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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번만? 청렴에 ‘다음’은 없습니다!

[2017 청렴 사연·수기 공모전] ② 공직부문 최우수상

2017.09.25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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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의 시행 등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부와 국민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국민권익위원회는 청탁금지법으로 바뀐 삶의 이야기 등 청렴과 관련된 국민들의 수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올해로 세번째를 맞이한 공모전 우수작을 정책브리핑에서 공유한다. 과연 우리는 생활 속 청렴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을까? 쉬운 듯하면서도 어렵게 느껴지는 청렴의 의미를 국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 번 더 생각해보자.(편집자 주)

* 수상자 중에는 공익신고자가 포함돼 있어 개인 실명 등은 밝히지 않음을 양해바랍니다.

“이번 역은 구로, 구로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오전 8시, 잠시 감았던 눈이 시계 알람처럼 떠집니다. 이제 달릴 시간입니다. 전철에서 쏟아져 나온 직장인들이 경주하듯 승강장을 벗어납니다. 마을버스에서 내려 사무실까지 다시 달립니다. 3층 복도에 세워진 거울 앞에서 숨을 돌리며 옷매무새를 단정히 합니다. 매일 아침, 출근전쟁을 마치면 다른 세상이 열립니다.

<활짝 열어요! 청렴한 세상> 사무실 문에 붙은 표어가 눈에 들어옵니다. 오늘도 청렴한 세상으로 출근합니다.

저는 법무부 준법지원센터에서 보호관찰관으로 일합니다. 이곳의 하루는 현장출장, 보고서 작성, 범죄자 면담, 범죄예방 강의 등으로 분주하게 이어집니다. 보호관찰관은 하루에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까지 다양한 직업의 사람을 만납니다. 만나는 사람을 분류하고 평가해서 도움을 주기도, 처벌하기도 하므로 보호관찰대상자들이 선생님이라고 부르곤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주위에서는 가끔 ‘법무부는 받아도 문제없는 곳이잖아?’라던가 ‘거긴 아직도 그래?’라는 질문을 하곤 합니다. 특별권력관계인 법무부 직원과 특정대상자의 관계를 오해해서 나온 말입니다. ‘대한민국에 받아도 문제없는 곳은 없어. 세상에 비밀은 없잖아.’라며 웃어넘기지만,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서운한 감이 남습니다.

지난해 11월 초의 일입니다. 서울 금천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을 상대로 아동학대 예방강의를 하고 돌아와 황급히 행정지원과를 찾았습니다.

“서무계장님! 청탁금지법이 시행된다는데 우리는 준비 안 해요?”
“그건 법을 잘 지키면 되죠. 따로 준비할 일이 뭐 있겠습니까.”
“오늘 가본 초등학교에는 청탁금지법 시행 안내와 학부모들은 학교 내에 음료수도 가져오면 안 된다는 스티커가 문마다 붙어있던데…”
“아, 그거 좋겠네요. 우리도 출입구마다 손잡이 옆에 청탁금지법 안내스티커를 붙이겠습니다.”

그날 이후로 청사 내 모든 사무실 문 옆에는 청탁금지법 안내 스티커와 감사는 마음으로만 받겠다는 표어가 함께 붙어있습니다.

얼마 전 상담실이 소란스러워져서 어떤 일인지 궁금해 가보았습니다. 한 보호관찰대상자와 직원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더워서 아이스바 먹다가 담당관님하고 직원분들 생각나서 몇 개 더 사온 건데 뭐라고 하시면 서운합니다.”
“문 옆에 청탁금지법 안내문을 붙여놓았는데 보셨나요?”
“봤습니다. 근데 저 조금 있으면 보호관찰 끝나잖아요. 청탁할 것도 없구요.”
“제가 법무부 직원이에요. 누구보다 법을 정확하게 지켜야죠. 인정하시죠?”
“법에도 융통성이 있잖아요. 안 드시면 버려야 하잖습니까?”

실랑이는 끝날 기미가 없었고 아이스바에는 물방울이 고이고 있었습니다. 문득 17년 전 새내기 공무원으로 근무할 때가 생각났습니다.

---

고등학생이던 상철(가명)이는 치킨가게의 소형 배달용 오토바이를 훔쳐서 보호관찰을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오토바이 절도대상은 주로 날렵하게 생긴 스포츠 바이크였기 때문에 좀 의아했습니다.

“왜 배달하는 오토바이를 훔쳤지?”
“멋있는 친구들은 다 오토바이를 타요. 너무 타고 싶었는데 살 돈은 없고요. 배달 오토바이는 키가 꽂혀있어서…”
“모두 상철이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면 세상이 어떨까? 그리고 그 치킨가게 사장님의 마음은 어떨까?”
“죄송해요. 사장님께 가서 사과할게요.”

