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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중요한 건 행동이다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2018.02.14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송인한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한 사회의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는지, 살 만한 세상인지를 나타내는 한 가지 척도가 바로 자살률이다.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로 측정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1983년 약 8명 수준에서 외환사태가 일어난 직후인 1998년 18.4명으로 급증하였고 2003년 금융위기 후 24.7명까지, 2008년의 세계금융위기 후에는 30명 이상으로 증가해 2011년에는 31.7명까지 치솟아 정점을 찍는 등 사회경제적 상황과 밀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통계인 2016년 자살률은 25.6명으로 다소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로 2003년 이후 15년간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자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된 후 지난 10년 동안 약 15만명 이상의 자살사망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6.25 전쟁 동안 전사한 한국군 약 14만명을 넘어서는 숫자이며, 트라우마와 자살생각, 우울증 등으로 영향을 받는 가족과 주변인들까지 고려한다면 엄청난 수의 국민이 자살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영향받고 있다.

모든 자살문제의 원인이 정부에 있는 것은 아니며 정부가 전부 직접 해결할 수도 없다. 정부에 자살예방의 모든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 주도의 의무를 얼마나 잘 수행했었는지 국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국제연합(UN)과 세계보건기구(WHO)는 각국 정부가 자살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는데 자살예방 국가전략의 중요성은 다음과 같다.

(1)자살예방 국가전략은 자살문제을 명확하게 인식하게 한다. (2)정부가 자살문제의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음을 천명한다. (3)자살예방의 다양한 측면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킨다. (4)자살예방 관련된 관계자를 파악하여 각자에 적절한 책임을 부여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한다. (5)자살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려 국민의 인식을 개선한다. (6)자살문제에 대한 모니터링 및 평가시스템을 통해 관계자의 책임성을 높인다. (7)자살행동 연구 환경을 조성한다.

이러한 중요성으로 인해, 국가차원의 자살예방 대책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국가적 노력이 과거에 없었다고 할 수 없다. 2004년 제1차, 2009년 제2차 자살예방 기본계획이 수립되었고 2011년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이 제정되었다. 그러나, 제1차 종합대책 시작 당시 인구 10만명당 23.7명이었던 2004년의 자살률이 2016년 25.6명으로 오히려 증가해 지난 10년간의 자살예방 종합대책의 효과성에 의문을 가지는 이도 있을 수 있다.

더구나 5년마다 국가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는 자살예방법에도 불구하고 2014년 발표되었어야 할 제3차 기본계획은 2년간 발표되지 않기도 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100대 과제에는 최초로 자살예방이 포함되었다. 44번 과제인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예방 중심 건강관리 지원’의 세부 내용 중 포함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확산 계획이 그것이다.

그리고 바로 지난달 23일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적인 행동계획(Action Plan)으로서의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를 통해 정부가 우리 사회 주요 문제인 자살에 대해 심각성과 책임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국민생명의 중요성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볼 수 있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월 22일 오후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 사전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국정과제 안에 생명존중과 자살예방을 담은 것은 최초라는 의미가 있으며 정부 중점사업으로 추진되는 것 역시 최초의 일이다. 새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은 과학적 근거기반 접근, 자살고위험군 발굴, 자살위험에 대한 적극적 개입·관리,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및 유가족 지원, 대상별 차별화된 예방정책, 정부의 추진체계 마련으로 구성되어 있다.

과학적인 원인규명을 위해 자살사망자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국가차원의 자살률 동향파악 체계를 운영을 통해 자살원인을 심층 분석하는 계획, 총리실 주도로 관계 부처의 유기적 협력을 강화하고, 자살예방 전담부서인 자살예방정책과를 신설하는 점 등이 새롭다고 평가한다.

기존의 자살예방 국가계획과 내용상 유사하며 과학적 원인규명에 대한 강조를 제외하고는 기존의 계획이 재구조화 된 수준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한 단어로 인해 이전의 계획과는 다른 차별성을 가진다. 그것은 바로 ‘행동’이다. 즉 ‘행동’으로 실천되지 않는 이번 행동계획은 무의미할 것이다. 행동계획이 실현되기 위한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먼저 국가가 ‘행동’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지자체나 민간단체 및 국민 개개인을 ‘행동’하게 만드는 정책에 앞서 중앙정부 스스로가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관리에 앞서 중앙정부 스스로 효과적 정책수립과 예산배정 등을 통해 먼저 행동하는 계획이 되어야 한다.

둘째, 보건복지부에 자살예방정책과가 신설되었으나 중앙정부가 가진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전담직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계획은 행동으로 옮겨질 수 없다. 상담, 게이트키퍼 양성 및 관리, 지역 협의체 구성 및 네트워크 관리를 위해 최소 3명 이상의 전담인력 필요하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실제 행동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담당자의 전문성을 훈련할 필요가 있다.

셋째, 예산 측면에서 2017년 대비 58억원 증가하였으나 대부분 전수조사, 게이트키퍼 양성 등에 배정되었고 지역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배정된 예산증가는 전혀 없다. ‘행동’을 위한 직접적 예산이 필요하다.

넷째, 자살예방정책을 계획하는 콘트롤 타워로서의 전담부서는 생겼으나 행동을 실행하는 콘트롤 타워로서의 중앙자살예방센터의 역할과 위상은 보장되어 있지 않다. 현재 1년씩의 민간위탁 형태로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공공영역의 기관으로 실효성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이번 국가행동계획에 중앙자살예방센터와 중앙심리부검센터의 통합 및 신규기관 신설을 담고 있는데 행동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체계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행동 실행을 위한 구체적인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 2022년까지 자살률 17.0명으로 감소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되었으나 그 근거가 모호하다. 어떤 측면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감소 목표를 계획하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 실행이 가능하다.

끝으로, 계획수립, 모니터링 및 평가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형식적으로 급조된 계획은 행동으로 이어지기 어려우며, 피상적인 모니터링과 평가는 합리적인 판단과 적절한 피드백을 행동에 연결시킬 수 없다. 이를 가능케 하는 시간과 인력의 보충이 절실하다.

정부가 자살예방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킨 것도 최초이며,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대통령이 직접 강조한 것도 최초이다. 일회성의 계획발표가 아닌 지속가능한 행동 추진을 통해 생명을 존중하고 자살예방 행동을 실현하는 국가의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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