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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 전적지를 다녀와서

2018.11.29 하두철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조직국장(전 합참 공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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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두철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조직국장(전 합참공보실장)
하두철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 조직국장(전 합참 공보실장)
4박5일 일정의 베트남 전적지 순방을 다녀왔다. 30명의 회원들을 안내하고 통제하는 인솔단장으로서였다. 일행의 평균 연령이 75세, 최고령자는 82세였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지 반세기가 넘어 참전자 대부분이 70대 중반을 넘긴 나이가 됐다. 가급적 건강에 이상이 없는 회원들로 선발한 것이었지만 거동이 다소 불편한 회원도 있었고 해외여행이 처음인 회원도 있었다. 인솔을 책임지는 입장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자신이 목숨 걸고 싸웠고 옆 전우가 피 흘리며 숨져간 자리, 생사를 넘나들던 전투현장을 다시 방문한다는 것은 어떤 감회일까? 직접 전쟁에 참여하지 못한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부분이지만, 순방 첫날부터 들뜬 목소리로 자신의 전투경험담을 쏟아 놓는 회원들을 보면서 그 기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오랜 세월이 지난 만큼 한국군이 주둔했던 지역이나 사용했던 건물들은 대부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는데, 달리는 버스 안에서도 50여 년 전 자신이 작전했던 지역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찾아내는 것이 신통했다. 어떤 회원은 부대 앞을 지나는 철로가 아직도 그대로 있는 것을 보면서 짧은 한숨을 몇 번이나 뱉어내며 어린아이 다루듯 철로를 쓰다듬었다. 남편이 맹호부대에 근무했었다는 한 유족회원은 맹호 26연대 정문의 흔적으로 남아 있는 시멘트 기둥을 어루만지며 울먹이기도 했다.

베트남에서 보낸 5일간의 일정은 말 그대로 강행군이었다. 월맹군 남부사령부가 맹그로브 숲속에 은신해 있었던 호치민시 남쪽 컨저 섬에서부터 다낭지역까지, 이동 거리만 1000여 km가 넘었다. 매일 5~7시간을 흔들리는 버스 속에서 보내며 평균 200km 이상을 이동한 셈이다.

순방 코스에는 주월 한국군사령부가 있었던 곳으로부터 십자성부대, 백마부대, 맹호부대, 청룡부대 등 우리 군이 주둔했던 곳이나 주요 작전을 펼쳤던 곳은 대부분 포함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힘들어하거나 피곤해하지 않았다. 장거리 이동과 익숙하지 않은 기후 탓에 비록 몸은 피곤하고 지쳤을지 모르지만, 50여 년 만에 피어오르는 옛 기억들이 20대의 젊은 피를 다시 뛰게 하는 것 같았다.

베트남 고엽제 재활원 틴폭2탁아소 방문한 박종길회장 일행
대한민국무궁수훈자회 일행이 베트남 고엽제 재활원을 방문해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3년 전 첫 번째 순방 팀으로 베트남을 방문했던 회원들이 베트남 고엽제 재활원과 탁아소를 방문한 뒤,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가슴 아파했다.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즉석 제안이 이뤄졌다. 국가의 배려로 베트남을 다시 방문하는 기회를 얻었는데 무언가 베트남과 우리나라의 미래 발전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논의 끝에 베트남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이 제일 좋겠다는 결론이 났다. 즉석에서 모금이 이뤄졌고 그것이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십시일반 모아진 성금이 1억 여 원의 기금이 됐다. 지난해에 베트남 4개 대학과 MOU를 체결하고 30명의 대학생에게 매년 1년 치 등록금을 장학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유족회원들을 중심으로 학용품과 아동복 모으기도 이뤄져 1만 5000벌의 아동 의류를 베트남 고아원과 탁아소에 기증했다.

박종길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장이 베트남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박종길 대한민국무공수훈자회장이 베트남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우리 단체는 지난 2016년부터 베트남전적지 순방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3년 동안 570여 명이 베트남을 다녀왔다. 무공수훈자 회원 중 베트남 전쟁 참전자가 약 5400여 명이니까 10% 정도의 회원에게 순방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올해처럼 1년에 150명 정도가 전적지 순방을 한다면 앞으로 32년이 걸려야 참전자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이 75세인 점을 고려한다면 남은 인원의 절반 정도만 베트남 재방문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셈이다.

우리 군의 베트남 참전은 엄연한 우리의 역사다.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현재의 잣대로 재단해서 공과를 논하거나 폄하해서는 안 된다. 역사는 역사 그대로 인정하고, 그 치열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온 몸으로 써 낸 우리의 선배들은 그 노고와 희생에 맞도록 정당하게 대우하고 예우해야 한다. 베트남 참전자들에게 적은 액수이나마 국가가 참전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마찬가지로 베트남 참전자와 그 유족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전적지 순방 사업 역시 더 확대할지언정 축소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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