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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평창·강릉 고속열차, 경강선 시승기

“서울서 산 커피가 식기도 전에 강릉이라니…”

강원도 반나절 나들이 시대 ‘활짝’

2017.12.07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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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강릉을 잇는 KTX고속철도가 12월 22일 개통된다. 기존 경인선, 경의중앙선 157.2km에 원주~강릉 간 120.7km 고속철도를 신설, 서울과 강릉을 최단 80분대로 연결한다. 강원도 여행, 이제 반나절 나들이 시대가 활짝 열렸다.

푸른 바다의 대명사 동해 바다! 그러나 그 동해 바다를 보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서울에서 승용차나 버스를 이용하면 두세 시간 이상 족히 걸리고, 차가 막히거나 눈과 비 등 기상이 악화되면 도착 시간은 기약이 없었다. 대관령 고개라도 폐쇄되면 속절없이 차를 돌려야 했다. 기차라고 해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동진으로 가는 일반 열차 소요 시간은 대여섯 시간이 넘는 장거리 구간이었다.

동해 바다에 대한 로망이 큰 이유는 이처럼 쉽게 가볼 수 없어서이지 않을까. 당일은 고사하고 1박 2일 일정에도 나서기 부담스러운 길이니까. 그러나 이런 일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 12월 22일 개통되는 경강선을 이용하면 서울에서 강릉까지의 소요시간이 대폭 단축되기 때문이다. 편도 기준 서울역에서는 114분, 청량리역에선 86여 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당일 여행을 넘어 반나절 나들이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시범운행하는 경강선을 타기 위해 서울역으로 가는 길이 가뿐했다. 이제 강릉까지 먼 길 간다고 새벽바람을 가를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보통 사람들 출근길에 묻어 서울역으로 향했다. 9시 정시 출발하는 경강선 열차가 플랫폼에 대기 중이었다. 기차 제일 앞 기관차 칸에는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가 멋지게 그려져 있었다. 한눈에도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동서를 잇는 쾌속열차 경강선임을 알 수 있었다. 올림픽 마스코트가 디자인된 기관차는 올림픽 기간 동안 계속 운행된다.

서울과 평창·강릉을 잇는 고속열차, 경강선.(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과 평창·강릉을 잇는 고속열차, 경강선.(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가장 좋은 기차로 가장 빠르게

경강선 KTX는 강원도 내 첫 고속열차 사업이자 영동권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쾌속열차다. 기존의 경인선, 경의중앙선 157.2km에 원주~강릉 간 120.7km 고속철도를 새롭게 신설했다. 또 경강선 열차는 국내 자체 제작 KTX 산천의 최신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국내에선 가장 좋은 열차다. 그래서일까. 밝은 그레이 컬러의 객실에 들어서자 매우 넓고 쾌적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좌석 간 거리도 무척 여유 있어 성인 남자가 개인 짐을 가지고 앉아도 공간이 남을 정도였다.

기차는 9시 정시가 되자 부드럽게 서울역 플랫폼을 빠져나갔다. 청량리역을 지나 서울을 벗어나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흔들림 없는 객차와 소음이 적은 실내였다. 코레일 관계자는 “고속열차가 빠르게 달릴 때 흔들리지 않도록 레일을 단단하게 고정시켜주는 ‘KR 레일 체결장치(KR RFD)’와 소음에 강한 제진(除塵) 매트가 깔린 객실 바닥은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 안에서 최상의 승차감을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기차는 어느새 만종역을 지나고 있었다. 서울의 빼곡한 빌딩 숲을 지나 창밖 풍경은 강원도의 힘찬 산들로 바뀌어 있었다. 중간 중간 나타나는 터널을 통과할 때마다 훌쩍 동쪽 끝이 가까워졌다. 객실 안내 방송에선 벌써 강릉역에 곧 도착한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서울역에서 산 따뜻한 커피 한잔 마시며 오늘 강릉에서 점심으로 뭘 먹을지 맛집 검색을 했을 뿐인데 말이다.

