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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처럼 피어난 보자기 비빔밥…"K를 맛보세요"
역대 최대 규모의 '2026 코리아그랜드세일'이 예년보다 앞서 12월에 찾아왔다.
12월 17일 개막해 내년 2월 2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는 방한 관광 비수기에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과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한국의 대표 쇼핑·관광 축제다.
2026년 2월 22일까지 '2026 코리아그랜드세일(Korea Grand Sale 2026)'이 열린다. 서울 북촌에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방문의해위원회와 함께 12월 17일부터 2026년 2월 22일까지 '2026 코리아그랜드세일(Korea Grand Sale 2026)'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코리아그랜드세일은 항공·숙박·쇼핑·식음·체험·편의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민간 참여를 바탕으로 지난 2011년부터 이어져 왔다.
케이(K)-콘텐츠 중 음식(K-Gourmet)을 주제로 한 체험 프로그램을 '꽃,밥에피다 북촌점'에서 진행했다.
관광의 흐름이 단순한 소비에서 체험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올해 코리아그랜드세일은 전 세계인의 인기를 얻고 있는 케이(K)-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5개 주제 체험 프로그램을 전면에 내세웠다.
음식(K-Gourmet), 즐길 거리(K-Exciting), 미용·패션(K-Stylish), 웰니스(K-Healing), 문화예술(K-Inspired)이다.
보자기 비빔밥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식재료. 제철 나물과 밥, 달걀 지단, 간장, 참기름이 외국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12월 22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북촌에 위치한 '꽃,밥에피다 북촌점'을 찾았다.
체험에 앞서 '꽃,밥에피다' 요리사가 외국인 참가자들 앞에 섰다.
쉐프는 영어로 이날 사용할 식재료인 제철 나물과 밥, 달걀, 간장, 참기름을 하나씩 소개하며 재료의 특징과 한식 조리의 기본을 설명했다.
꽃,밥에피다 측은 우리의 한식 문화를 영어로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외국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꽃,밥에피다는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비건 한식을 선보이는 공간으로, 전통 한식의 조리 방식과 철학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슐랭 가이드와 빕 구르망에 이름을 올린 레스토랑으로,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한국식 채식 한식'을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날 체험 역시 음식의 맛뿐 아니라 재료의 의미와 조리 과정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전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외국인들 앞에 선보인 보자기 비빔밥은 한국의 식문화를 보여주는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이날 소개된 '보자기 비빔밥'에서 보자기는 천이 아니라 사각형으로 만든 달걀 지단을 의미한다.
쉐프는 노릇하게 부친 계란 지단을 접시 위에 펼쳐 보이며 "한국의 보자기처럼 재료를 감싸는 의미를 담았다" 라고 설명했다.
이어 달걀 지단으로 밥과 나물을 감싸고 장식하는 전 과정을 직접 시연했다.
참가자들은 요리를 시작하기에 앞서 만드는 법을 먼저 보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다.
쉐프가 시범을 보인 후 외국인 참가자들이 요리할 차례다. 외국인이 앉은 자리마다 보자기 비빔밥을 만들 식재료가 놓였다.
보자기 비빔밥은 사각형으로 부친 계란 지단 위에 제철 채소를 데쳐 양념에 무친 나물과 밥을 올린 뒤, 달걀 지단으로 나물과 밥을 감싸 보자기처럼 모아 완성한다.
꽃과 잎, 김으로 윗면을 장식한 뒤 그릇에 옮겨 담고, 나이프와 숟가락으로 달걀 지단을 잘라 펼쳐 간장과 참기름을 곁들여 비벼 먹는다.
나물과 밥을 감싸고, 자르고, 비비는 일련의 과정은 재료를 한데 모아 조화를 이루고, 이를 함께 나누어 먹는 한국 음식 문화의 특징을 잘 드러낸다.
외국인 참가자들은 보자기 비빔밥을 만들며 이런 한국의 식문화를 자연스럽게 체험했다.
이탈리아 국적의 사라가 쉐프가 알려준 대로 직접 보자기 비빔밥을 만들고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케이-구르메(K-Gourmet)' 체험의 하나로, '2026 코리아그랜드세일'을 계기로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에게 프리미엄 K-비건 보자기 비빔밥 만들기와 고급 재료 시식 기회를 제공했다. 이날 체험에는 총 18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참여했다.
필자와 같은 테이블에 앉은 이탈리아 국적의 남매 안드레아와 사라는 12월 15일부터 31일까지 한국을 여행 중이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한국을 찾았으며, 지난해에도 한국을 여행했던 경험이 있다.
이번에 '코리아그랜드세일'을 앞당겨서 12월 중에 열렸기 때문에 해마다 열리는 '코리아그랜드세일'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탈리아 국적의 안드레아가 보자기 비빔밥을 만든 후 먹기 직전에 간장을 넣고 있다.
안드레아는 "전통 음식은 재료가 단순하지만, 그 안에 역사와 철학이 담겨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제철 채소를 데쳐 양념한 나물을 달걀 지단으로 감싼 보자기 비빔밥은 보기에도 의미가 분명했다" 라고 말했다.
그는 "간장과 참기름이 각각의 재료를 자연스럽게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했다"라고 덧붙였다.
안드레아는 보자기 비빔밥을 만든 직후 간장과 참기름을 찾을 만큼 우리의 전통 양념에 관심을 보였다.
외국인들이 보자기 비빔밥을 만든 후 각자가 요리한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다.
사라는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로 K-뷰티와 K-아이돌을 꼽았다.
그는 "피부 관리에 관심이 많은데 특히 한국 화장품은 품질이 우수하다. 이후 한국 아이돌이 출연하는 명품 브랜드 패션쇼를 접하면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라고 말했다.
현재 이탈리아 세종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보자기 비빔밥 만드는 체험에 참여했던 안드레아는 특히 한국의 전통 양념장인 간장과 참기름의 풍미에 관심을 보였다.
사라는 "외국인을 위한 축제를 한국에서 처음으로 경험했다. 다른 나라에는 보통 자국민을 위한 축제는 많아도, 외국인을 환영하는 축제는 흔하지 않다" 라고 말했다.
이어 "코리아그랜드세일처럼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행사에 직접 참여해 보니, 한국 사회가 외국인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12월 30일에 열리는 '케이-스타일리시(K-Stylish)' 체험 프로그램도 신청했다" 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인터뷰 말미에 사라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이런 경험이 쌓이다 보니, 언젠가는 여행이 아니라 생활로 한국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라고.
'2026 코리아그랜드세일'은 소비를 넘어 체험으로 이어지는 관광의 모습을 보여준다. 체험이 끝난 직후 참가자들 모두가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달걀 지단으로 제철 나물과 밥을 감싸고, 간장과 참기름을 곁들여 비벼 먹는 보자기 비빔밥은 외국인 관광객에게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작용했다.
'2026 코리아그랜드세일'은 소비를 넘어 체험으로 이어지는 관광의 방향을 현장에서 확인하게 했다.
외국인의 발걸음이 다시 한국으로 향하게 만드는 힘은, 이렇게 일상의 음식 문화 속에서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2월 22일까지 진행하는 행사인 만큼 외국 관광객들이 한국에 대해 더 많이 알아가는 시간이 될 거라 확신한다.
그게 다음에 또 한국을 방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 2026 코리아그랜드세일 바로 가기
☞ (정책뉴스) 역대 최대 규모 '코리아그랜드세일' 개막케이-컬처·쇼핑관광 바다로
정책기자단|윤혜숙geowins1@naver.com
책으로 세상을 만나고 글로 세상과 소통합니다.
2025.12.29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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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성수동, 뷰티로 빛났다…'K-브랜드 글로우 위크'
연말을 앞둔 성수동은 유난히 분주했다.
골목마다 개성 넘치는 팝업스토어가 들어서 있었고, 사람들의 발걸음도 끊이지 않았다.
2025 K-브랜드 글로우 위크 전시 공간을 찾는 길 역시 그중 하나였다.
보도자료에 나온 주소가 지도 앱에 뜨지 않아 잠시 헤맸지만, 안내를 받아 도착한 전시장은 주변 팝업스토어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세련된 외관으로 눈길을 끌었다.
연말 성수의 분위기 속에서 K-소비재를 가까이 만나다.
1층 입구에서 지도를 하나 받아 들었다.
뷰티·패션·푸드·라이프, 네 개 산업 라인을 모두 체험하고 스탬프를 모으면 리워드를 받을 수 있는 구조였다.
자연스럽게 공간을 따라 이동하며 전시를 '탐험'하게 만드는 동선이었다.
K-뷰티 수출 유망 기업의 제품을 중심으로 정책 지원의 방향을 보여준 뷰티 라인.
1층은 K-뷰티와 K-패션 라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K-뷰티 공간에서는 'K-뷰티 크리에이터 챌린지' 수상 기업 제품도 함께 소개되고 있었다.
이 사업은 민관 협업을 통해 K-뷰티 수출 유망 기업을 발굴하고,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수출 선도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체험에서 정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전시 방식이 인상적이다.
