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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한국도 가능하다

김복중 독일 프로덕션 ‘유로아이’ 감독·프리랜서 방송인

2017.07.25 김복중 독일 프로덕션 ‘유로아이’ 감독·프리랜서 방송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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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독일의 에너지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지금도 많은 독일인에게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만큼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이후 독일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이 중단됐다. 독일 사회는 원전 정책의 존폐 논의를 지속했다.

2000년 독일 사민당·녹색당 연정은 탈원전 결정을 내렸다. 각 원전에 잔여 전력 생산 허용량을 할당하고 이것이 모두 소진되면 원전을 폐쇄하기로 했다. 하지만 진통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2009년 기독민주당·자유민주당 연정이 출범하며 단계적 원전 폐쇄 정책을 원점으로 돌렸다. 일부 원전 가동을 연장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을 다시 한 번 극도의 불안에 빠뜨린 사고가 발생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다. 독일의 환경도시로 유명한 프라이부르크의 프라이부르크대학 필리프 슈페트 교수는 “그동안 체르노빌과 독일은 엄연히 다르다는 인식이 있어 원전 사고에 둔감했다. 하지만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 사고가 난 걸 보니 독일도 안전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내심 믿었던 일본에서까지 원전 사고가 일어나니 독일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심각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결국 독일은 2022년까지 완전한 탈원전 국가가 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였을까. 독일은 탈원전을 둘러싸고 공론조사를 펼쳤는데, 2000년 결정 과정에서 진행된 공론조사는 논의가 활발했다. 정치 세력과 관련 이익단체가 적극 가담해 치열했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그에 반해 2011년 다시 진행된 공론조사는 제법 순조로웠다. 이미 독일인의 마음에는 원전이 위험하다는 인식이 사회적으로 강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였을 것이다. 사람들은 무엇보다 안전한 삶을 원했다. 두 번의 큰 사고를 목격하면서 다음 세대를 걱정하고 미래를 대비하게 됐다.

2011년 탈원전 재결정으로 8기의 노후 원자로 운전이 정지됐다. 의회는 풍력발전과 함께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를 유지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석탄·가스 화력발전소 건설을 승인했다. 원자력을 추가 화력발전으로 대체하고 보조금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확대하는 정책이 시행됐다.

한국인들은 탈원전 결정에 따라 독일의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았냐고 묻는다. 독일은 한국보다 전기요금이 비싼 편이다. 하지만 독일인은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에너지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불할 능력이 되니 편하게 쓰자, 또는 능력이 안 되면 아껴 쓰자’의 개념이 아니다. ‘에너지가 인류에게 소중한 것이니 아껴 써야 한다’는 사고방식으로 접근한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에너지 비용을 더 낼 수도 있어야 한다. 독일에서는 친환경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시설비와 설비 지원 명목으로 기꺼이 추가 요금을 지불한다.

독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크게 늘었다. 2010년 15%에 불과했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016년 28%로 증가했다. 그에 반해 2010년 22%였던 원자력 발전량은 2016년 13%로 줄었다. 이처럼 독일은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프리츠 브릭베데 독일연방 재생에너지협회장은 “전기, 난방, 모빌리티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는 해당 지역에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 지역을 혁신하니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더 합리적 선택이다”라고 주장한다. 재생에너지가 자리를 잡으며 전력 예비율은 146%에 이를 만큼 여유로워졌다.

독일의 탈원전 결정은 성공과 실패의 잣대가 아니라 옳고 그름의 관점에서 접근했기에 가능했다. 환경과 에너지에 대한 건강한 인식으로 일단 바른 결정을 내리고, 이에 따른 피해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수 국민의 인식을 유도하는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이 결합됐다.

독일 국민은 안전을 선택했다. 그 외의 가치는 부차적인 것에 불과했다. 한국이 국민 안전과 경제적 효율성을 두고 고민 중이라면 독일이 왜 탈원전 결정을 내렸는지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탈원전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

[위클리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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