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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로 ‘구글·애플 갑질 방지법’ 만들기까지
[맛있는 정책이야기] ⑤ 미국 에픽게임즈 CEO가 “나는 한국인”이라고 말한 까닭
정부의 핵심 정책에 대한 추진 배경과 주요 성과 등을 쉽고 친근하게 소개합니다. 이와 함께 정책이 지닌 시대적 의미를 국민이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 재조명합니다. K-방역, 한국판 뉴딜, 탄소중립, 선도경제, 신한류, 한반도 평화 분야의 주요 성과를 시리즈로 짚어봅니다. 이번 호는 우리 정부가 세계 최초로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갑질에 철퇴를 내린 이야기입니다. <편집자 주>
“전 세계 모든 개발자는 오늘 자랑스럽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는 한국인이다!”
2021년 8월 31일 미국 게임제작사 에픽게임즈 최고경영자(CEO) 팀 스위니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메시지야. 이 메시지는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엄청난 화제가 됐어. 그런데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기업 가치 32조 원에 이용자 3억 명이 넘는 글로벌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 CEO가 “나는 한국인”이라고?!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계를 잠깐 되감아볼게. 이날 우리나라 국회에선 중요한 법안이 여러 건 통과됐어. 스위니가 이역만리 남의 나라 국회 본회의에서 주목한 건 이른바 ‘구글·애플 갑질 방지법’이야. 구글과 애플 등의 ‘인앱(In App) 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된 거지.
인앱 결제? 구글과 애플의 갑질?
인앱 결제? 구글과 애플의 갑질? 용어만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지금부터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해줄게.
요즘 휴대전화는 필수품이지. 사람들은 휴대전화에 설치한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동해 여러 편의 기능을 이용하고 있고. 누리소통망(SNS), 배달 주문, 영화·드라마 시청 등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앱들 말이야. 게임도 마찬가지고. 통상 앱을 내려받으려면 휴대전화에 깔린 구글의 플레이스토어 또는 애플의 앱스토어 같은 대표적인 ‘앱 마켓’을 이용해야 해. 앱만 전시해 파는 전용 슈퍼마켓으로 생각하면 돼.
구글과 애플이 앱 마켓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느냐고? 2019년 우리나라 앱 마켓 사업 부문 기준으로 각각 63%, 24%야. 두 앱 마켓이 시장의 87%가량을 과점하고 있는 셈이지. 앱 개발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 두 앱 마켓에 물건(앱)을 진열해야 잘 팔리겠지.
문제는 구글과 애플이 앱 개발사에 인앱 결제를 강제하고 있다는 점이야. 인앱 결제는 말 그대로 외부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구글과 애플이 자체 개발한 내부 결제 시스템으로 앱 안에서 이뤄지는 결제를 가리켜. 이건 선택이 아니라 강제 규정이야. 구글과 애플이 내세운 명분은 앱 개발사에 안전하고 편리한 결제 환경을 제공한다는 거야.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지? 구글과 애플은 인앱 결제가 이뤄질 때마다 앱 개발사로부터 수수료를 꼬박꼬박 받아 챙겨. 그게 얼마냐? 만약 이용자가 인앱 결제를 하면 앱 개발사에 부과되는 수수료는 결제 금액의 15~30%가량이야. 보통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 판매업자에게 부과되는 수수료가 5%를 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수료율이지.
예를 한번 들어볼게. 홍길동이 휴대전화 앱에서 100만 원을 결제했어. 그러면 구글이나 애플이 15만~30만 원을 수수료로 떼어가고 정작 앱 개발사는 70만~85만 원만 받게 되는 거야.
소비자의 공공 이익 침해 초래
앱 개발사는 과도한 수수료를 피하려고 여러 우회 결제 방법을 시도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어. 애플은 앱스토어에 앱을 서비스하는 개발사가 다른 결제 방법을 추가하면 해당 앱을 삭제하거나 입점 심사를 거부했거든. 이 같은 페널티가 얼마나 셌냐면 앱 외부에서 결제하는 방법(컴퓨터로 접속해 카드로 결제)을 앱 안에서 안내해도 불이익을 줬을 정도야.
자,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아.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지점일지도 몰라. 당장 일상에서 앱을 이용하는 우리 주머니와 관련된 이야기니까. 바로 앱 개발사의 인앱 결제 수수료 부담이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에게도 이전되기 때문이야. 간혹 앱에서 구매한 요금이 1100원 단위로 결제될 때가 있을 거야. 소비자 판매대금에 인앱 결제 수수료 부담을 붙이는 거지. 결국 인앱 결제 수수료는 구글과 애플의 사익 추구에서 발생한 일이지만 소비자의 공공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해.
이처럼 구글과 애플의 인앱 결제는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야. 그렇다 보니 구글과 애플 본사가 있는 미국조차도 두 기업의 앱 마켓 시장 독과점을 해소하려고 규제 움직임에 나서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2021년 8월 31일 세계 최초로 구글·애플 갑질 방지법을 법제화한 거지.
법안 통과 다음 날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전기통신사업법은 전 세계 최초로 글로벌 독점적 빅테크 기업이 특정 결제 방식을 강제하지 못하도록 했다. 역사적인 첫 입법이 결실을 보았다”고 의미를 부여했어. 보름 뒤인 2021년 9월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이 법안을 공포했고.
플랫폼 기업 스스로 상생 모색했으면
다시 스위니 CEO 이야기로 되돌아가 볼까. 이제 그가 ‘나는 한국인’을 외친 이유를 알겠지? 스위니는 지금 애플과 이 문제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으니 환호할 만도 하지. 스위니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은 디지털 상거래 독점을 거부하고 오픈 플랫폼을 권리로서 인정했다. 개인용컴퓨터가 보급된 45년간의 역사에서 중요한 이정표다. 역사의 시작은 쿠퍼티노(애플사가 위치한 미국 실리콘밸리)였지만 오늘날 최전선은 서울”이라고 썼어. 스위니는 이 일을 계기로 2021년 11월 14일부터 닷새 동안 우리나라를 방문해 국회 세미나 참석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과 화상 면담 등 일정을 소화하기도 했어.
구글과 애플 갑질 방지법 공포 뒤 업계에선 변화의 조짐이 엿보여. 방통위는 인앱 결제 강제 금지법 이행계획안을 요구했고 구글과 애플은 최근 인앱 결제 수수료를 낮추거나 우회 결제 수단을 허용하는 등 일부 정책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어.
하지만 구글과 애플이 워낙 갑의 위치에서 시장을 지배하다 보니 앱 개발자가 체감하는 영향이 아직은 크지 않다고 해. 방통위도 이런 현장 분위기를 인지하고 후속 조처에 나서고 있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에서 법령 위반 시 매출의 2%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마련했어.
구글과 애플 같은 플랫폼 기업의 횡포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야. 참, 플랫폼 기업의 어원은 알지? 원래 플랫폼은 기차역에서 승객이 열차를 타고 내리는 승강장이야. 플랫폼이 없으면 열차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고 승객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지. 그래서 플랫폼의 역할이 중요한 거야.
지금 정보통신기술 분야의 플랫폼 기업은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갑의 지위를 누리고 있어. 우리나라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독과점 문제로 비판을 받고 있지. 시장에서 불공정 행위가 자율적으로 시정되지 않으면 정부가 규제의 칼을 댈 수밖에 없지만 플랫폼 기업도 스스로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하면 어떨까 싶어.
열쇳말_ 인앱(In App) 결제란? 앱마켓 사업자가 자체 개발한 내부 결제 시스템으로만 유료 앱과 콘텐츠를 결제하도록 하는 방식
대한민국 정책주간지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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