현장에서는 일부 제품을 직접 테스트해 볼 수 있었고, 구매 페이지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영문 안내 책자로 연결되는 QR코드가 눈에 띄었다.
이러한 온라인 연계 방식은 이후 패션·푸드·라이프 등 다른 전시 라인을 둘러보면서도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전시 공간이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해외 시장을 함께 염두에 두고 구성됐음을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옷과 소품으로 K-패션의 감각을 한눈에 살펴보다.
뷰티 미션 스테이션에서는 K-뷰티 제품을 안전하게 포장하는 공정을 체험하고, 샘플을 직접 골라 받을 수 있었다.
스탬프를 하나 더 채운 뒤 K-패션 라인으로 이동했다.
티셔츠, 니트, 가디건, 바지, 구두, 가방, 키링 등 다양한 제품이 전시돼 있었고, 미션 스테이션에서는 전시된 제품으로 나만의 OOTD를 구성해 보는 체험도 진행됐다.
푸드 분야 K-소비재의 상품성과 해외 진출 가능성을 맛으로 전하다.
2층으로 올라가기 전에는 퍼스널 컬러를 분석해 주는 사진 부스가 마련돼 있었다.
평소 궁금했던 퍼스널 컬러를 가볍게 체크해 볼 수 있어 관람의 재미를 더했다.
2층에는 푸드 라인과 라이프 라인이 이어졌다.
오후 4시부터 시작된 시식 시간에 맞춰 간장 김, 야채과일 스틱, 솜사탕, 어포 등 여러 제품을 직접 맛볼 수 있었다.
생활 밀착형 제품으로 확장되고 있는 K-소비재의 스펙트럼을 보여준 라이프 라인.
가장 궁금했던 공간은 라이프 라인이었다.
뷰티·패션·푸드와 달리 어떤 제품이 전시돼 있을지 쉽게 떠올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보조배터리, 캐리어 벨트, 마사지기, 가습기 등 일상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들이 다양하게 전시돼 있었다.
분야는 달라도 우리 삶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제품들이라는 점에서, K-소비재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전시의 마지막을 소소한 즐거움으로 마무리한 리워드 미션.
마지막 미션은 마음에 드는 K-라이프 제품과 2026년 새해 소망을 적어 제출하는 것이었다.
추첨을 통해 해당 제품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모든 미션을 마친 뒤에는 리워드 센터로 이동해 뽑기에 참여했다.
사실 이런 뽑기 게임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제한 시간이 지나 자동으로 내려간 집게가 우연히 움직였는데, 뜻밖에도 내가 마음에 두고 있던 랜덤 상품이 걸렸다.
작은 행운이었지만 전시 관람의 마지막을 기분 좋게 마무리해 주는 순간이었다.
연말 분위기 속에서 시민과 자연스럽게 만난 K-소비재 정책 현장.
이번 2025 K-브랜드 글로우 위크는 중소벤처기업의 수출 정책이 현장과 소비자 경험을 통해 구현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체험형 전시는 정책의 방향을 국민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창구로 기능했다.
이런 경험들이 K-소비재의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밑거름이 되길 바라본다.
앞으로도 이러한 시도가 지속되어 K-소비재 정책이 중소벤처기업의 실질적인 성장과 글로벌 시장 안착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K-컬처의 인기에 힘입어 성장해 온 K-소비재가 정책적 뒷받침 속에서 더욱 안정적인 수출 경쟁력을 갖추길 바라본다.
☞ (보도자료) '수출 유망 K-소비재가 한자리에' 「2025 K-BRAND GLOW WEEK」 개최
정책기자단|정수민sm.jung.fr@gmail.com
글을 통해 '국민'과 '정책'을 잇겠습니다.
2025.12.29
정책기자단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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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의 삶에 허락된 '잠시 멈춤'…인문열차버스
작년에 차일피일 미루다 그만 신청 기회를 놓쳤던 인문열차버스를 올해는 반드시 타기로 결심했다.
필자가 탑승했던 인문열차버스는 종착역까지 질주하지 않고, 중간에 잠시 멈춤을 허락한다.
인문열차버스는 중장년층을 위한 인문 여행 프로그램이다.
중장년층은 청년과 노년을 잇는 세대지만, 청년과 노년에 비해 정책의 초점에서는 종종 비켜나 있다.
가정과 일터에서 중심 역할을 해온 그들이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다.
2025 인문열차버스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지역에서 인문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보고 변화를 꿈꿀 수 있는 치유와 회복의 여정으로, 1박 2일간 4개 권역(영남권, 강원권, 수도권, 충청권)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2025 인문열차버스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지역에서 인문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보고 변화를 꿈꿀 수 있는 치유와 회복의 여정으로, 1박 2일간 4개 권역(영남권, 강원권, 수도권, 충청권)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영남권에는 인문열차가, 수도권·강원권·충청권에는 인문버스가 달렸다.
전국에서 모인 참여자들이 사당역 공영주차장에 집결해서 2개의 조로 나뉘어 1박 2일 여정을 함께 했다.
필자는 마지막 충청권 인문버스를 선택해서 12월 13일부터 1박 2일간 여정을 함께했다.
출발지는 사당역이다.
전국에서 모인 참여자들이 사당역 공영주차장에 집결했다.
잔뜩 흐린 날씨만큼이나 각자의 마음에도 저마다의 사연이 묻어 있을 것이다.
◆ 역사에서 삶으로, 인간 이순신을 만나다
첫 일정은 온양민속박물관에서 해설을 들으면서 우리의 전통 풍속인 관혼상제 전시를 살펴봤다.
첫날 일정을 온양민속박물관에서 시작했다.
사립 박물관이라는 안내가 무색할 만큼 넓은 공간과 2만 5,000여 점의 유물이 눈길을 끌었다.
해설사는 우리의 전통 풍속인 관혼상제 전시를 중심으로 과거 조상들의 삶과 지혜를 풀어냈다.
아기의 탄생과 함께 대문 앞에 내걸린 금줄에 담긴 출산의 의미에서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금줄에 담긴 출산의 의미, 혼례상에 올린 닭과 기러기의 상징, 상복과 제례에 깃든 슬픔과 효의 감정까지.
지금은 관혼상제 예식이 간소화되거나 생략되고 있지만, 과거엔 인생의 통과의례로 예식을 중요시했다.
박물관의 전시는 유물이 아니라 '살아 있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양모를 활용해 전통 탈의 모습을 재현하는 시간에 참여자들 모두가 각자의 탈을 꾸미느라 집중했다.
박물관 대강당에서는 양모 공예 체험이 이어졌다.
마지막 전시실에서 지역별로 전해지는 수많은 탈의 해학적인 표정을 구경했던 터다.
양모를 활용해 전통 탈의 모습을 재현하는 시간이다.
참여자들은 고개를 숙인 채 탈을 꾸미느라 분주했다.
양모 끝에서 각자의 개성이 담긴 탈이 하나둘 완성됐다.
바늘로 양털을 꾹꾹 눌러야만 제법 탈의 모양이 잡혔다.
그 과정에서 몰입하는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었다.
완성된 탈의 뒤편에 자석을 붙여줘서 기념품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
현충사와 인접한 충무공이순신기념관에서 '난중일기 속 인간 이순신'을 주제로 한 신병주 교수의 강연이 있었다.
이어진 충무공이순신기념관에서는 신병주 교수의 강연이 진행됐다.
신병주 교수는 TV에서 자주 보던 얼굴이어서 친숙했다.
'난중일기 속 인간 이순신'을 주제로 한 강연은 위인의 업적보다 두려움과 선택의 순간에 초점을 맞췄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두 차례의 전쟁 속에서 이순신 장군은 명장으로 백전백승했지만, 그 또한 우리와 다름없는 인간이었다.
명량해전을 앞두고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 라고 말해야만 했던 장군의 심경을 따라가 보니, 참여자 각자의 삶에서 마주한 고비들이 겹쳐졌을 것이다.
인문열차버스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이유가 분명해지는 순간이었다.
충무공 이순신 기념관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줄이 이어졌다. 영웅 이순신이 아닌 인간 이순신을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강연이 끝난 뒤 각자 2개의 조로 나뉘어 각자의 선택에 따라 충무공 이순신 기념관이나 현충사를 둘러봤다.
갑자기 폭우로 변한 빗줄기에 많은 참여자들이 충무공이순신기념관 전시를 관람하는 것으로 했다.
신병주 교수의 강연을 경청한 뒤라서 전시물이 눈에 쏙 들어왔다.
영웅 이순신이 아닌 인간 이순신을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 울림에서 글로, 내면을 향한 여정
숙소인 깊은산속옹달샘에서 싱잉볼 명상에 참여했다. 손바닥 위에 올려둔 싱잉볼을 채로 두드리자 은은한 울림이 미세한 떨림으로 전해졌다.
숙소인 '깊은산속옹달샘'에 도착하자 비는 어느새 눈으로 바뀌어 있었다.
어둑해진 산속은 하얀 눈으로 환해졌다.
명상복으로 갈아입고 싱잉볼 명상에 참여했다.
