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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리그 태극전사 10인의 엇갈린 운명

[김한석 기자의 스포츠공감] ‘포스트 월드컵’ 시즌의 부상과 투혼

2015.05.29 김한석 스포츠Q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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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유럽축구리그가 2014~2015시즌 대장정을 마감했다.

4년마다 월드컵이 끝나고 나면 유럽클럽축구 리그에선 후유증이 크다. 여름에 열리는 월드컵 본선에 나서는 각국 대표팀 선수들은 리그에서 쌓인 심신의 피로를 달랠 틈도 없이 강도 높은 피지컬 트레이닝으로 조국의 명예를 위해 몸을 만들면서 긴장과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월드컵 뒤 개별적으로 뒤늦게 소속팀에 합류하지만 제대로 오프 시즌을 쉬며 재충전하기에는 여유가 별로 없다. 지난해 여름 유럽파 태극전사들은 더욱 힘들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최악의 참패를 당한 터라 여론의 질타 속에 몸과 마음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한채 새 시즌에 돌입해야 했다.

강행군이 이어졌다. 슈틸리케 신임 감독 체제의 국가대표팀 재편을 위한 각종 평가전에는 물론 55년 만의 우승에 도전한 아시안컵에 유럽파들이 대거 차출됐다. 지난 1월 호주 아시안컵에선 이청용 구자철이 불의의 부상으로 중도 귀국하는 사태 속에 준우승 선전으로 심리적인 자신감을 찾은 게 그나마 활력소였다.

그 결과 잉글랜드, 독일에서 뛰고 있는 전, 현 국가대표 태극전사 10인의 시즌 성적표는 부상 정도에 따라 그 희비가 갈렸다. 기성용과 손흥민이 진화된 활약상으로 성가를 가장 크게 높인 시즌이었다. 큰 부상은 없었지만 살인적인 일정과 싸워가면서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끌어올렸다.

기성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스완지 시티에서 대도약을 이뤘다. 감독과 갈등으로 선덜랜드에서 한 시즌 임대로 뛰다 스완지에 복귀한 이번 시즌 33경기에서 팀내 최다골인 8골을 터뜨렸다. 아시아선수 EPL 한 시즌 최다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개막전에서 시즌 오픈 축포를 터뜨려 강한 임팩트를 찍은 게 그 서막이었다.

아시안컵에 다녀온 뒤 팀내 톱 골게터 윌프레드 보니가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해버리니 공격 몫이 커졌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수비의 무게중심을 잡는데 그치지 않고 공격 조율, 나아가 골 사냥까지 나섰다. 

유럽축구 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에 따르면 패스성공률이 89.8%로 EPL 선수 중 6위, 경기당 패스는 51.7개로 전체 28위를 기록했으니 ‘패스 마스터’란 찬사가 어울렸다. EPL에서 톱 클래스의 미드필더로 도약한 그에게 팬들은 ‘스완지의 키(Key)’란 애칭을 붙여주었고, 스완지 ‘올해의 선수’로도 선정했다.  

지난 1월 31일 시드니에서 열린 호주와의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손흥민이 1-1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뒤로 기뻐하는 기성용이 보인다. (사진=저작권자(c)EPA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ry
지난 1월 31일 시드니에서 열린 호주와의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손흥민이 1-1 동점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뒤로 기뻐하는 기성용이 보인다.(사진=저작권자(c)EPA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손흥민은 역대 한국인 최고의 이적료인 1000만 유로로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어 레버쿠젠에 이적한 뒤 맞은 두 번째 시즌에서 에이스 입지를 한껏 굳혔다. 분데스리가 11골,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5골, DFB 포칼 1골 등 모두 17골을 기록했다.  

‘차붐’ 차범근 전 감독이 1985~1986 시즌 세웠던 한 시즌 한국 선수 분데스리가 최다골인 19골에는 두 골 모자랐다. 그러나 함부르크에서 12골, 지난 시즌 10골, 이번 시즌 11골로 세 시즌 연속 리그 두 자릿수 골 행진을 이어간 것은 그의 성공시대를 입증하기에 결코 모자람이 없었다.

특히 꿈의 무대 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3골을 기록하면서 ‘손날두’ ‘손세이셔널’ ‘손타스틱’란 별명까지 유럽에 알려졌다. 유럽클럽대항 무대에서 6시즌 동안 10골을 기록한 차붐의 기록과 견줘볼 때 두 시즌 만에 5골을 수확한 기세가 돋보인다.

나머지 태극전사들은 크고 작은 부상 속에 명암이 교차했다.

