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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피서는 ‘북캉스’ 너로 정했다

바다를 보아야 섬이 보인다

[김준의 섬섬옥수] 여수시 화정면 여자도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2018.04.16

주꾸미는 가고 이제 갑오징어 철이다. 철을 든다. 매화꽃 지고, 벚꽃지고 이제 여름꽃이 피기 시작한다. 철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지. 일본 슬로푸드 행사에 만난 엘리스 워터스(Allice Waters)가 슬로푸드 가치로 강조한 것이 ‘제철음식’이다. 제철이 망가지면서 신뢰도 존중도 무너졌다. 갑오징어가 밥상에 오를 무렵 여자도 주민들은 낙지어구를 손질해 바다에 넣는다. 어민들 손길이 분주하다. 20여 가구가 사는 여자도 주민의 섬살이가 시작된다.

여자만의 이름을 지어준 여자도, 바다생명을 잉태하는 곳이자, 섬주민들의 섬살이 터전이다.
여자만의 이름을 지어준 여자도, 바다생명을 잉태하는 곳이자, 섬주민들의 섬살이 터전이다.

여자만, 이름을 짓다

여자도는 여수시 화정면에 속한 섬으로 여자도와 송여자도가 있다. 여자도는 대동마을과 마파지 두 마을이, 송여자도 한 개 마을로 이루어져있다. 화정면은 송여자도 여자도 외에 연륙된 백야도, 상화도, 하화도, 개도, 월호도, 낭도, 사도, 추도, 적금도, 조발도 등 15개 유인도로 이루어진 면이다. 송여자도는 이들 중 추도 다음으로 두 번째로 작은 섬이다. ‘여자만’이라는 이름을 준 섬이다. 여자만은 가막만과 함께 서남해 어족자원의 산란장과 서식처이며 해양생태계를 지키는 소중한 공간이다. 바다 생명들디 봄철이면 생명을 품고 내륙 깊숙이 자리를 잡은 여자만으로 들어와 알을 낳고 어린 물고기를 키운다.

두 섬 중 큰 섬인 여자도를 ‘대여자도’라 하고, 송여자도는 ‘작은여자도’라고도 한다. 우리말에 공간이 좁은 곳을 ‘솔다’라고 한다. 그러니 좁은 작은 여자도가 한자로 바뀌어 ‘솔’이 ‘송’이 된 듯하다. 그런데 <여산지>에는 ‘송여자도는 큰 소나무가 한 그루가 있기에 소나무 송자를 썼다’고 했다. 큰 소나무가 없는 섬이 있던가. 18세기 여자도는 ‘여음주도’나 ‘여음자도’라는 이름으로, <해동지도>에 드디어 여자도로 등장한다.

주말이면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다. 한 두시간 걷고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섬살이를 존중하고 섬과 어촌의 지속가능한 여행을 고민하는 여행이어야 한다.
주말이면 많은 등산객들이 찾는다. 한 두시간 걷고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섬살이를 존중하고 섬과 어촌의 지속가능한 여행을 고민하는 여행이어야 한다.

섬에 머물러야 섬이 보인다. 느린여행이 작은 섬에 더욱 필요하다.
섬에 머물러야 섬이 보인다. 느린여행이 작은 섬에 더욱 필요하다.

섬여행객이 섬을 가꾼다

‘섬달천’이라 하는 예쁜 이름을 가진 마을에서 출발한다. 수심이 낮은 탓에 바닷물이 많이 빠지는 날은 제 시간에 배를 탈 수 없었다. 이런 날은 배 시간은 물이 드는 시간에 맞춰졌다. 지금 도선을 타는 곳으로 옮기면서 그런 불편함은 가셨다. 한 때는 섬달천 포구를 이용하지 못하고 남쪽에 위치한 감포마을 선착장을 이용하기도 했다. 배타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교통편도 좋지 않았다.