손바닥 위에 올려둔 싱잉볼을 채로 두드리자 은은한 울림이 미세한 떨림으로 전해졌다.
그 울림은 몸의 곳곳을 지나 마음으로 스며들었다.
충주 시내는 비가 내렸지만, 숙소가 있는 산속은 하얀 눈으로 덮여 있다.
다음 날 아침, 향기호흡명상을 하면서 서로를 다독여주며 위로와 감사의 말을 하고 있다.
다음 날 아침의 향기호흡명상은 더 깊었다.
숨을 고르고 향을 느끼는 동안 마음의 속도가 한 박자 느려졌다.
"그동안 사느라 정말 애 많이 썼어요. 두 팔을 교차해서 나를 안고 토닥토닥하면서 고맙다고 말해주세요" 라는 강사의 말에 대다수의 참여자들이 자신을 되돌아보다가 소리 내어서 울고 있었다.
필자도 울컥하다가 끝내 눈시울을 적셨다.
깊은산속옹달샘 고도원 이사장은 인문 강연에서 '꿈, 그리고 꿈 너머 꿈'을 화두로 자신의 삶을 풀어냈다.
오후에는 깊은산속옹달샘을 운영하는 고도원 이사장의 인문 강연과 글쓰기 특강이 이어졌다.
고도원 이사장은 '꿈, 그리고 꿈 너머 꿈'을 화두로 자신의 삶을 풀어냈다.
일곱 교회를 개척한 아버지 아래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가정에서의 성장기, 말문을 잃었을 만큼의 시련, 그리고 25년 넘게 하루도 빠짐없이 이어온 '아침 편지'에 이르기까지.
청와대 대통령 연설담당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승승장구했을 것 같았던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모든 이야기는 저점에서 시작된다. 굴곡이 있어야 삶도, 글도 힘을 얻는다" 라고 말했다.
글쓰기에 대해서는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일단 써야 한다" 라고 강조했다.
단어에서 시작해 초고를 쓰고, 사색과 명상으로 생각을 가다듬는 과정이 곧 글쓰기라고 했다.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글도 쓸 수 없다" 라는 그의 말은 인문열차버스가 전하려던 메시지를 또렷하게 요약해 주었다.
◆ 벅적한 관광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는 시간
깊은산속옹달샘 갤러리 내부. 한 참여자는 퇴직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시점에 지금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충남 천안에서 혼자 참여한 기정애 씨(50대 후반)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침 향기명상" 이라며 "나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됐다" 라고 말했다.
그는 "퇴직 이후의 삶을 고민하는 시점에서 이런 시간은 '지금 잘 살고 있는지'를 점검하게 만들었다" 라고 했다.
이어 "처음에 인문열차버스를 신청할 적엔 정확한 출처를 몰라서 망설였지만, 막상 와보니 제가 낸 세금이 아깝지 않다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라고 덧붙였다.
깊은산속옹달샘 카페 안. 부부 참여자는 관광 위주의 여행과 달리, 스스로를 정리할 여유를 주었다고 밝혔다.
경기 안산에서 부부로 참여한 김형석 씨(60대 초반)는 인문열차버스를 이렇게 요약했다.
"벅적거리는 여행이 아니라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시간입니다. 관광 위주의 여행과 달리 과거를 돌아보고 스스로를 정리할 여유를 줬어요" 라고 말했다.
아내 고지연 씨는 "민속박물관 해설과 체험, 이순신 강연, 명상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어요. 1박2일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인문열차버스'라는 이름이 이해됐어요" 라고 말했다.
다만 부부는 공통적으로 인문열차버스의 홍보 부족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김 씨는 "실제 인문열차버스를 타고 이곳까지 와봐야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인문열차버스 신청 단계에서 이전 인문열차버스 참여자의 경험담이 더 드러났으면 인문열차버스의 효과를 알 수 있어서 좋았을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부부는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있다면 또 참여하고, 주변에도 적극 권하고 싶어요. 그러면 너무 많이 알려져서 경쟁률이 높아질 수 있어서 걱정이긴 합니다" 라고 입을 모았다.
인문열차버스처럼 부부가 함께 자신을 돌아보는 여행 프로그램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 이동형 인문학, 중장년에게 필요한 정책 실험
깊은산속옹달샘 꿈너머꿈 도서관 안. 참여자들은 다음에도 또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인문열차버스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중장년 대상 인문학 프로그램이다.
지역과 세대를 연결하는 '이동형 인문학'이라는 특징을 바탕으로, 인문 강연과 문화시설 탐방, 체험, 성찰·명상 프로그램을 결합했다.
참가자는 일부 비용만 부담하며, 숙박·식사·프로그램을 포함한 구성에 비해 부담은 크지 않은 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인문열차버스 외에도 '길 위의 인문학', '지혜학교'를 비롯해 청소년·청년·중장년·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인문학 프로그램을 전국 도서관과 지역 문화공간을 통해서 운영하고 있다.
인문열차버스는 우리의 삶에 잠시 멈춤을 허락했다. 그 여운은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아서 우리를 일깨워주고 있다.
버스에 오르면서 여행을 시작했고, 버스에서 내리니 생각이 남았다.
인문열차버스에 탑승할 때는 설렘이 있었다면, 하차할 때는 질문 하나가 마음에 남았다.
"지금의 나는, 잘 살고 있는가."
중년의 삶에 필요한 것은 어쩌면 답이 아니라, 이 질문을 꺼내볼 수 있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인문열차버스는 그렇게, 우리의 삶에 잠시 멈춤을 허락했다.
그 여운은 오래도록 우리 곁에 남아서 우리를 일깨워주고 있다.
☞ 2025 인문열차버스 프로그램 알아보기
☞ 인문360 누리집(inmun360.culture.go.kr)
정책기자단|윤혜숙geowins1@naver.com
책으로 세상을 만나고 글로 세상과 소통합니다.
2025.12.29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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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라 12.29' 여객기 참사 1주기…디지털 분향소에서 추모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지난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활주로를 벗어난 항공기가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하며 폭발한 사고다.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사망하면서 유족을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아픔을 남겼다.
나 또한 사고 보도를 보고 충격을 받아 한동안 계속 뉴스를 봤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어느새 1년이 지나고,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맞아 지난 12월 20일부터 전국에서 다양한 추모행사가 진행됐다.
'기억하라 12·29'를 주제로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의 마음을 위로하며, 진상규명과 항공 안전사고 재발 방지를 다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인데, 12월 20일부터 개최되는 시민 추모대회를 비롯한 유가족 행사와 국민 참여 행사, 추모식 등으로 구성되었다.
시민 추모대회는 유족과 시민들이 서울 보신각 앞에 모여 희생자를 기리고 참사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로 지난 20일 진행되었고, 24일에는 '유가족의 밤' 행사가, 27일에는 오후 2시 광주 동구 5.18 민주 광장에서 '광주·전남 시도민 추모대회'가, 28일에는 '추모의 밤' 행사가 진행되었다.
여러 행사가 진행되지만 특히 22일부터 29일까지는 서울역, 용산역, 김포공항, 인천공항, 광주송정역, 전남도청 등 7곳에서 디지털 분향소가 운영된다는 소식에 눈이 갔다.
디지털 분향소.
전국 곳곳에서 국민이 참여해 누구나 희생자를 추모할 수 있는 공간이라, 나도 참여해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러 장소 중 용산역 여행센터 앞 디지털 분향소를 직접 찾아 추모의 시간을 가졌다.
용산역 여행센터는 용산역 3층 매표소 오른편에 자리 잡고 있다.
여행센터 앞, 간소하게 디지털 분향소가 마련되어있었지만 멀리서도 눈에 띄어서 금방 찾을 수 있었다.
현장에 찾아가 보니 두 가지 방식으로 추모를 할 수 있었다.
전자칠판 메시지.
하나는 전자칠판에 메시지를 남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테이블 위 방명록에 손으로 직접 글을 적는 방법이었다.
나는 테이블 위 방명록을 선택해 간단한 추모 메시지를 남겼다.
방명록 작성.
분향소 운영 첫날, 오후 시간대였는데도 이미 추모 메시지를 남긴 사람들이 꽤 많았다.
나의 경우 이런 디지털 분향소를 직접 찾아간 것은 처음이었는데, 일상 공간에서 잠깐이라도 희생자들을 떠올리고,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한편 방명록에 글을 쓰는 동안, 분향소 한편에 설치된 TV에서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글을 쓰면서 영상 속 "함께 보던 드라마를 볼 때, 희생자가 떠오른다" 라는 한 문장이 특히 마음을 울렸는데, 유족분들이 얼마나 큰 상실감을 느꼈을지 확 와닿았다.
글을 적고 난 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전자칠판에 메시지를 남기거나 테이블 위 방명록을 쓰지 않더라도, TV 화면을 바라보며 조용히 추모 영상을 보거나, 한참을 바라보다 가는 사람 등 다른 방문객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를 이어가고 있었다.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여 참사를 다시는 반복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다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짧은 시간이었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마음속으로 희생자를 떠올리고 안전의 중요성을 다시 느끼게 되면서 앞으로도 이런 자리를 자주 찾아 기억하려고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디지털 분향소 추모 방법.
