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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드림’ 꿈꾸는 윤성빈의 ‘코리안 쿨러닝’

[김한석 기자의 스포츠공감] 스켈레톤 대표 윤성빈의 도전

2015.02.27 김한석 스포츠Q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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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있나?”

지난해 2월 16일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결선. 스타트하는 윤성빈의 경기화 뒤축에 쓰여진 네 글자가 카메라에 잡혔다.

입문 17개월밖에 안되는 약관의 신출내기 슬라이더는 16위로 한국 썰매 역사를 새로 썼다. 스켈레톤 20위(2002년)를 넘어 썰매 종목 전체에서 봅슬레이 19위(2010년)를 경신한 올림픽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윤성빈은 당시 “그냥 한국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을 향해 써놓은 것”이라며 쑥스러워했지만 그 문구는 강렬한 외침으로 와닿았다. 4년 뒤 평창에서 자신이 보여줄 대도약을 향한 첫 걸음을 주시해달라는.

그리고 꼭 1년 뒤 다시 러시아 소치 슬라이딩 센터.

국제 썰매계는 윤성빈을 다시 보게 됐다. 그는 평창의 꿈을 재촉하는 폭풍 질주를 보여줬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FIBT) 월드컵 마지막 8차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1년 전 소치에서 금, 은메달을 나눠 가졌던 러시아, 라트비아 선수와 당당히 시상대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대비 동계종목 경기력 향상 대책보고회에서는 금 8, 은 4, 동메달 8개로 종합 4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한국은 1992년부터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26개를 포함해 빙상 종목에서만 53개 메달을 모두 수확했다.

한국 동계올림픽 참가 70년이 되는 안방 올림피아드에선 다변화를 꾀해 썰매 종목에서 첫 금맥을 캐겠다는 비전이 공유됐다. 남자 스켈레톤에서 금메달 1개, 남자 봅슬레이 2인승과 루지 팀플레이에서 동메달 1개씩 달성한다는 목표다.

그 금메달 후보가 소치 올림픽 이후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윤성빈. 국제무대에 데뷔한 2012~2013시즌 아메리카컵에만 출전해 최고 5위 성적에 시즌 랭킹 70위로 연착륙했다. 다음 시즌 대륙간컵 무대로 옮겨 은 1, 동메달 2개로 시즌 랭킹을 22위로 끌어올렸다.

올 시즌엔 최고 레벨인 월드컵 무대에 진입했다. 지난해 12월 캘거리에서 열린 2차 대회에서 월드컵 사상 첫 메달(동)을 따냈다. 지난달 생모리츠 3차 대회에선 은메달로 월드컵 최고성적을 경신했다.

FIBT는 “충격적인 젊은 슬라이더”라고 찬사를 보냈다. 7,8차 대회에서 연속 메달행진을 이어가며 월드컵 시즌 랭킹을 6위로 높였다. 1차 대회 아쉬운 실격만 아니었다면 세계 3위권까지도 노려볼 수도 있었던 대약진이다.

머리를 앞으로 향한채 엎드려 타는 스켈레톤. 7차례 월드컵에서 윤성빈의 스타트 기록은 1위와 평균 0.04초차밖에 나지 않았다. 100분의 1초로 메달 색깔이 바뀌는 썰매 종목에서 가장 중요한 스타트는 세계 3위권이다.

배구, 탁구선수 출신 부모의 운동 DNA를 물려받아 순발력이 탁월하다. 하루에도 남들보다 두,세 배 많은 9번이나 슬라이딩 트랙을 질주할 정도로 괴물급 체력과 강인한 집념까지 갖췄기에 벌써 ‘아이언맨’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원통형 썰매를 잡아타고 질주하는 봅슬레이에서도 ‘사상 최초, 최고’ 퍼레이드가 이어졌다. 파일럿 원윤종과 브레이크맨 서영우가 짝을 이룬 2인승이 대표주자.

이번 시즌 유럽컵 시리즈에서 차례로 5,3,4,2위를 기록, 사상 최초 유럽컵 메달행진을 이어갔다. 월드컵에선 아시아 최초 5위까지 상승. 새롭게 도전한 유럽 트랙에서는 메달이 주어지는 6위까지 최고 성적을 높였다.

다리를 앞으로 뻗어 누워 타는 루지. 올 시즌 선택과 집중으로 3개 대회만 출전해 트랙 경험을 늘리는데 치중했다.

2인승 박진용-조정명 조는 지난해 12월 아시안컵 금메달로 첫 종합우승에 기여했다. 2월 국제루지연맹(FIL) 라트비아 세계선수권에서는 15위를 기록, 23세 이하만 집계한 경쟁에서 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따냈다.

앞으로 3년. 평창을 향해 스타트를 끊은 이번 겨울, 태극 썰매전사들이 이렇듯 빠른 성장 속에 가능성을 하나씩 확인한 게 큰 수확이다. 지원도 틀을 잡기 시작했다.

예년보다 이른 10월 소집해 해외 전지훈련과 대회 출전을 병행한 덕에 안정된 트랙 적응으로 좋은 성적이 이어졌다. 장비 전문가의 지원도 얻었고 트랙, 아이스 전문가 등만 보강되면 상승세를 끌어올릴 수 있어 투자가 중요하다.

평창 프로젝트 보고회에서 정부에 건의한 썰매 종목의 병역 문제도 해결돼 사기가 올랐다. 당초 빙상, 설상 종목에서만 한시적으로 상무 입대가 허용됐으나 썰매에서도 윤성빈 서영우 등 9명이 군에서 운동을 병행하며 ‘평창 드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분산개최 권고로 논란이 된 슬라이딩 센터 건립이 확정된 것은 메달 도전에 큰 힘이 된다.

스켈레톤이 올림픽에 복귀한 2002년부터 개최국은 타면 탈수록 유리한 트랙 적응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3개 썰매 종목 99개 메달 중 20개를 휩쓸었다. 금메달만해도 9개로 27%가 안방 선수들 몫이었다.

내년 평창에 슬라이딩 센터가 예정대로 완공되면 수백번의 활주라인 적응과 최단코스 공략을 통해 메달 전략을 더욱 정교하게 가다듬을 수 있다.

이제 봅슬레이, 스켈레톤은 다음달 8일까지 독일 빈터베르크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시즌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

윤성빈은 지난 연말 일시 귀국 때 “소치 올림픽 이후 흐트러지지 않고 평창을 향해 계속 똑같이 훈련한 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며 “겨우 한 발짝 내디딘 것으로 생각한다”고 무한 도전의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대표적인 비활성화 겨울종목인 썰매의 올림픽 첫 입상은 결코 꿈이 아닌 현실로 하나씩 다가오고 있다. 목표를 향해 타면 탈수록 믿음이 얼음처럼 단단해지는 희망 질주를 보여주고 있기에 그렇다.

괄목상대. 3년 뒤 그야말로 눈 비비고 다시 보게될 태극 썰매전사들의 쿨러닝, 그 도전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김한석

◆ 김한석 스포츠기자

스포츠서울에서 체육부 기자, 체육부장을 거쳐 편집국장을 지냈다. 스포츠Q 창간멤버로 스포츠저널 데스크를 맡고 있다. 전 대한체육회 홍보위원이었으며 FIFA-발롱도르 ‘올해의 선수’ 선정위원으로 활동했다. 제21회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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