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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대처하는 소방관의 하루

2021.08.12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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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경보가 내려진 한낮에 길을 가다가 119소방차가 정차된 현장을 목격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여기 어딘가 화재라도 발생한 건가?’ 싶어 골목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화재를 진압하는 상황은 아니었다. 골목길 안쪽 주거 취약세대에 물을 뿌리기 위해 119안전센터에서 소방차가 출동해 있었다.

한낮 오후, 골목 어귀에 소방차가 정차해 있다.
한낮 오후, 골목 어귀에 소방차가 정차해 있다.


가던 길을 멈춰서서 소방관의 활약을 지켜봤다. 바닥에 있는 소화전 맨홀 뚜껑을 열고 호스를 연결했다. 한 소방관이 소방차 위로 올라가서 하늘을 향해 호스를 치켜들었다. 이내 세찬 물줄기가 하늘을 향해 뿜어지더니 다시 빗방울이 되어 아래쪽으로 떨어졌다. 마치 한바탕 소나기라도 퍼붓듯 주위가 시원해지면서 폭염으로 인한 뜨거웠던 열기가 가시는 것 같았다. 

바닥에 물을 뿌리는 게 아니라 공중으로 물을 뿌리는 이유가 궁금했다. 현장에 있던 소방관은 “바닥에 물을 뿌리면 뜨거운 열기에 금세 물이 말라버린다. 공중으로 물을 뿌리면 물줄기가 주위로 확산하면서 바닥에 떨어져 시원한 효과가 널리 오래 지속된다”라고 답한다.

소방차 위에서 소방관이 공중으로 물을 뿌리고 있다.
소방차 위에서 소방관이 공중으로 물을 뿌리고 있다.


지금처럼 소방차가 출동한 이유는 폭염 경보와 관련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폭염 경보는 폭염으로 인하여 다음 중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발표된다. 

① 일 최고 체감온도 35℃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②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 또는 폭염 장기화 등으로 광범위한 지역에서 중대한 피해 발생이 예상될 때

지난 7월 16일부터 거의 매일 거르지 않고 행정안전부에서 폭염 관련 안내 문자를 보내고 있다. 폭염이니 안전수칙을 지켜달라는 내용이다. 폭염에 장시간 무방비로 노출되면 온열질환에 걸릴 수 있다. 온열질환은 숨쉬기조차 어려운 무더운 날씨에 무리한 외부 활동으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일사·열사병, 열실신, 열경련, 열탈진 등으로 나타난다. 날씨가 무더운 날 구토, 고열, 신경 및 정신이상을 나타내면 위급한 상황이므로 신속히 체온을 낮추고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연일 행정안전부에서 보낸 폭염 안전 안내 문자를 받고 있다.
연일 행정안전부에서 보낸 폭염 안전 안내 문자를 받고 있다.


폭염 안전수칙은 물, 그늘, 휴식이다. 만약 주위에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환자를 시원한 장소로 옮기고, 물수건이나 얼음 등으로 몸을 닦고, 부채나 선풍기 등으로 체온을 내린다. 그래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으면 의료기관을 방문한다. 특히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신속히 119에 신고하여 병원으로 이송해야 하며, 질식 위험이 있으므로 음료수를 억지로 먹이지 않도록 한다.

소방차가 출동해서 물을 뿌리는 그 시각에 골목 안쪽에서 할머니가 다급하게 뛰어나온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다. 할머니는 소방관에게 “우리 영감 좀 봐줘. 화장실에 가려고 방문을 열고 나가던 영감이 문 앞에서 쓰러졌어”라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말을 이어간다. 

소방관들이 할머니를 뒤따라 골목 안으로 뛰어갔다. 온열질환으로 할아버지가 잠깐 기력을 잃은 것 같았다. 마침 소방관이 출동한 상황이어서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했다. 현장에 소방관이 없었더라면 어땠을지를 상상하니 제 3자인 나도 아찔했다.   

야간에 소방관이 쪽방촌 등 취약세대를 순찰하고 있다.
야간에 소방관이 쪽방촌 등 취약세대를 순찰하고 있다.


