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각 국가의 정상들이 국기 앞에 서서 악수를 하거나 서류를 교환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세계의 많은 나라들은 다양한 이유로 국가 간 상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나라 또한 스페인, 일본, 프랑스, 싱가포르, 우루과이 등 세계의 다양한 나라와 수교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러한 '수교'는 단순히 정치적 협력에 그치지 않고, 각국의 시민들이 직접 체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교류로 이어진다.
실제로 한국과 이탈리아는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여 '2024~2025 한-이탈리아 상호 문화교류의 해'를 지정해 양국의 문화를 교류할 수 있는 행사를 열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우리나라 전통 악기 연주와 전통 무용이 어우러진 공연을 하기도 하고, 로마의 대표 유적지인 콜로세움에서 십장생도와 양국의 전통 건축 패턴을 소재로 한 미디어파사드 상영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로마의 톨로니아 극장에서 열린 전통 공연 '울림'. (출처=한국문화원 누리집)
이번에는 덕수궁에서 한국과 이탈리아와의 교류 역사를 살펴보며 두 나라의 현악기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 전시 <고궁멜로디, 덕수궁에서 울리는 스트라디바리우스>가 열린다고 하여 방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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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의 현악기를 감상할 수 있는 특별 전시 <고궁멜로디, 덕수궁에서 울리는 스트라디바리우스>. (출처=국가유산청)
전시가 열린 덕수궁 돈덕전에 들어서니, 한국과 이탈리아의 교류 역사의 시작점이 눈에 들어왔다.
특별전이 열린 덕수궁 돈덕전의 모습.
1884년 6월, 조선과 이탈리아 왕국은 '조이수호통상조약'을 맺으며 국교를 시작했다고 한다.
1884년 6월, '조이수호통상조약'을 통해 시작된 한국과 이탈리아의 교류.
일본의 침략이 본격화되자 일본을 견제하고 지지를 요청하기 위해 보낸 고종의 친서를 통해 본격적인 외교 관계가 시작됨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국왕에게 보낸 고종의 친서와 사용한 대한제국 황제어새의 모습.
또한 당시 이탈리아의 영사, 카를로 로세티가 남긴 대한제국의 사진과 남긴 기록을 통해, 양국의 수교가 정치적 협약을 넘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교류의 장이었음을 엿볼 수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오늘날 수교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전시장에선 근대 국가로서 위상을 보여주기 위해 서양식 군악대를 창설하고, 서양 악기로 연주하던 대한제국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대한제국 당시 시작된 서양과의 문화 교류.
당시 군악대 교관으로 초빙된 독일인 프란츠 에케르트가 작곡한 대한제국 애국가의 오케스트라용 악보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를 보며 서양과의 문화 교류가 꽤 오래전에 시작되었음을 느꼈다.
이어 전시된 1727년에 제작된 이탈리아의 현악기, 스트라디바리우스 베수비오 바이올린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1727년에 제작된 이탈리아의 현악기, 스트라디바리우스 베수비오 바이올린의 모습.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이탈리아 출신의 현악기 장인으로 지금까지도 세계 최고의 악기 명장으로 꼽힌다고 한다.
천상의 음색을 내는 바이올린이라고 하는데, 단독으로 전시되어 그 웅장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전시 구역에서는 천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의 전통 현악기를 만나볼 수 있었다.
천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의 전통 현악기.
대한제국 황실의 상징 문양인 오얏꽃이 조각된 거문고와 가야금, 하프처럼 고운 음색을 내는 향비파들을 통해 우리 악기 특유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천 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의 전통 현악기.
서양과 우리나라의 현악기를 연달아 감상하니 같은 현악기임에도 생김새의 차이도 크고, 우리나라의 현악기는 손가락이나 손톱, 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음색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더욱 대조되어 다가왔다.
한국과 이탈리아 양국의 문화를 담은 전시를 통해서 수교가 서로의 문화를 경험하고, 이해하며 창의적인 문화적 영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던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선율로 하나가 된 이탈리아와 한국.
<고궁멜로디, 덕수궁에서 울리는 스트라디바리우스> 특별전은 11월 21일까지 덕수궁 돈덕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11월 20일에는 해금, 가야금 등 우리나라의 악기로 연주하는 국악과 전시 중인 스트라디바리우스 베수비오로 연주하는 특별전 연계 음악회도 열린다고 하니 신청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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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자료) 세계적 현악기 '스트라디바리우스 베수비오' 덕수궁에서 국내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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