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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넘어
한류의 미래를 위한 재원, 한류펀드가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류'라는 과실이 다시 씨앗이 되도록 만드는 제도적 상상력이다. 이에 한류창의산업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얻은 수혜를 환류하는 제도를 마련해서 '한류펀드'를 형성하고, 이것을 한류창의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데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지난 칼럼에서 한류창의산업이 마주하고 있는 구조적인 위기에 대해 분석하며, 이제는 정부지원과 같은 외적 수혈이 아니라 시스템 내에서 선순환이 가능한 한류의 장기적 비즈니스모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한류의 성공을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장기적 정책이 필요한 바,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이미 모든 산업영역과 문화영역에서 적용되고있는 원칙인 '수혜의 환류' 정책이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2025 마이케이 페스타'에서 외국인 관광객 등이 한류 팬 사인회를 기다리고 있다. 2025.6.19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류는 더 이상 특정 산업의 성과가 아니다. 드라마와 음악을 중심으로 시작된 한국 콘텐츠는 관광, 항공, 플랫폼, 뷰티, 식품 등 광범위한 산업에 파급효과를 만들어 왔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의 상당수가 K-콘텐츠를 계기로 여행을 결정하고, K-드라마와 K-pop은 한국 화장품과 식품의 글로벌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한류는 이제 국가 브랜드이자 다산업 연쇄 가치사슬의 핵심 자산이다. 다시 말해서 이 유관산업들은 K-드라마와 K-pop의 오늘을 가능케 한 한류창의산업과 이해를 같이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성공이 과연 지속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전 칼럼에서 지적했듯이, 한류의 중심인 콘텐츠 산업은 여전히 제작 편수 감소, 인력 소진, 중소 제작사 붕괴 등 구조적 위기에 놓여 있다. 한류로 이익을 얻는 산업은 늘어났지만, 그 이익이 다시 콘텐츠 생산 조건으로 돌아오는 경로는 거의 제도화되어 있지 않다. 다시 말해서 수혜는 확산되었으나, 재투자는 자발성에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환류'라는 정책 개념이 중요해진다. 환류란 성공한 산업의 이익 일부를 다시 그 성공의 원천이 된 영역으로 되돌리는 장치다. 환경 분야의 탄소 비용 내부화나 금융 규제에서 익숙한 개념이지만, 문화산업에서도 충분히 적용 가능하고, 이미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적용되고 있다. 프랑스는 텔레비전의 등장으로 타격을 입은 영화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텔레비전이 자국영화의 방송편성과 프로모션, 제작투자를 하도록 의무화했고, 캐나다와 유럽국가들은 플랫폼의 국내수익 중 일부를 국재에 재투자하도록 의무화했다. 문화는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인력, 시간, 창작 환경이라는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공공적 자산이며, 한류의 경우 명백히 한류창의산업의 성공으로부터 수혜를 입은 연관 기업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넷플릭스 사례는 이 논의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넷플릭스는 한국 콘텐츠에 대규모 투자를 해왔고, 그 결과 한국 드라마의 글로벌 위상도 높아졌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넷플릭스는 이미 한류 드라마로서 명성을 얻고 있던 K 드라마의 명성과 제작 노하우의 덕을 보기도 했다. 넷플릭스는 기존 한국드라마의 아시아 시장에서의 성과와 스트리밍 영향력이 없었다면 절대로 이런 투자를 감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넷플릭스 시스템 속에서 한국 드라마가 글로벌 시청자에 도달하는 동시에 제작비 급등, 방송 편성 축소, 즉 드라마 제작의 급격한 감소, IP의 플랫폼 집중이라는 구조 변화가 가속되었다. 문제는 넷플릭스가 한국내 제작에 투자를 했느냐가 아니라, 그 투자 방식이 산업 전체의 재생산 구조를 강화했느냐는 점이다. 개별 프로젝트에는 자본이 투입되어 해마다 넷플릭스 한국투자액이 트로피처럼 전시되지만, 인력 양성, 중소 제작사 존속, 장기 IP 축적과 같은 기반 영역에는 충분한 자원이 돌아가지 않았다. 제작비 상승과 제작편수의 감소는 한류창의산업 내 노동자들에게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낳았고, 많은 청년들이 산업에서 떠나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만들었다. 청년들이 유입되어 분투할 수 없는 산업의 미래는 없다. 이 때문에 "넷플릭스는 이미 투자했으니 더 요구할 수 없다"는 주장은 논점을 비켜간다. 정책이 다루어야 할 대상은 기업의 의도가 아니라 그 결과다. 환경 규제가 오염 의도를 묻지 않듯, 문화정책 역시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만들어낸 구조적 효과를 교정할 책임을 논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 환류 정책은 투자를 처벌하는 장치가 아니라, 투자의 효과를 산업 전체로 확장하기 위한 균형 장치다. 이 원리는 넷플릭스뿐 아니라 한류 수혜 기업 전반에 적용될 수 있다. 한류 콘텐츠를 활용해 매출을 창출하는 관광 상품, 항공·숙박 패키지, K-뷰티·K-푸드 마케팅, 플랫폼 광고 수익 등은 모두 콘텐츠라는 공통의 원천에 기대고 있다. 이들 기업이 일정 부분을 콘텐츠 인력, IP 개발, 중소 제작 금융에 재투자하도록 유도하거나 선택적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 아니라 가치사슬의 재균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들은 한류 콘텐츠 산업의 발전과 밀접하게 이해를 공유하는 운명공동체임을 이해시켜야한다. 중요한 것은 방식이다. 모든 기업에 일률적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직접 투자와 기금 출연 중 선택권을 주고, IP 국내 잔존이나 인력 보호에 기여할수록 세금부담을 줄여주는 구조 등 서로 수용가능한 방식이 있을 것이다.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면서도 산업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현실적인 해법을 고안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류는 우연한 성공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인력과 창작의 축적 위에 형성된 결과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공의 과실을 둘러싼 갈등이 아니라, 그 과실이 다시 씨앗이 되도록 만드는 제도적 상상력이다. 한류 수혜의 환류를 제도화하는 일은 문화산업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이 축적한 문화 자산을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선택이다. 한류창의산업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얻은 수혜를 환류하는 제도를 마련해서 '(가칭) 한류펀드'를 형성하고, 이것을 한류창의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생태계를 만드는데 활용할 것을 제안한다. ◆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한류 연구자로 정진하면서 팬덤 온라인 참여관찰로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다양한 연구방법을 거쳤으나 스스로는 여전히 세상 속 의미의 생산을 묻는 기호학자라고 이해한다. <세계화와 디지털문화시대의 한류>, <드라마의 모든 것>, 를 출판했고 넷플릭스의 영향, 한국문화산업, 한류현상의 이론화를 위해 국제적 연구자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다년간 연구 중이다. 2026.01.22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
한반도 평화
2026년 한반도 정세의 변수와 과제
외교는 움직여야 역할이 생긴다. 남은 것은 남북 관계다. 세계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이 필요하다…악화의 시간이 길수록 불신이 높을수록 관계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서두르지 말고,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고 충분히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노력하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전 통일부 장관) 새해 들어 이재명 정부는 외교의 문을 활짝 열었다. 한중과 한일 정상회담을 연달아 열어, 한국 외교의 '전략적 자율성'을 높였다.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세계적 차원의 구조적 갈등과 동북아시아 지역 차원의 중일 갈등 사이에서 움직일 공간을 만들어냈다. 외교는 움직여야 역할이 생긴다. 남은 것은 남북 관계다. 세계질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정세의 안정이 필요하다. 한반도 정세의 세 가지 변수 한반도 정세는 국제 질서의 영향을 받는다. 남북 양자관계가 상호 인식과 정책에 따라 대립과 협력 사이에서 변할 수 있지만, 변화의 방향과 속도는 한반도 주변 정세에 따라 달라진다. 남북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 정세의 주요 변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러·우 전쟁의 종전이다. 전쟁이 끝나야 북러 관계도 달라지고, 북한의 외교적 전략의 우선순위가 변한다. 북한은 러·우 전쟁에 참전하면서 러시아로부터 외교·경제·군사 분야에서 지원받고 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는 효과가 줄었고, 러시아에서 얻은 외화의 증가로 북·중 접경무역이 활성화됐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심축으로 외교 전략을 펼치면 북미 관계나 남북 관계에 소극적일 가능성이 높다. 전쟁이 끝나야 미·러 관계도 달라지고 한러 관계도 재개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종전 협상의 구조와 내용을 살펴보면 당분간 러·우 전쟁의 조기 종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린란드 문제를 포함해 미국과 유럽의 외교관계가 악화하면서 동맹국 내부의 단일 협상안을 마련할 수 없고, 미국의 중재도 한계를 보인다. 언제나 전쟁은 마음먹은 대로 시작해도, 끝내고 싶을 때 끝낼 수 없다. 전쟁의 결과인 상처를 치유하고 분노를 가라앉히는 데 시간이 걸린다. 특히 영토의 조정 문제는 단순히 전력의 물리적 우위를 넘어선다.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방문객들이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를 망원경으로 살펴보고 있다. 2025.6.19.(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둘째는 북미 관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두 번 중국을 방문한다. 4월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고, 11월에 선전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가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방문하는 시점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외교적 성과를 만들려면 4월의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4월 베이징 방문 계기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북미 관계가 풀려야 남북 관계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진다.