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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경 웅(金 京 雄) <통일원 대변인>
4월8일 오전11시 경북 울진.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모은 울진 3호기 원자로가 설치 공사를 마쳤다. 울진 3·4호기는 ‘한국표준형’ 경수로의 모델 발전소이다. 따라서 핵심설비인 국산 원자로가 그 기술력과 안전성·경제성의 모습을 드러내는 뜻깊은 자리인 것이다.
북측은 그동안 ‘한국표준형’ 경수로가 ‘실체가 없는 유령이며 허구’라는 주장을 해왔다. 그래서 한국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한국표준형’이라는 분명한 실체를 놓고서도 자가당착의 논리를 펴고 있다.
이것이 경수로 지원 문제가 우여곡절을 겪는 주요 요인이다. 미·북한 사이에 벌이는 전문가 협상도 이같은 논란속에서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일부 미국 언론에서는 북한에게 양보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논조를 펴 의구심을 부채질하였다. 여기에다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려는 한·미·일 공조체제에 대해 일각에서 걱정들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문제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은 확고한 원칙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리고 긴밀한 국제공조체제를 기본으로 하는 다각적인 대책들을 함께 마련하였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 입장이 관철되게끔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통령께서는 “북한이 한국형을 끝내 거부한다면 경수로 공급사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이미 밝혔다. 이러한 정책 방향은 지난 3월30일 열린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에서도 다시 확인되었다. 즉 북한에 제공될 경수로는 반드시 ‘한국표준형’이어야 하며, 설계와 제작·건설 등에 있어 한국의 중심적 역할이 필히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초에 정부가 대북 경수로 지원을 결정한 것은 제네바 합의의 원만한 이행이라는 틀 속에서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자는 뜻에서였다. 이와 함께 남북한 관계를 개선하고, ‘민족발전공동계획’의 일환으로 북한을 도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길을 닦아나가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선의에 대해 북한측은교조적인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표준형’ 경수로가 북(北)에 들어올 경우, 북한 체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것이라고 자책하듯 지적하고 있다. 폐쇄체제의 속성상, 북한이 갖는 우려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국이 제공할 경수로가 북한 체제의 성채를 빼앗자는 트로이의 목마가 아니라는 점은 이미 상식에 속한다. 오히려 경수로 지원을 통해 북한이 처한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덜어주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남북관계의 안정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측은 또 새삼스럽게 ‘한국표준형’ 경수로의 성능과 안전성을 문제삼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원자력 발전기술이 세계적 첨단 설비를 갖출 만한 수준이며, 이제 수출 단계로까지 접어들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울진 3·4호기는 우리 실정에 맞는 독자적인 설계로 ‘절대 오차가 생길 수 없는’ 안전성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측이 주장하는 ‘안전성’이란 그야말로 허구인 셈이며, 다름 아닌 북한체제의 ‘정치적 안전성’을 염려하는 데서 나온 소치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 제공될 경수로는 한국표준형이외에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 다음이 그 타당한 논지들이다.
첫째, 정치적으로 한국은 남북관계의 당사자이다. 직접 당사자인 우리가 또 다른 당사자에게 경수로를 지원하는데 중심 역할을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경수로 지원은 민족공영을 내다보면서 남북관계의 장기적인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처럼에너지 공동체, 복지 공동체를 지향함으로써 민족의 장래를 밝게 하고자 하는 최선의 선택권은 곧 우리 말고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둘째, 재정적으로는 약 40억달러에 달하는 건설자금의 상당부분을 지원할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는 여러 이유로 해서 사실상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일본 역시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때에만 일부 자금지원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셋째, 기술적으로 계획된 기간 내에 가장 경제적이고 안전한 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 최상의 방안은 한국표준형이 대표격이다. 한국표준형을 채택하면 설계를 다시 할 필요가 없고, 의사소통도 원활할 수 있다. 또 남북이 동일한 원전을 가질 경우 각종 부품의 조달과 장비 공급 역시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북한이 과연 언제까지 ‘한국표준형’경수로를 거부할는지는 확실치 않다. 북한측이 ‘벼랑끝 전술’로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것인지. 제네바 합의를 파기하면서까지 한국의 참여를 배제하려는 것인지를 좀 더 두고보아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선제네바 합의가 성실히 이행되고, 대북경수로 지원사업이 우리의 중심적인 역할아래 원만히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동결된 핵시설을 재가동할 경우, 유엔 안보리에 제소하는 등적극적인 대응이 불가피하리라고 본다. 북한이 끝내 ‘한국표준형’경수로의 수용을 거부해 이 땅에서 다시 긴장이 일더라도, 정부는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놓고 있다. 국민들도 북한의 전래적인 심리전이나 위협을 간파하여 더욱 성숙한 자세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북한이 민족의 미덕으로 이어져온 환난백휼(患難柏恤)이라는 선물을 포장도 뜯지 않고 외면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게끔 잘 이끌어야 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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