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전자정부 누리집 로고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2024 정부 업무보고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2024 정부 업무보고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콘텐츠 영역

“눈으로 듣고 귀로 보게 해드릴게요”

[지역발전을 창조한 일꾼들 수기공모전 ①] 대상-서울 종로구청 주정하 주무관

전국 최초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 양성

2014.08.27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인쇄 목록

한국지역진흥재단이 주최하고 안전행정부가 후원하는 ‘지역발전을 창조한 일꾼들’ 수기공모전이 올해 처음으로 개최됐다. 지역발전을 위해 애쓰는 숨은 일꾼들이 수기를 통해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정책브리핑이 이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았다.(편집자 주)

“이 일을 하면서 제 50대가 화려해졌다니까요. 행복합니다. 궁에 오면 제가 주인같아요. 하하하~” 임은주(55)씨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경회루 사방에 울려퍼진다.

임 씨는 2005년 망막색소 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은 중도 시각장애인(1급)이다. 오른쪽 눈은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왼쪽 눈으로만 흐릿하게 사물을 볼 수 있다. 그런 그녀가 놀랍게도 3년째 서울 종로구청이 운영하는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다.

종로구청 시청각장애인 문화유산해설사들이 활동하는 모습.
임은주 종로구청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맨 오른쪽)가 다른 시각장애인들에게 경복궁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주정하 주무관님 덕분에 가능했어요. 주 선생님의 아이디어로 지난 2011년에 이 사업이 시작됐거든요.” 종로구청 행정8급 공무원인 주정하 주무관은 ‘걷기’가 관광상품으로 주목을 받자 이를 활용한 코스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 양성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다.

“특화된 코스를 만들어 보자고 생각하고 종로구에 있는 고궁들을 다녔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고궁에 드나드는 장애인 관람객들을 전혀 볼 수 없었어요.” 주정하 주무관이 당시를 회상하며 얘기를 시작했다.

장애인 위한 해설사 없어 전국 최초 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 양성 기획

“호기심에 장애인을 위한 문화관광해설사가 있는지 알아봤는데 결론은 전무후무 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전국 지자체나 공공기관에 소속된 해설사는 2530명이 넘는데 그 중에 장애인을 특화해 해설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더라고요.”

그렇게 전국 최초의 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를 양성하겠다는 기획이 나오게 된다. 지금은 웃으면서 당시를 회상하지만 시작부터 자리잡기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었다. “사람들이 그러더라고요. 공무원이 호기에 시작했다고, 얼마가지 못하고 접을거라고요.” 처음에는 공무원이 자기 사리사욕을 채워 승진하기 위해 하는 거 아니냐는 의심도 있었다.

주정하 주무관이 시청각장애인 문화유산해설사 양성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주정하 주무관이 시청각장애인 문화유산해설사 양성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를 모집했을 때도 주정하 주무관의 예상과는 달리 마감일 직전까지 신청서를 제출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저는 지원자가 너무 많을까봐 홍보도 제대로 안했었거든요.”

나중에 이유를 알고 봤더니 해설사의 설명을 보고 들으며 문화재를 관람한 적이 없으니 문화해설사가 뭔지 모르는 장애인이 태반이고 경복궁에 온 적이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더라는 것. 이유를 알고나니 더욱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는 주 주무관이다.

필기시험·매뉴얼 작성·모니터링까지 통과해야…현재 16명 장애인 해설사 활동 중

뒤늦게 부랴부랴 관내 장애인들에게 우편물을 만들어 안내물을 보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40명으로 종로구 1기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의 교육이 시작됐다.

경회루 앞에서 임은주 해설사가 담담히
경회루 앞에서 임은주 해설사가 본인의 얘기를 꺼내 놓는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산 넘어 산이었다. 일반인에게 문화유산을 해설하는 일도 어려운데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이들에게 해설하기 위해 배우는 과정이 녹록치는 않았다.

교육 매뉴얼도 없어 계란으로 바위치는 심정으로 하나하나 새롭게 준비해야 했다.

해설사 과정을 수강하는 장애인들에게도 어렵기는 매한가지. 40명으로 출발했던 1기생들이 필기시험과 매뉴얼 작성, 모니터링 과정까지 거치면서 16명으로 줄었다.

장애인 편의시설을 함부로 설치하기 힘든 옛 고궁의 울퉁불퉁한 길을 걸으며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정강이를 다치는 일도 부지기수.

“하지만 결국 우리는 해냈고 시각장애인 해설사 5명, 청각장애인 해설사 11명을 양성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해설사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이 꾸려가고 있는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가 지금은 종로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어요.”

이 같은 주정하 주무관의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 양성 과정’ 에피소드를 담은 수기가 지난달 한국지역진흥재단이 주최한 ‘지역경제를 창조한 일꾼들’ 공모전에서 대상을 영예를 안았다.

계란으로 바위치는 과정 거쳐…지금은 종로구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아   

종로구가 전국 최초로 양성한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 1기는 어느덧 3년차 베테랑 해설사가 됐다. “머리에 네비게이션이 박혀 있어요.” 임은주 해설사의 얘기다. 그렇게 말할 정도로 수십 수백번씩 경복궁을, 창덕궁을 드나들었다.

이들 덕분에 맞춤형 해설을 보고 듣는 시청각장애인의 수도 연간 1000여명. 야외활동하기 좋은 봄, 가을에는 쉬는 날 없이 매일매일 해설 일정이 꽉 찰 정도로 바쁘다.

“광화문 앞을 지나가면서도 도대체 저 큰 문으로 사람들이 왜 왔다 갔다 하는 건지 몰랐다는 한 70대 청각장애인 할머니가 우리 프로그램의 해설을 통해 처음으로 이 곳이 왕이 살던 경복궁인 줄 알게 됐다더라고요. 마음이 참 짠했습니다”

이들의 해설은 특별하다.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손으로 귀로 고궁을 보고 느낀다. 그걸로도 충분하다.
이들의 해설은 특별하다. 볼 수 없고 들을 수 없지만 손으로 귀로 고궁을 보고 듣고 느낀다. 그걸로도 충분하다.
 
주 주무관은 우울증에 빠져 방에서 안 나오던 한 중도장애인의 경우 가족의 신청으로 고궁 해설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같은 처지의 해설사를 만나 마음의 치유를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장애인 해설사들은 문화재 해설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동병상련을 나누는 동료이자 삶의 멘토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 모든 해설사 프로그램의 발전과정에 함께 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는 주정하 주무관은 장애인 해설사가 봉사의 차원을 넘어 장애인의 자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직업군으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을 털어놓았다.

장애인 해설사, 자활에 도움 주는 새로운 직업군으로 자리잡았으면

작지만 변화들도 보인다. 한국시각장애인여성회에서는 해설사 교육 커리큘럼을 시작했고 서울시에서도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를 양성하고 있다. 경기도, 경북 경주 등 타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갖고 종로구 사례를 벤치마킹 해가기도 했다.  

전국 최초로 장애인 해설사를 양성한 종로구청 시청각장애인 문화관광해설사들이 3년 만에 후배를 맞았다. 국비지원으로 지난 6월 2기 해설사 27명을 선발한 것이다. 오늘은 2기 후배들과 1기 선배들이 경복궁 현장 실습에 나섰다. 흰 지팡이로 경복궁 경내를 부지런히 두드리며 걸어가는 이들의 발걸음이 어느 때 보다 경쾌하다.

이전다음기사 영역

하단 배너 영역

지금 이 뉴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