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은 변수가 많다. 만남이 이뤄져도 만남과 협상 사이에는 거리가 존재한다. 북한의 태도도 중요하다. 북한은 대미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미국을 불신하고 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개입으로 북한의 불신은 더 커졌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국제규범이 무너지고 군사적 개입이 늘어날수록 북한은 핵 보유에 집착할 가능성이 크다. 셋째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적대성'이 줄어 들었지만, 여전히 북한은 두 국가론을 유지하고 국경화 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9차 당대회의 개최 시점과 당규약에 '두 국가론'을 어느 정도 수준에서 반영할지도 지켜봐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 전환이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실질적인 관계 회복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한반도 평화공존' 위한 세 가지 과제 첫째는 외교를 통한 환경 조성이다. 한미 관계를 통해 북미 관계 재개의 환경을 만들고, 한중 관계를 통해 북한을 설득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러·우 전쟁이 끝나는 대로 한러 관계를 회복해서 남북러 삼각 협력 사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한일 관계에서 대북 정책의 차이가 존재하지만, 공감대를 넓힐 수 있는 전략적 소통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남북 양자관계에서 불신을 신뢰로 전환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한국의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서 국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돌아갈 때다. 둘째, 선제적 조치의 필요성이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서 핵심은 적대성이다. 적대관계가 두 국가론의 원인이기 때문에 어떻게 적대성을 완화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대북 방송과 대북 전단 문제에서 선제 조치를 통해 북한의 호응을 유도한 바 있다. 접경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가능한 수준에서 선제 조치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호응 여부에 따라 9·19 군사합의의 복원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국민 합의의 중요성이다. 세계적인 차원에서 정체성 정치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대북 정책은 국내적으로 정체성 정치의 주요 구성요소다. 심화되는 정치적 양극화의 현실에서 대북 정책의 초당적 협력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대북 정책에서 다수의 합의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국민적 의견 수렴의 문을 열고, 사회적 대화를 확대하고, 널리 지혜를 구해야 한다. '일관성'과 '인내심' 필요 세계질서는 급변이나 격변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하다.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국면이다. 동북아시아 지역이나 남북 관계는 다른 지역의 정세와 비교해 보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 과거와 달리 세계는 연결돼 있고, 다른 지역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남북 관계를 예측할 수 있어야 변화에 대응능력이 생긴다. 악화의 시간이 길수록 불신이 높을수록 관계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급할수록 돌아가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서두르지 말고,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고 충분히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북한에 대한 메시지에서 핵심은 방향이다. 평화와 공동 번영의 의지를 일관성 있게 발신해야 한다. 현안에 대해 정부가 한목소리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노력하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 / 전 통일부 장관 성균관대에서 북한의 정치경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 문재인 정부때 통일연구원 원장,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현재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이며,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협상의 전략>(2016), <70년의 대화: 새로 읽는 남북관계사> 등이 있다.
2026.01.19
김연철 인제대 교수(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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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산업의 미래
피지컬 AI 세계 1위를 위한 기반을 만들자
우리가 피지컬 AI 분야 세계 1위의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반과 운용 환경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책적 의지는 강하다. 그러나 이제 좀 더 기민하고 구체적인 실천 전략 수립이 필요할 때이며, 현장과 대화, 현장을 통한 문제 해결 방안을 빠르게 세워 나가야 할 시점이다.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는 행동 계획안을 통해 2030년 피지컬 AI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6을 다녀온 후 밝힌 소감에서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 현장과 산업 데이터, 반도체 배터리, 모빌리티 로봇 등 피지컬 AI에 최적화된 산업 구조, 빠른 융합과 고도화가 가능한 연구·인재 역량을 갖추고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고성능 휴머노이드나 자율주행차 개발과 이를 위한 AI 플랫폼 기반 연구에 집중하고 있고, 중국은 대규모 실증, 빠른 반복, 즉각적인 산업 적용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가 첨단 제조 환경과 경험, 국가 정책적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피지컬 AI 분야 세계 1위의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반과 운용 환경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피지컬 AI를 위한 AI 기반 기술의 현재를 파악해 보면 몇 가지 접근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이번 CES에서 선보인 엔비디아의 전략을 살펴보면 단순히 실세계에 대한 디지털 버전을 넘어서 물리적으로 정확한 디지털 세계를 표현하는 옴니버스, 물리 세계에서는 시간적 전개 예측, 물리적 인과 관계를 추론해 다양한 세계에 대한 확률적 분포를 전개하는 코스모스, 그 위에서 다음 행동을 결정하는 알파마요(자율주행), 그루트(휴머노이드) 같은 VLA(비전-언어-행동) 모델을 추가하고 이 세 가지 계층 간의 데이터를 피드백 루프로 연결한다. 알파마요의 결정을 시뮬레이션 하는 알파심이라는 모듈 또한 내부에서 활용한다. 엔비디아의 기본 철학은 물리적 현실을 정확히 디지털 세계에 표현하는 것과 선택, 전략, 정책을 분리해서 책임과 설명이 좀 더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며, 실세계 적용을 위해서는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로봇이나 자율주행차가 먼저 학습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국방, 기업, 산업에 따른 다양한 세상을 위한 확장 가능성을 얻고자 한다.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6' 개막 이틀차인 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 마련된 엔비디아 전시장 '피지컬AI관'에서 관람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6.1.8.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테슬라는 세상에 대한 이해나 모델은 암묵적으로 거대 신경망 학습을 통해 이루어지고, 실제 도로 운행을 통해 학습을 하고 검증은 실제 도로에서의 통계적 성능에 의존한다. 물론 테슬라도 월드 시뮬레이터를 갖고 운행 데이터에서 얻어진 엣지 케이스(자주 일어나지 않는 특수한 상황)를 좀 더 다양하게 합성 데이터로 추가해 학습하게 한다. 종단간(엔드-투-엔드) 방식이라는 테슬라의 방식은 물리 세계에 대한 접근은 실제 세계를 경험하는 인공 신경망이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것이고 실세계 자체를 실험실로 쓴다는 방안이다. 중국도 휴머노이드나 자율주행에서 이런 혼돈 속의 세계에서 피지컬 AI가 실제로 경험을 통해 발전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번에 큰 관심을 받은 현대차의 아틀라스 휴머노이드는 구글의 제미나이 로보틱스라는 VLA 모델을 활용했다. 구글의 접근은 모델 중심의 통합형 구조라는 점에서는 테슬라와 유사하지만, 언어, 추론, 계획의 범용성을 더 추구한다. 테슬라가 행동 중심이라면 구글은 인지 중심이라고 볼 수 있다. 팔란티어는 파운드리 온톨로지를 통해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주요 의사결정과 데이터 흐름을 반영하는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이는 객체, 사건, 관계 중심으로 세계를 구조화된 기록으로 표현한다. 팔란티어에서 AI는 의사 결정의 보조자이며 누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가를 추적할 수 있는 AI 운영 체제에 가깝다. 이와 같이 주요 기업이 피지컬 AI에 접근하는 방식은 철학이 다르고 기본 플랫폼이 다르다. 우리의 피지컬 AI 전략이 어떤 방향을 선택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결정이다. 아직 우리에게는 이들과 경쟁 수준의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이나 월드 모델, 독자적 VLA 모델 연구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코스모스라는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을 2025년 1월 CES에서 발표하면서 여기에 투입한 자원을 소개했는데, 2천만 시간의 영상 데이터, 9천조 개의 토큰, 1만 장 규모의 H100 GPU를 사용해 학습했다고 한다. 엄청난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피지컬 AI가 성공하려면 현장 데이터를 통한 고품질 학습, 현장에 있는 많은 시스템과의 통합 운영, 신뢰성 강화, 실시간 제어를 통한 지연 시간 문제 해결, 실패를 관리할 수 있는 현장 관리 방안, 효율적인 엣지 모델의 개발 등 앞으로 해결한 문제가 매우 많다. 