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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고전이 된 크리스마스 캐롤의 탄생 비화

[클래식에 빠지다] 클래식 캐롤(Classic Carol)

2022.12.22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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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면 성탄절 분위기로 들떠있고 거리에는 캐롤소리로 넘쳐나던 시절이 있었다.

따스하고 아름다웠던 기억들이 이제는 저작권 문제와 지나친 상업화로 아련한 추억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한 문화평론가는 연말에 캐롤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이유에 대해 “더 이상 세계가 기쁘지가 않다”고 표현했다.

현재 우리는 거리마다 캐롤이 들리던 시절보다 분명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그 만큼 정신적으로도 풍요로워졌는지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슴을 따뜻하고 설레게 만들어주던 캐롤은 언제부터 우리 곁에 함께해온 것일까? 캐롤의 어원은 프랑스어 ‘Carole’ 또는 그리스 고대언어인 헬라어 ‘Choraulien’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캐롤은 1000년전 초기 기독교인과 이방인들이 동지(冬至)에 야외에서 원을 그리며 불렀던 ‘원무(圓舞)곡’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캐롤이 의미하는 뜻은 ‘춤’ 또는 ‘칭찬과 기쁨’ 등으로, 원래 사계절 내내 불려졌었지만 이후 크리스마스에 부르는 캐롤만 남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카톨릭 종교와 관련해 최초의 캐롤은 서기 129년 로마주교가 <천사의 찬송(Angel's Hymn)>이라는 곡을 모든 로마교회에서 부르게 했다는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오래된 캐롤이 발견된 시기는 1401년에 작곡된 곡이며 현재는 많은 부분이 소실됐다.

실제 오늘날 불려지는 멜로디와 운율의 형태는 14세기 중반에서 16세기 중반 영국에서 만들어져서 유행한 스타일로 봐도 무방하다.

종교개혁운동 등으로 부침을 겪었던 캐롤이 다시 번영하게 된 시기는 19세기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시대다. 그리고 아래 소개하는 캐롤은 우리에게 익숙한 곡들로 19세기 찬송가가 모티브인 ‘캐롤의 고전들’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서울 동대문 문구·완구거리에서 시민들이 트리 장식품 등을 사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서울 동대문 문구·완구거리에서 시민들이 트리 장식품 등을 사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고요한 밤 거룩한 밤(Silent Night Holy Night)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4년 벨기에 이프르(Ieper)에서 영국군과 독일군은 목숨을 걸고 대치하고 있었다.

그러던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한 독일군 병사가 노래를 부르자 영국군 병사들이 환호했으며 이후 독일군 장교와 영국군 하사가 악수하면서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정전하기로 합의했다.

서로 기념품도 주고받고 축구도 하면서 전쟁으로 쌓인 피로와 앙금을 잊고 우정을 다졌던 에피소드는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Joyeux Noel)>로도 널리 알려졌는데, 이때 독일 병사가 불렀던 노래가 <고요한 밤, 거룩한 밤(Silent Night Holy Night)>이었다.

이 곡은 모차르트의 고향인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살짝 떨어진 오베른도르프의 가톨릭 사제 요제프 모어(Joseph Mohr)와 학교 선생님 프란츠 그루버(Frantz Gruber)의 공동 작업으로 탄생됐다.

모어와 그루버는 마을의 성 니콜라우스 교회에서 사제와 오르가니스트로 지냈는데, 성탄절에 모든 마을사람들이 함께 부르고 기뻐할 수 있는 뜻 깊은 노래를 만들기로 하고 실행에 옮겼다.

6절로 되어있는 이 노랫말의 가사는 사제인 모어가, 기타와 합창이 함께하는 작곡은 그루버가 맡아서 완성했다. 이 곡은 만든 당일인 1818년 12월 24일 성 니콜라우스 교회에서 초연됐고, 현재는 모든 교회에서 불려지는 대표적인 캐롤이다.