섬에 사는 이유로 받아야 하는 서러움이 한 둘이 아니다. 그나마 여행객이 많이 찾기 시작하면 행정은 도선과 선착장에 관심을 갖는다. 뻘물을 일으키며 출발한 배는 반시간도 되지 않아 송여자도 선창에 도착했다. 먼저 등산객들이 우르르 선창에 오른다. 선창에서 통발을 손질하던 주민이 ‘워따 오늘은 겁나게 왔부렀네. 명절에도 이렇게 안 오는데. 허허.’라며 한마디 했다. 배는 송여자도를 거쳐 여자도 마파지와 대동마을에 이른다. 그렇게 하루에 네 차례 순항한다. 배도 커졌다. 주민 몇 명에 낚시객 한 둘이 타면 만원이었다. 그때는 여자도를 찾는 여행객은 가뭄에 콩 나듯했다. 낚시꾼이 아니면 거의 찾지 않는 섬이었다. 여행객들은 여행사를 통해 섬에 들어온 사람들이다. 배에서 만난 한 여행객은 여자도가 어떤 섬인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밤새 달려와 여자도로 들어왔다고 했다.

이들이 섬에 머무는 시간은 두 시간쯤 될까. 송여자도 둘러보고, 낚시다리를 건너 여자도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마파지와 대동마을까지 걸어갔다 배를 타고 나간다. 이게 전부다. 그 사이에 준비해온 요깃거리로 입맛을 다실 것이고, 화장실도 갈 것이다. 한 둘이 아니니 따뜻하게 맞다가도 짜증이 날 수 있는 것이 인간이다. 더구나 여행객이 왔다간 후로 밭에 심어 놓은 야채나 갯가에 해초들이 사라졌다면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럴 때 여행객들은 ‘이젠 섬 인심도 야박해졌다’고 말한다.

세 명의 학생이 지키는 여자분교.
세 명의 학생이 지키는 여자분교.

마을부엌과 펜션으로 바뀐 송여자분교.
마을부엌과 펜션으로 바뀐 송여자분교.

문 닫힌 학교, 문을 연다

학교로 향했다. 폐교를 고쳐서 마을펜션과 공동부엌을 만들어 주민이 운영하는 숙박지이다. 첫 손님이다. 바다 건너 여자도가 바라보이는 한적한 곳에 위치했다. 앉아서 여자도 너머로 지는 노을을 볼 수 있다. 마을과도 떨어져 있고 나무다리를 건너며 여자도로 산책을 할 수도 있다. 학교 앞 바닷가에 모래밭이 있어 여름철에는 물이 들면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저녁상에 낙지와 주꾸미가 올라왔다. 낙지와 야채를 제외하고 피꼬막, 주꾸미 등 찬거리는 어제 여수 시내까지 나가서 시장을 봐서 준비한 것이다. 김치도 새로 담았다. 모두 어머니들이 직접 준비한 것이다. 두 섬에는 끼니를 해결할 마땅한 식당이 없다. 섬여행객을 위한 작은 부엌과 숙소를 마련하는 것이 주민들의 꿈이었다. 저녁을 먹고 술이 한 순배 돌자 마을주민들도 하나 둘 모여들었다. 손님들이 오신 김에 주민들도 회의를 겸한 식사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이야기를 나누다 고성도 오가고 웃음소리도 이어진다. 송여자도를 위한 희망의 소리들이다.

첫손님을 받았지만 걱정이 한 둘이 아니다. 지금은 섬 주민 중 한 분이 맡아서 운영을 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 주민의 손을 적게 빌리면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다시 문을 연 학교가 작은 섬과 섬주민들에게 활력을 주는 마중물이 되었으면 한다.

아이들은 모두 떠났지만 여전히 큰 나무는 여전히 학교를 지키며 오가는 여행객의 그늘을 만들어준다. 이제 그 학교가 다시 여행객을 위해 문을 열었다.
아이들은 모두 떠났지만 여전히 큰 나무는 여전히 학교를 지키며 오가는 여행객의 그늘을 만들어준다. 이제 그 학교가 다시 여행객을 위해 문을 열었다.