그러나 이런 추가적인 연구 개발이 우리에게는 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첨단 제조 환경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의 제조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고품질 데이터의 확보, 현장에서 사용하는 수많은 센서와 부품의 다양성과 이에 대한 운영 경험, 공장과 시설 운영에서 얻은 시행착오와 관리 비결, 그리고 통신과 반도체 기술 기반을 모두 갖춘 나라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 뛰어난 잠재성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실제 환경을 기반으로 하는 피지컬AI 레퍼런스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모범 사례를 빨리 만들어야 한다. 이는 국내 기술과 외국 기반 기술의 협력을 통할 수도 있으나, 현재 추진하는 국가 대표 파운데이션 모델과 같이 자체적인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의 구현도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혼란한 세상에서 AI가 계속 진화하는 방식을 취할 것인지 아니면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인 접근 그리고 다양한 환경으로의 확장을 위한 탄탄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 결정이 필요하다. 물론 산업 분야별로 독자적인 특화 모델을 만들어 접근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제조 현장만 해도 너무나 다른 환경과 시스템이 있고, 현장의 문제를 하나하나의 독립적인 모델로 해결하는 것은 모델의 파편화를 가져올 것이며 이는 과거 AI가 문제 별로 독립적인 모델이 발전하다가 거대언어모델(LLM) 같은 파운데이션 모델로 통합하게 되는 혁신에 뒤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자체적인 월드 모델 또는 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력 있는 VLA 모델 구축이 늦어진다면, 우리는 LLM이 발전하고 3년 뒤에 본격적인 국가 전략을 논의한 것처럼 다시 피지컬 AI를 위한 외국 기술이 세상을 뒤흔들어 놓고 난 다음에 새롭게 도전하자는 이야기를 반복할 수 있다. 정책적 의지는 강하다. 그러나 이제 좀 더 기민하고 구체적인 실천 전략 수립이 필요할 때이며, 현장과 대화, 현장을 통한 문제 해결 방안을 빠르게 세워 나가야 할 시점이다. ◆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1회 졸업생으로 1980년대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 주제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전자 등에서 활동했으며 1999년 벤처포트 설립, 2003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전략대표와 일본 법인장을 역임했다. 카이스트와 세종대 교수를 거쳐 2011년부터 테크프론티어 대표를 맡고 있다. 데이터 경제 포럼 의원, AI챌린지 기획, AI데이터 세트 구축 총괄 기획위원 등을 역임했다. 대표 저서로는 , 2026.01.15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등이 있다. -
민생경제
이재명 경제의 성장전략과 혁신의 토대
결국 2026년 경제성장전략의 성패는 '자금 동원' 자체가 아니라, 그 자금이 혁신의 연쇄반응을 만들도록 자본·노동·생산성의 세 축을 얼마나 정교하게 맞물리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펀드가 마중물이 되고, 인재가 공급되고, 경쟁과 이동성이 혁신을 확산시키며, 지식 생태계가 꾸준히 새로움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일시 반등을 넘어 추세 자체가 바뀔 수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응용데이터사이언스 교수 2025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사학자 조엘 모키어에 따르면, 경제성장은 결국 '지식이 퍼지는 방식'의 문제다. 실험과 토론이 존중되고, 현장 기술과 과학 지식이 서로를 밀어 올리며, 실패가 다음 시도로 이어지는 사회에서는 생산성이 구조적으로 상승한다는 것이다. 같은 해 노벨경제학상을 공동 수상한 아기옹과 하윗은 이러한 성장 생태계가 작동하는 경제적 메커니즘을 '혁신과 경쟁'으로 풀어냈다. 새로운 기술과 기업이 등장하면 낡은 방식은 밀려나고, 이 창조적 파괴가 반복될수록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다만 혁신은 저절로 퍼지지 않는다.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고, 진입과 퇴출이 원활하며, 전환 비용을 흡수하는 안전망이 갖춰질 때 비로소 혁신은 연쇄반응으로 이어진다. 한 나라의 산출은 자본(설비·인프라·R&D), 노동(인구·참여·숙련), 그리고 생산성(기술·조직·제도·경쟁이 만드는 효율)으로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저출생으로 생산인구가 줄고 투자도 둔화되는 국면에 접어들었다. 획기적인 투자 확대와 생산성을 높이는 개혁 없이는 경제성장을 지속하기 어렵다. 최근 발표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생산함수의 언어로 읽으면, 자본·노동·생산성이라는 세 축을 혁신을 통해 성장경로를 재설계하려는 청사진으로 볼 수 있다. 9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한 상인이 이재명 대통령의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를 시청하고 있다. 2026.1.9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먼저 자본 측면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투자의 '양'보다 '방향'을 바꾸겠다는 의지다.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AI·반도체 같은 첨단산업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하고, 국민참여형 펀드와 세제 혜택을 결합해 장기자금을 모험자본으로 전환하려는 구상도 담겼다. 자본을 혁신 부문으로 재배치하려는 장치인 셈이다. 장기 주식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생산적 금융 ISA도 신설한다. 국내 주식·펀드, 국민성장펀드, BDC(성장단계기업) 투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청년형·국민성장 ISA를 통해 참여층을 넓히겠다는 방향도 함께 제시됐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가이드라인과 자사주 과세체계 정비를 함께 묶은 점도 의미가 있다. 자본시장의 신뢰를 높여 장기투자 기반을 다지려는 접근이다. 여기에 CVC(기업형 벤처캐피털)의 외부자금 모집 및 해외투자 규제 완화, 금융회사의 생산적 대출에 대한 충당금 손금인정 확대 조치도 포함됐다. 이런 조치들은 혁신 투자로 가는 금융의 관로를 넓히는 미세조정으로 볼 수 있다. 둘째, 노동 측면에서는 인구 감소로 노동 투입이 줄어드는 문제를 인적자본의 질로 상쇄하려는 설계가 담겼다. 이공계 장학금과 연구생활장려금을 확대하고, 학·석·박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며, AI 단과대학을 신설해 권역별로 확산한다. 해외 우수인재 유치와 비자 트랙 정비도 포함됐다. 인재 파이프라인을 길게 깔아 숙련 인력 공급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지방주도성장 정책도 같은 흐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노동과 기업이 수도권에만 쏠리지 않도록 RE100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규제·정주·재정·세제를 패키지로 지원한다. 권역별 혁신벨트를 구축하고 광역 교통·물류망도 확충해 지역의 실물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이다. 셋째, 생산성 측면에서는 기술 축을 AX와 피지컬 AI까지 넓혀 일하는 방식 자체를 업그레이드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독자 AI모델을 공개하고 정부 AX 사업에는 첨단 GPU·모델 등 공통자원 지원체계도 마련한다.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끌어올려 같은 투입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내게 하려는 목적이 분명하다. AI의 적용 범위도 넓히려 한다. 휴머노이드 프로젝트와 월드모델 기반 학습을 추진해 제조·물류·재난·농업 같은 실물 영역으로 AI를 확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생산성 향상이 일부 선도 산업에만 머물지 않도록 '확산 범위'를 키우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여기에 공정성장 과제를 생산성의 제도 축으로 함께 묶은 점도 중요하다. 상생결제 등 대금지급 시스템의 의무화를 확대하고, 하도급 과징금 상향과 기술탈취 제재 강화, 증거개시 도입 검토도 추진한다. 거래비용과 불확실성을 줄이고 혁신의 성과가 정당하게 보상받는 환경을 만들어, 기술 혁신이 중소기업·서비스업까지 확산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다. 마지막으로, 거시 안정과 구조혁신을 한 묶음으로 제시한 점은 전략의 지속가능성과 맞닿아 있다. 경기·물가·금융이 흔들리지 않도록 안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세입 기반을 다지고 비과세·감면도 점검한다. 조달과 공공기관 혁신을 통해 재정 효율을 높이겠다는 방향도 담겼다. 성장정책이 단기 재정지출 경쟁으로 소진되는 것을 막는 안전판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첫째, 펀드와 세제가 정책의 전면에 놓이면서 '돈을 모으는 장치'가 '돈을 잘 쓰게 만드는 규칙'보다 더 커 보인다. 한국 경제의 문제는 돈이 부족한 데 있지 않다. 시중 유동성은 오히려 풍부하다. 문제는 돈이 혁신으로 흘러가지 않는 데 있다. 혁신에 도전하는 기업가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고, 반대로 상속을 통한 자산 이전에 관심이 쏠린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경제의 역동성은 예전보다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번 전략에서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고민이 상대적으로 약해 보인다. 둘째, 생산성을 높이는 또 하나의 축인 사회개혁 로드맵이 잘 보이지 않는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정년연장 논의, 직무·성과 중심 보상체계 확산, 전직·재교육을 통한 이동성 제고, 자영업 구조와 산업 구조조정 등이 모두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런 제도 개혁은 기술 투자 못지않게 생산성을 끌어올린다. 결국 2026년 경제성장전략의 성패는 '자금 동원' 자체가 아니라, 그 자금이 혁신의 연쇄반응을 만들도록 자본·노동·생산성의 세 축을 얼마나 정교하게 맞물리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펀드가 마중물이 되고, 인재가 공급되고, 경쟁과 이동성이 혁신을 확산시키며, 지식 생태계가 꾸준히 새로움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일시 반등을 넘어 추세 자체가 바뀔 수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 응용데이터사이언스 교수 서울대 경제학 학·석사, 美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로 2008년부터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 분야는 공공경제·재정학(출산·지방재정·기초소득), 노동경제학(최저임금·고령자 노동), 복지정책평가(보육·빈곤), 조세정책(종부세·조특법), 빅데이터·데이터사이언스이다. 빅데이터연구소장을 맡아 정책 평가와 실증분석을 수행해왔다.