◆ 오 거룩한 밤(Oh Holy Night)

1차 세계대전에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 있었지만, 이에 앞서 40년 전 쯤 프로이센과 프랑스의 전쟁에는 <오 거룩한 밤(Oh Holy Night)>이 있었다.

이른바 ‘보불전쟁’ 중이었던 1871년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한 프랑스 병사가 <Oh Holy Night>을 한 소절 부르자 건너편 독일병사가 다음소절을 부르며 화답했다고 한다. 이후 양국은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평화조약을 지키며 잠시 전쟁을 멈췄다.

이 곡은 프랑스의 아마추어 시인이자 와인업자인 플라시드 카포(Placide Cappeau)가 오르간이 고장 난 지역 성당의 사제로부터 미사를 위한 시를 의뢰받으면서 시작됐다. 

이후 친구이자 발레 곡 <지젤(Ballet ‘Giselle’)>의 작곡가 아돌프 아당(Adolphe Adam)에게 작곡을 부탁해 캐롤로 탄생했다.

당시 아돌프 아당은 어느 날 이탈리아의 화가 카를로 돌치(Carlo Dolci)와 라파엘로(Raffaello)의 작품을 보고 갑자기 신의 계시를 받은 듯 영감을 받아 이 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 곡의 작사가인 카포가 신실한 신자도 아니었고, 아당 역시 카톨릭이 아닌 유대교 신자였다는 점에서 탄생배경의 아이러니함이 있다.

또한 카포의 사회주의 운동경력과 아당의 종교 때문에 20년간 프랑스 성당에서는 금지곡이 됐으나, 곡의 아름다운 가사와 멜로디가 대중에게 퍼져나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이후 프랑스 전역은 물론 미국에도 널리 퍼진 이 곡은 남북전쟁 중 노예제도 폐지운동의 공식노래가 되기도 했으며, 라디오 전파를 탄 세계최초의 캐롤이라는 기록도 갖게 되었다. 

◆ 그 맑고 환한 밤중에(It Came Upon the Midnight Clear)

목소리를 기계처럼 다루는 최고의 여성 재즈싱어 엘라 피츠제랄드(Ella Fitzgerald)의 보컬은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이는 매력이 있다.

그녀의 크리스마스 앨범에 수록되어있는 <It Came Upon the Midnight Clear>는 노래가사 “The blessed angels sing”처럼 축복받은 천사가 노래하는 듯 하다.

이 아름다운 노래는 유럽이 아닌 미국에서 탄생했다. 메사추세스 주의 유니테리언 교회 목사였던 에드문드 시어스(Edmund Sears)가 쓴 5연의 시를 바탕으로 시어스 자신이 요청해 캐롤로 작곡됐다.

작곡은 성가 작곡가로 유명한 리차드 윌리스(Richard Storrs Willis)가 했는데, 그는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문하에서 공부했으며 음악에도 멘델스존의 영향이 다소 느껴진다.

초연은 크리스마스가 지난 1849년 12월 29일 보스톤에서 이루어졌으며, 이후 아름다운 이 곡의 멜로디는 널리 퍼져 개신교 찬송가에도 실려있다. 다만 캐롤로 자주 불려지는 곡이지만 내용은 베들레헴 예수 탄생에 맞춰져 있지 않다.

시의 내용과 분위기는 1849년 당시의 미국과 멕시코의 전쟁, 그리고 유럽의 혁명 등 시대적 상황에 놓인 종교인으로 평화를 기원하는 시어스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고 봐야 할 듯하다.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 종로구 열린송현녹지광장에 설치된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소나무야(O Tannenbaum)

우리에게 “소나무야 소나무야”로 잘 알려진 이 곡은 독일민요이자 캐롤로, 영어로는 <Oh, Christmas Tree>로 불린다.

