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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맛, 세월의 맛 ‘추어탕’

2017.1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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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맛, 세월의 맛 ‘추어탕’
추어탕. 세월의 주름이 깊게 밴, 거칠고도 투박한 그 맛이 코끝을 찌잉 울린다. 무뚝뚝해도 속정 깊은 아버지처럼.
가을의 맛, 세월의 맛 ‘추어탕’
추어탕에 앞서 우리나라 물고기 이름을 떠올려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 민어, 잉어, 농어, 숭어처럼 ‘어’자로 끝나는 게 있는가 하면, 꽁치, 갈치, 삼치처럼 ‘치’자로 맺는 종류도 있다. 도미, 대구, 명태처럼 소수 예외는 있지만 쓸 만한 어물 대부분은 끝 돌림자가 ‘어’나 ‘치’다.

그런데 가을 물고기의 대명사 격인 추어(?魚)는 밴댕이, 망둥이처럼 평상시엔 격이 낮은 이름 ‘미꾸라지’로 불리다가 죽어서야 추어가 된다. 사람의 식탁에 오르는 추어탕(추탕)이란 음식이 되면서 ‘어’로 격상하는 것이다. 이는 아마도 수염 난 못생긴 꼴로 오두방정을 떨며 팔딱거리던 미꾸라지가 추어탕으로 탈바꿈하면서 사람들에게 요긴한 어물로 재조명받기 때문인 듯하다.
추어, 미꾸라지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은 영양학적 구성을 갖추고 있다. 양질의 단백질이 주성분인 데다가 칼슘 등 무기질이 풍부하다. 남성들에겐 펄떡거리는 힘만큼 뛰어난 자양강장 효과를 보인다. 여성들에겐 변비 퇴치를 앞세우며 다이어트와 피부미용의 효험을 이야기할 수 있다. 여기에 약장사처럼 한 마디 더 더하면, 노인들에겐 회춘에, 아이들에겐 두뇌발달에 도움이 된다. 물론 요즘 웬만한 건강식이나 약품에 수식어처럼 따라붙는 고혈압과 동맥경화 등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과 치료에도 뛰어나다. 진시황제가 찾아 헤매던 불로초 또는 만병통치약처럼 영양학적으로는 온갖 감언이설이 다 붙는 게 미꾸라지 추어탕이다.
[왼쪽/오른쪽]이제 막 끓여 나온 추어탕. 먹기 직전 청양고추, 초피가루, 들깻가루 등을 취향대로 넣어 간을 맞춘다 / 작은 미꾸라지를 튀겨낸 튀김도 별미다
요즘은 도시의 전문식당에서 사철 내내 만날 수 있지만 내 어릴 적 추어탕은 논농사를 짓는 시골에서 가을에나 맛볼 수 있던 별미였다. 도랑에서 미꾸라지를 잡아다가 뒷밭의 푸성귀를 넣고 푹 끓여 온 가족이 나눠 먹었다. 그러다 보니 들어가는 재료나 만드는 방법이 특별히 정해진 게 없다. 지방마다 집집마다 맛이 제각각인 이유다.