2026.01.12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응용데이터사이언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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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새 지평
2026년 우리 앞에 놓인 외교안보 과제들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6월 취임 12일만에 G7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등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실용외교를 펼쳤다. 그리고 2026년에도 많은 외교안보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바야흐로 올해는 균형외교와 한반도 평화 재건 및 글로벌 책임강국을 시현할 때다.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 실종된 한국의 국익을 되찾은 2025년 한국외교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6월 취임 12일만에 G7 정상회의에 참석해 반년 동안 국제무대에서 실종되었던 한국이 민주국가로서 복귀했음을 천명했고, 이념 중시 편향외교로 미국과 일본의 국익에 매몰되었고 북중러 북방 3국과 단절했던 기형적 대외정책을 연말까지 정상화하면서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실용외교를 펼쳤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5차례 다자무대에서 활동했고, 9개국을 순방했으며 35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미중 경쟁에 따른 구조적 어려움과 북러동맹으로 가중된 한국 외교 위상 저하, 북한의 남북관계 차단에 더해 미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을 경시하고 오로지 미국 국익 증진에 몰두하느라 일방적으로 가해온 안보와 경제 압박 등 무한 경쟁시대의 다양하고도 심각한 도전들을 극복하고 국익을 증진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캐나다 앨버타주 캐내내스키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장에서 G7 및 초청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6.19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무엇보다도 한미관계를 굳건한 신뢰의 반석 위에 재정립했다.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부과와 투자 압박에 대해 끈질긴 인내심을 발휘하고 강인한 의지로 버티며 합리적으로 설득해 호혜적인 합의를 도출하고 양국 지도자 간 확고한 신뢰를 구축했으며 전작권 전환 합의와 원잠 구축 및 원자력 협정 개정이라는 오랜 과제를 실현했다. 일본의 국익에 종속되는 듯한 굴종외교를 호혜적인 이익 증진에 기반한 우호관계로 전환하는 데도 성공했다. 외교적 백미는 20여개국 정상이 참석한 APEC 정상회의를 한국의 선진국 위상을 과시하면서 미중 갈등 상황에서 경주 정상선언을 도출하는 등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이다. 9년 이상 서먹했던 한중관계도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전략적 협력 기조를 회복했다. '케데헌' 등 K-pop, K-culture, K-food의 확산과 K-민주주의 시현에 더해 우리 대통령이 유엔안보리 회의를 주재하고 엔비디아의 GPU 26만장을 확보하는 등 한국을 아태지역의 AI 허브로 발전시키는 기반을 마련하여 한국의 미래 먹거리 장만에도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2026년: 균형외교와 한반도 평화 재건 및 글로벌 책임강국 시현 2026년에도 많은 외교안보 과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먼저 이 대통령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한반도 안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이웃나라로서 우리와 수 천 년간 관계를 맺어온 중국을 방문한다.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9년만의 국빈방문으로서 두 달 전 조성한 양국 정상 간 우호관계를 보다 돈독히 하고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완전히 복구하는 동시에 여러 국정 목표들을 실현할 기반을 조성하고자 한다. 양국 관계 정상화를 넘어 상호 존중하면서 무역 증진과 FTA 2단계 협상 등 호혜적인 협력을 증진하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의 토대와 발전 동력을 창출하려 한다. 정부가 북중 관계 정상화를 한반도 평화 회복에 긍정적인 진전으로 평가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4월 방중을 주요 기회로 삼으며, 중일 간 갈등 확대로 중국이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재평가하고 있으므로 중국 역시 북한의 도발 억지와 남북 관계 개선 등 한반도 평화 회복에 힘을 보태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서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나라현을 방문해 양국 간 셔틀 정상외교를 이어간다. 다카이치 총리가 중일 갈등 상황에서 가치 공유국으로서 한국의 외교적 지원을 요청하겠지만, 한중일 3국 협력 사무국 유치국으로서 3국이 역사를 직시하고 미래지향적인 협력을 도모해나가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한일 양국이 실용적이고 호혜적인 협력을 발전시키자고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뢰관계와 호혜적인 협력의 기반을 마련한 한미 간에는 미래 동맹관계 발전을 위해 후속 협의에서 구체적인 시행안을 마련하고 합의를 이행해 나가야 한다. 한국의 대미 투자와 미국의 대한 관세에 대해 세부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고, 담당 기관을 결정하거나 설립해 대미 투자가 적절하게 심의, 결정, 시행되어야 한다. 원잠 건설과 원자력 협정 개정 역시 양국의 국내 여러 관련 기관 간 조정을 거쳐 조속히 시행해야 한다. 전작권 전환과 확장억제 강화 및 한미동맹 현대화를 위한 협력도 원활하게 추진해야 한다. 한미일 안보협력과 한중 전략적 협력 관계도 지혜롭게 병행 추진해야 한다. 5사단 열쇠부대 군 장병들이 지난 22일 경기 연천군 접경지역에서 시범 운용 중인 다족 보행 로봇과 함께 철책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2025.12.29(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편 핵 무장과 미사일 시험 그리고 남북관계의 적대적 단절 등 모험적인 독자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북한의 도발과 위협적 행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분단비용을 최소화하며 평화통일의 미래를 조성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북한과 가까운 중국 및 러시아와의 외교를 활용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정상회담 개최 의향도 최대한 선용해 남북관계의 물꼬를 터야 한다. 적극적이고 우호적인 협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상호 간에 우발적 충돌을 예방하고 적대감을 해소하며 정상적인 관계를 형성하도록 전향적인 정책을 펼치면서 서로에게 이로운 호혜적인 협력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 또 이를 위해 선제적인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국민 여론의 지지를 획득하는 설득 및 홍보도 적절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주변 4강국 중 그간 가장 관계가 후퇴한 러시아와의 관계도 관리해야 한다. 러우전쟁 진행 중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한러관계가 적대적으로 악화시킬 수 있는 일은 자제하고 휴전이나 종전이 될 경우 빠른 시일 내에 한러관계가 정상화되도록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종전 전이라도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의 많은 기업들과 교포 및 한인들의 인권과 권익이 보장되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국 우선주의로 인한 무한 경쟁의 각자도생 시대에 미중 경쟁 격화에 따른 국제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으므로 경제안보 외교도 매우 중요하다. 정부 사령탑을 구성해 주요 자원과 원자재의 공급망을 확보하고 수출처를 다변화하는 동시에 첨단 기술을 보호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대내외 전략을 연계한 복합적이고 종합적인 경제안보 국가전략을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 끝으로 인도 및 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로 한국 외교의 외연을 확장하고 문화 수출국이자 국제 규범 준수의 모범국, 그리고 국제 평화와 공동 번영의 기여국으로서의 책무를 다하는 노력도 강화해 글로벌 책임 강국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위상도 확립해 가야 할 것이다. ◆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 27년 간 세종연구소에서 북핵문제, 남북관계, 한미동맹, 한러관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한국의 국가안보와 국가전략을 연구했다. 한반도 정세 안정과 평화 구축 및 평화통일을 위해 화해와 공동번영 및 국익 극대화를 지향하는 실용외교를 주창해왔다. 국정기획위원회 외교안보 분과장을 맡았다.