분데스리가 마인츠의 듀오 구자철과 박주호는 뒤늦게 연착륙했다. 구자철은 아시안컵에서 팔꿈치 인대 부상을 당하더니 나중에 종아리 부상까지 겹쳤지만 자신의 한 시즌 리그 최다 5골로 안정을 찾았다.

허벅지 부상으로 시즌을 불안하게 시작한 박주호는 인천 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끈 뒤 발목 부상까지 당하는 등 강행군 속에 부상 후유증이 심했으나 멀티플레이어로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유럽파 태극전사 중 부상으로 브라질 월드컵에 유일하게 나서지 못한 호펜하임의 김진수는 허벅지 부상에도 진통제 투혼으로 아시안게임 우승을 차지한 뒤 체력이 방전돼 힘들었지만 왼쪽 수비수로 팀내 입지를 굳혔다.

아우크스부르크의 지동원은 연이은 허벅지, 무릎, 발목 부상으로 한 골도 넣지 못해 공격수로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반면 팀 동료 홍정호는 발등 부상을 이겨낸 뒤 주전 중앙 수비수로 발판을 다지며 팀 창단 최초로 UEFA 유로파리그 출전을 뒷받침했다.

아시안컵 도중 정강이뼈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당했던 이청용은 잉글랜드 2부팀 볼턴에서 EPL 크리스탈 팰리스로 어렵게 이적해 다음 시즌 본격적인 도약을 노리게 된 게 성과다. 반면 퀸즈파크레인저스의 윤석영은 뒤늦게 부상 후유증을 털고 주전으로 도약했으나 팀의 2부 강등으로 미래가 불투명해졌고, 시즌 도중 2부팀 위건으로 옮긴 김보경은 팀이 3부로까지 강등돼 기로에 섰다.

이렇듯 유럽파 한국선수들로선 투혼으로 버틴 ‘포스트 월드컵’ 시즌이었다. 악전고투였다. 기성용조차 1년 넘게 오른쪽 무릎 밑 뼛조각 때문에 통증을 참고 분투하다가 시즌 두 경기를 남기고 결국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월드컵, 아시안컵 등 큰 대회를 앞두고 수술 시기를 정하지 못한채 주사요법으로만 버텨왔던 투혼이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만성적인 발목 피로에 체력까지 떨어져 시즌 막판 10경기에서 1골에 그쳤던 손흥민의 귀국 일성은 “50경기 넘게 뛰었는데 버텨준 내 몸이 무척 고맙다”였다.

월드컵 뒤, 한 시즌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음 시즌에도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기에 그렇다. 부상 증세에도 고통을 참아가며 팀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한 순간일 뿐이다. 부상은 자신에게 솔직할수록 빨리 해결할 수 있다.

선수들 스스로 탄탄한 체력관리가 중요해지는 오프 시즌이다. 소속팀 일정뿐 아니라 여러 상황에 대비해 한 시즌을 충분히 버틸 수 있는 체력을 탄탄히 만들어야 악전고투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비시즌 동안 회복력과 체력 강화가 더 중요한 이유다.

대표팀도 플랜 B의 적절한 가동, 동선을 최소화한 유럽 개최 평가전 고려, 소속팀 의무스태프와 핫라인 상시 가동 등으로 대표선수들의 장기적인 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귀중한 자원을 오래도록 지켜낼 수 있다.

‘두 개의 심장’으로 불렸던 박지성은 대표팀 소집 등으로 장시간 비행하는 동안 무릎에 물이 시나브로 차올랐고 두 번이나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끝내 고질적인 무릎 통증으로 고작 서른에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한 번 경기를 뛰면 며칠씩 잠 못 드는 고통의 나날을 정리하며 지난해 서른셋 이른 나이에 현역 마감을 선언할 때 그의 눈물은 이미 말라 있었다.

투혼. 결코 ‘혹사의 다른 이름’이 되지 않아야 한다. 준비된 자만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투혼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시즌에는 유럽, 아니 해외의 태극전사들이 정말로 준비된 투혼으로 크게 도약하려면 이 뜨거워지는 여름이 무척 중요하기만 하다.

김한석

◆ 김한석 스포츠기자

스포츠서울에서 체육부 기자, 체육부장을 거쳐 편집국장을 지냈다. 스포츠Q 창간멤버로 스포츠저널 데스크를 맡고 있다. 전 대한체육회 홍보위원이었으며 FIFA-발롱도르 ‘올해의 선수’ 선정위원으로 활동했다. 제21회 이길용 체육기자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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