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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남자가 육아휴직을 신청한다는 말에…

[조금 특별한 아빠들의 육아 노하우] ⑥ 류창승 방송프로덕션 PD

부부 중 더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육아 맡아라

2015.11.27 류창승 방송프로덕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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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손으로 아이의 기저귀를 가는 아빠, 아이의 이유식을 만들고 함께 놀아주는 아빠. 아빠들의 육아참여가 점점 대중화 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육아는 엄마 혼자 하는 것이 아닌 시대이다. 보건복지부도 일·가정 양립을 위해 아빠들의 육아참여를 독려하는 ‘육아하는 아빠가 멋있다-아이좋아 아빠좋아’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정책브리핑은 복지부와 공동으로 조금 특별한 아빠들의 육아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조금 특별한 아빠들은 복지부가 아빠의 육아 참여 활성화를 위해 출범한 100인의 아빠단에서 육아 초보 아빠들을 위해 다양한 육아경험을 알려주는 특별멘토들이다.

안녕하세요 5기 멘토 류창승입니다. 2012년 2기때부터 ‘100인의 아빠단’ 활동을 시작해 올해는 5기 멘토아빠가 되었네요. 지금은 46개월,14개월의 두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멘토라는 입장에서 어떤 콘텐츠를 올려야 가장 도움이 될까 고민을 하다 저에 대해 간단한 소개도 되고 아빠분들과 공감도 할 수 있는 처음 육아휴직을 낼 때의 이야기를 정리해 봤습니다. 제가 육아휴직을 낸건 지금의 사회적 분위기와는 또 다른 2012년 4월입니다.

5년간 다니던 회사에 육아휴직을 내겠다고 말을 하기까지 참 많은 걱정을 하고 고민을 했습니다. 당시에도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좋거나 많이 알려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전보다는 나아지긴 했지만.  

정작 회사에 육아휴직을 신청한 케이스가 없었던 데다 그것도 ‘남자’가 1년의 긴 육아휴직을 낸다고 하니 윗분들이나 경영팀까지 말 그대로 ‘멘붕’이 왔다고 할 수 있었습니다. 

류창승씨의 두 아들 동수와 동준.
류창승씨의 두 아들 동수와 동준.

2009년 결혼한 저는 2011년에 아들 동수(현재 45개월)를 낳았습니다. 맞벌이를 하고 있던 아내와 저는 ‘아이를 어떻게 잘 키울 것인가’라는 원대한 목표보다 ‘당장 누가 아이를 키워줄 것인가’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맞닥뜨렸습니다. 아이의 친할머니는 300km 떨어진 곳에 사시고 외할머니는 본업이 있으셔서 아이를 봐줄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아내의 3개월이라는 출산휴가 후 아이를 전문 보육시설로 보내야 할지 전문 보육인에게 맡길 것인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도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내의 출산휴가가 두달째 접어들때 쯤 잠시 미뤄둔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100일도 안 된 아이를 시설에 맡기는건 상상할 수 없었고 그렇다고 전문보육인에게 맡기자니 경제적인 측면에서 계산이 안 맞았습니다. 그런데 결론은 간단했습니다. 남자, 여자를 떠나 부부 중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육아를 맡자는 것.

평소 “아이 낳고 정 봐줄 사람 없으면 내가 하면 되지 뭐. 나야 집안일 하는 것도 좋고 요리 하는 것도 좋아하잖아”라고 아내에게 농담을 하곤 했는데 그게 현실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출산휴가 한달을 남긴 시점까지 제 결정을 반신반의 했답니다. “정말 잘 할 수 있겠어?”라고 여러번 물었고 오히려 그런 걱정은 나의 승부욕(?)을 자극 시켰습니다.

그 다음 난관은 바로 회사였습니다. 트렌드에 민감한 방송프로덕션에서 팀장급 인력이 빠져 나가는것은 큰 손실. 왜 굳이 내가 육아휴직을 내야 하는지 통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주변 친구들도 아이 맡길 데가 없다면 당연히 엄마가 키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일반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그 말이 맞지만 저는 그 때마다 부부 중에서 육아와 집안일을 더 잘하는 쪽이 맡는게 현명한 일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출퇴근이 불규칙한 저보다는 아내의 직장이 좀 더 안정적이었고 내가 집안일 하는걸 스트레스로 받아들이지 않고 즐기는 터라 자신이 있었답니다. 긴 설득 끝에 회사에서도 제 의견을 받아들였고 아내가 출산휴가를 마치면서 본격적인 ‘전업아빠’가 되었습니다.

걱정 반, 의지반으로 시작된 육아. 한 달 만에 살이 3kg이나 빠질 정도로 적응하는데 힘이 들었습니다. 육아가 직장생활보다 더 쉬울 거라고 과신했던 건 아니지만 둘 중 하나가 쉬워서 택한 게 아니라 내 아이를 직접 내 손으로 키우고 싶은 욕심으로 시작한 일이니 힘들어도 참고 견딜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시간에 맞춰 분유 먹이고, 기저귀 갈아주고, 적당한 시간에 재우고, 또 깨면 분유 먹이는 패턴이 반복될 것이라 상상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잦은 울음과 온갖 방법을 동원해도 잠들지 않는 강인한 체력(?)까지.

동수는 일주일 만에 저의 두 손 두 발을 다 들게 만들었습니다. 육아서의 메뉴얼 따위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일은 랜덤으로 일어나고 예측하기도 힘든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육아휴직을 낼 때 주변 친구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은 “남는 시간에 뭐할 거야?”였습니다. 남편들이 갖는 가장 큰 편견이 바로 이게 아닐까 싶습니다. 딱 하루만 온종일 아이와 지내보면 하루 24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간다는 걸 알 수 있을텐데 말이죠.

전쟁같은 하루를 보내고 아내의 퇴근을 기다리며 아내도 지난 석 달 동안 이런 심정으로 나를 기다렸겠구나 하고 새삼 느끼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고생도 많이 했지만 지금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내 아이의 수많은 첫 번째 경험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는 아빠가 얼마나 될까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아내를 출근시키고 동수를 어린이집 버스에 태워 보낸 후 둘째 녀석의 이유식을 만들며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육아와 관련된 저의 생각과 에피소드를 글로 남기다 보면 항상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육아’도 전문분야이긴 하지만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분야이기에 저의 생각과 행동들이 정답이 아닌데 이것을 마치 정답인양 제가 단정짓고 있는건 아닌가 걱정을 해봅니다.  

100일이 지나서 어쩔 수 없이 어린이집에 보내는 가정도 있고, 또 다른 문제들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맞벌이를 하는 가정도 있고, 저와는 다르게 아이를 키우고 계신 가정들이 많이 있으실거라 알고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 적절했던 결정들이 다른 분들에겐 불편한 오답으로 받아 들여지는 부분도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들은 바로 본인들의 결정이 최적의 정답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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