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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힙합의 가장 강렬한 라이브 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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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힙합의 결정적 노래들-30] 딥플로우 ‘작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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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으로 돌아가자. 래퍼 딥플로우(Deepflow)는 그 해 4월 양화라는 정규앨범을 발표했다.
싱글 위주의 음악계 흐름을 정면으로 거부하려는 듯 15곡을 꽉 채운 작품이었다. 그가 쇼미더머니에 출연하기 전이었다.
사실 양화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떠올릴 것이다. 물론 양화대교도 좋은 노래다.
좋은 대중음악의 정의가 쉽지만, 깊으면서도, 동시에 가슴을 울리는 음악이라면 '양화대교'는 이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어려운 표현, 복잡한 구조, 난해한 멜로디 없이도 노래가 깊을 수 있음을 증명한 노래였다.
하지만 딥플로우의 양화는 자이언티의 양화대교와는 무관한 작품이다. 양화를 발표하기 몇 년 전부터 딥플로우는 자신의 새 앨범 타이틀이 양화가 될 거라고 여러 번 말해왔기 때문이다.
즉,그냥 우연이었다. 자이언티의 노래가 몇 달 정도 먼저 발표되어서 딥플로우에게는 조금 아쉽게 됐지만.
2016년 제13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딥플로우는 앨범 양화로 올해의 음악인을, 수록곡 작두로 최우수 랩힙합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사진은 시상식에서 수상소감을 전하는 딥플로우.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양화라는 앨범 타이틀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마포구 합정동에 있는 양화대교, 다른 하나는 양쪽의 이야기다. 교량(다리)이란 연결과 단절의 의미를 동시에 지닌 공간이다. 다리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건널 수 있지만 단절돼 있었기 때문에 다리가 생겼다.
딥플로우의 영등포 집과 그의 활동무대인 홍대 사이에는 양화대교가 있었다. 양화대교는 딥플로의 꿈을 잇기도 하고 끊기도 한다. 사람은 공간을 객관적으로 기억할 수 없다. 공간은 시간과 뗄 수 없고 시간은 감정을 되살리기 때문이다.
딥플로에게 홍대로 출발하는 오후의 양화대교는 의지와 설렘의 공간이다. 그러나 영등포로 돌아오는 새벽의 양화대교는 꿈과의 이별을 의미한다. 딥플로우는 이미 수천 번은 오갔을 이 다리를 중점으로 양쪽의 이야기(양화)를 앨범에 담아냈다.
실제로 이 앨범에서 딥플로우는 양화대교를 오간다. 그 과정에서 한국힙합 씬에 대한 회의와 예술창작에 대한 다짐을 반복한다.
자칫 부정적인 결론으로 이를 수도 있었지만 결국 그는 예술가로서의 꿈과 아들로서의 책임을 자각하고 음악 동료들로 구성된 새로운 가족을 통해 꿈을 이어가기로 한다.
작두는 앨범을 관통하는 이 서사 속에서 절정에 위치한다. 딥플로우가 양화대교를 건너 홍대에 도착해 공연을 하는 순간, 즉 꿈의 절정에 다다른 순간을 이 노래는 포착한다.
때문에 이 노래는 태생적으로 무대 위의 뜨거운 에너지를 담고 있을 수밖에 없다. 이 노래가 딥플로우의 공연 중에서도 하이라이트를 차지하는 이유다.
작두는 사람을 흥분하게 하는 노래다. 신난다거나 흥겹다고만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이 노래는 밝고 경쾌하기보다는 어둡고 강렬하다.
작두를 들을 때면 나는 늘 더 게임(The Game)의 Compton이 떠오른다. Compton이 품은 갱스터 바이브가 작두 안에서도 살아숨쉬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바이브를 한국적 요소로 완성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제목부터가 일단 그렇다.
또 각종 사운드와 이펙트를 한국 전통악기 소리와 굿판을 벌일 때의 육성으로 채웠다. 그러면서도 이상한 혼종으로 기울지 않고 어릴 때 자신이 멋있다고 생각했던 힙합의 모습을 재현해냈다.
이렇게 완성된 비트 위에는 오직 랩 밖에 없다. 셋의 랩(이 노래는 넉살과 허클베리피가 피처링으로 참여했다-편집자 주)이 휘몰아치고 귀에 쉽고도 단단히 박히는 후렴이 반복된다.
어쩌면 딥플로우는 양화를 통해 한국힙합의 가장 강렬한 라이브 트랙도 만들어냈던 게 아닐까. 공연장 안의 모두를 작두 타게 만드는.