2026.01.05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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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경제다
2026년 국내외 주요 리스크
대외적 불확실성에서 오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길은 내수 강화밖에 없다. 내수 강화는 양극화를 완화해야만 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 이전부터 '기본사회' 추진을 양극화 해소의 해법으로 제시한 바 있다. 올해는 이를 실천하는 해가 되어야만 한다. 기본사회의 실현으로 양극화 해소와 민주주의 강화만이 계엄과 내란을 종식하고, 나아가 남북 관계를 풀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2025년 한국은 위기를 넘어 새로운 민주주의 모델을 만든 한 해였다. 국민 주권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확인함으로써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강한 복원력을 보여주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 운동 중 가장 아름다운 비폭력 저항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전까지 많은 사람이 시대착오적이라 생각했던 계엄이 하나의 현실이 된 원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민주주의 위기는 진행형이다. 정치적 갈등을 군사 권력 동원으로 해결하려 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도 계엄을 "국가 위기 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한 선언"이라고 정당화하고 있고, 계엄에 지지를 보내는 국민이 상당할 정도로 한국 사회의 분열과 대립은 심각하다. 정치적 양극화는 기본적으로 경제적 양극화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문제는 정도 차이가 있을 뿐 정규직 대 비정규직 간 소득 격차나 대기업 종사자 대 중소기업 종사자 간 소득 격차라는 주요국에서의 일반적인 양극화 양상과 달리 한국에서 가장 심한 소득 격차는 임금 노동자 대 자영업자 간 소득 격차에 있다. 2024년 기준 전체 취업자의 23%에 달할 정도로 한국 사회에서 자영업자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1인당 평균 소득은 임금노동자 평균 소득의 35%도 되지 않을 정도로 영세성을 보인다. 서울 마포구 망원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5.10.28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자영업 영세성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형' 양극화는 한국 사회의 분열과 대립에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분단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분단이 일제 식민지 지배의 연장선에 있듯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한국형 산업화 모델'은 자기완결성을 결여한 산업체계와 고부가가치 부문이 취약한 산업구조를 특성으로 한다. 가치사슬 체계와 산업생태계에서 고부가가치 부문을 미국과 일본 등에 의존하는 생산방식이 기본틀을 구성한다. 그렇다보니 일자리 창출에서 제조업의 역할이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일자리 양극화' 현상은 자연스럽게 자영업 과잉을 구조화하였다. 이처럼 분단과 '한국형 양극화'는 동전의 앞뒷면을 구성한다. 사회 분열과 대립을 방치한 결과가 바로 세계 최악의 양극화와 반세기가 넘는 남북 간 대립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6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있지만 그중 제일 큰 근본적인 문제가 양극화"이고, 12월 19일에는 외교부·통일부 등을 대상으로 한 업무보고에서 "(남북이) 과거엔 원수인 척을 했는데, 요즘은 진짜 원수가 돼 가는 것 같다"며 양극화와 남북 간 증오를 한국 사회의 분열과 대립의 핵심 문제로 거론한 배경이다. 그런데 남북 관계의 전환점을 만든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래 지난 25년간 남북 관계는 개선되기보다는 결과적으로 파국으로 끝났고, 민주정권의 측면에서 볼 때 이 파국의 가장 큰 원인은 북한에 대한 보수정권의 적대시였다. 이 논리를 따른다면 남북이 '진짜 원수'가 된 것은 민주정권의 장기 집권 실패인 것이고, 결국 민주정권의 민생 해결 실패 및 악화와 그에 따른 민심 이반이 근원이 된다. 예를 들어, 70%가 넘던 임금노동자 1인당 소득 대비 자영업자 1인당 소득 비중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지나며 59%로 떨어졌고, 문재인 정권에서도 54%에서 39% 밑으로 떨어졌다. 즉 양극화 악화에 따른 민심 이반이 반복적인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민주정권의 집권이 서민의 경제력 강화에 따른 실질적 민주주의, 즉 경제민주주의로 이어지지 못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 사회에서 분단과 민주주의는 같은 문제이다. 양극화 해소 없이는, 아니 양극화가 악화하는 한, 폭력을 법제화하고 민주주의를 중단/후퇴시키는 계엄 및 내란은 반복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이재명 정권에서도 시민들은 민생 회복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재명 정부가 시작된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사업체 종사자의 지난해 월평균 실질 급여는 353만 8000원이었는데, 이는 2016년의 354만 2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지난해 11월 기준 587만 명이 넘는 임시직 및 일용직의 월평균 실질 급여는 147만 9000원에 불과하고, 이는 2015년의 150만 2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상용직 월평균 급여 대비 임시직과 일용직의 월평균 급여 비중이 40%도 되지 않는데, 2010년 이래 가장 높았던 2020년의 45%보다 5% 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이다. 이처럼 2024년 1인당 월평균 실질 소득이 141만 원에 불과했던 자영업자와 더불어 가장 낮은 곳에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은 사실상 생존 위기를 겪고 있다. 이들의 삶을 외면하는 한 한국 민주주의는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양극화에 기반한 분열과 혐오와 증오 등을 자양분으로 삼아 극우 집단이 성장하고, 그 결과 계엄/내란 세력이 정치적으로 부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양극화 위기는 올해 대외적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다. 이재명 정부 이후 우리 경제에서 가장 활력을 보여주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문제는 현재 글로벌 경제가 인공지능(AI) 투자로 움직이고 있고, 그 연장선에서 수출을 포함한 한국의 생산 구조도 AI 관련 품목 중심으로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AI 편중 현상은 향후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AI 구조조정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경쟁적인 투자와 수익이 확보되기 이전의 선행투자(upfront investment) 부담의 증가, 그리고 승자독식(winner-takes-it-all) 등 신기술의 초기 단계 특성으로 단기적 부침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오라클(Oracle)의 과도한 자본지출 부담, 알파벳의 제미나이(Gemini) 3.0 모델 등장 이후 오픈AI(OpenAI)의 비상사태(Code RED) 발동에서 보듯이 AI 모델을 둘러싼 경쟁 압력 증대, AI 칩의 주요 공급사 중 하나인 브로드컴(Broadcom)의 AI 사업에 대한 비관적 전망 등이 'AI 거품론'의 불쏘시개가 되는 배경이다. 이러한 불안 요인들을, 새로운 경제 생태계가 구축되어 가는 과정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규모와 과열 정도에 따라 자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의미가 다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올해 통화정책 운용 방향을 보여준 12월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은 최근의 AI 편중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12월 연준 회의의 핵심 결정 내용은 금리 인하가 아니라 '정부 부채의 화폐화'를 의미하는 양적완화의 재개였다. 즉 연준은 국채 매입을 월 400억 달러까지, 그것도 만기 3년까지 국채 매입 대상을 확장하고, 여기에 국채 담보 대출을 무제한 허용함으로써 '노골적으로'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 완화를 지원하기로 하였다. 회계연도가 10월에 시작하는 미국의 재정적자는 2001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24년간 매 8년마다 3조 4183억 달러→7조 9399억 달러→14조 9992억 달러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 결과 이자 지급액도 2조 7640억 달러→3조 3657억 달러→5조 7681억 달러로 증가해 왔다. 지난해 이자지급액은 전체 지출의 17%가 넘는 1조 2200억 달러에 달하였다.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었던 금융위기 이후와 달리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고금리 지속에 따른 결과이다. 트럼프가 금리를 1%까지 내려야 하고, 이를 위해 차기 연준 의장은 금리를 자신과 상의해야만 한다는 시대착오적 사고를 노골화(WSJ, 12월 12일)하는 배경이다. 문제는 시장금리의 기준이 되는 중장기 국채 수익률이, 특히 기간이 길수록 금리가 하방경직성을 보일 정도로 인플레 우려가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금리 인하를 무리하게 강행하면 인플레와 시장금리 상승 우려로 국채 매도 사태가 일어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연준의 금리 인하가 현실화하면 자산시장은 일시적으로 불이 붙을 수 있겠지만, 인플레 충격이 AI 사업의 불안정성과 결합하면 자산시장 리스크는 현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경우 우리나라 주식시장 역시 충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고, 환율 변동성도 재발할 것이다. 여기에 반도체 착시효과도 걷히면 경제지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할 수 있다. 대외적 불확실성에서 오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길은 내수 강화밖에 없다. 내수 강화는 양극화를 완화해야만 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집권 이전부터 '기본사회' 추진을 양극화 해소의 해법으로 제시한 바 있다. 올해는 이를 실천하는 해가 되어야만 한다. 기본사회의 실현으로 양극화 해소와 민주주의 강화만이 계엄과 내란을 종식하고, 나아가 남북 관계를 풀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자 최배근 경제연구소 이사장. 건국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제사학회 회장, 민족통일연구소 소장, 대안학교인 민들레학교 설립자이자 교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누가 한국 경제를 파괴하는가>, <화폐 권력과 민주주의> 등이 있다.
