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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총력 대응

응급실 과밀화 해소…병원감염 관리 강화해야

[함께 만들어요, 건강 한국] ③ 병원문화 개선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2015.07.21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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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0일 국내 첫 환자가 발생하며 시작된 메르스(중동호흡기질환) 사태가 종식을 향해 가고 있다. 메르스의 여파는 예상보다 컸다. 그러나 이제는 그 상처와 충격을 딛고 다시 일어서야 한다. 이에 정책브리핑은 건강한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대한예방의학회’와 공동으로 ‘함께 만들어요, 건강 한국’을 연재한다. 이를 통해 국내 메르스 사태가 가져다 준 교훈들을 살펴보고 건강 한국으로 가는 길을 모색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김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

메르스 바이러스에게 낙타보다 더 좋은 숙주는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였다. 대한민국은 순식간에 세계 2위의 메르스 환자 발병국에 이름을 올렸고 격리된 국민이 1만 6000명을 넘어섰으며 경제손실은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등 메르스 환자가 유입된 대부분의 국가에서 불과 몇 명의 감염자가 발생한 데 그친 것에 비하면 엄청난 피해다. 지금처럼 감염에 취약한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를 근본부터 뜯어 고치지 않으면 메르스 사태는 되풀이 될 것이다.

메르스 감염이 대규모로 전파된 일차적인 원인은 방역실패에 있지만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은 우리나라 병원과 의료이용문화가 감염에 매우 취약했기 때문이었다.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하나씩 짚어보자.

첫째, 메르스 환자의 약 절반이 응급실에서 발생했을 정도로 응급실은 메르스 확산의 통로였다. 고열과 기침으로 응급실을 찾은 메르스 환자가 격리되지 않은 채 장시간 응급실에 머무르면서 많은 환자와 가족, 의료진을 감염시켰기 때문이었다.

우선 응급실에 많은 환자가 장시간 머무르는 소위 과밀화를 해소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이 외래환자보다 응급환자를 우선 수술하고 입원시키는 체계로 바꾸도록 해야 한다. 병원 경영진의 태도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강력한 당근과 채찍이 모두 필요하다.

응급실이 과밀화한 병원은 권역센터와 같이 국가 지원을 받는 응급의료기관 지정될 수 없도록 하고, 지정된 병원에는 높은 응급의료수가를 적용해 줘야 한다.

둘째, 감염에 취약한 병원은 메르스 확산의 좋은 토양이었다. 우리나라 병원의 감염관리인력은 미국의 1/3에 불과하고 감염관리료는 일본의 1/3에 불과하다. 건강보험에서 병원의 감염관리활동에 대해 보상하지 않으니 병원이 투자를 소홀히 하게 된 것이다.

병원감염 관리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건강보험의 감염관리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인상하고 감염예방을 위한 일회용 소모품과 의료행위에 대해서도 보상해야 한다. 이와 함께 병동, 응급실, 중환자실에서 격리실을 늘리고 감염환자의 격리실 이용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 메르스 같은 감염병환자가 더 이상 다인실에서 다른 환자를 감염시키도록 방치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셋째, 환자 간병을 병원이 책임지지 않고 가족에게 전가한 간병제도 역시 메르스를 확산시킨 주범이었다. 메르스 환자 중 약 40%는 환자 가족이나 간병인이었다. 간병을 하는 가족과 간병인이 환자를 감염시키기도 한다.

간병인이 상주하는 병원은 그렇지 않은 주하지 않는 병원에 비해 병원감염 발생률이 2.87배 높았다.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포괄간호서비스를 대폭 확대해 간병이 필요한 모든 환자가 포괄간호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최근 간호대학 증설과 정원 증가로 포괄간호를 확대하는 데 필요한 간호인력을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환자가 여러 병의원을 자유롭게 옮겨 다니는 ‘병원쇼핑’도 메르스 확산의 또 다른 주범이었다. 병원쇼핑은 근본적인 원인은 환자가 동네병의원을 불신하기 때문이다. 동네병의원에서 대형병원과 다른 일차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경증환자는 동네병의원에서 중증환자는 대형병원에서 진료받도록 하는 의료전달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동네병의원을 이용하는 환자의 부담을 대폭 낮추고 동네병의원의 일차의료의 질도 크게 개선해야 한다. 국민이 동네병의원을 믿고 찾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병원쇼핑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다섯째, 우리의 문병문화와 응급실 과다한 이용, 병원쇼핑 문화 역시 메르스 확산에 기여했다. 먼저 문병문화가 개선되어야 한다. 감염에 취약한 소아, 임산부, 노인의 병원 문병을 자제하고 너무 오래 병원에 머무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벼운 질병으로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급하지 않으면 낮에 외래를 찾되 정 급하면 우선 동네 병원 응급실을 찾도록 하자. 의료이용문화를 개선하려면 정부와 의료인 단체의 캠페인이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의료기관인증평가 등을 통해 병원 운영방침을 변화시키려는 제도적인 노력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메르스 사태에서 드러난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의 고질적인 문제를 고치지 못하면 메르스 사태는 다른 이름의 바이러스로 되풀이 될 것이다. 이번 사태가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니라 대한민국 보건의료체계의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응급실 과밀화, 감염에 취약한 병원, 병원쇼핑, 어느 것 하나 해결하기 쉬운 것이 없다. 하지만 어렵다고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의료계, 시민단체가 모두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새로운 감염병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지킬 수 있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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