12.29 참사 1주기를 맞아 마련된 디지털 분향소는 29일까지 운영된다.
디지털 분향소는 일상 속 잠깐 들러 추모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니 아직 참여하지 못한 시민들도 가까운 장소를 찾아 잠시라도 희생자를 떠올리고, 마음을 담은 메시지를 남기며 함께 기억하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 (정책뉴스) '기억하라 12·29' 여객기 참사 1주기20일부터 전국서 추모행사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박세아 new220723@naver.com
2025.12.29
정책기자단 박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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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디자인' 일상의 공간에 미래까지 담아내다
'공공디자인'이라는 말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공공디자인의 뜻을 정확히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공공디자인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조성·제작·설치·운영·관리하는 공공시설물에 공공성과 심미성을 더하는 행위이자 그 결과물이다.
대중교통시설, 보행 안전시설, 편의시설, 녹지와 안내 시설까지 우리 일상에 놓인 대부분의 공간이 공공디자인의 영역에 속한다.
이촌한강공원에서 바라본 한강의 풍경. 누구나 즐겨 찾는 한강에서도 공공디자인을 찾을 수 있다.
공공디자인은 이제 '보기에 좋은 공간'을 넘어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의 언어가 되고 있다.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사회적 고립과 같은 구조적 변화에 공간의 역할이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공공디자인이 일상에서 미래를 준비한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닌 이유다.
매년 하반기에 열리는 '공공디자인 페스티벌'은 이러한 흐름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올해 슬로건은 '내일을 위한 공공디자인'이었다.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5'는 끝났어도 공공디자인은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우리가 일상을 보내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그 현장에서 서로 다른 미래를 대비하는 두 개의 공공디자인을 떠올렸다.
초고령사회, 그리고 1인 가구 사회다.
◆ 초고령사회를 준비하는 공간, 이촌한강공원의 유니버설 디자인
이촌한강공원은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수변 공간으로, '모두를 위한 피크닉풀'이 있다.
첫 번째 풍경은 이촌한강공원이다.
산책길에서 마주한 '모두를 위한 피크닉풀'은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수변 공간이다.
이 공간은 특정 이용자를 위한 배려 공간이 아니라, 누구나 같은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휠체어 이용자, 유아차를 동반한 가족, 고령자 등 이동 약자도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경사형 보행로를 조성했다.
휠체어 이용자, 유아차를 동반한 가족, 고령자 등 이동 약자도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경사형 보행로를 조성했고, 단절 없는 동선을 따라 다목적 테이블과 벤치, 계단형 벤치와 캐노피를 배치했다.
특히 계단형 벤치는 일렬로 앉는 평면 벤치와 달리, 높낮이 단차를 두어 앞사람의 시야를 가리지 않는다. 한강을 모두의 눈높이로 나누어 주려는 디자인이다.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 도시조성 기본 조례 개정안이 적용된 첫 시범 사례다.
이촌한강공원에 자리한 계단형 벤치는 일렬로 앉는 평면 벤치와 달리, 높낮이 단차를 두어 앞사람의 시야를 가리지 않게 설계했다.
이촌한강공원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배려가 잘된 공간'이어서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는 현실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5년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20.3%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 2022~2072년」, 2023.12)
유엔(UN)은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넘는 사회를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UN, World Population Prospects 2022)
이촌한강공원으로 가는 길에 어르신, 유아차를 동반한 가족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흔히 '약자를 위한 디자인'으로 오해되지만, 본질은 다르다.
나이와 성별, 신체 조건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고령자에게는 안전한 공간이 되고, 젊은 세대에게는 편안한 휴식 공간이 된다.
특히 이촌한강공원의 유니버설 디자인은 '지금의 누군가'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미래의 나 자신을 포함한 모두를 전제로 한 설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오늘은 건강한 이용자일지라도, 내일은 보행 보조 기구가 필요할 수도 있다.
초고령사회가 일상이 된 지금, 유니버설 디자인은 선택이 아닌 기본 조건이 된다.
이촌한강공원에 조성된 '모두를 위한 피크닉풀'은 우리의 미래를 반영한 공공디자인이다.
◆ 1인 가구 사회를 준비하는 공간, '강남구 1인 가구 커뮤니티센터'
'강남구 1인 가구 커뮤니티센터'는 전국 최초의 1인 가구 전용 커뮤니티 공간으로 출발했다.
두 번째 사례는 '강남구 1인 가구 커뮤니티센터'다.
1인 가구의 증가는 또 하나의 뚜렷한 사회 변화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등록센서스 방식)」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35.5%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보다 증가한 수치로, 1인 가구가 전국 가구의 약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계청, 「2023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2024.7)
강남구 1인 가구 커뮤니티센터는 이러한 변화에 공간으로 응답한 사례다.
전국 최초의 1인 가구 전용 커뮤니티 공간으로 출발한 이곳은 최근 강남역 인근으로 이전하며 기능과 역할을 확장했다.
홍혜준 강남구 1인 가구 커뮤니티센터 팀장은 "이전하면서 센터의 공간을 크게 확장했다." 라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교육 공간이 한 곳뿐이었지만, 현재는 교육실 두 곳과 라운지, 공유 주방이 더해지며 세 곳 이상의 교육·교류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상담실도 두 곳으로 늘어나 1인 가구가 느끼는 고립감, 외로움 등 정서적 지원 기능을 강화했다.
'강남구 1인 가구 커뮤니티센터'에서는 공유 주방을 중심으로 요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1인 가구 간에 관계망 형성을 유도한다.
센터가 주목한 핵심 문제는 '식생활'이다.
1인 가구는 재료 구매의 부담, 간편식 위주의 식사, 혼자 먹는 외로움이 겹치기 쉽다.
그런 이유로 끼니를 거를 때가 많다.
그러면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유 주방을 중심으로 요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1인 가구 간에 관계망 형성을 유도한다.
센터는 프로그램을 대부분 다회기 과정으로 구성했다.
요리뿐 아니라 주거 계약, 집 관리, 인테리어, 경제 교육 등 혼자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생활 정보를 담고 있다.
'혼자서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센터의 목표다.
혼자서도 잘 살아가야 여럿이 모여도 잘 살아갈 수 있다.
좁은 주거 환경에 익숙한 이용자들을 고려해 시야가 트인 구조로 설계했고, 자연을 연상시키는 바닥과 조명으로 안정감을 더했다. 이는 고립을 완화하고 일상적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공공디자인이다.
공간 디자인 역시 1인 가구의 현실을 반영한다.
좁은 주거 환경에 익숙한 이용자들을 고려해 시야가 트인 구조로 설계했고, 자연을 연상시키는 바닥과 조명으로 안정감을 더했다.
이는 고립을 완화하고 일상적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공공디자인이다.
홍혜준 팀장과의 인터뷰가 끝난 뒤 잠시 센터에 머물렀다.
빈백에 등을 대고 비스듬히 기대어 있으니 꼭 거실에 있는 듯 안락하다.
옆의 이용자도 필자처럼 편안하게 앉아 있다.
◆ 서로 다른 미래를 대비하는 공공디자인의 역할
'강남구 1인 가구 커뮤니티센터'는 1인 가구 사회에 대응한 관계 회복형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촌한강공원과 '강남구 1인 가구 커뮤니티센터'는 서로 다른 공간이지만, 공공디자인이 사회 변화를 선제적으로 담아낸 사례라는 점에서는 닮아있다.
하나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유니버설 디자인, 다른 하나는 1인 가구 사회에 대응한 관계 회복형 디자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공디자인은 더 이상 심미적으로 좋은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할 인구 구조, 삶의 방식 등의 변화를 공간에 반영하는 정책의 사례가 되고 있다.
우리가 걷고 머무는 공간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이미 미래를 준비하고 있었다.
◆ 일상에서 만난 공공디자인이 남긴 질문
'강남구 1인 가구 커뮤니티센터'에서 아나바다 자원순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촌한강공원에서 경사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불편 없이 걷고 있지만, 이 길은 언젠가의 나를 위해 미리 만들어진 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강남구 1인 가구 커뮤니티센터'에서 공유 주방을 둘러보며 들은 이야기도 비슷했다.
혼자 사는 삶이 더 늘어날수록, 혼자 버티게 하는 공간이 아니라 누군가와 느슨하게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공공디자인은 이렇게 일상에서 체감되는 방식으로 정책의 얼굴을 드러낸다.
초고령사회와 1인 가구 사회라는 변화는 통계로 먼저 오지만, 대응은 결국 공간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걷고 머무는 장소가 조금 덜 불편해지고, 조금 덜 외로워진다면, 그것이 공공디자인이 정책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일 것이다.
올해의 '공공디자인 페스티벌'은 막을 내렸지만, 공공디자인은 오늘도 일상 속에서 조용히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음 변화는 또 어떤 공간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낼지, 그래서 우리의 하루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한 번쯤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봐야겠다.