송여자도 포구.
송여자도 포구.

여자도 섬살이

여자도의 봄은 통발을 추스르는 것으로 시작한다. 낙지잡이 도구다. 신안이나 무안처럼 삽이나 많은 낚시를 연결한 ‘낙지주낙’이 안라 통발을 이용한다. 통발은 ‘앉은뱅이’과 ‘스프링’으로 나뉜다. 앉은뱅이는 높이가 낮고 지름이 긴 낮은 원통이고, 스프링통발은 높이가 길고 지름이 작은 길쭉한 원통형이다. 앉은뱅이는 바닥에 앉고, 스프링은 바닥에 누워서 낙지를 유인한다. 처음에는 어구이름처럼 접을 수 있는 스프링 통발을 사용했다. 앉은뱅이는 최근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모양만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앉은뱅이는 작은 게를 미끼로 넣지만 스프링은 미끼 없이 사용한다. 그래서 낙지가 드는 것도 차이가 난다. 앉은뱅이로 100마리를 잡는다면 스프링은 10마리 정도 밖에 잡지 못하다.

낙지를 유인하는 미끼로 게는 대부분 중국산 살아 있는 작은 게를 구입해서 사용한다. 미끼 값이 비싸고 며칠에 한 번씩 보충해줘야 하기에 경제성으로 본다면 꼭 앉은뱅이가 좋다고만 하기 어렵다. 앉은뱅이에 비해 스프링은 통발을 많이 넣는다. 낙지잡이 외에 가을철 꽃게와 전어도 여자도 어민들에게 소득원이다. 찬바람이 나기 시작하면 산란을 마친 물고기는 어린물고기와 함께 여수 바깥바다로 빠져나간다. 이때부터는 섬사람들도 여수로 순천으로 겨우살이를 떠나고 섬도 비어간다. 모두 시내에 집을 가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넉넉해서 ‘두집살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교육과 생업이 만들어낸 섬살이다. 집만 아니라 모든 세간도 두 벌로 장만해야 하고, 생필품도 이중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를 두고 혹자들은 집이 두 채나 있어 부자라고 이야기할지 모르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여자도의 봄은 낙지잡이 통발을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찬바람이 불 때까지 섬도 바다도 바쁘다.
여자도의 봄은 낙지잡이 통발을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찬바람이 불 때까지 섬도 바다도 바쁘다.

바다를 보아야 섬이 보인다

무엇보다 섬을 볼 때는 바다와 갯벌을 함께 보아야 한다. 섬만 보는 것은 반보다 작은 절반 정도 보는 것이다. 어민들은 바다에 의지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보는 것이 좋다. 이를 잘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선창이다. 포구를 꾸꿈스럽게 보면 섬이 새롭게 보인다. 배가 있고, 배마다 허용된 고기잡이가 정해져 있다. 여기에 맞춰 그물도 달라진다.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된다. 낙지가 그냥 낙지가 아니고, 전어가 그냥 전어가 아니다. 밥상에 오른 해산물이 새롭게 보인다. 어촌을 알게 되고, 어민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바다와 갯벌이 다르게 보인다. 작은 규모로 어업을 해서 어촌과 바다를 지키며 건강하고 좋은 공정한 바다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슬로피쉬’가 지향하는 가치이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공정한’ 이라는 의미다. 시장가치가 아니라 바다와 섬의 지속을 위한 생태가치, 오래된 전통지식을 존중하는 문화가치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풍어제와 당제를 지냈던 신목 소나무도 나이가 들어 영험함보다는 따뜻함이 묻어난다.
풍어제와 당제를 지냈던 신목 소나무도 나이가 들어 영험함보다는 따뜻함이 묻어난다.

여자도 섬밥상.
여자도 섬밥상.

