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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중심적 성문화 개선을 통한 성폭력 예방

[안전사회로 가는 길] ③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2012.10.16 이미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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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잇따른 아동성폭력 사건들로 사회적 불안과 국민적 공분이 커진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도 성폭력 범죄해결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논의가 뜨겁다. 정부에서도 성범죄 예방과 처벌에 대한 수위 높은 대책들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관련, 공감코리아는 성폭력 범죄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정부 대책 수립, 성범죄 예방 의식 확산 등에 도움이 되고자 각계 전문가 5명의 의견을 듣는 기회를 마련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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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잔혹한 성범죄에 대한 보도를 보면서 시민들은 범죄의 극악함에 공분하며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라고 요구한다. 여러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성폭력 개념은 1980년대 후반 성추행이나 강간 피해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깨기 위한 여성운동 과정에서 형성되었다. 성폭력은 성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언어적, 정서적, 신체적 폭력으로 정의되는데, 여성주의자들은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여기는 남성중심적 왜곡된 성문화와 성차별주의를 성폭력 발생의 주요 배경으로 지적한다. 

성추행이나 강간은 자신의 성적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일방적이며 공격적으로 상대에게 성적 행동을 가하는 것이다. 성폭력 피해자 측을 분개시키는 것 중 하나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상처나 고통에 대한 이해는 없고, 운이 없어서 법적 처벌을 받는다는 둥 자신의 잘못에 대한 성찰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가해자가 자신의 성폭력 가해행동에 대해 깊이 반성하지 못하면 재범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왜곡된 성의식은 성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사회에서 성적 자유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청년층에서 성적 매력을 표현하는 것은 개성이나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수용되고 있다. 성의 상업화에 편승한 성적 표현물도 우리 주위에 범람하고 있다. 또 인터넷이나 통화기기의 발달로 성에 대해 극도의 왜곡된 모습을 담고 있는 음란물에 대한 접근성도 용이해지고 있다. 음란물은 여성에 대한 성적 강제를 통해 여성을 정복하고 굴복시키려는 남성중심의 섹슈얼리티를 보여주고 있다. 음란물에 묘사되는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지극히 비현실적인데, 여성주의자들은 음란물을 여성 인격에 대한 침해로 보고 있다.

성의 자유화…상대 존중하는 올바른 성규범 더욱 강조돼야

성의 자유화로 성적접촉에 있어서 상대를 존중하는 방식과 책임감을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언행에 있어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예절을 배우듯이, 섹슈얼리티를 표현하는데 있어서도 예절을 지켜야 한다. 성적욕구는 통제할 수 없는 본능이 아니라 인간의 여타 기본적 욕구와 마찬가지로 생물학적인 날 것 그대로 표현되기보다 사회의 절차와 규범에 영향을 받는다. 성이 자유화된 상황에서 올바른 성규범의 중요성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경찰통계에 의하면 성폭력 피해자 중 20대 여성의 비율이 가장 높다. 200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에 의하면 20대 젊은이들의 성의식과 성행동은 자유롭지만, 관련된 책임이나 위험에 대한 대비는 미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교육이 충실하기 못한 상황에서 음란물은 청소년이나 청년들이 성적 정보를 얻는 주요 통로가 된다. 동 연구에 의하면 20대 남성이 음란물을 일주일에 1~2회 이상 보는 비율은 40% 이상이고, 월 1~2회 이상 보는 남성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80% 이상에 달한다. 25세~30세 남성 중 44.8%가 성매매한 경험이 있어 청년층에서 조차도 여성의 성적 서비스를 돈 주고 사는 것이 확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다수의 청년남성들이 음란물을 통해 섹슈얼리티를 배우고 여성의 성적서비스를 돈 주고 사는 현실에서 어떻게 건전한 섹슈얼리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청년층에서 발생하는 성폭력 수위도 심각하다. 25세~30세 여성 중 물리력으로 성관계를 당한 것을 보면, 상대가 사귀는 사람인 경우가 15.4%, 아는 사람인 경우가 6.6%에 달한다. 이것은 강간에 해당되는 성폭력으로 공식 범죄통계에 보고된 것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특히 데이트성폭력의 심각성이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상당한 위험수위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

실질적 성교육 통해 남성 중심적 성문화 바꿔야

전통사회에서 섹슈얼리티는 남성 주도로 이루어졌고 여성은 수동적 역할에 머물렀다. 남성주도의 전통적 섹슈얼리티는 성폭력 위험을 안고 있다. 여성이 불편해하거나 원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남성주도적’ 섹슈얼리티는 성폭력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섹슈얼리티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섹슈얼리티에 대한 남녀간인식과 행동 차이가 크기 때문에, 어떻게 하는 것이 배려인지 아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러한 인식 차이를 이해하거나 줄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교적 영향력 하에 있는 우리사회에서 성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점잖지 못한 것으로 치부되어, 성에 대한 논의는 음성화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의 성교육이 실질적이지 못한 이유도 이러한 문화적 배경에서 기인하는 것 같다. 남녀 섹슈얼리티 차이에 대한 공개적 담론의 활성화와 실질적 성교육을 통해서 남성중심적 성문화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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