객실 안에서 작게 “비행기 속도라니까”라는 말이 들려왔다. 비행기 속도라니, 반은 농으로 한 말이겠지만 커피 한 잔이 식기도 전에 강릉에 도착한 경강선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면 아주 빈말은 아니었다. 코레일 관계자는 “경강선 KTX 산천은 최대 시속 33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강원도의 지형 특성상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아 철로 상황에 맞춰 최고속도 250km로 주행한다고. 강릉은 이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기차로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해 평창동계올림픽 메인 경기가 열리는 평창까지 논스톱으로 바로 갈 수 있을까, 서울에 숙소를 잡고 평창에서 경기를 관람하고 늦은 밤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모든 상황의 답은 ‘예스’다. 경강선을 이용한다면 말이다. 경강선 KTX는 주중 서울역 10회·청량리역 8회 총 18회, 주말에는 서울역 10회·청량리역 16회 총 26회를 운행한다. 또 7호선·경춘선 환승 등 열차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상봉역에서도 KTX를 주중 9회, 주말 13회 정차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11월 21일 서울역에서 승객들이 강릉행 KTX 시승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게이트 앞에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가 보인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11월 21일 서울역에서 승객들이 강릉행 KTX 시승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게이트 앞에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과 반다비가 보인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동서 연결하는 경강선 타고 올림픽으로

청량리역은 경강선의 중심 허브 역으로 모든 강릉행 KTX 열차 이용이 가능하다. 해외 방문객의 출·도착이 집중되는 올림픽 기간에는 인천공항에서 진부 KTX 51회 중 8회가 진부까지 무정차로 운영되고, 임시 열차를 추가 편성해 새벽 1시까지 서울로 돌아오는 열차를 운행하는 등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의 요청 사항을 최대한 반영해 올림픽 관람객의 편리한 이동까지 책임진다. 게다가 경기장 입장권만 있다면 누구나 KTX 역에서 경기장까지 무료로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경강선 운임은 서울~강릉 2만 7600원, 청량리~강릉 2만 6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그야말로 동서를 잇는 ‘끝판왕’이 아닐 수 없다. 오전 9시에 서울역을 출발한 열차는 강릉역에 10시 56분에 도착했다. 강릉 역사 안은 아직 곳곳마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지만 크고 웅장한 느낌의 외관은 한눈에도 겨울 스포츠의 메카 도시에 왔음을 느끼게 했다. 강릉역의 위치도 인상적이었다. 강릉역에서 올림픽 경기가 열리는 강릉 아레나 빙상장까지 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주요 시설들이 밀집한 강릉시내와 관광지들이 즐비한 경포대 권역도 가까웠다.

평창올림픽과 향후 강원도 관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강릉역에서 강릉시내로, 다시 경포해변으로 기차가 출발하는 3시 15분까지 주어진 4시간여를 야무지게 쓰고 강릉역으로 돌아왔다. 멀리서도 마치 올림픽 경기장을 연상케 하는 시원한 역사의 모습이 훤하게 보였다. 서울행 경강선 기차는 연착이나 지연 없이 3시 15분 정시에 다시 서울로 출발했다.

눈이 왔단 소식은 한참 전인 것 같은데 강릉을 출발한 경강선 기차 안에서 바라보는 강원도는 녹지 않은 눈으로 뒤덮인 설레는 풍경을 보여주었다. 누군가 경강선은 ‘한국의 설국열차’라고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 내린 눈 가득한 창밖 풍경은 동계올림픽이 부쩍 가까워졌음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경강선이 있으니 이번 겨울은 많은 눈이 쏟아지더라도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미리 타본 경강선 시승기라고 몇 자 열차 안에서 쓰는데, 어느새 양평역을 지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비행기 속도라던 어느 승객의 말이 떠오른다. 이제 곧 내려야 할 테니 짐을 챙겨야겠다.

KTX 경강선 노선도

강은진·유기고가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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