실내에서 폭염을 견디려면 선풍기나 에어컨 등 냉방장치를 가동해야 하는데 냉방장치가 갖춰져 있지 않은 취약세대는 연일 폭염 경보에 무더위를 견뎌내기 힘들다. 외출하지 않고 실내에 있건만 온열질환으로 쓰러질 수도 있다. 그래서 폭염 경보가 발표되면 소방차가 취약세대가 있는 지역으로 출동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관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주간엔 취약세대가 있는 지역을 찾아가 살수하고, 야간엔 취약세대가 있는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저녁 9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 사이에 중부소방서 회현119안전센터 소방관들이 남대문 쪽방촌, 중림동 약현성당 앞, 호박마을 순으로 순찰을 나가고 있다. 쪽방촌 등 취약세대가 밀집한 골목은 비좁은 탓에 화재가 발생해도 소방차 진입이 어렵다. 그래서 골목길 곳곳에 화재 발생에 대비해서 비상소화장치함을 설치해 두었다. 

소방관이 순찰하면서 소화기를 점검하고 있다.
소방관이 순찰하면서 소화기를 점검하고 있다.


화재 발생 시 주택이 밀집된 곳은 쉽게 불이 번져나갈 수 있다. 그래서 소방차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에 지역 주민이 사용하는 용도로 설치했다고 한다. 비상소화장치함에는 소화기, 소화전 등이 들어있다. 야간에 소방관들이 순찰하면서 화재가 발생할 만한 여지가 있는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비상소화장치함의 소화전 및 소화기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해 본다. 예방적 차원에서의 순찰이다.

쪽방촌 주민들이 야간에 무더위를 피해 골목에 나와 있다.
쪽방촌 주민들이 야간에 무더위를 피해 골목에 나와 있다.


해가 진 저녁이건만 무더위의 기세는 여전하다.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사람들이 많다. 쪽방촌 주민들은 아예 골목에 자리를 깔고 앉거나 누워 있다. 비좁은 방 안보다 탁 트인 골목이 그들에겐 답답하지 않아서 한결 더위를 가시게 한다고 한다. 골목을 순찰하는 소방관들이 지나가니깐 “더위에 수고하십니다”라며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또 “내일도 우리 동네에 물을 뿌려주러 와주시는 거죠?”라면서 묻기도 한다. 

119안전센터에 상주하는 소방관은 주야 교대로 근무한다. 24시간 119신고에 출동하기 때문이다. 국민은 위급한 순간에 우선 119부터 찾는다. 국민의 호출에 대비해서 소방관은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센터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언제든 출동 지령이 떨어지면 즉시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다.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물론이거니와 국민이 안전을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도 119신고를 받으면 지체없이 소방차가 출동한다. 소방관은 화재 진압, 구조, 구급만으로도 하루가 바쁘다. 그런데 한여름의 폭염, 한겨울의 한파와 같은 자연재해나 재난이 발생하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현장에 소방차와 소방관이 있다. 그래서일까? 소방차의 등장에 가슴이 철렁해도 소방관의 모습에 안심이 된다.

공중으로 물을 뿌리기 위해 소방관이 준비하고 있다.
공중으로 물을 뿌리기 위해 소방관이 준비하고 있다.


소방청은 연일 지속되는 폭염으로 비상급수가 필요할 경우 ‘119’로 지원 요청하도록 당부했다. 살수가 필요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및 쪽방촌, 수도시설이 고장 나거나 수량이 부족한 마을이나 아파트 단지, 가축 폐사 위험이 있는 축사 등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소방서의 비상급수는 소방기본법 제16조의2에 의거한 폭염, 홍수, 폭설 등 자연재해에 따른 지원 활동에 해당한다.

화재 발생 시 쪽방촌은 순식간에 번져나갈 수 있으므로 화재 예방에 더 신경을 쓴다.
화재 발생 시 쪽방촌은 순식간에 불이 번져나갈 수 있으므로 화재 예방에 더 신경을 쓴다.


폭염 경보가 발령된 한낮은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덥다. 창문을 열어도 바람 한 점 불지 않는다. 소방관이라고 무더위를 견디는 체질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오후 2시 이후 가장 기온이 높은 시간에 폭염에 취약한 밀집 지역에 출동해서 물을 뿌려준다. 소방차가 출동해서 물을 뿌리고 나면 더위가 한풀 꺾이는 것 같다. 

폭염 경보에 대처하는 소방관의 하루를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늘 그렇듯 소방관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분주했다. 이 자리를 빌려 폭염에 애쓰고 있는 소방관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정책기자단 윤혜숙 사진
정책기자단|윤혜숙geowins1@naver.com
책으로 세상을 만나고 글로 세상과 소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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