잔잔하면서 교훈적인 내용의 이 곡은 우리에게 캐롤이 아닌 번안곡으로 인기가 있지만, 독일에서는 가장 널리 사랑 받고 있는 캐롤 중 하나다.

원래 이 곡은 16세기 슐레지안 지방의 민요로 작곡됐는데, 현대적인 멜로디는 1824년 라이프찌히의 오르가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에른스트 안쉬츠(Ernst Anschutz)가 작사·작곡했다.

특이한 점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캐롤이 아닌 연인의 절개와 믿음을 강조하는 곡으로 작곡된 것인데, 20세기부터는 캐롤로 인식되어 불려지고 있다. 

한편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로 퍼져나간 이 곡은 독특한 이력이 있다. 나치 지배하에선 흑색선전에 이용됐던 전력이 있고, 아일랜드 출신의 혁명가 짐 코넬(Jim Connell)에 의해서는 1889년 민중가요로 재탄생 되기도 했다.

이후에는 영국 노동당의 당가로 채택되기도 했으며 세계적인 축구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응원가로도 여전히 불리고 있다.

캐롤 이외에도 많은 번안곡들이 불려지게 된 까닭은 곡의 멜로디가 갖는 단순함과 담백한 아름다움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일 것이다.

◆ 기쁘다 구주 오셨네(Joy to the World)

이 노래는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캐롤이다. 영국의 신학자이자 찬송가 작곡가인 아이작 와츠(Isaac Watts)가 ‘시편(Psalm) 98’을 기반으로 작곡한 이 곡은 1719년에 와츠 자신의 컬렉션으로 처음 출판됐다.

전체 4연으로 되어있는 이 곡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연은 구세주 그리스도의 오심과 탄생을 기뻐하는 내용이다. 세 번째는 죄의 사함과 구원을, 마지막 연은 그리스도를 찬양하며 경배한다.

원래 <Joy to the World>는 루터교 신자인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Messiah)>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됐는데, 그 중 제2부 합창곡 <머리를 들라(Lift up your heads)>와 멜로디가 비슷하지만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다.

현대의 멜로디를 갖추게 된 계기는 미국의 은행가이자 음악감독인 로웰 메이슨(Lowell Mason)이 와츠의 곡을 편곡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됐다.

이후 1830년대 메이슨에 의해 편곡된 작품은 몇 번의 재출판을 거쳐 1910년 트리니티 합창단(Trinity Choir)의 버전이 나오면서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알다시피 북미에서 가장 사랑 받는 캐롤 중 하나가 됐다.

☞ 추천음반

클래식 캐롤은 많은 앨범들이 있지만 여러 사람과 함께 목소리를 내는 합창은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더해 준다.

먼저 ‘빈 소년합창단’과 ‘파리 나무십자가 합창단’의 크리스마스 앨범은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성인 합창단으로 몰몬 태버내클(Tabernacle Choir) 합창단의 음반은 합창의 웅장함과 화려함 등 깊은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Andrea Bocelli)가 가족과 함께 부른 <A Family Christmas> 음반 역시 따뜻하고 아름답다.

이외에도 가볍게 들을 수 있는 리로이 앤더슨(Leroy Anderson)의 음반과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가 비엔나에서 여러 아티스트와 공연한 크리스마스 라이브 시리즈도 추천한다.

장르가 재즈이지만 엘라 피츠제랄드(Ella Fitzgerald)의 크리스마스 음반도 우리 귀를 즐겁게 해준다. 그러면 올해도 “Merry Christmas!”

김상균

◆ 김상균 바이올리니스트

서울대 음대 재학 중 오스트리아로 건너가 비엔나 국립음대와 클리블랜드 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 최우수 졸업. 이 후 Memphis 심포니, Chicago civic오케스트라, Ohio필하모닉 악장 등을 역임하고 London 심포니, Royal Flemisch 심포니 오디션선발 및 국내외 악장, 솔리스트, 챔버연주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eigenarti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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