 꿀빵집을 운영한다. 원조 집은 딸이 운영한다.

동피랑에서 바라본 통영시.
동피랑에서 바라본 통영시.

서호시장 대표 음식
시락국과 우짜, 빼떼기죽

통영의 새벽시장으로 알려진 서호시장(새터길 42-7) 내에는 연륜 깊은 음식이 많다. 그중 시락국, 우짜, 빼떼기죽은 큰 인기 메뉴다. ‘시락국’은 시래깃국의 경상도 사투리.

가마솥시락국과 원조 시락국이 유명하다. 가마솥시락국집은 흰살 생선으로 국물을 내고 원조시락국집은 장어로 국물을 낸다. 맛의 차이점이 분명히 있으니 취향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또 ‘우짜’는 우동과 짜장을 같이 먹고 싶어 하는 손님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 일반 중식당에서 파는 맛이 아니고 통영만의 특징을 갖고 있다. 밴댕이를 말린 ‘디포리’로 우동 국물을 내고 단무지를 채 썰어 얹어 낸다.

빼떼기죽은 옛날 곤궁기에 이 지역에서 먹던 음식이다. 양식이 부족한 겨울이면 고구마를 말려뒀다가 죽으로 끓여 먹었다. 말리는 과정에서 고구마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비틀어지는 모습을 보고 경상도 지역에서는 ‘빼떼기’라고 불렀다. 말린 고구마를 푹 삶아 으깬 다음 삶은 팥, 강낭콩, 찹쌀가루 등을 넣고 끓이고 설탕, 소금 간을 한다. 영양이 풍부하고 맛도 좋다.

서호시장에서 우짜와 빼떼기죽을 잘하는 곳은 할매우짜다. 원조 할머니가 현재의 주인에게 맛을 그대로 전수했다. 빼떼기죽은 비주얼과 달리 맛이 좋고 깍두기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1) 빼떼기죽. 2) 우짜. 3) 다찌집의 볼락구이. 4) 도다리쑥국. 5) 멸치회. 6) 유치환 생가.
1) 빼떼기죽. 2) 우짜. 3) 다찌집의 볼락구이. 4) 도다리쑥국. 5) 멸치회. 6) 유치환 생가.

‘다 있지’ 해서 다찌집?
봄철 별미 도다리쑥국

‘다찌’는 통영의 음식문화로 자리 굳혔다. ‘서서 마시는 일본 선술집을 뜻하는 다치노미(たちのみ)에서 왔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통영 사람들은 모든 해산물이 ‘다 있지’라는 말로 해석하기도 한다. 통영의 다찌집은 진주나 삼천포의 실비집, 마산의 통술집, 전주의 막걸리 골목과 엇비슷하다. 통영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다양한 해산물 안주를 원하지만, 안주를 많이 먹지는 않는다. 맛있는 안주를 고루고루 조금씩 먹는 것을 즐긴다. 그래서 시작된 다찌 문화다.

통영의 다찌집에서는 제철 생선회와 해산물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 그날그날의 싱싱한 음식 재료를 사용하기에 정해진 메뉴도 없다. 식당 주인이 차려주는 대로 먹으면 된다. 대부분 1인당 일정액의 기본요금을 받는데 기본적인 술값이 포함되어 있다. 보통 소주는 3병, 맥주는 5병 정도가 기본으로 양동이에 한꺼번에 나온다. 요새는 경제적인 반다찌집도 많이 생겼다. 통영의 인기 집은 울산다찌다.

통영의 봄철 유명 메뉴엔 도다리쑥국도 있다. 이른 봄 통영 바다에서는 도다리가 많이 잡힌다. 아직 살이 물러 회로 먹기 적당하지 않은 어린 도다리와 쑥으로 국을 끓여 먹는다. 또 통영에는 독특한 맛을 내는 ‘뽈래기무김치’가 있다. 작은 볼락을 넣어 삭혀 만든 무김치는 통영의 별미로 인정받을 만하다.

그 외 지역 주민이 알려준 한려곰장어는 쥐치매운탕을 잘한다. 다소 한적한 곳에 위치한 멸치마을은 수준급의 멸치 코스 요리를 내놓는다. 동해숯불장어구이는 숯불붕장어 맛이 괜찮다. 그 외에 굴 요리, 졸복국 등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 무궁무진하다.

꼭 둘러봐야 할 통영 이곳! 

요즘 통영 여행의 트렌드는 단연 통영항 언덕에 있는 동피랑 벽화마을 체험이다. 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충렬사(사적 제236호)는 수령이 400년 정도된 동백나무(경상남도 기념물 제74호) 고목들이 볼 만하다.

이 동백나무에 핀 동백꽃은 충렬사 바로 앞에 있는 명정(明井)과 이야기가 이어진다. 옛날 충렬사 근처 마을 처녀들은 새벽이면 명정샘(경정샘)에서 물을 길어 갔는데 물을 긷기 전, 충렬사 경내에 들러 동백꽃을 따 물동이에 띄웠다고 한다. 명정에는 2기의 우물이 있다. 그 외 세병관(국보 제305호)이 있다.

통영 여행의 백미는 케이블카(055-649-3804~5)를 타고 미륵산(461m)에 오르는 것이다. 해 질 녘에는 달아공원에서 일주도로를 따라가면서 일몰도 봐야 한다.

그 외 박경리 기념관(055-650-2541), 윤이상 기념관(1577-0557), 유치환 생가와 기념관(055-650-4591), 김상옥 생가(055-650-4681), 전혁림 미술관(055-645-7349), 김춘수 유품 전시관(055-650-4538) 등이 있다. 옻칠미술관(055-649-5257)에서는 400여 년 동안 이어오는 나전칠기의 맥을 보여준다.

글 · 이신화 여행작가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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