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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합과 대중을 모두 잡다

[한국힙합의 결정적 노래들-21] 빈지노 ‘Aqua Man’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 2019.08.09

이 노래가 처음 나왔을 때로 돌아가 보자.

제목을 보고 노래 내용을 맞힌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거의 없었다고 나는 확신한다. 나조차도 그랬다. 이런 내용일 줄 몰랐다. 이 노래가 요즘에 나왔다면 사람들은 마블시리즈를 떠올렸으려나.

“하루 종일 너란 바다 속을 항해하는 나는 aqua man / 헤엄 헤엄 헤엄 / I'm rolling in the deep inside of you / 너의 어장은 너무 캄캄해 / 헤엄 헤엄 헤엄”

‘Aqua Man’은 좋아하는 여자의 어장에서 헤엄치는 남자를 ‘아쿠아맨’으로 표현한 노래다.

비유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 노래는 몇몇 다른 노래를 생각나게 한다. 힙합을 여성에 빗댄 커먼(Common)의 ‘I Used To Love H.E.R’, 그리고 총을 둘도 없는 친구로 비유한 지유닛(G-Unit)의 ‘My Buddy’ 등이 대표적이다.

빈지노의 랩네임은 미국래퍼 ‘Benzino’와 본명 ‘임성빈’의 ‘빈’을 합친것이라 알려졌다. (사진=일리네어 레코드 제공,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빈지노의 랩네임은 미국래퍼 ‘Benzino’와 본명 ‘임성빈’의 ‘빈’을 합친것이라 알려졌다. (사진=일리네어 레코드 제공,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물론 이러한 비유와 상징이 힙합의 전유물은 아니다. 하지만 기발한 비유와 절묘한 상징이 오랫동안 랩 가사의 중요한 평가기준으로 존재해오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흔히 말하는 ‘펀치라인’이 그렇다. 사람들은 어떤 펀치라인에 감탄해 왔는가. 다시 똑같은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답은 기발한 비유와 절묘한 상징이다.

하지만 ‘Aqua Man’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따로 있다. 이 노래는 당시 한창 논란이 되던 ‘힙합의 대중화’와 관련해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당시 나는 두 가지 개념에 관해 여러 번 글을 쓴 적이 있다. ‘힙합의 대중화’와 ‘대중화된 힙합’. 얼핏 말장난처럼 보이지만 엄연한 차이가 있다.

당시 둘을 가르는 기준은 음악적 무장해제의 정도였다. 먼저 힙합의 대중화는 힙합이라는 장르가 보유한 고유의 문법과 틀을 최대한 유지한 채 대중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이었다.

반면 대중화된 힙합은 대중에게 더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힙합이 지닌 특유의 태도와 멋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포기하는 것을 뜻했다.

‘Aqua Man’은 전자였다. 일단 이 노래가 수록된 앨범 <24:26> 자체가 랩의 수준과 멋을 잃지 않으면서도 일관되고 질 좋은 프로덕션으로 채워진 작품이었다.

여기에다 각종 지루하지 않은 장치까지 포섭하면서 <24:26>은 힙합 팬은 물론 가요 팬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그리고 이 앨범은 빈지노의 인생을 바꾸었다.

2012년에 첫 번째 EP <24:26>을 발표한 빈지노. (사진=일리네어 레코드 제공,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2년에 첫 번째 EP <24:26>을 발표한 빈지노. (사진=일리네어 레코드 제공,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중에서도 ‘Aqua Man’은 화룡점정이었다. 과연 이 노래를 ‘발라드랩’이라고 부르며 깎아내릴 수 있었을까. 

또 후렴에서 빈지노가 노래를 부른다고 해서 ‘Aqua Man’을 ‘가짜’라고 하거나 빈지노의 랩 수준을 폄하할 수 있었을까. 비트를 만든 진보의 샘플링은 어떠한가.

‘Aqua Man’은 힙합과 대중성을 맞교환하지 않았다. 대신에 ‘Aqua Man’은 아무 것도 내어주지 않고도 거대한 대중성을 얻는 데에 성공했다.

 ‘Aqua Man’은 힙합과 대중을 모두 잡은 노래였다.

김봉현

◆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

대중음악, 특히 힙합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영화제를 만들고 가끔 방송에 나간다. 시인 및 래퍼, 시와 랩을 잇는 프로젝트 ‘포에틱저스티스’로도 활동하고 있다. 랩은 하지 않는다. 주요 저서로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 <한국힙합 에볼루션>, <힙합-우리 시대의 클래식>, <힙합-블랙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는가>, <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 등이 있고, 역서로는 <힙합의 시학>, <제이 지 스토리>, <더 에미넴 북>, <더 스트리트 북>, <더 랩: 힙합의 시대> 등이 있다. murdamuz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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