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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 신문독자의 무가지론(無價紙論)

1995.07.03 국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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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함 혁(黃 咸 赫)  <황화(黃和)상사 사장>

지난 1월말 여수의 조그만 조선소사장 일행과 노르웨이 업무출장을 갔었다. 도착한 다음날, 아침 먹는 자리에서 조선소 사장은 직원들에게 “자네들화장실의 휴지를 써 보았던가. 그것 재생지 아니던가”라고 묻는 것이었다. 나도 그 화장지가 우리가 쓰고 있는 것처럼 부드럽지도 않고 하얗지도 않다고 느꼈지만 재생지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목재와 펄프를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고 제일 좋은 종이를 생산하는 이 나라 사람들의 재생지를 쓰는 마음 씀씀이를 우리도 좀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노르웨이를 처음 방문한다는 그 분의 한마디에 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공장에 돌아가거든 휴지뿐 아니고 우리가 쓰는 종이는 모두 엔간하면 다 재생지로 바꾸자”고 말을 이었다. “우리 명함말이여, 그것 찢어지지 않는 플라스틱이지. 그것도 돌아가면 재생지로 바꾸자고, 생각해보면 그것이 진실로 공해여.” 그는 출장가던 첫날 아침, 그의 빛나는 눈썰미 하나로 삶의 지혜를 가꾸고 있었다.

TV프로그램 특집경쟁 낭비

아침마다 현관 앞에 수북히 쌓이는 신문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가져오라고 하지도 않았고 돈을 받아가는 법도 없고 한번 읽히지도 않는 그 종이의 멀쩡한 낭비에 화가 난다. 제발 갖다놓지 말라고 해도 쉰쪽이 넘는 신문들이 문전을 어지럽힌다. 안보면 그만이지 하고 지나쳐왔지만 노르웨이 출장뒤에는 더 참아내기가 어렵다. 비싼 종이에 비싼 공임 들여서 신문이라고 만들어서는 내다버리는 것이 목적이라니, 이 국제수지 적자로 허덕이는 나라에서.

신문마다 TV프로그램을 끼워 돌린다. 삼십쪽이나 되는 것들이다. 내용도 없는 것을 낭비 경쟁이나 벌리듯이 찍어 돌린다. 색션페이퍼라는 것도 있다. 그 비슷한 것을 싱가폴이나 홍콩에서 본다. 거기는 전문화된 신문이 없고 한 두개의 신문이 모든 뉴스를 망라하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 형편에 색션페이퍼를 자랑하는 것은 무감각의 소치라는 생각도 든다.

열쪽 이하 일간지도 많아

열쪽 이하의 일간지를 찍어내는 큰 도시도 세계에는 많다. 물론 대도시에는 두꺼운 신문들이 있지만 비교적 전문화되어 있고 그 숫자도 아주 제한되어 있다. 우리처럼 특징도 없고 고만고만한 신문들이 수도 없이 난립해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오십쪽씩 찍어내는 도시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나라에는 없다. 남쪽 조그만 조선소 사장이 재생화장지를 통해 찰나에 발견한 생활의 지혜는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의 모임인 독자들에게, 생활속의 절약을 끊임없이 촉구하는 신문인들에게는 영원히 눈에 띄지 않고 지나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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