걸어야 볼 수 있는 것들

여자도 대동마을은 두 섬을 대표하는 가장 큰 마을이다. 학교와 출장소 등 관공서가 위치해 있다. 마파지는 마파람 즉 남풍이 바로 닿는 바람을 많이 타는 마을이다. 태풍이나 여름철 계절풍에 큰 영향을 받는 마을이다. 집이 낮고 담장이 높다. 마파지에서 대동으로 이어지는 길은 시멘트 포장길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길지 않고 바다와 갯벌을 보면서 걸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하룻밤을 여자도에서 머문다면 이 길을 걸으며 노을을 보며 좋다. 아무런 방해도 없이 오롯이 섬을 걷는다. 이런 느낌을 갖는 섬을 만나기 쉽지 않다. 조용히 자신을 성찰하며 걸을 수 있다. 바쁘게 당일치기로 섬여행을 한다면 이런 호사는 포기해야 한다.

대동마을로 넘어가면서 꼭 기웃거리는 집이 있다. 아직 주인은 만나지 못했지만 새소리에 귀를 기우리는 분인 듯싶다. 10여년 만에 찾았는데 글씨는 희미해졌지만 새집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저 집에 얼마나 많은 새들이 머물다 갔을까. 대동마을로 내려서다 두런두런 어머니들 말소리가 들렸다. 봄철에 보약이라는 솔(정구지)를 다듬고 있었다. 내일 오리탕을 끓이니 먹으로 오란다. 부활절을 맞아 마을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점심을 먹는다고 한다. 부활절에 오리탕이라. 조화로운 섬살이다. 바다가 풍성할 때는 바다에서 나는 것을 잡고 채취하는 일에만 관심이 많았다. 이제 바다도 늙고 주민들도 나이가 들었다. 바다 재생은 더디고, 섬재생을 위한 노력은 돈으로 떡칠을 하는 꼴이다. 여기에 젊은 사람은 관심이 없고, 공돈이라며 젯밥에만 관심이 많다. 요즘 재생 프로젝트의 단면들이다. 섬이라고 다를 바가 아니다 한 세대 바다맛을 책임졌던 어민들은 나이 들어 자신의 몸을 가누는 일도 버겁다. 섬을 재생하는 일이 여행객이 많이 오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송여자도는 선창을 둘러싸고 열 댓집이 모여 있는 것이 전부다. 돌아볼 것도 없이 한 눈에 들어온다. 골목은 외막으로 가는 좁은 길과 학교 가는 골목길이 전부다. 모두 다리를 건너 여자도로 통한다. 최근에 마을 뒷산을 돌아보는 둘레길을 만들었다. 선창에서 오른 쪽으로 돌아  학교로 넘어오는 길이다. 해찰을 하며 쉬엄쉬엄 걸어도 반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는 짧은 길이다. 아무리 작은 섬이라도 섬 안에 들면 생각보다 섬이 커 보인다. 사람도 처음 볼 때와 그 사람을 알고 보는 느낌이 다르듯이 섬이 그렇다. 둘레길을 걷다 알콩달콩 땅을 일궈 농사를 지었던 흔적, 풍어제와 당제를 지냈던 오래된 소나무, 그리고 학교까지 돌아보고 나면 송여자도가 결코 작지 않는 섬임을 알 수 있다. 겉으로 보고 판단할 일이 아니다.

김준

◆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어촌사회 연구로 학위를 받은 후, 섬이 학교이고 섬사람이 선생님이라는 믿음으로 27년 동안 섬 길을 걷고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에서 해양관광, 섬여행, 갯벌문화, 어촌사회, 지역문화 등을 연구하고 정책을 개발을 하고 있다. 틈틈이 ‘섬살이’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며 ‘섬문화답사기’라는 책을 쓰고 있다. 쓴 책으로 섬문화답사기, 섬살이, 바다맛기행, 물고기가 왜, 김준의 갯벌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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