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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그리는 우리 바다 디자인

2018.05.18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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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19세기 미국의 서부개척시대를 잘 그려낸 영화가 있다.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톰 크루즈 주연의 ‘파 앤드 어웨이(1992)’라는 영화다. 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불모지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마차와 말을 타고 질주하며 깃발을 먼저 꽂는 이에게 땅을 나눠주는 장면이었다. 이는 마치 드넓은 바다를 선점식으로 이용하는 우리네 방식을 연상케 하였다. ‘임자 없는 땅에 깃발 꽂기’처럼 그간 우리 바다는 공유재임에도 불구하고, 무주공산(無主空山)으로 여겨졌던 것도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같은 바다를 놓고 보호생물인 남방큰돌고래 서식지와 해상풍력단지 예정지 간의 갈등, 바닷모래 채취를 둘러싼 갈등 등 첨예한 갈등과 이해관계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할 방안이 그동안 부족했다.

늘 아쉽게 느껴왔던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개선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이는 바다를 관장하는 해양수산부의 존재 이유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시작이 반이다’는 말처럼 다행히도 지난달 ‘해양공간계획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해양공간을 어업활동, 해양관광, 안전관리 등 9개 해양용도구역으로 지정, 관리할 수 있는 바다공간 디자인의 근거가 마련됐다.

우리가 흔히 쓰는 디자인(Design)이라는 말의 어원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윤곽을 잡다’, ‘계획하다’ 등의 의미를 담고 있는 라틴어 ‘데지그나레(Designare)’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밑그림’을 뜻하는 프랑스어 ‘데생(Dessin)’과도 관련이 있다고 하니 사뭇 흥미롭다. 디자인은 결국 ‘밑그림’이나 ‘계획’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에 대해 어원까지 살펴본 이유는 과연 우리 바다에 종합적인 디자인이 있느냐 하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됐다. 육지에서는 예전부터 도시계획, 토지이용계획 등 종합계획을 수립해 우리 국토를 보다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고 이용해 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정작 육지면적의 4배가 넘는 우리 바다의 이용과 보전에 관해서는 이러한 종합적인 디자인을 그리지 못했다.

올바른 바다 공간 디자인을 그리기 위해서 이제 우리는 ‘무엇을(What)’에서 ‘어떻게(How)’로 관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먼 과거에 밤하늘의 별자리가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들의 길잡이가 됐듯이, 이제는 해양공간계획이 바다관리에 있어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하며, 이를 위해 두 가지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해양공간계획은 데이터에 기초한 과학적 접근방법으로 세워져야 한다. 이를 위해 해양환경, 수산자원, 선박항해, 해양레저 등 해양과 관련된 모든 데이터를 단일 플랫폼에 구현할 계획이다. 이렇게 생산된 통합 해양정보는 우리 바다공간 밑그림의 훌륭한 소재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해양공간계획은 ‘자연은 조상에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후대에게 빌려온 것’이라는 인디언의 지혜를 반영해 새로운 시각에서 정립되어야 한다. 지속가능한 우리 바다를 위해 수산자원의 산란지이자 수 많은 바다생물의 서식처로서의 생태적 가치를 중시할 것이며, 향후에는 자연적 특성, 활용 가능성과 적절한 입지를 진단해 균형감 있게 관리해나갈 계획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소통을 통해 갈등을 조정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다함께 만들어갈 것이다.

바다는 그 어떠한 물도 가리지 않는다는 해불양수(海不讓水)란 말이 있다. 바다의 무한한 포용을 상징하지만, 이 때문에 지금은 병들고 아파하고 있다. 바다가 우리 모두의 것이듯, 이를 아끼고 되살리는 것 또한 우리 모두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일상생활 속에서 바다가 주는 가치를 몸소 깨닫고, 이 위대한 자산을 미래세대에까지 연결시킬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바다관리에 대한 제대로 된 밑그림을 이제부터 함께 그려나가기를 기대한다.

* 이 기고는 5월 16일자 조선일보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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