상철이는 오토바이를 훔친 가게의 사장님을 찾아가서 용서를 구했습니다. 한 달 후 만난 상철이는 상기된 표정이었습니다.

“선생님, 저 오토바이면허 땄어요. 그리고 저녁때 알바 할 곳도 구했어요.”
“면허를 취득했다고? 잘했다! 일하는 것은 부모님 허락받았니?”
“네, 오토바이를 훔쳤던 가게에서 배달하게 됐어요. 사장님이 좋은 분이세요.”
“그래, 교통법규 정확히 지키고 공부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성실하게 학교생활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던 상철이가 어느 날 사무실로 찾아왔습니다. 문 앞에 서서 히죽거리는 상철이의 양손엔 커다란 비닐봉지가 들려있었습니다.

“상철아, 배달할 걸 여기까지 들고 오면 어떻게 하니?”
“이거 선생님들 드시라고 제가 맛있게 튀겨왔어요.” 한눈에 봐도 네댓 마리 정도는 되어 보이는 많은 양의 치킨이었습니다.

“상철아, 여기 선생님들은 음료수도 받지 않아. 잘 모르고 가져오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모두 돌려보낸단다. 이것도 받을 수가 없어.”
“선생님, 이거 가져가지도 못해요. 다 버려야 해요. 이번만 그냥 드세요.”
“그래? 음…”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다시 가져가게 할 수도 그냥 받을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때 사무실 한쪽에서 지켜보던 선배가 재미있다는 듯 싱글거리며 말했습니다.

“정 계장, 한 번 받으나 열 번 받으나 같은 거야. 어떻게 할 거야?”
“아, 글쎄요. 모두 모여서 함께 먹으면 괜찮지 않을까요? 상철이도 같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선배가 해결책을 제시했습니다.

“상철이의 마음은 모두가 알았으니 됐고, 이 치킨은 내가 값을 지불하지. 그리고 모두가 함께 먹는 거로 하자.” 상철이는 몇 번을 사양하다가 치킨값을 받고 겸연쩍은 웃음을 지었습니다.

“선배님! 일상생활에서 청렴을 실천하는 게 말처럼 쉽지 않네요.”

“맞아, 도자기 장인은 망가진 도자기는 두드리지 않아. 겉이 그럴듯한 도자기를 두드려보며 시험하지. 사람도 마찬가지야. 반듯한 사람도 늘 시험을 받아. 그럴 땐 내가 반듯하게 살아서 이런 시험에 드는구나 하고 생각해!”

“네, 앞으로 공직생활의 좌우명으로 삼겠습니다.”

상담테이블에 다가가서 아이스바를 집어 들었습니다.

“더워서 아이스바를 사러 가려고 했는데, 마침 아이스바를 가져오셨네요. 이거 값을 지불할 테니 같이 먹으면서 얘기합시다.”

그러자 보호관찰대상자가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그럼 이번은 그냥 드시고 다음번에 사 오면 그때는 돈을 주세요.”

저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청렴에 다음은 없습니다.”

아이스바를 모두에게 나눠주고 보호관찰대상자에게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그러자 보호관찰대상자는 히죽 웃으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아, 너무들 하시네. 공무원들 많이 변했다고 하더니 정말이네요. 하! 하!”
“한 명이 무언가 사 들고 관공서에 다녀오면 그걸 본 몇몇 사람이 무언가 사 들고 가게 되지요. 청탁은 독감처럼 전염됩니다. 그러니 청렴에는 ‘다음에’ 같은 말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는 법률이나 어떤 지침으로도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겨납니다. 다양한 상황에 적용하다 보면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아내와 자녀에게 부끄럽지 않은 행동인지 자문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세계적인 제약회사 존슨 앤드 존슨(Johnson & Johnson)은 정책결정 과정의 마지막에 독특한 평가과정을 거칩니다. ‘빨간 얼굴 테스트’라 불리는 불문율입니다. 자신이 내린 결정이나 행동이 아내와 자식에게 얼굴을 붉히지 않고 설명 할 수 있을 만큼 ‘윤리적’이었는지 자문하게 하는 과정입니다. 이것이 존슨 앤드 존슨을 미국식 윤리경영의 표상 또는 윤리경영의 원조로 부르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국가청렴도와 국가경쟁력이 비례한다는 사실을 많은 언론보도를 통해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청렴도가 개인의 경쟁력이라는 사실은 잊고 지내곤 합니다. 청렴은 무엇보다 소중한 사회적인 자산이며 경쟁력입니다. 그러나 몇십 년에 걸쳐 이루어온 명예도 단 5분 만에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청렴에 다음은 없다’는 격언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봅니다.

자료제공: 국민권익위원회 블로그(http://blog.daum.net/loveacr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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