☞ 공공디자인 페스티벌 2025 누리집 바로 가기
정책기자단|윤혜숙geowins1@naver.com
책으로 세상을 만나고 글로 세상과 소통합니다.
2025.12.26
정책기자단 윤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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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맛과 착한 가격, 군산에서 만나다
국가 등록 문화유산, 동국사.
1930년대 근대 역사 문화를 품고 있는 도시 군산을 방문하면, 곳곳에 남아있는 일본식 주택과 근대 건축물, 오래된 철도가 놓인 경암동 철길마을, 그리고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이성당을 만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군산근대역사박물관과 동국사, 군산 3.1운동 100주년 기념관, 말랭이 마을, 신흥동 일본식 가옥, 군산세관, 군산근대건축관 등 군산에서의 역사 문화 시간여행을 통해 근대화의 아픔과 그에 맞선 저항의 역사가 생생하게 전해진다.
군산의 역사를 따라 찬찬히 걷다 보면 그 지역만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으며 골목과 상점마다 쌓인 시간의 의미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으로 남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군산의 역사 공간을 매력적으로 더욱 특별하게 만든 건 오랜 시간 한자리를 함께 지켜온 30년 이상의 사업을 운영해 오고 있는 백년가게와 소비자들을 위해 착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착한 가게가 있었기에 군산이라는 지역이 함께 더욱 빛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 지역의 시간을 이어온 '백년가게'
백년가게 누리집. (출처=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한 자리를 지켜오며 오랜 시간 지역 주민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점포 중의 하나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전통성과 우수성, 성장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공식 인증한 곳이다.
사업 경력 30년 이상의 소상공인(음식점, 도소매 등 전 업종 가능)이 대상이며, 대기업 자회사, 프랜차이즈 가맹점 및 대리점 등은 신청이 불가하다.
지정 후에는 방송, 온라인 플랫폼, 오프라인 행사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홍보와 경영 환경 개선 지원이 제공되며 인증서와 현판을 제공한다.
즉, 백년가게는 한국 소상공인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기리고 성공 모델을 확산하기 위한 공식 인증 제도로 단순히 오래된 가게가 아닌 한 지역의 생활 문화와 기억을 함께 이어온 시간의 자산으로서 가치를 인정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 1945년 가장 오래된 빵집, 이성당
1945년 가장 오래된 빵집, 백년가게 이성당.
이성당은 일본 시마네현 이즈모시에 살다가 1906년 조선으로 건너온 히로세 야스타로라는 일본인이 '이즈모야'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어 영업하였는데, 1945년 광복 이후 이즈모야가 사라진 자리에 한국인 이석우 씨가 '이성당'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아 가게를 이어오고 있다.
1945년 가장 오래된 빵집, 백년가게 이성당.
가장 오래된 빵집으로 알려진 이성당은 군산의 필수 방문지로, 전통적인 '단팥빵'과 '야채빵'을 통해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은 곳이며, 국내산 원재료 사용을 통해 농가와 상생하고 사회공헌 활동과 성실한 납세로 아름다운 납세자상 수여 등으로 지역사회의 모범이 되고 있다.
직접 이성당에 방문했을 때, 가게 앞에는 빵을 구매하기 위해 대기 줄이 길게 이어졌으며, 단팥빵과 야채빵을 한가득 구매하는 방문객들의 모습에서 이성당에 대한 기대와 오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 1983년 군산 대표 맛집, 장미칼국수
1983년 군산 대표 맛집, 백년가게 장미칼국수.
1983년 문을 연 장미 칼국수는 군산을 대표하는 칼국수 전문점으로 30년 이상 오래도록 손님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백년가게로 선정된 곳이다.
매일 전통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활용하여, 당일 만들어내는 겉절이김치는 깊은 맛을 완성하며, 진한 멸치육수와 탱글탱글한 면발의 칼국수 그리고 누룽지가 생기는 돌솥비빔밥이 대표 메뉴로 방송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소개되며 군산의 전통명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983년 군산 대표 맛집, 백년가게 장미칼국수.
다수의 방송 출연을 통해 군산의 맛집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가게는 내부가 정겨운 전통 느낌을 살린 인테리어로 되어있으며, 가족 단위 손님들도 편하게 식사할 수 있고 점심시간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전국의 백년가게는 공식 누리집 '백년가게 소공인'(sbiz.or.kr/hdst)을 통해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 부담 없이 즐기는 군산, '착한가격업소'
착한가격업소 누리집. (출처=행정안전부)
착한가격업소는 원가 절감과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는 곳으로, 행정안전부 기준에 따른 평가를 거쳐 지자체가 지정하며 시민의 생활 물가 안정에 이바지하는 동시에 방문객에게 부담 없는 가격으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착한가격업소 제도는 지역 상인과 소비자가 윈-윈(Win-Win)할 수 있으며, 착한가격과 청결한 가게 운영으로 기분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 상권의 신뢰도를 높여 지속 가능한 소비 환경을 만드는데 기반이 되고 있다.
착한가격업소로 지정되면 행정안전부 및 지자체에서 착한가격업소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가게 이미지를 제고하고 업소별로 연 85만 원 상당의 물품과 지방공공요금 등을 지원한다.
또한 소비자에게 지도 검색 서비스 및 여러 혜택 등을 제공하여 고객 유입 효과가 증대될 수 있다.
◆ 착한 가격의 쉼터, 엘투와이투카페
착한 가격의 쉼터, 엘투와이투카페.
군산의 착한가격업소인 엘투와이투카페는 아메리카노 2500원, 차류 2000원의 부담 없는 가격으로 방문객을 사로잡았으며, 지역화폐 사용도 가능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또한 카페 주변에는 말랭이 마을과 신흥동 일본식 가옥, 동국사, 일제강점기 군산역사관 등이 자리 잡고 있어 엘투와이투카페에서 커피 한 잔과 맛있는 샌드위치로 잠깐 충전하며 쉬어가기 좋은 곳이다.
가족,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 여행하는 방문객 모두 부담 없이 머물 수 있어 다양한 여행자에게 사랑받는 공간이다.
전국의 착한가격업소를 찾아보고 싶다면 공식 착한가격업소 누리집(goodprice.go.kr)을 통해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군산, 군산근대역사박물관.
근대 역사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군산은 백년가게와 착한가격업소의 가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도시이며, 한 그릇의 음식과 한 잔의 커피 속에는 도시 군산이 지나온 백 년의 시간이 스며들어 있다.
군산의 백년가게는 도시의 역사를 맛으로 전하고, 착한가격업소는 여행자와 시민 모두에게 따뜻한 마음을 건넨다.
백 년의 시간으로 빚어낸 맛과 누구에게나 열린 착한 가격 그리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군산에서 지역의 가치와 삶의 온도를 함께 느껴보며 더 많은 이들이 군산의 공간 이야기에 공감하며 함께하길 기대해 본다.
정책기자단|박유진ujinpark09@gmail.com
다양한 소식 방방곡곡 취재하며 열정적으로 전하겠습니다!! :)
2025.12.26
정책기자단 박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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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 피하고 온기는 더하는 '이동노동자 쉼터와 마을공간'
이동노동자 쉼터 관악포레스트 내부.
이동노동자 쉼터란 환경미화원, 배달 기사, 대리운전 기사, 학습지 교사 등 특정한 사무실 없이 야외나 거리에서 근무하는 이동노동자를 위한 휴게 공간이다.
평소에는 노동자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되지만 한여름에는 무더위 쉼터로, 겨울철에는 한파 쉼터로 함께 사용 중이다.
최근에는 QR 코드를 통한 무인 출입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인적이 드문 야간 시간대에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동노동자쉼터 관악포레스트 입구, QR코드로 출입하는 방식이다
그중 관악구에 위치한 '이동노동자 쉼터 관악포레스트'에 다녀왔다.
주변이 번화가인 만큼 배달 수요가 많아, 배달원들이 업무 중 들르기에 매우 편리한 위치에 있었다.
게다가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되고 QR 코드를 이용해 출입하는 무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밤낮없이 일하는 노동자들이 언제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을 듯했다.
무상으로 나눠주는 생수.
기기 충전도 가능하다.
이용 기록부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쉼터 내 비치된 이용 기록부를 통해 다양한 직업군의 이동노동자들이 이곳을 방문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배달 기사뿐만 아니라 대리기사들도 자주 찾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나 또한 근무 환경이 유동적인 입장에 있다 보니, 이동량이 많은 노동자들에게 잠시 몸을 녹이며 재정비할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필요한지 그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는 입장이다.
실제로 이곳은 단순히 추위를 피하는 공간을 넘어 생수 제공과 기기 충전 등 실질적인 편의를 제공하며 오랫동안 노동자들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고 있었다.
쉼터 내 에어컨(난방 겸용) 사용 설명서.
난방 설정 후 따뜻한 바람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전체적으로 쾌적한 분위기.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 리모컨별 작동법도 벽면에 부착해 두었다.
방문 당시 에어컨(난방 겸용)이 꺼져 있어서, 작동법대로 설정 후 잠시 기다렸다.
