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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정부에 비판적인 단체도 수용

국정신문 1995.05.15
김 형 국(金 炯 國)  <서울대 교수>

오랜 권위주의 시대의 질곡에서 벗어나 문민시대가 열린 지 2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 과거의 타성이 많이 남아 있고 고쳐나가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 모든 것은 우리 스스로가 고쳐나가야 할 문제들이지 다른 나라나 국민이 대신해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과제들 중에서 시급한 일 중의 하나가 바로 한국전쟁과 급격한 산업화의 와중에서 허물어져버린 우리 공동체를 복원하는 일이다. 그동안 생존을 위해 자기자신과 가족만을 생각하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모두가 함께 잘사는 공존공생주의로 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기에 공보처가 공동체의식형성을 위한 실천운동을 시민단체들과 함께 벌이는 것은 시의 적절한 사업이라고 생각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민과관의 협력관계를 지속해 오고 있다. 사회가 발전되고 선진국이 될수록 민간의역할은 더욱 더 커지며, 정부는 사회발전의 상당부분을 민간의 자발성과 봉사성에 의존하게 된다.

공보처는 94년도에 이어 금년에 또다시 전원 민간인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이 점은 과거 형식적인 심사를 해오던 관행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번 사업의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첫째는 사업 신청을 한 단체들의 다양함이고, 두번째는 심사의 자율성이다.
사업 첫해인 지난해에는 19개 단체에서 사업신청을 했었는데 올해에는 무려 37개 단체에서 사업을 신청했으며, 거의 모든 시민단체들이 망라되어 있다. 보수적 단체도 있고 상당히 진보적인 단체들도 있다.

이것은 시민단체와 정부와의 신뢰관계가 상당한 수준으로 형성되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부 예산은 국민의 세금이므로 공동성 극대화 방향에서 투명하고 깨끗하게 사용돼야 한다. 그리고 정부의 공공성 증대 노력에 시민단체들의 자발성·창의성이 결합될 수 있다면, 그 파급효과는 무엇보다 사회적안정성을 크게 높여줄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심사의 자율성을 들 수가 있다. 흔히 정부사업의 심사를 할 때면 으레 심사위원은 공무원이 작성한 심사결과를 확인해 주는 형식적인 역할을 해온 사례가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공보처는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심사위원들이 충분히 소신을 가지고 심사를 할 수 있도록 심사관련 자료를 사전에 심사위원 개개인들에게 인편으로 보내주었을 뿐만 아니라 심사기준을 심사위원들이 토의 후 확정하였으며, 심사위원들이 단체별로 지원대상 사업을 하나하나 검토 후 결정했다.
특기할만한 사실은 심사위원들의 심사결과가 정부로서는 의견이 다를 수가 있음에도 공보처가 심사결과를 전적으로 수용하는 유연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정부와 소송까지 벌이면서 비판적인 입장에 있는 단체까지도 사업 대상단체에 포함하였다.

공동체의식 실천사업에 임하는 공보처의 입장은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공동체의식 실천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공동의 목표로 하는 한 정부와 시민단체는 분명한 계약 약정하에 대등한 신뢰의 바탕 위에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은 시도는 선진국형의 민관 협력관계를 정착시켜 나가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높이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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