2026.01.02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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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일의 미래
"일을 적게 합시다"
인공지능은 많은 것을 자동화해줄 수 있다. 그러나 자동화 이전에 해야할 일이 있다. 그것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없애는 것이다. 과도한 문서꾸미기, '가짜 노동'을 없애지 않고 AI를 도입하는건 말하자면 '인감찍는 로봇'을 만드는 것과 같다.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1. 박 주무관은 떨리는 손으로 과장에게 보고서를 내밀었다. 각종 데이터와 사례들을 찾아 심혈을 기울여 작성한 보고서였다. 과장은 보고서를 받아든 지 딱 10초 만에 이렇게 말했다. "박 주무관, 보고서 형식이 이게 뭔가? 보고서에 들어갈 내용만 적는다고 다가 아니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보기좋은 보고서가 내용도 좋은 거야. 인재개발원에서 이런 것도 안 가르치나? 용지 여백도 안 맞고, 자간이랑 줄 간격도 엉망이네. 다시 해와요" 어제 같은 경우가 딱 그랬다. 과장은 노안이 왔다며 보고서의 글자를 평소보다 키우고 줄 간격은 넓혀서 가져오라 하고, 국장은 종이를 아껴서 헐벗은 지구를 지켜 줘야 한다면서 전체 분량 2쪽을 넘기지 말라 하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 난감했던 박 주무관은 고민 끝에 보고서를 2가지 버전으로 출력해 가져갔다. - <90년생 공무원이 왔다> 행정안전부 2020년 11월 발간 #2. "보고서 문화가 심각합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내려온 차트문화, 차트를 얼마나 잘 꾸미냐가 이게 일종의 승진의 기회가 되기도 했던 관행이 전부처 전체 말단 지방까지 뿌리를 내렸습니다.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문서까지도 그 흔적이 남아서 보고서를 과도하게 꾸미느라 필요없는 노동을 낳았습니다. 아래아한글은 이런 공직문화를 겨냥해서 과도한 편집기능을 집어넣었습니다. AI가 못읽습니다. 대통령이 시작한 일이라 대통령님이 풀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전 지휘급 공무원들에게 보기좋은 문서를 요구하지 말고, AI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보고서에 장차관들도 적응을 해라 지시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2025년 12월 대통령 보고 <90년생 공무원이 왔다>는 2020년말 행안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책이다. 500여 명의 공무원들이 범정부 네트워크 '정부혁신 어벤져스'를 구성해 정부혁신방안을 논의했고, 여기서 일한 90년대생 57명이 이 책을 썼다. 당시 진영 장관은 서문에서 "이런 목소리를 포함해 정부 혁신을 추진해나가야 한다"고 했고, 이듬해 2월 새로 취임한 전해철 장관은 온라인으로 저자들과 만나 진솔한 생각을 나눴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부혁신어벤져스와의 대화'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12.21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리고 5년이 지난 2025년말 행안부 장관은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문서까지도 그 흔적이 남아서 보고서를 과도하게 꾸미느라 필요없는 노동을 낳았습니다"고 얘기한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아래아한글의 과도한 편집기능이란 자간(글자사이 간격 조절), 행간(행과 행사이 간격 조절), 장평(글자의 높이와 넓이 조절), 표안의 표…등을 말한다. 기실 이런 것들은 문서작성기가 아니라 '탁상출판(DTP, Desk Top Publishing)' 기능이다. 문서를 만들 때 쓰라고 만든 기능이 아니라는 뜻이다. 여기에 과도한 의전, 차트문화가 겹치며 대참사를 낳았다. 지금까지 정부가 만든 모든 문서를 컴퓨터가 읽지 못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공무원들이 그 귀한 시간의 태반을 '가짜 노동'에 빼앗기고 있고, 젊은 공무원들이 '내가 이러려고 고시를 쳤나' 매일 좌절하며 전직을 고민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인장찍는 로봇을 만들어선 안된다 일본에는 인장 찍는 로봇이 있다. 자동날인로봇을 개발한 히타치캐피털 측은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 대신 로봇이 서류 뭉치를 분류해 도장을 찍으면 시간을 절약하는 효과가 있고, 이는 사실상 '서류를 전자화'하는 것과 같다." 인공지능(AI)은 많은 것을 자동화해줄 수 있다. 그러나 자동화 이전에 해야할 일이 있다. 그것은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없애는 것이다. 과도한 문서꾸미기, '가짜 노동'을 없애지 않고 AI를 도입하는건 말하자면 인감찍는 로봇을 만드는 것과 같다. '과도한 꾸미기'를 없애는 2가지 방법이 있다. 젊은 공무원들더러 '과도한 꾸미기'에 속하는 일들 리스트를 만들게 한 다음(이틀이면 만들 수 있다), 이 일들을 단호히 금하고, 대통령부터 장관까지 딱 1년을 과도하리만큼 감시하면 된다. 더 나은 방법이 있다. 클라우드 기반으로 협업을 하는 것이다. 애초에 과도한 꾸미기가 불가능한 문서 작성 기능을 주고, 모든 문서작업이 클라우드에서 이뤄지게 하는 것이다. 감시를 애초에 할 필요가 없고, 작성중인 것들을 포함해 모든 문서가 고스란히 클라우드에 남는다. 하지 않아도 될 일들, '가짜노동들'을 없앤 다음에라야 진짜 자동화를 할 수 있다. 이제 와서 인장 찍는 로봇을 만들순 없지 않은가!◆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KTH, 엠파스 등 IT 업계에서 오래 일했으며 현재 녹서포럼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IT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21년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눈 떠보니 선진국>, <박태웅의 AI 강의> 등이 있다.
2025.12.30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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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넘어
한류의 미래를 위한 재원
세계의 '한드' 애호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대다수의 작품들은 방송드라마 시스템이 발굴하고 키운 인재들이 이룬 것이다. 그러니 지금 정책이 개입해야 할 부분은 능력있는 인재들이 이탈하지 않고 계속 산업계에서 창작하고 새로운 수혈이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이 즈음의 정책칼럼은 늘 한류의 현재에 대한 조감도가 되곤 한다. 한류는 현재 드라마와 케이팝, 웹툰, 게임 등 콘텐츠 산업의 수치들이 드러내는 수익차원에서의 성장과 세계적 성공과 더불어 관광, 뷰티, 식품, 패션 등 한류유관산업으로 확장된 놀라운 성공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드라마 내부에 상품을 드러내면서까지 드라마 제작비를 충당해야했던 한국 창의산업의 흑역사 조차, 지금은 놀라운 '한드'의 성공을 통해 한국의 대기업 뿐 아니라 여러 중소기업들의 상품이 세계 시장에서 존재감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고, 한드가 글로벌 성공을 거두면서 외국 브랜드들 조차 한드의 PPL을 활용하게 되었다. 케이팝 분야에서는 아이돌 셀러브리티들을 활용해서 해외 고급 브랜드들이 노화한 이미지를 쇄신하고 글로벌 시장을 새롭게 공략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류는 콘텐츠산업뿐 아니라 유관산업이 연계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제18회 부산콘텐츠마켓(BCM2024)'이 열리고 있다. 2024.5.22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러나 조금더 현실에 가깝게 내려와서 보면, 이러한 화려한 성공의 조감도 밑에는 심각한 한국 콘텐츠 산업의 위기가 노출되고 있다. 한류 위기론은 한류의 성공이 보고된 이후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 동안의 위기설이 2016년 하루아침에 중국시장을 제로로 만들었던 사드 위기와 같은 외적 임팩트나 수출증가곡선의 완화와 같은 것이었다면, 현재의 위기는 구조적이고 내적이라는 점, 그래서 장기적인 위기일 것이라서 심각하다. 스토리산업은 넷플릭스로 인한 제작비 증가과 제작편수의 극적인 감소 앞에서 산업 내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일자리감소라는 악순환 속에 있고, 케이팝은 당장의 큰 성공에도 불구하고 지나친 영향력과 상업화로 인한 혐한문제와 수많은 해외의 로컬버전들과의 경쟁에 임해야 한다. 그리고 창의산업은 근본적으로 재능있는 청년인구의 충분한 수혈이 필요한데, 대한민국은 인구감소라는 절대적 악조건에 직면해 있다. 한류라는 세계사에서 전례없는 문화적 돌출은 정부지원 덕으로 발생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정부의 관심과 지원들은 끝없이 제작비 부족으로 허덕이는 국내 창작 시스템을 독려하는 역할을 해왔다. 넷플릭스가 가져온 콘텐츠 산업 경제의 변화와 영화관 관객의 절대감소 등 전세계가 겪는 제작과 유통의 변화를 정책적 개입을 통해 바꿀 수 있을지는 필자의 능력을 넘는 부분이지만, 제작분야에서는 그간의 연구와 관찰을 통해 제안할 의견이 있다. 한국 창의산업이 혁신을 지속해왔던 이유를 연구하다보면, 한국은 끊임없이 과잉프로덕션을 유지해왔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90년대 이후 5000만 인구라는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에서 많은 경쟁적인 프로덕션이 지속되었다. 제목을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드라마가 생산되었고, 지금도 한해에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데뷔하고 있으며, 제작되지 못하는 수많은 시나리오가 쓰여지고 보이지 않는 인디밴드와 아티스트들이 창의산업의 경쟁에 기본 전력이 되어왔다. 