따뜻한 바람이 나오기 시작할 때까지 잠시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OTT 시청도 가능하다.
정보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혜택 안내.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은 피하고 있다.
하지만 와이파이도 제공되고 TV도 볼 수 있어, 누구나 마음 편하게 이용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쉼터 곳곳엔 이동노동자와 프리랜서를 위한 안전교육 안내, 법률 상담 서비스 안내 등 실질적인 지원 혜택도 같이 제공되고 있었다.
일반 근로자 형태의 사회인이 아닌 다양한 형태로 일을 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써 안전과 회복, 지지를 담은 이동노동자 쉼터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복숭아마을 수다방,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 사용할 수 있다.
보편적인 한파 쉼터로는 ▲주민센터 ▲경로당 ▲도서관 등이 손꼽히지만, 오고 가는 방문객이 많아 조용히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조금 더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소규모 단위의 한파 쉼터를 찾아보다가 지역 곳곳에 숨겨진 '동네 사랑방'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일례로 금천구에서는 마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운영되는 다양한 쉼터들이 주민들을 위한 동네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그중 한 곳인 '복숭아마을 수다방'을 방문해 보았다.
무인카페 형태로 운영되는 2층 구역에서 잠시 몸을 녹였다.
24시간은 아니지만 평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열려있다.
특이한 건 2층 공간이 무인카페처럼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음료들, 적립도 가능하다.
혼자 또는 둘이서 오기에 너무 좋은 공간.
따뜻한 음료 한 잔과 함께 자리마다 배치된 지역 신문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주말에 열리지 않아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번 기회에 우리 동네에 이렇게 포근하고 아늑한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뜻깊다.
동네 마을공간은 이웃과 소통하며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공간인 만큼 한파가 아닌 평상시에 방문하기에도 좋을 듯하다.
금천구 동네 마을공간 지도.
더불어 생각보다 많은 지역에서 동네를 살리는 마을공간을 따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동노동자 쉼터는 이동노동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지 않는 일반 시민분들은 위와 같은 마을공간을 한파 쉼터로 한 번 사용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이동노동자 쉼터 및 한파 쉼터 정보는 네이버 지도나 구글맵과 같은 지도 앱에서 검색 시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지역 곳곳에 숨겨진 마을공간은 구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상세한 위치와 운영 현황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정보들을 미리 확인해 둔다면, 올겨울 매서운 추위를 피해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나만의 아지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금천구 마을공간 바로 가기☞ 서울시 및 자치구 이동노동자 쉼터 바로 가기
정책기자단|임윤아kyado454@naver.com
우리 주변 곳곳에 묻어난 정책들, 경험으로 알리겠습니다!
2025.12.26
정책기자단 임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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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여행 플랫폼'이 안내한 소돌마을 여행기
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오래 걸리는 순간은 숙소 예약도, 교통편도 아닌 '어디를 어떻게 돌아볼지' 정하는 과정인 것 같다.
특히 바다 여행은 명소가 흩어져 있고, 동선에 따라 만족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코스 구성이 더 까다롭게 느껴진다.
여러 여행 정보 및 추천 코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바다여행' 플랫폼.
연말을 맞이해 혼자 떠나는 바다 여행을 계획하면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해양수산부가 운영하는 바다여행 플랫폼을 알게 됐다.
여행 코스를 고민하던 중 찾게 된 소돌마을 테마 여행 코스.
단순히 여행지를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별 테마 여행 코스를 미리 구성해 둔 점이 눈에 띄었고, 그중 '소돌마을 테마여행 코스'를 그대로 따라가 보기로 했다.
거리와 시간을 고려해 합리적인 경로를 추천해 준 '바다여행' 플랫폼. (출처='바다여행' 누리집)
바다여행 플랫폼에 소개된 소돌마을 코스는 이동 거리와 체험 요소가 한눈에 보이도록 정리돼 있었다.
지도 앱을 켜놓고 계속 검색하지 않아도, 어느 지점에서 무엇을 즐기면 좋을지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이번 여행에서는 플랫폼에 제시된 코스 중 소돌항, 아들바위공원, 소돌해변을 중심으로 하루를 보내봤다.
체험 예약과 정보 습득, 커피의 여유까지 즐길 수 있던 체험센터.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체험 예약 및 정보 습득, 그리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소돌어촌체험마을 센터였다.
바다 여행이라고 하면 보통 풍경 감상이나 산책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 코스에는 잠시 앉아서 시간을 보내며 여행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장소들이 포함돼 있었다.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기다리는 과정 자체가 여행의 시작을 차분하게 만들어줬고, 바다를 곁에 두고 즐기는 일상적인 체험이 오히려 지역의 분위기를 더 잘 느끼게 해줬다.
플랫폼이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여행 중간중간 머무를 수 있는 포인트를 함께 제안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들바위로 가는 길에 볼 수 있던 자연의 풍경.
이후에는 도보 이동으로 아들바위공원으로 향했다.
플랫폼에 표시된 이동 거리와 예상 소요 시간이 실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동선을 짜는 데 부담이 없었다.
아들바위공원은 자연이 만들어낸 바위 지형과 바다 풍경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복잡한 설명 없이도 잠시 걷고 바라보는 것만으로 충분한 장소였다.
미리 코스를 확인하고 온 덕분에 '이곳을 보고 다음에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됐고, 풍경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코스를 따라 돌아다니며 볼 수 있던 탁 트인 바다의 모습.
마지막으로 즐긴 곳은 소돌해변이었다.
관광지로 크게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플랫폼에서는 이 해변이 소돌마을 여행의 마무리 지점으로 소개돼 있었다.
실제로 도착해보니, 관광객으로 붐비기보다는 지역의 일상이 그대로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모래사장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니, 여행지에서 흔히 느끼는 '찍고 지나가는' 분위기와는 다른 여유가 있었다.
플랫폼이 잘 알려진 명소 위주가 아니라, 지역의 생활 공간까지 여행 코스에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공 플랫폼다운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느낀 가장 큰 장점은 '여행 준비의 부담이 줄어든다'라는 점이었다.
바다여행 플랫폼이 제안한 코스를 그대로 따라가기만 해도 하루 일정이 자연스럽게 채워졌고, 이동 동선이나 체험 간 간격도 무리 없이 이어졌다.
여행 초보자나 혼자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는 특히 도움이 될 수 있는 구조였다.
무엇보다 지역을 소비하는 방식이 빠른 방문이 아니라, 체험과 산책, 휴식을 함께 담고 있다는 점에서 여행의 만족도가 높았다.
소돌마을을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었던 해안 산책로의 모습.
바다여행 플랫폼은 여행지를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여행자의 시선에서 '어떻게 즐기면 좋을지'를 구체적으로 제안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소돌마을 테마 여행 코스를 따라간 하루는 공공 플랫폼이 여행의 시작 단계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험이었다.
여행 코스를 짜는 일이 부담으로 느껴진다면 한 번쯤 플랫폼이 제안한 일정에 몸을 맡겨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코스를 짜는 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거나, 처음 가보는 곳이기에 어떤 곳을 여행하는지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면 '바다여행' 플랫폼을 통해 여행을 즐겨보길 바란다.
코스 고민 없이도 새로운 곳에서 특별한 경험을 쌓을 수 있으니 말이다!
☞ 바다여행 누리집(seantour.kr)
정책기자단|양은빈bin2bin249@khu.ac.kr
어려운 정책을 알기 쉬운 이야기로 전달하겠습니다.
2025.12.26
정책기자단 양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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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분쟁이 발생했을 땐? 소비자원 도움 받아보세요!
만약 숙소를 정하지 않은 채 여행이나 출장을 떠났다고 상상해 보자.
하루 일정을 마친 뒤 숙박 앱을 켜고 살펴보다가, 현재 위치에서 멀지 않고 가격도 적당한 숙소를 찾아 예약을 완료한다.
그런데 숙소로 이동하던 중, 도착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에 갑작스러운 취소 통보를 받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는 카운터로 직접 찾아가 상황을 묻고 항의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예약한 숙박 앱의 고객센터를 통해 불만을 제기할지도 모른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른 만큼 대응 방식도 제각각일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불쾌한 감정을 숨기기 어려울 것이다.
지난달 지방으로 출장을 떠났을 때, 나는 바로 이런 상황을 겪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쾌감과 함께 강한 부당함을 느꼈다.
다른 지역으로의 출장이 잦고 여행을 좋아해 숙박 앱이나 공식 누리집을 통해 숙소 예약을 자주 해왔는데, 소비자 귀책 사유로는 예약 후 10분만 지나도 취소가 불가능하거나 상당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왜 반대의 경우, 즉 사업자의 일방적인 취소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려운지 의문이 들었다.
출장도 많고 여행도 좋아해, 집이 아닌 곳에서 숙박하는 경우가 꽤 잦다. 숙박업소 예약과 이용을 하는 데 있어 평소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가끔 의도치 않은 분쟁을 경험하기도 한다.
과거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터라, 그때를 떠올리며 내가 취할 수 있는 방법들을 다시 찾아봤다.
