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전자정부 누리집 로고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2024 정부 업무보고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2024 정부 업무보고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정부정책 사실은 이렇습니다

콘텐츠 영역

[‘신(新)주소제’에 기대한다]‘역사향기 짙은 독일식 거리형 참고할 만’

1996.07.22 국정신문
인쇄 목록

신 창 섭(申昌燮) <문화방송 보도국 기자>

문화방송 베를린 지사의 사무실이 있던 거리 이름이 실러 스트라세였다. 독일의 작가 실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그 거리 바로 이웃의 괴테 거리이고 토마스 만 거리간판도 이어서 보인다.

말하자면 문화방송 사무실 근처는 독일 작가들의 이름으로 거리명이 이뤄졌다.

마치 백과사전의 표제어를 만나는 기분이다. 비스마르크거리, 아데나워 광장, 베토벤거리, 본훼퍼거리, 루터거리, 마이내케거리, 참나무 거리 등등.

그러나 독일의 거리명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일정한 법칙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거리명이 구역에 따라 블록화돼 있다는 점이다. 독일 거리명 작명에서 중요한 원칙이다.

다시말해 정치가들이 이름으로 구성된 거리가 있고 어느 구역은 음악가들의 이름으로 채워져 있다. 본에서 다소 지대가 높으며 산을 안고 있는 경향신문 본 특파원 손동우 기자집은 꽃이름으로 뒤덮여 있다. 본시내 관청가는 아데나워, 슈마허 등 독일 여야 정치인들로 채워져 있다. 물론 드골 등 외국 정치가들도 보인다.

또 어느 지역은 작가들이 모여있다. 따라서 나그네가 서있는 거리에 이름이 헨델거리라면 그옆과 뒷길은 틀림없이 브람스 등 음악가의 이름이 보인다.

거리를 걸으면서 만나는 이런 저런 이름을 보면서 저건 모르는 사람인데 하며 길동무에게 물어 배우기도 하고, 아는 인물을 만나면 괜히 기쁘기도 하다. 깨끗하게 단장된 거리에 거리 이름까지 고유명사화 돼 있으니 독일거리에선 향내가 나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일제로부터 물려 받아 80여년간 사용해온 주소지를 바꾸기로 했다. 이 기회에 복잡한 번지를 일련번호로 단순화하는 작업에서 한걸음 나아가 거리에 이름을 달아주는 작업을 병행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를테면 대학로는 문화적 성격이 강하니 골목골목을 예술인의 이름으로 거리명을 짓는것이다. 그러면 대학로는 진정한 문화의 거리가 될것이며 거기에 모여드는 젊은이들은 예술인들의 이름을 상기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방도시의 경우는 그 지방이 배출한 인물을 거리명으로 차용할 수도 있다. 강진의 경우 정약용거리를 만든다. 그건 필시 애향심을 드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독일의 거리이름 작명에서 관찰할 수 있는 또 다른 것은 역사 속의 인물의 경우 그 인물의 거리명 채택으로 역사 속의 객관적 평가도 시도한다는 점이다. 독일이 2차대전 패망전까지는 독일 도시에 거의 히틀러 거리가 있었다.

그러나 대학살의 전범으로 찍힌 히틀러의 이름은 패전과 함께 사라졌다.

최근 독일 도시들에서 새롭게 만나는 거리명이나 광장은 빌리 브란트거리이다. 브란트사후에 그의 평화공존 정책을 높이 평가해 그렇게 내걸고 있다. 아마도 헬무트 콜 총리도 죽으면 거리이름으로 내걸리 것이다.

언젠가 독일거리 작명에 관해 취재한 적이 있다. 본 시청이 거리작명 담당국장은 거리 이름짓는 위원회가 관과 민 합동으로 구성돼 있고 거기서 대부분의 거리명을 짓지만 단체 또는 동단위 그리고 개인자격으로 거리명을 건의할 수 있고 검토후 타당성이 인정되면 채택한다고 설명해주었다.

한국의 거리명 개선작업에서 독일의 원칙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그건 우리들의 황폐해진 정서에 훈기를 불어넣는 상승작용도 할 것이다.

충무로 1가, 2가하는 식보다는 이순신거리, 거북선거리 식으로 고치자는 것이다. 시민들의 제안접수를 통해 시민과 공무원간에 소통의 시간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전다음기사 영역

하단 배너 영역

지금 이 뉴스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