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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빈에서 남쪽 오스트리아-헝가리 국경쪽으로 약 5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아이젠슈타트는 현재 인구 1만 2000명이 조금 넘는 시골 도시로 이곳에서 랜드마크를 이루는 건축물은 에스테르하지 궁전이다.
아이젠슈타트의 구심점인 에스테르하지 궁전. |
헝가리 출신의 에스테르하지 가문은 합스부르크 왕가를 위해 유명한 헝가리 경비병 군단도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부유한 귀족 가문이었다. 하이든은 이 가문을 위해 음악가로 일하면서 30년 동안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자리에 있었으니 고전주의시대 음악가들 가운데서 비교적 행운을 누린 편이었다.
그런 반면 그 자리는 고독한 자리이기도 했고 또 그의 신분은 어디까지나 특권과 지위가 주어진 ‘존경받는 충실한 하인’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하이든 자신은 “나를 방해하거나 괴롭힐 사람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독창적이 될 수 밖에 없었다”며 그에게 주어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하이든의 집. |
그는 비록 세상과 격리된 듯한 시골도시에서 활동하고 있긴 했지만 영향력 있는 귀족 가문에 속해 있었던 덕택에 그의 작품은 가장 권위있게 외부에 알려질 수 있었으며 그의 명성은 유럽 여러 나라에 널리 퍼져있었다.
하이든은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니콜라우스 1세가 죽는 1790년까지 이 곳에서 일하고는 아이젠슈타트를 떠나 자유로운 몸으로 더 넓은 세계에서 활동하게 된다.
특히 그는 런던에서 대대적으로 환대를 받았고 런던사교계에서도 유명인사가 되었으며 옥스퍼드 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학위까지 받았는가 하면 국왕 조지3세로부터 영국에 영주하라는 제의까지 받았다.
하지만 그는 말년을 조국에서 보내기 위해 빈으로 돌아와 불후의 명작인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작곡하게 된다. 그러다가 나폴레옹 군대가 빈을 공격하던 1809년 5월 31일에 빈에서 숨을 거두었다.
하이든의 데드마스크. |
현재 에스테르하지 궁전 동쪽으로 약 230미터 지점에는 하이든이 살던 집이 보존되어 ‘하이든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 앞의 길은 ‘하이든 거리’라고 부르고 있다.
하이든 박물관에 전시된 여러 자료들 중에서 가장 많이 눈길을 끄는 것은 하이든의 데드마스크인데 그의 얼굴은 죽음 후에 닥칠 수난과는 전혀 거리가 먼 평안한 모습이다.
하이든은 생전에 자기를 방해하거나 괴롭힐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자신 있게 말했을 정도로 평생을 순탄하게 살다갔다.
말년에 들어 자신의 불멸성을 꿈꾸었던 하이든은 어떻게 보면 그의 꿈대로 아직도 아이젠슈타트에서 만큼은 분명히 지금도 살아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가 아이젠슈타트에서 아직도 ‘살아있기’까지는 아주 오랜 세월이 걸렸다. 사실 그는 죽어서 끔찍한 수난을 당할 줄은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이든의 영묘. |
그런데 이럴 수가? 하이든의 두 개골이 없어진 것을 나중에 알게 된 것이다.
수사결과 범인은 에스테르하지 가문의 서기 요제프 로젠바움과 형무소 소장 요한 페터로 밝혀졌는데 이들은 골상학의 철저한 신봉자들로서 하이든과 같은 천재 음악가의 두개골을 훔쳐서 그 이론이 적용되는가를 알려고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니콜라우스 2세의 끈질긴 노력으로 두개골을 찾아내어 목 없는 유해에 붙여서 베르크 성당 지하에 안장했다.
하지만 그것은 하이든의 진짜 두개골이 아님이 나중에 밝혀졌다. 진짜 두개골은 로젠바움과 페터가 죽은 후, 우여곡절 끝에 여러 손을 거쳐 ‘빈 악우회(Gesellschaft der Musikfreunde)'의 소유가 되었고 빈 악우회 박물관의 유리관 속에 넣어져 일반에 전시되고 있었다.
그 후 1932년에 파울 에스테르하지 공은 이 끔찍한 모독적인 사건에 종지부를 찍고 자기 조상의 충실한 ‘하인’이었던 하이든에게 최대의 경의를 표하기 위해 베르크 성당에 대리석으로 하이든의 영묘(靈廟)를 만들었다.
하이든의 영묘가 있는 베르크 성당. |
그러나 영묘는 완성되었지만 하이든의 두개골이 돌아오지 않자 상심한 파울 에스테르하지 공은 영묘를 빈 채로 두고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다가 1954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하이든의 유골은 빈에서 로라우(Rohrau:하이든의 출생지)를 거쳐 이곳으로 오게 되었으니 하이든이 아이젠슈타트에서 안식을 찾게 되기까지는 실로 100년 이상의 ‘수난의 세월’이 필요했던 것이다.
매년 부활절을 앞두고 성(聖) 금요일마다 베르크 성당에서는 하이든의 <십자가상의 일곱 말씀>이 연주되는데 첫 번째 말씀은 ‘아버지 저들을 용서하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 하나이다’이다. 그러고 보니 이 곡은 죽어서 수난을 당할 하이든 자신을 위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얼핏 든다.
◆ 정태남 건축사
이탈리아 건축사이며 범건축(BAUM architects)의 파트너이다. 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 미술, 언어, 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로마역사의 길을 걷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이탈리아 도시기행>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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