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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분 토론’ 저리 갈 법령 토론

2019년 청소년법제관 법령 토론대회 현장 취재기

정책기자 김혜인 2019.09.11

“혹시 토론자님은 병역법이 언제 제정됐는지 아십니까?”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보니 ‘100분 토론’ 저리 가라 할 정도다. 답변자가 잠시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자 놓치지 않고 공격적인 토론을 이어간다. 이런 대화를 하는 사람들이 누구냐고? 학자? 법학 연구원? 아니다. 바로 대한민국 법을 논의할 미래의 법제관, ‘청소년법제관’들이다.

아이돌의 병역특례를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반대측 동의중이 발표하고 있다.
아이돌의 병역특례를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반대측 입장을 동의중학교 토론자가 발표하고 있다.


이런 청소년법제관들은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는 것일까?

WHO 누가,  책임감과 준법정신에 대한 실천의지가 있는 전국 중학교 학생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 현재 2019년 청소년법제관을 운영하는 학교는 ‘고창여중, 기장중, 대전탄방중, 대창중, 동의중, 서울삼육중, 성환중, 영남삼육중, 죽변중, 청심국제중’ 등 총 10개교가 있다. 

WHEN 언제, 매년 3월에 모집하고 5월부터 12월까지 청소년법제관 활동을 한다. 5~7월은 학교별로 기본적인 법령 체계, 생활법령 소개 등 법 교육을 진행하여 청소년법제관들이 학교 규칙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9월에는 청소년과 관련된 법령이나 학교 규칙 등을 주제로 전국의 청소년법제관들이 모여 토론하는 법령 토론대회가 열린다. 이런 과정을 거쳐 10~11월에 청소년법제관이 속한 학교의 실제 학교규칙을 가지고 더 나은 규칙으로 개정하거나 필요한 규칙을 새롭게 만들어 민주 시민의식과 준법정신을 배우게 된다.

마지막 12월은 대한민국 입법의 대표 기관인 국회를 탐방하고 1년 동안 청소년법제관으로서 성과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WHERE 어디서, 청소년법제관은 자신이 속한 학교에서 대표로 뽑혀 자신의 학교 규칙에 대해 알아보고 직접 제정과 개정에 참여해 준법정신을 배운다.  

WHAT 무엇을, 청소년법제관은 학교 규칙을 제·개정하는 과정에서 학생대표로서 전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제출한다. 또한 제정하거나 개정하려는 학교 규칙의 내용을 법률과 비슷한 형태로 조문화하는 일에 참여하며 만들어진 학교 규칙이 잘 지켜지도록 준법 선도활동을 한다. 

HOW 어떻게, 청소년법제관은 전국 시·도별 교육청을 통해 신청할 수 있고 활동 내용 등 자세한 사항은 꿈길 홈페이지(http://ggoomgil.go.kr) 와 전국 중학교에 배포되는 홍보물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WHY 왜,  요즘 우리 사회는 학교폭력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정부는 단순히 가해 학생을 처벌하고 피해 학생을 보호하는 직접적인 방법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을 찾고 해결하기 위해 청소년들이 법과 규칙을 지키고 성숙한 민주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청소년법제관 제도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대전 탄방중 토론자가
대전탄방중학교 토론자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다.


이번 청소년법제관 법령 토론대회는 10개 학교가 참여한 대회로 청소년법제관 200명이 예선과 준결승을 거쳐 결승을 치렀다. 예선 1회전은 ‘국위선양한 아이돌(예로 방탄소년단)이 병역특례를 받는 것이 타당한가?’ 라는 주제로 찬반 토론을 진행했다.

병역특례를 찬성하는 팀들은 “병역법 제33조의 7 제1항에 의하면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를 가진 사람으로서 문체부 장관이 추천한 사람을 예술·체육요원으로 편입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데 아이돌만 예술인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불평등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으며 특례를 반대하는 팀은 “아이돌이 국위선양을 했다는 기준이 다른 예술이나 체육 분야의 기준보다 모호하기 때문에 특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준결승에서 찬성과 반대 토론자로 만난 영남삼육중과 서울삼육중의 토론 모습이다.
찬성과 반대 토론자로 만난 영남삼육중학교와 서울삼육중학교의 토론 모습.