화려한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한류를 만든 것이 아니라 이들이 한류에 올라탄 것이고, 세계의 한드 애호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대다수의 작품들은 방송드라마 시스템이 발굴하고 키운 인재들이 이룬 것이다. 그러니 지금 정책이 개입해야 할 부분은 이와 같은 과잉 프로덕션 상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즉 능력있는 인재들이 이탈하지 않고 계속 산업계에서 창작하고 새로운 수혈이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문화산업 속에서 꿈을 키우려는 능력있는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수혈되고 이들의 실패가 나락이 아닌 미래의 성공의 거름이 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가동되도록 수혈이 필요한 동시에 이것이 정부지원과 같은 외적 수혈이 아니라 시스템 내에서 선순환이 가능한 한류의 장기적 비즈니스모델이 필요하다. 앞에서 말한 한류산업생태계에서 콘텐츠 산업을 통해 성공을 거둔 유관산업들이야말로 한류창의산업의 지속적 성장이 자신들의 성장에 꼭 필요한 기업들이고, 이들은 산업적 이득의 일부를 한류 창의산업에 재투자해야하는 필요와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운용 중인 모태펀드같은 단기 결과중심적 투자보다 한류의 생태계에 과잉프로덕션이 가능하도록 장기적이고 기초적으로 투자하는 '한류펀드'를 만들어야하고, 국가는 세제혜택 등을 통해 돕는 선순환구조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이 정책의 보편성과 정책적 세부에 대해서는 하나의 짧은 글로 다할 수 없으니 다음 연재에서 계속하려 한다.)◆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한류 연구자로 정진하면서 팬덤 온라인 참여관찰로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다양한 연구방법을 거쳤으나 스스로는 여전히 세상 속 의미의 생산을 묻는 기호학자라고 이해한다. <세계화와 디지털문화시대의 한류>, <드라마의 모든 것>, 를 출판했고 넷플릭스의 영향, 한국문화산업, 한류현상의 이론화를 위해 국제적 연구자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다년간 연구 중이다. 2025.12.26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
AI와 산업의 미래
한국과 UAE의 'AI 분야 전략적 협력'의 의미
한국과 UAE의 AI 분야 전략적 협력은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양국의 경제·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 글로벌 경쟁력 제고, 그리고 국제적 AI 거버넌스 논의 주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대한민국과 아랍에미리트(UAE)가 AI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을 체결함에 따라, 양국 간의 관계가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하고 있다. 이번 협력은 단순한 MOU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인 실천 방향과 향후 양 국가가 글로벌 AI 거버넌스 체제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전략적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UAE는 국가 차원에서 AI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 중이며, 2031년까지 세계 AI 선도국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최대 5기가와트 규모의 AI 데이터센터(AIDC)를 기반으로 하는 인프라 강국이 되고자 하며 이를 기반으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AI 허브 국가의 위상을 차지하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오픈AI, 엔비디아,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의 해외 기업과 UAE G42의 주도로 아부다비 첨단기술위원회(AIATC), MGX 등이 참여 협력하는 방안으로 시작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아랍에미리트(UAE) 칼둔 아부다비 행정청장이 18일(현지시간) 아부다비 대통령궁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전략적 AI 협력 프레임워크 MOU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1.23.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러나 AIDC에는 이 외에도 많은 기술이 필요하고 이를 모두 미국 기업이나 투자사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있는 한국이 기술 협력 국가가 됨으로써 양국이 원하는 바를 보다 명확히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닦은 것이다. 이번에 체결한 '전략적 인공지능 협력 프레임워크'는 30조 원 규모의 초기 투자를 하는 스타게이트 UAE 프로젝트에 한국이 AI 기술 협력 파트너가 되며 AIDC 건설과 에너지 인프라 구축의 핵심 파트너가 되기로 한 것이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은 인터뷰를 통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는 일단 메모리 수급이 중요하고, 한국의 원전(바라카 원전 전력), 송배전, ESS, 건설, 냉각, 전력기기, AI 설루션 기업이 대거 참여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또한 로봇 기술 등을 접목해 생산성을 올리는 피지컬 AI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제조업 기반이 부족한 UAE로서는 한국 첨단 제조 시설을 기반으로 하는 피지컬 AI 기술 확보를 꾀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난 경주 APEC 기간 중 엔비디아는 한국 기업과 협력하기 위해 정부를 포함해 총 26만 장의 첨단 GPU를 향후 우선 공급하기로 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국이 피지컬 AI의 중심 국가로 도약할 기회를 얻게 된 것이다. 이 영역에서는 한국의 부산항과 UAE의 칼리파항을 시범 프로젝트로 삼아 피지컬 AI를 도입한 AI 항만 해결책을 공동 개발하겠다는 것이 눈에 띈다. 이 프로젝트에는 한국의 IoT, AI 설루션, 에이전트, 로봇 관련 하드웨어·소프트웨어 기업이 참여하며, 이를 공동 합작 투자(JV) 형태로 아프리카 등 제3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함으로써 단순히 두 나라의 협력에 머물지 않고 결과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함께하겠다는 사업 목표를 갖고 있다. 이 영역을 리딩하는 싱가포르나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의 자동화 기술 수준을 넘어서서 피지컬 AI를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항만 설루션을 이끌겠다는 야심이다. 특히 UAE가 여러 나라의 항만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현실적인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 반도체 분야 역시 UAE 입장에서는 엔비디아에 대한 종속성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한국의 팹리스 반도체 회사들이 현재 개발하는 NPU에 대한 실증을 통해 대규모 수요처 확보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100메가와트급의 AIDC에서 추론을 위한 NPU 검증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그동안 중동 지역을 방문하면서 시장 개척을 하고자 했던 국내 AI 반도체 회사들에 커다란 힘이 될 것이다. 이번에 주목할 부분은 특사단이 G42 CEO와 만나 협력 방안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했다는 점이다. G42는 아부다비 왕실의 핵심인물이자 UAE의 국가 안보 고문으로 있는 셰이크 타흐눈 빈 자예드 알 나흐얀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이다. 셰이크 타흐눈은 UAE 대통령 무함마드 빈 자예드(MBZ)의 동생이며 UAE의 광범위한 투자 제국(1조 5000억 달러 규모)을 소유한 아부다비의 가장 강력한 인물 중 한 명이다. G42는 사실상 UAE 왕실의 강력한 지원과 통제 아래 있는 국영 AI 기업으로, UAE의 국가 AI 전략을 실현하는 핵심 주체이며 그동안 국내 기업이 만나기 어려웠던 기업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다. CEO 펑 샤오(Peng Xiao)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 고위 임원 출신이고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오라클, 메타 등의 빅 테크와 협력을 추진하는 실무 책임자로 글로벌 기술 및 비즈니스 리더이다. 그는 왕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AIATC 위원, MBZUAI(AI 대학교)의 이사, MGX의 이사이다. 11워 20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하정우 AI미래기획 수석이 펑 샤오 CEO와 만나 면담을 나눈 것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 배경훈 부총리는 이 면담을 통해 양국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구체적인 상호 협력 프로젝트를 발굴하기로 하는 등 경제·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래서 UAE의 AI 전략을 총괄하는 G42와의 전략적 협력은 단순한 MOU가 아니라 국가 대 국가(G2G) 차원의 프레임워크 합의라고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UAE 국빈방문을 계기로 펑 샤오 G42 CEO와 면담을 하고 있다.2025.11.20.