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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시대…“직장이 바뀐다, 세상이 달라진다”

노동시간 단축…기업마다 달라진 근무형태 도입 등 변화 준비에 한창

2018.06.29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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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서발전 당진화력본부 박지혜(37) 차장은 최근 회사의 시차출퇴근제가 가져온 30분의 여유로 출근길이 행복하다는 사실에 놀란다. 박 차장은 딸아이의 유치원 등원을 위해 시작한 시차출퇴근제를 벌써 3년째 활용하고 있다. 그는 “비록 30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딸아이를 직접 등교시키고 출근할 수 있어 엄마로서 안심이 된다”며 “초등학교 2학년인 딸과 등굣길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아침을 시작한다는 것에 소소한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같은 회사 총무부 이인규(32) 대리는 세 살배기 딸의 아빠다. 아내가 2년 전 육아휴직 후 복직하자 지금 어린이집의 등·하원을 책임지고 있다. 아직 종일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기 어려워 하루 두 시간씩 근무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회사는 자녀 한 명당 최대 3년의 육아휴직을 3회까지 분할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대리는 “육아를 전담해보니 아빠와 딸의 친밀감 형성에 큰 도움이 된다”며 “근무시간이 줄어든 만큼 더욱 효율적으로 일하게 된다”고 했다.

7월 1일부터 ‘주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됨에 따라 기업마다 달라진 근무 형태를 속속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시대 변화 준비에 한창이다. 당장 300인 이상 사업장·공공기관이 시행 대상이다 보니 대기업 위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 다양한 대안을 내놓으며 워라밸을 추구하는 분위기다.

7월 1일부터 주당 최대 68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토·일 16시간)이던 노동시간은 주당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줄어든다. 20~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며, 5~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 1일부터 주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한다.

기업들은 그동안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길을 걷는 만큼 기대와 우려 속에 ‘주52시간 근무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재계의 한 임원은 “52시간 근무제는 2004년 도입된 주5일 근무제만큼이나 국내 노동 환경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며 “월화수목금금금이 다반사였던 주말 근무가 까마득한 옛 추억이 된 것처럼 이젠 야근 풍경을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서울 양재시민의 숲에서 어린이집을 마친 아이가 엄마와 함께 집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 양재시민의 숲에서 어린이집을 마친 아이가 엄마와 함께 집으로 향하고 있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정시퇴근 눈치 안 봐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붐에 맞춰 중견기업들도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미래나노텍은 업무 효율을 위해 ‘야근 없는 회사’를 목표로 한다. 개인 상황에 맞게 출근시간을 정하는 ‘시차출퇴근제’, 매주 셋째 주 수요일마다 정시 퇴근을 하는 ‘Fun Day’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 중이다. 씨알푸드는 ‘아침의 여유, 저녁 있는 삶’을 슬로건으로 하루 8시간 근무가 어려운 직원에게는 자유롭게 시간선택제를 활용해 가족과 함께하는 하루를 보내도록 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은 시간선택제, 탄력근무제(시차출퇴근형, 근무시간선택형, 집약근무형), 원격근무제(재택근무형, 스마트워크근무형) 등 총 일곱 가지 유형의 유연근무제도를 2011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사업장별 집단 유연근무제를 적극 권장하고, 금요일은 한 시간 일찍 출퇴근해 주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은 저녁 7시만 되면 사무실 불이 꺼진다. 시차출퇴근제와 근무시간선택제, 집약근무제 등을 시행해 법정근로시간 내에서 출퇴근 및 근로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 2017년 공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일·생활 균형 우수 사례’에 선정됐다.

광고회사 열심히커뮤니케이션즈는 대기업 부럽지 않은 복지로 젊은 층의 인기를 끌고 있다. 오전 9시 또는 9시 30분 중 출근시간을 선택할 수 있고, ‘월요병’을 막기 위해 월요일 오전 10시 출근, ‘불금’을 위해 금요일 오후 1시 퇴근한다.

주52시간 근로 시대가 열리면서 직장인들의 생활에도 큰 변화가 찾아오고 있다.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정시에 퇴근하지 못하는 것은 옛말. 퇴근을 독려하는 사내방송은 기본이고, 공식 업무시간이 끝나면 PC 전원이 강제로 꺼지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면서 ‘칼퇴근’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퇴근시간이 빨라지면서 직장인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 나섰다. 운동은 물론 각종 취미활동을 즐기거나 외국어 학습·대학원 진학 등 자기계발에도 열심이다. 일과 가정생활의 불균형으로 발생했던 문제들도 자연스럽게 해결되고 있다.

롯데그룹 김 모 대리는 이달 초 외국어학원에 재등록했다. 지난해 6개월 치 수강권을 끊었다가 들쭉날쭉한 퇴근시간 때문에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던 영어 심화과정이다. 김 대리는 “6시에 퇴근하면 눈치를 주던 임원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지주사는 물론 주요 계열사가 오후 6시 30분에 컴퓨터 전원을 강제로 차단하는 PC오프제를 시행하면서 그룹 전체에 칼퇴근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도 이뤄지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박 모 과장은 오후 5시에 퇴근, 직접 딸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온다. 집에선 딸과 함께 저녁식사를 준비하고 많은 대화를 나눈다. 근무시간이 줄고, 정시 퇴근 문화가 정착되면서 엄마와 아내의 노릇도 할 수 있게 됐다. 박 과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친정어머니 도움 없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며 “할머니가 아니라 엄마 손잡고 집에 가고 싶다던 딸의 소원을 요즘 매일 들어주고 있다”며 웃었다.