예선 2회전에서는 ‘청소년에 대한 1인 미디어 규제 필요성의 찬반’을 주제로 토론을 펼쳤다. 규제해야 한다는 팀이 “요즘 미디어의 콘텐츠가 폭력적이고 음란한 내용이 많아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을 위해 규제를 하는 것이 옳다” 라고 말하자 규제는 과하다는 팀은 “청소년이 미성숙하다는 기준이 무엇인가? 오히려 성인들 중에 미성숙한 사람들이 더 많다. 또한 유해 미디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진로탐색을 할 수 있는 콘텐츠도 많다” 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찬성 동의중과 반대 서울삼육중의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
찬성 동의중학교와 반대 서울삼육중학교의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


각 예선을 거쳐 4팀이 준결승에 올라와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찬반 토론’을 진행했다. 역시나 열띤 찬반 토론이 이어졌다. 인터넷 실명제를 찬성하는 팀에서 “익명으로 악플이나 거짓 정보를 올리는 사람들을 제재할 필요가 있다. 실명제를 운영하면 악플을 다는 사람들이 줄어든다” 라고 주장하자 “실명제를 실시한 이후 2007년 악성 댓글은 고작 1.8% 감소한 반면 일반 댓글은 68% 감소했다. 즉, 실명제는 건강한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의 생각까지 침해한다” 라고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작전 타임 시간! 1번의 기회, 3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작전 타임 시간! 1번의 기회, 3분의 시간이 주어진다.


결승은 동의중학교와 서울삼육중학교가 겨루게 됐다. ‘청소년 범죄 처벌 강화가 필요한가?’를 주제로 찬반 토론을 이어갔다. 결승에 올라온 팀답게 차분하고 날카로운 의견들이 오갔다. 청소년 범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동의중은 “최근 소년법 제59조 ‘18세 미만의 청소년이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해당하는 죄를 저질렀을 경우 15년의 유기징역으로 한다’는 조항을 악용해 청소년들이 중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다. 처벌하는 데 있어 나이가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 라고 주장하며 현행법 조항을 예시로 들어 설명했다.

그러자 반대 토론자인 서울삼육중은 “물론 나이가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되지만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청소년 범죄를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없다. 소년법을 제정한 이유는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이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교화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 만들어 진 것이지 처벌이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토론이 모두 끝나고 학생들의 투표가 이어졌다.
토론이 모두 끝나고 학생들의 투표가 이어졌다.


몇 번의 교차질문과 답변이 오고 가고 주어진 토론 시간이 끝난 후 결승에 진출한 두 학교를 제외한 8개 학교 학생들의 투표가 이어졌다. 학생 투표 점수와 심사위원의 점수가 집계되기 시작한 순간, 학생들이 책상을 두드리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결과는 서울삼육중학교의 우승이었다. 서울삼육중 학생들은 환호했고 준우승을 차지한 동의중 학생들은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토론이 끝난 후 선생님과 친구들이 환하게 맞이해 준다.
토론이 끝난 후 선생님과 친구들이 환하게 맞이해 준다.


이번 토론대회를 보면서 현행법 조항을 예시로 들며 토론을 하는 모습도 놀랐지만 질의응답 시간을 정확히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주제에 필요한 예시 상황과 주장을 뒷받침할 통계 수치까지, 성인들 못지않은 토론대회였다. 무엇보다 발표하는 토론자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아는 학생들의 태도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토론회가 끝나고 모든 청소년법제관 학생들이 단체 사진을 찍었다.
토론대회가 끝나고 모든 청소년법제관 학생들이 단체 사진을 찍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한 이 토론대회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이어져 청소년들이 어릴 때부터 준법정신을 올바르게 익힐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     



김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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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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