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누리집) 이번에 작성한 '전략적 AI 협력 프레임워크'는 대한민국 국가AI전략위원회와 아부다비 AI 및 첨단 기술위원회(AIATC) 간에 체결한 것으로 AI 기술 및 애플리케이션의 개발, 채택, 상업화, AI 인프라 구축, 관련 공급망 역량 확대를 포함하여 양자 간의 협력을 포괄적으로 심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호 교환한 MOU 내용을 보면 AI 관련 투자, 인프라 구축, AI 공급망 확대, AI 및 첨단 기술 채택 가속화, AI 연구 개발 등의 전 영역에서 협력을 추진할 것이고 이를 위한 워킹 그룹을 구성해 담당자를 지정하며, 공공 및 민간 부문, 학술 기관 등의 관련 주체들의 참여를 수용할 것이라고 한다. 이번 협력 프레임워크를 통해 우리는 중동 및 글로벌 시장 진출 교두보를 확보해 한국 AI 기업과 기술이 중동 및 인근 지역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AI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실증 기회를 얻을 것이며, 기술 상용화 및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 일자리와 인재 측면에서는 국제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차세대 AI 인재 양성 및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 영향을 예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UAE의 투자 능력과 지역에서의 리더십을 기반으로 글로벌 AI 거버넌스 논의에서 다양한 글로벌 이슈에 대한 우리의 국제적 입지가 강화될 수 있고 정책 협력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지난번 에이펙 총회 결과로 아시아태평양 AI 센터를 한국에 유치하기로 한 것과 연계해 한국이 글로벌 거버넌스와 정책 설정에 갖는 위치를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한국과 UAE의 AI 분야 전략적 협력은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양국의 경제·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 글로벌 경쟁력 제고, 그리고 국제적 AI 거버넌스 논의 주도 등 다양한 측면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번 정상회담은 단순한 우호 과시를 넘어 양국이 실질적인 경제동맹으로 나가기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한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말은 적어도 AI 분야에서 깊은 의미를 갖고 있다. ◆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1회 졸업생으로 1980년대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 주제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전자 등에서 활동했으며 1999년 벤처포트 설립, 2003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전략대표와 일본 법인장을 역임했다. 카이스트와 세종대 교수를 거쳐 2011년부터 테크프론티어 대표를 맡고 있다. 데이터 경제 포럼 의원, AI챌린지 기획, AI데이터 세트 구축 총괄 기획위원 등을 역임했다. 대표 저서로는 , 2025.12.24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등이 있다. -
먹고싶다, 골목의 맛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우리를 울렸다
크리스마스가 되기 훨씬 전부터 제과점은 바빴다. 케이크를 미리 만들어서 확보해두어야 했기 때문이다. 산타할아버지와 트리 장식이 올라간 충격적 비주얼의 케이크가 동네 제과점에 등장하던 날, 아이들은 두 패로 나뉘어서 싸우기 시작했는데…오래 전 70년대 풍경으로 돌아가보자. 박찬일 셰프 지금도 그렇지만 오래 전부터 대한민국 도시의 크리스마스는 축제 분위기였다. 유럽과 미국의 문화가 아시아로 이식되면서 자연스레 따라온 방식이었다. 거리에 캐롤송이 가득하고 트리를 세워두는. 한국이 폐허를 딛고 경제적 안정을 찾아가는 70년대부터 크리스마스는 사람들을 들썩이게 하는 축일이었다. 아마도 기부금이 제일 많이 걷히는 구간도 이 무렵이었을 것이다. 번화가에 나가 인파에 치이면서 움직일 때 자선냄비 종소리를 듣는 것도 70년대 도시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감각이었다. 예수님의 사랑을 굳이 떠올리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크리스마스는 벅찬 감정이 넘쳐나는 날이었다. 그렇다면 크리스마스는 제몫을 다하는 것이었을 테고. 크리스마스를 앞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별마당도서관에 설치된 대형 트리 앞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2025.12.21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날이 즐거운 것은 아이들이었다. 많은 집들이 아이들 좋아하는 음식을 장만하거나 외식을 하기도 했으니까. 우리집으로 말할 것 같으면, 생활비가 늘 빠듯해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먹은 건 어른이 되어서였다. 그 전에는 군고구마와 귤에 가수 혜은이가 선전하는 오렌지과즙음료('써니텐'이라고 아실까 몰라)이나 차범근이 모델인 오렌지주스(정확한 이름 대신 그의 백넘버를 딴 '오렌지 일레븐'이 생각난다)를 마셨다. 군고구마를 굳이 먹은 건 아마도 그 무렵 거리마다 군고구마 굽는 리어카가 많았고, 벌어서 학비 보태려는 고학생 이미지가 있어서 어른들이 한두 봉지씩 팔아주는 문화가 있었던 까닭이었다. 아아, 꼭 그런 착한 고학생만 파는 것도 아니었다. 공부는 전혀 안 하는 날라리 형들이 돈 벌어서 놀려고 한다는 의도도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군고구마를 사는 어머니에게 그런 내색은 하지 않았다. 나는 착한 사람이었다…라기보다는 그 형이 어머니 몰래 눈을 부라리며 나의 폭로를 사전 봉쇄했기 때문이었다. 잘못 보이면 딱지 살 비상금까지도 '삥을 뜯기'거나 군밤을 맞아야 했다. 나는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야말로 부활절과 함께 그들 문명권 최대의 축제였다. 나는 젊을 때 잠시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하면서 지냈는데, 그들은 개인 기념일 말고는 보통 일 년에 두 번 케이크를 샀다. 물론 앞서의 두 명절날이었다. 시내 제과점과 골목의 가게마다 산처럼 케이크를 쌓아놓고 있어서, 이방인인 나도 알 수 있었다. 우리 같은 케이크는 아니고, 주로 말린 과일을 넣은 단순한 스폰지케이크였다. 한국의 케이크가 훨씬 더 화려하고 맛있는 편이다. 제과사인 내 친구는 서울의 오래된 제과점에서 사십 년 가까이 케이크를 구웠다. 그의 말에 따르면, 한국 케이크 문화사는 케이크 만드는 제과사, 요즘 말로 '파티셰 잔혹사(?)'였다고 한다. "부활절에는 케이크가 따로 더 팔리는 건 없어. 일 년 기준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크리스마스 딱 세 번이야. 이런 날이 닥치면 달력을 안 봐도 알 수 있어. 그만두는 직원이 생기거든(웃음). 너무 힘드니까 미리 사라지는 거야." 장사가 잘되는 제과점은 심지어 몇 주 전부터 케이크를 구웠다고 한다. 미리미리 만들어서 재고를 확보하는 일이었다. 케이크 굽고 장식하다가 조는 사람도 많았다고. 아, 그 눈물 어린 날들. 제과사는 만들다가 힘들어서 울고 나는 케이크가 먹고 싶어 울고. 그 무렵의 크리스마스 기억이란 동네 '뉴독일제과'와 '독일제과' 진열창에 놓인 케이크 구경이 대단했다. 어머니가 사주지 않으니까 눈으로 보는 수밖에. 그때 진열창은 길가에 쭉 유리를 대고, 그 안에 알록달록한 케이크가 놓여 있는 것이었다. 유리창은 셀로판지로 장식한 가게 상호가 붙여져 있었고. 더러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면 '독일제고'가 되기도 했다. 어쨌든 그 안의 케이크는 아주 멋졌다. 요즘 케이크는 '미니멀'한 게 대세이지만 당시는 누가 더 화려하고 요란하게 장식하느냐 제과사들끼리 경쟁이라도 붙었던 것이 틀림없다. 뉴독일제과에서 크림을 두 겹 리본장식으로 짜올려 붙이면, 라이벌 독일제과에서는 세 겹으로 하는 식이었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서울 시내 한 매장에 여러 케이크들이 진열돼 있다. 2024.12.24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어느 해인가, 동네에 충격적인 소문이 퍼졌다. 물론 아이들 사이에서. 두 제과점 사장님끼리 멱살잡이를 했다는 것이었다. 대략 누가 누구 케이크 데코(그때는 데코레이션이나 디자인이란 말은 케이크에 쓰지 않았을 것 같다)를 베꼈다는 항의와 싸움이었다고 했다. 이 싸움은 사실 언젠가 한번 터질 만한 것이기도 했다. 뉴독일제과는 독일제과에서 근무하던 제과장이 독립해서 차린 가게였다. 뉴독일제과는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당시 우리보다 훨씬 선진국인 일본에 연수를 가서 선진 기술을 배워왔다고 했다. 외국여행이 금지된 시기였지만, 산업연수는 당국에서 비자를 내주었을 것이다. 진짜 일본 연수는 갔는지는 모르겠으나, 뉴독일제과 진열창 안의 케이크에는 놀랍게도 정교한 모양의 산타할아버지와 트리 장식이 '턱' 얹어져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동네 애들이 죄다 진열창에 코를 박는 일이 생기고도 남았다. 우리들은 두 패로 나뉘어 격렬하게 싸웠다. 저 장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안에 심지어 잼이 들어 있다는 패가 있는가 하면 다른 패는 저건 가짜다, 먹을 수 없는 거라는 논지를 폈다. 그 싸움은 싱겁게 끝났다. 뉴독일제과에 근무하는 형을 둔 아이의 심판이 있었다. "우리 형이 그러는데 저건 먹는 거래." 그렇게 어느 도시 변두리 아이들에게 케이크는 깊게 각인되었다. 알려두는데, 두 제과점의 이름은 가명이다. 실제 있었던 사건을 기반으로 살을 붙여 쓴 얘기임을 밝힌다. 빈곤을 벗어나 이제는 나도 케이크 하나쯤은 사먹을 수 있다. 예수님의 고난과 사랑을 생각하며, 까지는 아니더라도 경건하고 기쁘게 케이크를 사서 가족과 나누련다. 여러분도 메리 크리스마스!◆ 박찬일 셰프 셰프로 오래 일하며 음식 재료와 사람의 이야기에 매달리고 있다. 전국의 노포식당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일을 오래 맡아 왔다.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등의 저작물을 펴냈다.
2025.12.23
박찬일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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