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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신/101경비단 경찰 2차 시험(1999년 합격)

2010.02.03 백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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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노량진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노량진 수산시장 맞은편 육교를 건너면 수많은 간판을 단 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이 바로 공무원 입시생을 위한 학원이다. 위아래 단색 체육복과 슬리퍼가 이곳 노량진 패션의 유행을 선도하고 몇 년째 바뀌지 않고 있다.

그들의 목표는 오로지 공무원이다. 공무원이 되기 위해 골방에 갇혀 계속해서 책과 씨름하고 몇 100대 1의 경쟁을 뚫기 위해 졸린 눈꺼풀을 이쑤시개로 세우며 공부하고 있다.

이들이 그토록 원하는 공무원, 이들에게 공무원은 과연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장된 생활을 위해 공무원을 선택하고 요즘 모든 사람의 직업 선호도에서도 상위권에 공무원이 빠지지 않는다. 단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하니 공무원의 참된 진리를 놓치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아쉽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죽기 살기로 공부했다고 자신 있게 이야기 할 수는 없지만 대학에 들어갔다. 대학에 들어가 3년간 얽매여 있던 생활에서 조금 자유로워짐을 느낄 새도 없이 우리에게 시련이 닥쳐왔다.

저주받은 세대, 저주받은 학번, 그렇다 내가 바로 92학번이다. IMF가 터지고 여기저기 기업들이 무너지고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아우성일 때 취업원서를 내밀 곳이 없는 우리에게 사람들은 저주받은 92학번이란 칭호로 우리를 불러줬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시기를 맞추지 못해 일년 가까이 쉬면서 취업 보증수표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여러 가지를 도전해 보았지만 그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4학년 말쯤 선배 형이 던져준 다섯 권의 책, 이 책이 나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자신이 보고 합격했다며 던져준 책, 나의 적성에도 맞을 거 같으니 한번 도전해 보라며 그가 준 책은 다름 아닌 경찰(101경비단) 준비 수험서였다.

처음 101경비단이란 생소한 단어에 무엇을 하는 곳인지 알아보았다. 청와대에서 대통령님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이라는 소개가 눈에 들어 왔다. 청와대라는 장소와 대통령님을 경호한다는 일에 반드시 합격하리라 결심하고 열심히 공부했다.

99년 1차 시험 응시원서를 내고 신체검사를 통과한 후 필기시험을 치렀다. 필기시험 합격자 발표날 밤 12시 이후 ARS로 결과 발표가 있어 잠도 자지 않고 있다가 조용히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고 전화번호를 눌렀다. 잠시 후 수험번호와 이름이 나오면서 ‘합격하셨습니다’란 멘트가 흘러나왔다. 난 소리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너무 늦은 시간인지라 두 손을 높이 쳐들고 무언의 함성을 질렀다. 계속된 체력검사, 적성검사, 면접까지 모두 마치고 결과 발표날 수화기를 드는 손을 아버지가 잡으셨다. 손에 10만원을 쥐어 주시며 직접 서울에 올라가서 확인하고 내려 오라신다.

서울행 버스를 타고 서울지방경찰청에 도착, 게시판을 확인해 보았다. 아무리 찾아도 내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허탈한 마음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결과를 이미 알고 계셨다. 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왜 아버지는 직접 내게 결과를 확인하라고 하신 것일까? 조금 후 난 아버지의 의도를 조금은 알 수 있었다. 그 길로 책과 이불을 싸가지고 고시원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현명한 선택이 고시원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난 죽었다 생각하고 공부했다.

2차 시험 원서를 제출하고 신체검사에 합격한 후 필기시험도 합격했다. 체력검사, 적성검사, 면접까지 모두 마친 후 최종 합격자 발표만을 남겨 두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아버지께서는 서울에 직접가서 확인하라신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었으나 빨리 확인하고 싶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도착해 합격자 명단을 확인했다. 있다, 있어, 내 이름이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었다. 너무 기뻐 하늘을 날 것만 같았다.

2000년 3월 중앙경찰학교에 입교해 경찰로서의 소양과 전문지식을 배우고 8월 한달동안 경호교육을 받은 후 청와대에 입성했다. 누구나 올 수 없는 곳이기에 더욱 자부심을 갖고 근무했다.

일곱 번의 봄, 여섯 번의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고 지금은 혜화경찰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경찰이 되려고 노력했고 국민의 작은 소리도 크게 들으려 노력하고 있다. 진정 국민에게 필요한 지팡이가 되고자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다.

이 글 서두에서 사람들이 왜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지 기술한 부분이 있다.

단지 보장된 생활을 위해 합격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우려의 목소리도 건넸다. 그렇다. 공무원은 내 것을 찾는 것이 아니다. 내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줄 수 있어야 하고 남의 일을 내 일처럼 챙기고 거들어줘야 한다.

공무원을 준비하고 계신 여러분!

남을 먼저 생각하고 봉사하는 마음가짐을 가질 때 안정되고 행복한 삶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입니다. 국민의 공무원, 국민에 의한 공무원, 국민을 위한 공무원의 마음가짐을 가질 때 비로소 공무원의 길이 여러분 앞에 활짝 열리리라 믿습니다.

공무원 준비생 여러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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