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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에서 희망으로…베토벤과 피아졸라

[클래식에 빠지다] 개혁과 전통 유지하며 새로운 스타일 추구한 두 음악가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2021.01.18

2009년 신종 플루에 이어 21세기 들어 두번째 맞는 팬데믹인 코로나19는 2020년을 ‘망각의 해’로 만들고 싶을 만큼 전세계 많은 이들에게 큰 아픔과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해는 인류의 희망을 노래하는 대표적 작곡가 베토벤의 탄생 250주년이었고, 올해는 망각과 열정의 작곡가이자 반도네온 연주자인 피아졸라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무릇 음악이란 인간에게 정신적 고양과 위로를 전해주는 좋은 치료제다. 때문에 지난해가 망각의 해였다면 올해는 ‘희망의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시대도, 음악도 전혀 다른 두 음악가에 대해 이야기해 본다.

- 오스트리아 빈의 베토벤 생가 내부.
오스트리아 빈의 베토벤 생가 내부.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루트비히 판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에 대하여

몇 년 전 외국에서 빈 신년음악회를 지휘한 거장 마에스트로 리카르도 무티와 리허설을 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그는 “베토벤 음악은 우주와 같다”고 말했는데, 생각해보니 나사가 보이저호에 실어 외계생명체에 보내는 메시지에도 베토벤의 음악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베토벤의 음악에서 위안과 감동을 얻을까? 아마도 베토벤이 너무나도 인간적인(혹은 약점투성이인) 단점을 음악으로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초월하는 모습에서 공감과 동질감을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는 머릿속의 악상을 생각나는 대로 바로 옮겼지만, 베토벤은 악상을 적고는 마음에 들 때까지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고 한다.

또한 성격도 원만하지 않아서 서른 아홉번이나 이사를 다녔고 청력을 잃은 상태에서도 한계를 극복하고 명곡을 남겼던 만큼, 어쩌면 지금 이 시기에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음악가가 아닐까 한다.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에 대하여

베토벤 탄생 150주년이 되던 1921년, 자신과의 싸움을 해오며 탱고를 세계적으로 알린 피아졸라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탱고의 본고장인 아르헨티나에서는 피아졸라의 작품이 환영 받지 못했는데,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는 그의 스타일이 전통적인 탱고를 해친다는 이유에서였다.

실망을 안고 유럽으로 건너간 피아졸라는 레너드 번스타인과 필립글래스, 메뉴힌 등을 길러낸 프랑스의 여류 작곡가 겸 지휘자인 나디아 불랑제를 사사할 기회를 가졌다.

그리고 평소 스트라빈스키와 바르토크를 존경했던 피아졸라는 그의 음악들과 비슷한 요소들을 작곡해서 불랑제에게 보여주었지만 “당신의 작품에는 당신은 없고 다른 작곡가들만 있다”는 혹평을 받았다.

그러나 불랑제는 피아졸라에게 자신의 음악을 찾도록 도와주었고, 이 결과 자신의 본류가 탱고에 있다는 것을 느낀 피아졸라는 전통적인 탱고에 클래식하면서도 자유로운 색채를 입힌 ‘누에보 탱고(Nuevo Tango)’로 다시 돌아와 유럽에 탱고를 널리 알리면서 많은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게 되었다.

(* 누에보 nuevo는 ‘새롭다’는 뜻의 스페인어 형용사로, 피아졸라는 누에보 탱고를 콘서트에서 단독으로 연주되는 독립된 장르로 개척했다. 편집자 주)

망각에서 희망, 그리고 다시 열정으로

베토벤과 피아졸라는 음악적으로 다른 스타일을 지니면서 다른 시대를 살았지만, 개혁과 전통을 유지하며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서로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먼저 베토벤의 음악은 당시 모차르트나 하이든과 비교하면 상당히 신선했고 이후 낭만파음악이 꽃피우는데 큰 가교역할을 한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 피아졸라도 전통적인 탱고를 뛰어넘어 확장된 음악적 스타일로 새로운 열풍을 만들어낸 만큼, 실험적이고 고난에 굴하지 않는 도전정신 없이는 두 작곡가의 음악은 탄생하기 어려웠다고 말할 수 있다.

이처럼 베토벤과 피아졸라는 특히 요즘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는데, 그들의 인생굴곡이 고스란히 음악을 통해 전달되면서 많은 희망과 용기를 선물하고 있다고 느껴진다.

결국 우리는 망각에서 희망을 찾고 다시 열정적인 삶을 살아나갈 거라고 확신하며 훌륭한 멘토가 되어준 베토벤과 피아졸라 두 음악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베토벤과 피아졸라 추천음반

코로나19로 지친 우리 모두를 위해 대중적이면서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베토벤과 피아졸라의 음악을 고른다면 다음과 같다.

먼저 베토벤은 ‘비창 소나타’ 가운데 2악장으로, 이 곡은 루이스 터커가 멜로디에 가사를 붙여서 부른 <미드나잇 블루 Midnight Blue>라는 팝송으로도 유명하다.

이 곡의 연주는 피아니스트 빌헬름 박하우스(Wilhelm Backhaus)가 세계대전을 겪고 난 이후 발표한 음반과 역시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아온 완벽주의자 스비아토슬라프 리히터(Sviatoslav Richter)의 1950년대 앨범을 추천한다.

피아졸라는 망각이라는 뜻의 ‘oblivion’을 골랐는데, 그의 음악세계를 널리 알린 연주자 중 한 명인 바이올리스트 기돈 크레머(Gidon Kremer)가 자신의 챔버 오케스트라 크레메라타 발티카(Kremerata Baltica)와 함께 열정적으로 연주한 음반을 추천한다.

모쪼록 올해는 희망과 열정을 전하는 클래식 음악과 함께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치유와 용기를 얻는 새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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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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