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OTT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영화를 접할 수 있어 오프라인 극장을 찾는 일이 줄었지만, 오랜만에 오프라인 공간에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열린다는 소식에 방문해 보았다.
7월 3일부터 13일까지 경기도 부천시에서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올해로 29회를 맞이한 영화제다.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홍보 포스터. (출처 = BIFAN 누리집)
'이상해도 괜찮아' 라는 슬로건 아래, 개성 있고 실험적인 장르의 영화들을 소개하며, 다양한 부대 행사와 포럼까지 함께 진행되어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 열린다.
사전에 누리집에서 상영작들을 살펴보니, 관객 입장에서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는 독특한 영화들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평소에는 관객 평점이 높거나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를 골라 보는 편이었는데, 이번 영화제에선 단편영화부터 애니메이션 복원작·여름에 제격인 세계 각국의 공포 영화까지 다채로운 작품들이 준비되어 있어 기대감을 가득 안고 현장을 방문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열린 부천시청.
특히, 이번 영화제에서 눈여겨볼 만한 점은 '부천 초이스 : AI 영화' 섹션이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국내 최초로 AI 국제 경쟁 부문을 도입한 영화제이기도 하다.
일상에서 AI 기술은 간단히 대화를 나누거나, 업무에 도와주는 등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영화와 같은 예술의 영역에서도 AI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AI 영화 국제 경쟁 부문에서는 총 11편의 영화가 소개되었는데, 프란 가스 감독의 <제7의 지옥>에서는 AI로 생성된 음악이 사용되었고, 김운하 감독의 <곰팡이>에서는 다양한 생성형 AI 툴을 이용하여 장면을 구현했다고 한다.
AI 영화 국제 경쟁 부문의 영화 11편. (출처 = BIFAN 홈페이지)
AI를 활용하여 이미지·대사·음악을 제작한 영화 <라스트 드림>를 관람했다는 친구는 "아직 낯선 부분이 있긴 하지만, AI 기술을 이용해 실제처럼 구현된 이미지나 장면들이 인상 깊었다" 라며"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실사화 구현이 중요한 다양한 장르에서 AI가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라는 후기를 남겼다.
이처럼 AI 기술은 영화 내용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 이외에도 전반적인 영화 생태계에도 긍정적이다.
소비 패턴의 변화, OTT 플랫폼의 성장과 영화 산업 내 투자 축소로 인해 '한국 영화가 위기'라는 상황 속에서 AI 기술이 일부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제작자의 입장에선 AI 기술이 인건비를 절감하고 창작의 폭을 넓혀줄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 AI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
영화제에선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것 이외에도, 이러한 영화 산업의 흐름과 미래에 대한 포럼이나 GV(관객과의 대화) 등 새로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나는 영화제정책모임 x BIFAN 연계 포럼인 <지속 가능한 영화제 생태계를 위한 오픈 토크> 에 참여해 보았다.
포럼에선 영화감독·배급사·수입사·영화제 운영진·관객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여, 각자의 영화제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속 가능한 영화제 생태계를 위한 오픈 토크 포럼.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주제는 '왜 영화제가 필요한가?' 에 관한 이야기였다.
"영화제는 상영하지 않는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이고, 지역 문화 또한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에요."
"영화 상영을 넘어서 배급할 작품을 발굴하고, 함께 일할 동료를 만나고,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창작 생태계를 지탱해 주는 기반이에요."
"수익성을 따져 공공도서관을 짓지 않듯, 영화와 영화제 또한 시민이 누려야 할 문화복지의 일환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이전에는 영화제를 다양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축제쯤으로만 여겼는데,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영화제가 영화 산업 전반과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장이라는 점을 새롭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부 행사를 모두 둘러본 후에는, 시민과 관객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다채롭게 준비된 야외 행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영화제 방문 순간을 기록할 수 있는 별난 사진관부터, 부천 지역의 소상공인들이 지역의 특색 있는 상품과 먹거리를 소개하는 '지역상생마켓'에 방문해 먹거리를 구매했다.
별난 사진관, 지역상생마켓, 치맥 축제까지 다양한 야외 프로그램이 마련된 모습.
더운 여름, 치킨과 맥주를 즐기며 야외 상영작을 관람할 수 있는 '치맥 축제'도 열려 많은 사람들이 치맥과 함께 잔디밭에서 영화를 즐기는 모습을 통해 영화제의 매력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잔디밭에서 야외 상영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
지역에서 열리는 영화제는 문화예술로서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장이자, 영화 산업을 이어갈 수 있는 장,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축제가 되기도 한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부산국제영화제 등 국내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영화제가 열린다.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접해보며, 나의 취향을 찾을 수 있는 영화제에 방문해 보는 건 어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