그래도 경상도·전라도·강원도·서울 등 지역별 나름의 특징이 있다. 경상도식은 미꾸라지를 삶아 으깬 살에 배추 등 푸성귀를 넣고 담백하게 끓인다. 전라도식은 경상도식처럼 끓이는데, 국물에 된장과 들깨 등을 넣어 구수한 맛을 낸다. 강원도식은 고추장을 풀어 뻘겋게 요리를 하고, 서울식은 사골 육수에 두부나 버섯을 더해 색다른 맛을 낸다. 대개 미꾸라지는 갈거나 으깬 살을 쓰는데, 강원도나 서울에선 통 미꾸라지를 넣어 끓였다.
[왼쪽/오른쪽]즉석에서 끓여 먹는 원주식 추어탕 / 경상도식 추어탕은 배추 등 푸성귀를 넣고 담백하게 끓인다〈사진제공·한식재단〉
지역을 대표하는 추어탕 맛집이 전국적으로 있다. 경상도식은 대구 상주식당, 전라도식은 남원의 새집추어탕, 강원도식은 원주의 원주복추어탕, 서울식은 무교동 용금옥이다. 네 곳 모두 대물림하면서 오랜 세월 지역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여기에 업력은 짧지만 하남에서 맛있게 먹은 연남추어탕도 포함시켰다. 숟가락 하나 챙겨 들고 다섯 곳을 비교해보며 가을이 뚝뚝 묻어나는 추어탕 세계에 빠져보자.
[왼쪽/오른쪽]서울 용금옥 통추어탕. 서울식은 원래 미꾸라지를 통으로 끓여내지만 주문에 따라 갈아서도 준다 / 용금옥은 테이블마다 송송 썬 대파가 준비돼 있다. 기호에 따라 곁들이면 좋다
서울 용금옥
3대에 걸쳐 85년 역사가 이어지고 있는 집이다. 넓적한 뚝배기에서 펄펄 끓는 추어탕에 곱게 채를 썰어둔 생파를 듬뿍 넣고 끓는 게 멈출 때까지 기다리는 여유가 필요하다. 토란대, 느타리버섯, 목이버섯, 대파, 두부, 유부 등이 담겨 있다. 국물 맛이 칼칼하며 산뜻하다. 밥과 국수가 함께 나오는데, 국수 먼저 말아 먹고 밥을 마는 게 순서란다. 하지만 마음 내키는 대로 먹어도 맛에 큰 차이는 없다. 장아찌를 중간중간 곁들여 먹으니 입안이 개운하다. 국물이 걸쭉하거나 탁하지 않다. 깔끔한 국물 맛을 중요시해 미꾸라지를 많이 넣지 않는단다. 통미꾸라지를 찾는 손님이 아직도 30%가량 된다. 1만원.
서울 중구 다동길 24-2 02-777-1689
대구 상주식당
한옥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양옆으로 배추가 가지런하게 도열해 있다. 가마솥에서 추어탕을 끓여 뚝배기에 담아낸다. 푹 삶아 부드러워 보이는 배추우거지가 탕 그릇 가득하다. 위에서 살짝 한 숟가락 떠낸 국물 맛이 무척 순하다. 비릿함이나 흙냄새 없이 깔끔하다. 미꾸라지를 곱게 갈아 부드럽다. 다진 풋고추와 초피가루를 넣어 제대로 맛을 본다. 알싸한 맛이 더해지니 맛이 제대로 살아난다. 먹을수록 맛이 진하고 걸쭉하다. 그릇 바닥에 살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두 달간 숙성한 물김치의 새콤함과 아삭거림이 숟가락질을 재촉해 금세 바닥이 드러난다. 12월 16일부터 2월 말까지는 고랭지 배추와 미꾸라지 구하기가 힘들어 문을 닫는다. 한 그릇에 8000원. 공깃밥 1000원 별도.
대구 중구 국채보상로 598-1 053-425-5924
[왼쪽/오른쪽]하남 연남추어탕의 우렁추어탕 / 연남추어탕에서는 삶은 소면이 리본 모양으로 예쁘게 말아서 나온다
하남 연남추어탕
된장 푼 국물에 시래기가 듬뿍 들어간 남도식 추어탕. 미꾸라지는 전북 정읍에서 키운 것을 쓴다. 자체 수족관에서 함초를 먹여 해감(모래를 뱉어내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래야 흙 맛이 나지 않고 이물감이 없단다. 쌀은 햇볕에 말린 것만 고집해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구입해 밥을 짓는다. 윤기가 잘잘 흐르는 밥은 추어탕에 말기 아까울 정도다. 미꾸라지는 믹서에 갈지 않고, 푹 익혀 살을 체로 내려 쓴다. 삶은 소면을 리본 모양으로 예쁘게 말아서 곁들여준다. 일반 추어탕은 9000원, 미꾸라지를 통째로 넣은 통추어탕은 1만1000원인데 골수 단골들이 즐겨 찾는다고. 여성들이 즐기는 우렁추어탕(1만1000원)도 있다.
경기 하남시 천현로 84 031-796-0151
원주 원주복추어탕
작은 솥을 불에 올려 즉석에서 바글바글 끓여 먹는 스타일. 솥뚜껑을 열어 보니 표고버섯, 새송이버섯, 부추, 감자가 뻘건 고추장 국물에 가득하다. 한소끔 끓인 뒤 미나리와 다진 마늘을 추가해 다시 끓여 준다. 국물 색깔을 보고 콧등에 바로 땀방울이 맺힐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완전히 빗나갔다. 착한 매운맛이다. 10년 묵힌 고추장을 써서 그렇단다. 추가 재료로 고추 장아찌를 잘게 썰어 낸다. 초피가루까지 더해 맛을 보니 어릴 적 냇가에서 끓여 먹던 어죽과 비슷하다. 강원도식 추어탕의 제 맛을 보려면 꿈틀거리는 미꾸라지를 즉석에서 넣어 끓이는 ‘통(1만원)’을 주문할 것. 간 추어탕인 ‘갈’은 9000원.
강원 원주시 치악로 1748 033-762-7989
[왼쪽/오른쪽]즉석에서 끓여 먹는 원주복추어탕. 표고버섯, 새송이버섯, 부추, 감자가 뻘건 고추장 국물에 가득하다 / 원주복추어탕에서는 고추 다대기를 상에 함께 내놓는다
남원 새집추어탕
추어탕 국물의 기본양념인 된장의 구수한 맛과 들깨의 고소한 맛이 편안하다. 고춧가루가 들어가 매콤한 맛도 깔려 있다. 채를 썬 청양고추와 초피가루를 넣고 몇 술 뜨니 슬슬 혀끝이 아려온다. 이마에 땀방울도 맺힌다. 구수함 속에 숨겨진 자극적인 맛이다. 시래기는 상당히 질긴 편. 미꾸라지 살이 거칠고, 가끔 뼛조각이 씹혀 이물감도 느껴진다. 뼈째 갈아서 그렇단다. 탕이 식으면 민물생선의 비릿함이 남는다. 반찬으로 도토리묵, 깍두기, 파김치, 배추김치 등이 나온다. 관광지 음식점으로 전락한 기분이 들어 아쉽다. 9000원.
전북 남원시 천거길 9 063-625-2443
출처 : 청사초롱
글 : 유지상(음식칼럼니스트), 사진 : 박은경 기자
* 위 정보는 변경될 수 있으니 여행하시기 전에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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