대기업들은 ‘주52시간 근무제’ 준비로 부산하다. 2009년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한 삼성전자는 7월부터 ‘선택적근로시간제’와 ‘재량근로제’를 동시에 도입한다. 근로기준법 52조와 58조에 명시된 두 제도는 우선 연구·개발(R&D)과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선택적근로시간제는 주40시간이 아닌 월평균 주40시간 내에서 직원들이 출퇴근시간과 업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재량근로제는 업무시간 관리 전반에 대해 직원에게 완전히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LG전자도 3월부터 사무직은 주40시간, 기능직은 주52시간 근무제를 시범운영하고 자체적으로 대비해왔다. SK하이닉스는 1월부터 ‘딥 체인지’ 슬로건 아래 주52시간 근무제 시범운영에 들어가는 등 연구개발 비중이 적지 않은 전자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이며 대책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2013년 공장 생산직에 주40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현대차는 5월부터 본사 일부 조직에 한해 유연근무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집중근무시간’으로 지정한 대신 나머지는 직원 일정에 따라 자유롭게 근무하며 출퇴근이 가능하다.

한화케미칼은 2주 동안 80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인타임패키지’를 시행한다. 2주 8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야근을 하면 해당 시간만큼 단축 근무를 할 수 있다. 야근뿐 아니라 주말부부, 육아 부담, 장거리 연애 등 개인 상황에 맞게 근무시간을 활용하면 된다.

현대중공업은 아예 연장근로사전승인제(사무직)를 도입하고, 퇴근시간 이후에는 컴퓨터 전원을 강제로 끄기로 했다. 포스코는 휴일에 일을 했다면 익일 대휴를 적극 권장하는 사내 문화 조성에 나설 계획이다.

소비자들과 직접 접촉하는 유통업계는 개장 또는 폐장 시간을 한 시간 줄이며 주52시간 근무제에 대비 중이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이달부터 영업시간을 기존 ‘오전 10시∼자정’에서 ‘오전 10시∼오후 11시’로 한 시간 단축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일부 지점에 한해 3월부터 개장 시간을 오전 10시 30분에서 11시로 30분 늦췄다.

워라밸 열풍이 불면서 ‘주52시간 근무제’ 정착을 위한 정부의 지원 또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유연근무제 정착을 위해 기업들 대상으로 일·가정 양립환경 개선, 시간선택제 전환 등에 대한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또 출산 근로자들에 대한 기업의 지원을 뒷받침하기 위한 출산육아기 고용안정장려금 등 각종 지원 대책을 마련했다. 특히 재택·원격근무를 시작하는 기업에 인프라 및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의 50% 한도, 최대 2000만 원까지 정부가 지원하는 방안도 시행한다.

만 8세 이하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대상으로는 최장 2년까지 임금 삭감 없이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 유연근무를 할 수 있는 ‘더불어돌봄제’도 추진한다.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가 있는 근로자가 주 15~3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조절할 수 있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를 도입하는 기관·기업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또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급여 지원 수준을 통상임금의 60%에서 80%로 상향,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그러나 주당 최대 52시간 근무제가 기업에 완전히 뿌리내리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나름대로 근무시간을 줄이는 대신 업무의 집중도를 높여 생산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를 강구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한편 워라밸로 인해 생산성이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워라밸 지수 1위를 차지한 네덜란드의 1인당 노동생산성은 우리나라보다 두 배나 높다. 이는 불필요한 야근을 줄이고 업무 집중도를 향상시키는 것으로 업무 생산성이 올라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근로자의 행복지수가 한 단계 상승하면 생산성이 12% 높아진다고 한다.

고용노동부는 “아직 야근을 강요하는 문화가 존재하고 워라밸을 시행한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는 기업들이 많다”며 “워라밸이 더욱 확산되고 정착되기 위해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널리 퍼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열심히 일하고 퇴근 후에는 여유를 즐기는 저녁이 있는 삶이 보편화돼야 한다”며 “하나의 현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워라밸이 새로운 직장 문화의 바탕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노동시간 단축 연착륙에 중점 최장 6개월 시정기간

오는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 및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최대 노동시간을 주52시간으로 단축하는 노동시간 단축 관련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과 관련, 그간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의 원활한 현장 안착을 위해 범부처 차원의 노사 지원대책을 마련해 발표하는 등 대국민 홍보를 해왔다. 특히 기업의 노동시간 단축 관련 준비 상황과 애로사항을 파악·청취하기 위해 300인 이상 사업장의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업종·지역별 간담회·설명회도 집중적으로 추진했다.

대기업과 계열사, 공공부문은 현재도 상당 부분 준비가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300인 이상 중소·중견기업의 경우에는 노동시간 단축 과정에서 일부 어려움을 호소했다. 업종·지역별 간담회와 설명회에서도 노동시간 단축을 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므로 시행을 일정 기간 유예하거나 계도기간을 부여해달라는 요청이 있었고,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도 계도기간 설정을 요청하는 건의문을 지난 6월 18일 정부에 제출한 바 있다.

정부는 그간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던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산업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고위 당·정·청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6월 20일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지도·감독을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산업현장의 연착륙에 중점을 두고 계도해나갈 방침임을 밝혔다.

이에 따라 근로감독 또는 진정 등의 처리 과정에서 노동시간 위반이 확인되더라도, 교대제 개편, 인력 충원 등 장시간 노동 원인 해소를 위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최장 6개월의 시정기간(3개월 + 필요시 3개월 추가)을 부여할 계획이다. 사법처리 과정에서도 법 위반 사실과 함께 그간 노동시간 준수를 위한 사업주의 조치 내용 등을 수사해 처리할 예정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장시간 노동의 개인·사회적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라며, “일자리 창출, 기업의 생산성 향상 등 긍정적 효과를 발현하면서 노동시간 단축이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노동시간 단축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산업현장의 연착륙에 중점을 두고 계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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