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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할머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문재인정부 1년] 치매국가책임제에 거는 희망

. 2018.05.16

성수정 한림대의료원 강동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성수정 한림대의료원 강동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집에 가고 싶은 치매 할머니

이제 꽤 시간이 지난 이야기지만 요양병원에서 초기 치매 환자 분을 뵌 적이 있다. 섬에서 혼자 살고 계시던 분이었다. 치매로 인해 요리를 잘 못하게 되고 지병 약을 먹는걸 자꾸 잊어버려서 건강이 나빠져 입원했다. 그런데, 회복된 후에도 퇴원을 할 수가 없었다.

심한 치매가 아니라 씻기, 식사 등 기본적 일상생활은 가능했지만 집에서 혼자 지내면 또 다시 약도 식사도 못 챙겨서 건강이 나빠질 것이 뻔했다. 돌아가실지도 몰랐다. 자식들은 육지에 사는데 생계가 빠듯해 일을 그만두고 할머니를 돌볼 수가 없었다.

장기요양제도가 있기는 했지만 거동 멀쩡한 초기 치매라 등급을 받지 못했고 섬 안에 이용할 기관도 없었다. 육지로 나와야 하는데 매일 혼자서 배를 타고 나와 낯선 곳에서 길을 찾을 수도 없었다. 섬에는 다른 대안 주거시설도 없었다.

할머니는 매일 집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셨고 심어놓은 꽃들 다 말라죽겠다고 걱정하셨다. 자식들과 통화해 의논도 해봤지만 일단 병원에 계실 수 밖에 없었다. “빨리 집에 가게 해줘”하는 소원 하나 이뤄드리지 못한 것이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원죄처럼 마음 속에 남아있다.

당시에는 방법이 없었다. 지역에 치매 어르신을 위한 서비스가 부족했던 것이다. 가족이나 치료자가 안타까워해도 개인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안타까움을 느꼈던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수천? 수만? 2017년 추정 치매환자 수는 70만 명이었다.

어르신 본인, 가족, 지인, 어르신이 만났던 치료나 돌봄 인력까지 합치면 수백만은 아닐까? 지난 십 몇 년 간의 안타까움을 합치면 혹시 천만이 넘지는 않을까?

치매국가책임제의 출범

그러니 2017년, 치매국가책임제를 선언하고 국가가 나서서 치매를 책임지겠다는 말에 반가워한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지난해 9월, 치매극복의 날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발표한 치매국가책임제에는 치매 안심센터 전국에 개소, 치매안심병원 확충, 중증 치매 산정특례 적용 및 진단검사비 보험적용 등 의료비 지원, 장기요양보험 대상 확대, 치매안심마을 조성을 통한 인식개선, 국가치매연구개발위원회 구성을 통한 치매극복연구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2017년 이전에도 2008년 1차, 2012년 2차, 2016년 3차 국가치매종합계획이 시행돼 치매에 관한 제도는 계속 갖춰지고 있었다. 전국에 치매상담센터, 광역치매센터, 중앙치매센터가 생겼고 치매상담콜센터도 생겼다. 전국 보건소에서 조기검진 사업이 시행되고 있었고 장기요양에는 치매특별등급, 치매전담형 요양기관이 있었으며 가족을 위한 프로그램도 확산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치매 관련 지원을 받으려면 여기저기 너무 복잡했고, 가족이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나 경제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런데 치매상담센터를 업그레이드해 실제 치매 관련 서비스를 통합해줄 센터를 세우고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인 지원을 하려면 예산이 많이 필요했고 많은 통합적 노력이 필요했다. 적극적인 정책 의지 없이는 넘어갈 수 없는 벽이었는데 치매국가책임제에 와서야 비로소 그 벽을 넘어섰던 셈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그리고 국가치매책임제 출범 8개월이 되었다. 당장 현장에서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이 생겼다. 중증 치매 산정특례 적용·진단 시 검사비용 보험적용 확대 등으로 진단과 치료와 관련된 비용 부담이 감소했다.

중증치매 의료비 수혜를 받은 환자가 3월말 기준 1만 7000명이라고 하니 제도 홍보가 되면 더 늘어날 것이다. 경증치매에도 인지지원등급이 적용돼 장기요양서비스를 더 많은 분들이 받을 수 있게 되었고 무연고 저소득 어르신의 의사결정을 돕는 공공후견인 제도도 도입된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이제 막 시작된 단계이다. 모든 지역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해 지역의 치매 관련 서비스를 통합해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조기검진, 예방관리 뿐 아니라 상담 등 맞춤형 사례관리를 제공하고, 가족을 지원하며, 각종 지원서비스에 연결해드리고, 장기요양기관에 가지 못한 분들을 위한 주간 쉼터도 운영한다. 치매와 관련된 문제가 있다면 치매안심센터에 가면 되는 것이다.

현재 치매지원센터는 전국 256군데에 개소해 있다. 1년도 안되어 전국 256개소에 확충했으니 국가의 적극적 정책 추진 의지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치매에 대해 안심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

만일 치매국가책임제가 모두 실현돼 서비스가 갖춰진 상태였다면? 집에 갈 수 없었던 치매 할머니는 치매안심센터와 의논해 집에 갈 방법을 찾으셨을 것이다. 낮에는 주간보호센터, 안된다면 치매안심센터의 쉼터에서 약과 식사를 챙겨드렸을 것이다.

집에서 꽃도 가꾸고 길 잃지 않도록 실종방지 서비스도 받으셨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예 좀더 초기에 치매를 진단받아 인지재활서비스를 받으면서 집에서 지내시고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건강이 나빠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만 현재의 치매안심센터는 아직 개소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제 씨를 뿌려 키우고 있는 단계이다. 씨가 싹터 제대로 된 열매를 맺으려면, 즉 치매 어르신에 대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좋은 비료가 있어야 한다.

첫 번째로는 전문성이 필요할 것이다. 그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은 기존의 전문가들을 활용하고 협업하는 것이다. 안심센터의 정책 기획과 운영에 걸쳐 기존 전문가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로는 민간 협업이 필요할 것이다. 치매에 대해 책임을 지려면 치매를 예방하고, 진단하고, 치료하고, 돌보고, 가족도 지원해야 한다. 치매안심센터 혼자서 그 일을 모두 해결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기존의 민간 서비스를 잘 통합하고 빠르게 연결해주며 빈틈을 채울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돌봄이 필요하면 장기요양기관에, 진단이 필요하면 전문 의사가 있는 병원에 매끄럽게 연계해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치매국가책임제가 제대로 열매 맺으면 많은 치매 어르신과 가족의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다. 이 훌륭한 씨앗이 똑바로 잘 자라 좋은 열매를 맺도록 장기적 관점에서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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