우선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예약 후 1시간 이상이 지난 상태에서 이미 근처까지 이동했는데 일방적으로 취소를 당한 상황이 부당하다고 말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예상대로 형식적이었다.
대부분의 중개업체가 그렇듯 '플랫폼은 단순 중개 역할만 담당하며, 약관에 초과예약이나 네트워크 문제 등이 발생할 경우 취소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라는 답변뿐이었다.
그렇다면 이런 억울한 상황에서도 소비자는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걸까?
사실 정부는 이러한 분쟁에 대비해 일정한 기준을 마련하며 건전한 소비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내가 대학교에 입학하던 시기만 해도 문화나 여행 관련 분쟁 기준이 상당히 모호했지만, 지속적인 개선을 거치며 현재는 상당 부분 구체화된 상태다.
정부는 소비자 분쟁이 잦은 부분을 중심으로 매년 관련 법령을 정비해 오고 있다. 문화생활 및 숙박, 여행 부문 역시 과거보다 훨씬 정비된 상태다.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를 통해 숙박업체 일방 취소에 대한 법령을 찾아봤다. (출처=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누리집)
소비자 분쟁과 관련해 가장 기본이 되는 법은 '소비자 보호법'이다.
소비 과정이나 상품 구매 및 서비스 이용 후 분쟁이 발생했을 때, 피해 유형과 배상 기준이 명시돼 있으며 숙박 예약 취소 역시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비교적 상세히 규정돼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사업자 귀책 사유로 예약이 취소될 경우, 계약금 환급은 물론 숙박 요금의 일정 비율을 배상하게 되어 있다.
배상 비율은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달라지며, 단순 숙박비 외에도 대체 숙소 이용으로 발생한 차액이나 추가 교통비 등을 함께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보상 청구를 위해서는 문자, 이메일, 통화 내역 등 객관적인 증빙 자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올림픽이나 대형 콘서트 등이 개최되는 특정 기간에는 취소가 가능하다는 개별 약관이 우선 적용될 수 있으므로, 예약 전 특별약관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보상 절차는 보통 예약한 플랫폼을 통해 진행된다.
상담사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다면 다행이지만, 내 경우처럼 대응이 소극적이거나 보상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는다면 문제는 훨씬 복잡해진다.
이럴 때 기억해 둘 한 가지가 있다.
법적 분쟁으로 가기 전, 마지막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기관이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한국소비자원'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 한국소비자원 누리집. 대표적으로 피해 구제와 분쟁조정을 받을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공정거래위원회 산하의 준정부기관으로, 소비자 권익 증진과 소비생활 향상을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소비자 교육, 사업자 정보 조회, 해외직구 사기 의심 사이트 확인, 소비자 빅데이터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분야는 단연 '피해 구제 및 분쟁조정'이다.
먼저 피해 구제 제도를 살펴보자.
소비자원 누리집에 따르면 피해 구제란 소비자가 사업자가 제공하는 물품 용역을 사용하거나 이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사실조사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양 당사자에게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합의를 권고하는 제도라고 설명하고 있다.
피해 구제를 신청하기 전 내 사례가 피해 구제의 대상인지 먼저 꼼꼼하게 확인해 보자. 일부의 경우 피해 구제의 대상이 되지 않으니 유의해야 한다. (출처=한국소비자원 누리집)
피해 구제를 진행하려면 먼저 기본적인 상담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해당 사건이 피해 구제 대상에 해당하는지, 어떤 담당자가 적합한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단계로, 소비자 상담센터 유선전화(1372)나 소비자원 누리집의 상담 신청 코너란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
다만 사업자의 부도·폐업으로 연락이 불가능한 경우, 증빙 서류가 전혀 없는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한 분쟁 등은 피해 구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으므로 사전에 확인하는 것이 좋다.
나는 온라인을 통해 피해 구제 상담을 진행했었다.
인적 사항과 서비스 유형을 입력하고, 계약 내용과 지불 금액, 상담 사유를 구체적으로 작성해 문의를 접수했다.
이때 정해진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해야 하며, 접수 후 영업일 기준 7일 이내에 처리된다고 안내돼 있었지만 실제로는 3일도 채 되지 않아 상담 완료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본격적인 피해 구제 신청 전 전화상담이나 인터넷 상담을 통해 사전 상담을 진행해야 한다. 객관적인 증빙자료와 나의 요구는 명확할수록 더 좋다.
상담이 끝나면 정식 피해 구제를 신청할 수 있다.
절차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상담 과정에서 입력한 내용이 기본적으로 반영돼 있었고, 여기에 증빙 자료를 첨부한 뒤 문의 내용을 육하원칙에 맞게 조금 더 구체화하면 됐다.
특히 내가 원하는 해결 방안을 명확히 기재해 두면 진행이 한결 수월해진다.
피해 구제 신청이 접수되면 해당 사실이 사업자에게 통보되고, 대부분 기업에서는 전담 CS팀이나 소비자 보호 부서가 대응하게 된다.
사업자는 자신의 입장에서 해명을 제출하고, 소비자원은 소비자의 주장과 사업자의 해명을 종합해 온오프라인 사실조사를 진행한다.
조사가 마무리되면 소비자원은 관련 법률과 기준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인 합의안을 권고한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점은, 소비자원이 무조건 소비자 편만 들어주는 기관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소비자원의 판단은 철저히 객관적인 자료와 법적 기준에 근거하므로, 소비자 역시 감정적인 주장보다는 충분한 증빙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건 진행 중에는 알림톡을 통해 담당자를 확인할 수 있으며, 담당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쟁점을 확인하거나 추가 서류를 요청하기도 한다.
진행 상황을 설명해 주는 경우도 많으므로, 담당자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는 가급적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피해 구제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설명되고 있다. 나는 운이 좋게 신청한 네 건 모두 조정 합의의 결과를 받아 내가 원하는 쪽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다만, 모든 경우가 소비자 중심으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네 차례의 피해 구제 사건은 모두 사업자가 합의 권고를 수용하면서 원만하게 해결됐다.
정식 피해 구제 접수 후 해결까지 평균적으로 약 10일 정도가 소요됐다.
얼핏 보면 긴 시간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경우 수십 일에서 몇 달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빠른 편이다.
이번 사건 역시 과거 경험을 바탕으로 객관적인 증거를 최대한 확보했고, 법에서 정한 적정 수준의 보상을 제안했기에 신속한 처리가 가능했다.
나는 교통비나 대체 숙소 차액 같은 추가 보상은 요구하지 않고, 최초 지불한 숙박비의 일정 부분 배상만을 희망했다.
사업자 역시 처음에는 보상이 어렵다는 입장이었지만, 이후 내 불편에 공감하며 합의를 받아들였다.
합의가 성립된 다음 날, 사장님 명의로 보상금이 입금됐다.
이처럼 소액 사건이거나 법적 분쟁으로 가기 애매한 경우라도, 정부 기관의 중재를 통해 비교적 쉽게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앞서 언급했듯, 소비자원의 중재가 항상 소비자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의 요구가 과도하다고 판단되거나 기업이 합의를 원하지 않을 경우, 조정이 거부될 수도 있다.
소비자원의 합의 권고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소비자는 민사 소송을 진행하거나,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하거나, 분쟁을 종결해 피해를 받아들일 수 있다.
소비자원에 조정을 신청하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서 사건을 검토하고 조정 절차를 진행한다.
조정 결과가 통지되면, 당사자는 통지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수락 여부를 서면으로 회신해야 한다.
별도의 거부 의사가 없으면 조정이 성립되며, 이 경우 조정 결정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참고로 조정 결정 역시 법적 구속력이 없어 수락하지 않을 경우 불성립으로 종결될 수도 있다.
소비는 우리 생활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가장 좋은 것은 분쟁이 없는 것이고, 그다음은 이용한 업체와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사업자는 자체적인 소비자 보호 시스템과 가이드를 갖추고 있다. 내가 경험한 숙박 피해 사례와 관련해서도 대부분의 업체에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었다. (출처=여기어때 고객센터 페이지)
절차가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일상에서 소비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모든 소비 과정이 항상 공정하고 매끄럽다면 좋겠지만, 예상치 못한 분쟁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만약 불합리한 상황을 겪게 된다면,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충분히 모아 소비자원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하나의 현실적인 선택지다.
법적 절차보다 훨씬 쉽고 빠르게 해결될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으로 소비자원의 피해 구제 제도를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받아왔기에, 앞으로도 건전한 소비 환경 조성을 위해 그 역할이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
참고로 소비자원은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피해 사례를 알리는 '피해예방주의보'도 운영 중이다.
12월 기준으로는 중고 스마트폰 미배송, 이동통신 계약 해지 위약금, 치과 진료비 분쟁, 유사 콘도 회원권 분쟁 등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종종 누리집을 방문해 최근 피해 유형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보다 안전한 소비생활에 도움이 될 것이다.
소비자원 누리집 메인에 적힌 문구처럼, 소비자원이 소비생활에 가치와 신뢰를 더해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이어지고, 소비자와 사업자 모두가 상호 존중하는 건강한 소비 환경을 만들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 한국소비자원 누리집(kca.go.kr)
정책기자단|이정혁jhlee4345@naver.com
국민의 시선에서 정책 현장의 생동감을 전해드리겠습니다!
