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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통과를 둘러싼 논란을 보며

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2017.12.07 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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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김용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
2018년 예산안이 우여곡절 끝에 6일 새벽에 국회를 통과했다. 예산안을 둘러싼 최대 논란은 국가직 공무원 신규 증원 규모였다. 정부 원안은 1만 2221명이었는데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더니 9475명으로 확정됐다.

또한 2018년 최저임금이 16.4% 대폭 인상됨에 따라 영세사업자에게 인건비의 일부를 지원하는 일자리안정기금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법인세의 경우, 당초 ‘2000억 원 이상’의 경우 최고세율 25%를 매기려 하였으나, ‘3000억 원 이상’으로 과세 기준을 올림으로써 과세 대상과 금액이 줄어들게 됐다.

만 5살 이하 아동 전원에게 월 10만원을 주려한 아동수당도 ‘2인 가구 기준 소득수준 90% 이하’ 아동에게 선별 지급하는 걸로 절충됐다.

타협된 예산안의 내용을 문제 삼을 수는 없다.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은 정부와 여당의 구상이니만큼, 국회에서의 논의 절차를 거치면서 절충되고 수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걱정이 되는 것은 그 과정에서 나타난 일부의 시각이다.

우리 사회 일각의 시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공무원을 많이 뽑으면 국가가 부도난다’거나, ‘공공부문이 비대한 그리스 꼴을 닮아간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규모를 키우는 것은 근본적으로 옳지 않다는 것이다. “민간 기업이 지급해야 할 임금을 왜 정부가 지급하냐”는 주장도 동일한 맥락이다. 시장에서의 한계생산성에 의해 임금이 결정되는데 여기에 정부가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논리일 것이다.

국가 부도의 위기에 몰렸던 그리스의 경우 그 원인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애당초 EU 가입조건을 맞추기 위해 정부의 공공부채 규모를 60% 이하로 낮추기 위해 골드만삭스가 국가재무제표를 조작한 것, 경제통합은 진행되었지만 정치통합이 더디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피할 수 없었던 남부유럽 비제조업국가의 경상수지 적자의 확대와 국채 이자의 상승, 그리고 무엇보다 그리스 부자들이 세금회피를 위해 해외로 거주지를 변경함으로써 세수 자체가 감소한 점 등 숱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다른 나라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면서 폄하하는 발언을 쏟아내는 우리 사회 일각의 태도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정말 공무원을 많이 뽑으면 망하는가? 선진국의 경험을 보면 전통적으로 ‘일자리는 경제활동의 결과물’이라는 생각과 달리 복지 확대, 생애 위험에 대한 공동 대응을 위한 안전망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공공부문(특히, 지방정부)의 공무원 숫자가 확대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웨덴의 경우 1960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일자리 신규창출의 90%가 공공부문에서 창출되었으며, 유럽에서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스위스 조차 지난 2009~2013년 동안 취업자 대비 공공부문 일자리의 비중이 15%에서 18%로 3%P 증가했다.

한국은 어떠한가? 가장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공공부문 일자리 수는 8.9%이다. OECD 평균은 21.3%. 왜 모든 OECD 국가들은 망하지 않았는가? 왜 국가부도를 경험하지 않는가? 덴마크(34.9%), 노르웨이(34.6%), 스웨덴(32.0%)은 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왜 가장 경쟁력이 있는 나라로 꼽히고 있는가?

이것은 기본적으로 공공부문에 대한 인식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민간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하고 그 대가를 소비자로부터 받는 것처럼, 정부 또한 필요한 서비스를 공급하고 그 대가로 조세를 거둬들이는 것이다. 소방이나 치안, 국방 등의 서비스는 애당초 민간이 공급하기 어려운 서비스이고, 보육이나 요양·간병 등의 사회서비스는 민간의 이익추구에 맡겨놓기 보다는 공공부문이 수행하는 게 비용도 적게 들고 서비스의 질은 높아지게 된다.

시장이라는 것은 결코 완벽하지 않다. 완벽하기는커녕 국가의 개입과 제도적 보장이 담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전혀 기능하지 못하는 게 시장이다. 근로감독이나, 공정거래에 대한 감시가 없다면 갑질 만이 난무하게 되어 시장은 정글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공공일자리는 바로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며, 때문에 후진국에 비해 선진국이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공공부문의 일자리가 많은 것이다. 다시 말해 시장의 활성화와 공공부문의 사이즈는 상호 대립되는 것이 아니다.

최저임금에 대한 지원도 불가피하다. 한국인은 엄청나게 일하고 있지만 임금소득의 질은 매우 낮다. 최근 ‘OECD 고용전망 2017’ 자료에 의하면 시간 당 미 달러화 기준 9.6달러에 불과하다. OECD 평균 16.5에 비해 낮을 뿐 아니라 자본 친화적인 미국(17.6), 일본(16.1)에 비해보더라도 형편없이 낮은 게 현실이다.

현재 한국경제는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외환위기 이후 지난 20년간을 돌이켜보면 경제성장도 저하되면서 가계소득은 줄어들고 경제적 불평등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낡은 구조를 변혁시켜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현 정부의 출범을 가능케 했고, 이것이 구체화된 게 ‘사람중심경제’이다.

특히 공공일자리는 애초 부족하기도 하지만, 인구구조 특성 상 2023년까지 쏟아져 나올 청년구직자에게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한시적인 성격을 갖는다. 그 시기가 지나면 청년 구직인구 자체가 감소한다. 기존 공무원 일자리의 연간 자연감소분(올해 3만명)만 잘 조절하더라도 현재 수준의 공무원 일자리로의 복원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과거 경제적 불평등을 확대시키며 성장의 발목까지 잡았던 시대의 주장들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연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했던 논리들이 여전히 유효한지 점검되는 게 바람직하다.

향후에는 예산국회가 새해 예산이 지향하는 새로운 경제의 상이 무엇이고, 그것이 과거의 예산과는 어떻게 다른지, 새해 예산은 새로운 경제를 위해 정말 충실한 역할을 할 것인지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논의하는 공론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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