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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기술·제품 개발로 소재 종속 극복해야

강성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CT창의연구소장 2019.08.08

강성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CT창의연구소장
강성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CT창의연구소장
세계는 총성 없는 전쟁인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다. 원래 전쟁이 군사력을 수단으로 상대를 괴롭히려 한다면 최근의 무역전쟁은 관세, 수출입 품목 규제 등의 무역 수단을 이용하여 간접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속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로 받아왔었는데, 이제는 반갑지 않게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되었다. 

일본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로 폴로이미드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행한데 이어 대한민국을 외국환과 외국무역 관리법에 따른 신뢰 대상인 ‘화이트 국가’ 목록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서 당장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제조에 있어서 꼭 필요한 소재부품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기술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는 소재부품의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그동안 자유무역 체제 하에서 가장 경제적인 제품을 수급하던 것이 당연하였으나, 이제는 이것이 언제든지 무역전쟁의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안정된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대해 불안요소가 되었으며 따라서 벨류 체인에 다른 경제성 외에도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한 사항이다.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정부에서는 정치 해법 도출과 외교적인 협상이 진행되어야 하며 기업은 새로운 글로벌 공급망 확보 및 대체 가능성 및 경제성 등을 검토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소재부품 개발 및 산업 육성을 통해 지나쳐 버린 첨단 소재 굴뚝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 무역전쟁에서 지지 않는, 아니 나아가서 소재 종속을 극복할 수 있는 핵심 기술 및 제품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나 한정된 재원으로 모든 소재부품 기술을 개발할 수는 없기에 시급성과 필요성의 정도 등을 나누고 산-학-연-관의 역할분담을 기반으로 전략적인 방법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인 기술 개발의 효율성은 기업이 가장 높을 것이다.

단기적인 기술 개발에서는 학-연-관이 기업의 한계 기술 극복을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즉, 제품 개발이 바로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환경·화학·안전 등의 규제 완화, 기술 개발 협력 및 기술 지원, 테스트베드 플랫폼 구축 및 이를 이용한 평가·실증 등 다방면의 지원이 해당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경기 김포시 월곶면 (주)에스비비테크를 찾아 브리핑을 듣고 생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 회사는 수입에만 의존하던 정밀제어 감속기의 자체 생산에 성공하고 자동화용 구동장치 등으로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문재인 대통령이 7일 경기 김포시 월곶면 (주)에스비비테크를 찾아 브리핑을 듣고 생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이 회사는 수입에만 의존하던 정밀제어 감속기의 자체 생산에 성공하고 자동화용 구동장치 등으로 분야를 확대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특히,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소재부품 개발에 있어서는 설계된 소자를 제작하여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일괄공정 소자 제조 및 평가 테스트 베드의 구축이 시급하다. 기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단위 공정 위주의 인프라는 소자 제조 및 평가가 가능하고 일괄공정 인프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국내 산재한 단위 공정 인프라를 연계시킬 수 있는 기술지원 허브를 구축하고, 일괄공정에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신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수출입 통계 및 산업발전 방향에 따라 전략적으로 보유해야 하는 핵심 소재부품을 선정하고 이에 대한 과감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더 나아가서 창의적인 미래 신기술 개발에 있어서 우리의 경쟁력있는 소재부품이 탑재 될 수 있도록 장기 연구개발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핵심 소재부품의 경우 그동안 시장성 위주로 판단하여 투자 품목을 결정하였다면 이제는 작은 시장규모와 선진 기업과의 높은 기술격차 등으로 인하여 투자 대비 효율이 낮은 핵심 소재부품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낮은 시장성 등 사업화 리스크로 인해 기업에서 개발이 어렵다면 출연연 등 공공기관을 활용한 전략적 기술 개발이 그 해법이다. 제4차 산업혁명 등을 대비한 미래 신기술 개발의 경우 서비스 또는 시스템 기술 개발에 있어서 경쟁력은 시스템에서도 중요하지만 지금처럼 소재부품까지 내재화 한다면 더욱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소재부품의 기초가 없는 상황에서의 서비스 및 시스템 기술은 언제라도 이번과 같은 무역전쟁의 타겟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본의 소재부품 경제 제재에 대해서 ‘기해왜란’이라는 말을 만들어 낼 정도로 일본의 경제적 침략에 대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이제는 조금 더 냉정하게 앞으로의 무역전쟁에서 무기로 쓸 수 있는 소재 부품 장비 등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자해야 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적용되기까지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함을 우리는 경험하였기에 보다 긴 호흡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인 투자와 실패를 두려워 하지않는 환경과 어려운 기술 개발을 격려하는 연구 풍토가 절실하다.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여 평가하고 제재하는 분위기에선 창의적인 결과나 목표를 이룰 수 없다.

또한 이번 위기를 개인·기관·지역 등의 이익을 쟁취하는 기회로 삼고자 하는 행동들에 대한 경계도 필요할 것이다. 이번의 위기가 소재부품의 세계 경쟁력 확보의 발판으로, 우리의 기술 개발 시스템과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임을 의심할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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