2025.12.26
정책기자단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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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점은행제' 경력은 이어지고 학력은 다시 쌓인다
2025년 12월, 교육부 산하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은 2026년 전기(2월) 학위 수여를 위한 학위 신청 및 학습자 등록·학점 인정 신청 일정을 공고했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누리집에 공지된 학위 신청과 2026년 1분기 학습자 등록·학점 인정 신청 일정.
학점은행제는 매년 연말·연초에 학위 신청과 학점 인정 접수가 동시에 진행된다.
올해는 2025년 12월 15일 오전 10시부터 2026년 1월 15일 저녁 18시까지 학위 신청이 가능하다.
2026년 1월 30일까지는 학습자 등록·학점 인정 신청이 가능하다.
학점은행제는 흔히 학위 취득 제도로만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평생교육 정책과 노동시장 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용한 제도다.
대학교에서 단일 전공을 거쳐 평생직장을 가지던 시기에는 학점은행제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않았지만, 경력 이동과 재교육이 일상화된 현재의 고용 환경에서는 그 역할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신청 일정이 공고된 만큼, 학점은행제에 대해 살펴 앞으로 경력 함양을 준비해 보면 어떨까.
◆ 학교 밖 학습을 제도권으로 인정하는 국가 학위 제도
온라인 학점 인정 신청 화면에서 정의한 학점은행제.
학점은행제는 '학점인정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운영되는 국가 학위 제도다.
대학뿐 아니라 평생교육원, 원격교육 과정, 국가공인 자격증, 독학학위제, 일부 직무 경력 등 학교 밖에서 이뤄진 학습을 학점으로 인정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전문학사 또는 학사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학점은행제를 통해 취득한 학위는 '고등교육법' 상 대학·전문대 졸업과 동등한 효력을 가진다.
즉, 학점은행제가 정규 대학 체계와 병렬적으로 운영되는 공식 학위 경로라 할 수 있다.
◆ 직무 중심 노동시장에서 학점은행제의 기능
고용 구조는 점차 장기근속 중심에서 직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 번의 전공 선택이나 첫 직장이 평생의 경로를 결정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재교육과 전환 학습은 더욱 중요해졌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학점은행제는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제도라 하겠다.
실제로 학점은행제는 학교 밖 학습과 경력을 국가가 관리하는 학점과 학위 체계 안으로 편입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학습자의 역량증진에도 기여하고 있다.
중도 탈락자, 재직자, 경력 전환자, 전공 변경자 등은 학점은행제를 통해 과거의 학습과 현재의 재교육을 하나의 학위 경로로 연결할 수 있다.
개별 강의나 자격이 흩어지지 않고 학위로 정리된다는 점에서 학점은행제의 의의가 있다.
◆ 학점은행제 이용 절차 한눈에 보기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2026년 전기(2월) 학위 수여를 위한 학위 신청과 2026년 1분기 학습자 등록·학점 인정 신청 기간이다.
이를 위해 크게 1) 학습자 등록 2) 학점 인정 3) 학위 신청 기간으로 나뉜다.
학위 신청은 학점은행제 학위 취득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 단계다.
전공과 학점 요건을 모두 충족했더라도 정해진 신청 기간 안에 학위 신청을 하지 않으면 해당 학기에 학위는 수여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연말·연초에 공고되는 학위 신청 일정은 이미 요건을 갖춘 학습자에게 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학위 신청을 받기 위해서는 일정 학점을 인정받아야 한다.
학점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학점 인정 신청이 필요하다.
학점 인정은 대학이나 평생교육원에서 이수한 과목, 국가공인 자격증, 경력 등을 국가 기준에 따라 공식 학점으로 전환하는 절차로 분기별 접수 기간에만 신청할 수 있다.
이 시기를 놓치면 학점 누적과 학위 계획 역시 자연스럽게 다음 분기로 미뤄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위 신청과 학점 인정을 받기 위해 학습자 등록이 되어있어야 한다.
학습자 등록은 학점은행제 기본 단계로, 학습자의 정보를 국가 시스템에 공식적으로 등록하는 과정이다.
학습자 등록이 완료된 후 이수한 과목이나 취득한 자격이 학위 취득을 위한 학점으로 관리된다.
처음 학점은행제를 이용하는 학습자에게는 필수적인 첫 과정이다.
학습자 등록을 완료한 뒤 나타나는 화면.
기자가 직접 학점은행제 학습자 등록과 학점 인정 신청을 해봤다.
기자 역시 학점은행제를 통해 학위 요건을 충족해 2026년 2월 학위 수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우선 회원가입을 한 후 학습자 등록을 완료했다.
학습자 등록을 완료한 후에는 인터넷 증명서 제출까지 하고 나서야 학점 인정 신청을 할 수 있다.
독학학위제 시험합격 학점 인정 신청 안내 화면.
학점 인정 신청 화면을 보면 평가인정 학습과정, 독학학위제 시험합격, 독학학위제 시험 면제, 자격, 학점 인정 대상학교, 시간제 등록 과목, 국가 무형유산 등의 항목을 선택하면 된다.
학점 인정 신청에 따라 필요한 교육 사항이 다른데, 예를 들어 독학학위제 시험합격의 경우 독학학위제 과정반 시험에 응시하여 합격한 과목이나 시험면제 교육과정을 이수한 경우에 인정받은 경우다.
기자의 경우에는 평가인정 학습과정이었기에 이를 클릭하고 학점 인정을 받으면 된다.
평가인정 학습과정을 신청하고 결제까지 마무리하면 최종학력증명서를 첨부해야 한다.
학교에 따라서 최종학력증명서를 온라인으로 제출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편으로 보내야 한다.
즉, 사용자 등록 - 학점 인정 신청 - 신청 후 결제 - 증명서(최종학력증명서) 제출 후 서류 검토까지 마무리해야 학점 인정이 마무리된다.
◆ 학점 인정 신청 후 남은 단계는?
학습자 등록 및 학점원별 학점 인정 신청 내역 화면. 기자는 총 48학점을 신청했다.
결제 후 다음 절차로 최종학력증명서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학점 인정이 완료되면 다음 단계는 학위 요건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다.
전공, 교양, 총 이수 학점, 필수 과목 충족 여부를 학점은행제 누리집에서 직접 조회해 볼 수 있다.
학위 요건을 모두 충족한 학습자만이 학위 신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신청 기간이 시작되기 전 여유를 두고 요건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위 신청 단계에서는 학위 종류(전문학사·학사), 전공, 학위 수여 시기를 선택하게 되며, 이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전공 요건 충족 여부, 학점 구성, 중복 인정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한다.
이 과정을 거쳐 학위 수여 대상자로 확정되면, 해당 학기(2월 또는 8월)에 학위가 수여된다.
이처럼 학점은행제는 단순히 과목을 이수하는 데서 끝나는 제도가 아니라, 학습자 등록부터 학점 인정, 학위 신청까지 단계별로 엄격한 행정 절차를 거쳐 운영되는 국가 학위 제도다.
◆ 직접 이용해 보니 보이는 학점은행제의 특징
학점은행제 신청 절차.
정책기자단으로서 학점은행제 절차를 직접 진행해 본 소감은 학점은행제가 언제든지 가능한 학습 제도가 아니라, 정해진 일정과 절차를 정확히 따라야 하는 제도라는 점이었다.
학습자 등록 시점, 학점 인정 신청 분기, 학위 신청 기간 중 하나라도 놓치면 전체 학위 일정이 자연스럽게 다음 학기로 이월된다.
반대로 말하면, 제도 구조와 일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활용한다면 재직 중이거나 경력 전환을 준비하는 상황에서도 비교적 체계적으로 학위 취득을 계획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학점은행제가 국가 차원에서 설계된 평생교육 인프라라는 점에서 학점은행제를 전략적으로 활용해보는 것도 경력 함양에 유익할 것이다.
◆ 평생교육과 평생 직무를 잇는 제도, 학점은행제학점은행제는 평생교육 제도이자 직무 중심의 고용시장에서 개인의 학습 이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다.
한 번의 졸업으로 학력이 고정되는 시대가 아니라, 경력에 따라 학습이 반복되고 확장되는 구조 속에서 학점은행제는 학습과 일을 연결하는 제도적 장치라 할 수 있다.
연말·연초에 집중되는 학위 신청과 학점 인정 일정은 많은 학습자에게 자신의 학습과 경력을 점검하고 다음 단계를 설계하는 기준점이 된다.
정책기자단 본인 역시 이번 신청 기간을 계기로 학점은행제의 구조와 절차를 살펴보는 일은 앞으로의 경력과 학습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고민하는 데 하나의 참고가 되었다.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 직무를 개발해야 하는 시대에서 학력 역시 한 번의 선택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부응할 수 있는 학점은행제의 역할을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누리집(nile.or.kr)
대한민국 정책기자단 한울 woolhan0309@gmail.com
2025.12.24
정책기자단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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