◆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대중음악, 특히 힙합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영화제를 만들고 가끔 방송에 나간다. 시인 및 래퍼, 시와 랩을 잇는 프로젝트 포에틱저스티스로도 활동하고 있다. 랩은 하지 않는다. 주요 저서로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 한국힙합 에볼루션, 힙합-우리 시대의 클래식, 힙합-블랙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는가, 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 등이 있고, 역서로는 힙합의 시학, 제이 지 스토리, 더 에미넴 북, 더 스트리트 북, 더 랩: 힙합의 시대 등이 있다. murdamuz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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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
2019.12.13
기고/칼럼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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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시대, 해양테러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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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배 해양경찰청장
최근 글로벌 위기관리 컨설팅업체 RISK ADVISORY GROUP에서는 2018년 테러위협보고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테러위험 수준은 총 5단계 중 말레이시아(김정남 VX테러, 3단계), 일본(사린가스테러, 2단계)보다 높은 4단계인 고위험 국가로 분류되었다.
이는 IS 본거지인 중동과 동일한 수준으로, 지정학적 특성과 엄격한 총기 관리정책 등으로 지금까지 테러청정국으로 알려진 한국도 더 이상 테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사회적 충격을 불러왔다.
특히 지난 2월 부산 광안대교 선박 충돌사고는 하판 구조물 파손으로 인한 교량 전면,부분통제로 수영,해운대구 일대에 극심한 정체는 물론 피해복구에 약 28억 원이 책정되는 등 심각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주었다.
당시 러시아 선적 5900톤급 화물선이 요트 3척과 충돌한 후 많은 차량이 오고가는 교량에 그대로 돌진하는 상황을 생생하게 인터넷으로 접한 다수의 국민들은 미국 9,11 테러를 떠올리며, 테러범이 선박을 납치 후 해양테러를 감행한 것이 아니냐며 몸서리를 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수사 결과 음주상태 운항 중 과실로 인한 충돌로 밝혀졌음에도 선박 돌진 등 새로운 유형의 해양테러는 전통적인 인질테러와는 달리 국가기간시설 마비와 항만시설 기능 상실, 대규모 인명손실 등 국가적 대형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심각성을 대중이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2017년 2월 키프로스에서 출항한 8250TEU급 독일 컨테이너선의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원격 해킹해 선박통제권을 탈취 후 해적이 출몰하는 해역으로 강제 질주시킨 사건은 현재 운항중인 선박 또한 네트워크 취약점을 악용한 사이버 해양테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지난 2월 28일 러시아 화물선 씨그랜드호(5천 998t)가 광안대교와 충돌하기에 앞서 요트와 충돌하는 모습. 부산해양경찰서는 5일 브리핑을 열어 씨그랜드호가 계류된 요트 3척과 광안대교를 들이받은 원인은 음주 상태에서 판단 미숙으로 조타를 잘못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5년에는 자율운항선박이 본격 운항되고, 2035년경에는 대양을 항해하는 완전 자율수준으로 발전이 전망된다.
이에 따라 자율운항선박 해킹과 폭탄 탑재 무인정 충돌 등 최신 IT기술과 장비를 악용한 신종 해양테러를 효율적으로 예방,대응할 수 있도록 해양테러 대응체계의 고도화가 필요하다.
이미 국제해사기구(IMO)에서는 2017년부터 자율운항선박 도입을 위해 해상안전과 관련된 SOLAS, STCW, COLREG 등 국제협약 개정작업에 착수했다.
한국선급에서도 자율운항선박 임시지침서를 개발하는 등 국제사회와 해운업계에서는 자율운항선박 표준화 관련 국제협약에 자국의 기술과 정책을 반영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자율운항선박을 이용한 해양테러를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사이버범죄를 수단으로 한 신종 해양테러 예방,대응에 최적화된 유관기관합동 보안체계 수립이 필요하다.
또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 사업 초기부터 법 집행기관인 해양경찰청의 대테러 현장 노하우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에 해양경찰청은 지난 7월 열린 제9차 국가테러대책위원회에서 국무총리 및 대테러센터, 해양수산부 등 국가 대테러 관계기관장이 참석한 가운데 자율운항선박과 LNG선 등 고위험 선박을 이용한 해양테러 대비 유관기관 합동 예방,대응체계를 마련하기로 하고, 선박을 이용한 돌진테러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해양테러 및 불법조업 외국어선 침범조업 등 각종 해양위기상황에 신속 대응을 위해 해양경찰 특공대의 증원을 추진하고, 해양테러에 취약한 주요해상교량과 중소형 여객선, 유도선 49곳을 자체 지정해 유사시를 대비한 취약점 분석 및 해양대테러 예방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어서 9월에는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캐나다 등 6개국이 참가한 제20차 북태평양 해상치안기관회의(NPCGF)에서 해양경찰청의 제안에 의해 각국의 해양대테러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자율운항선박 합동 예방,대응 대책을 논의하기로 합의하는 등 다가오는 신종 해양테러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에도 선제적 대응하고 있다.
이처럼 해양경찰청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첨단장비를 악용한 해양테러의 대응 주관기관으로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신종 해양테러 대응 전술 개발, 첨단장비 도입 등 전문성 향상에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해양테러 예방과 대응 체계를 고도화하여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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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배 해양경찰청장
2019.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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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평화와 번영의 미래 향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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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세종연구소 신남방협력센터장
미,중,일보다 우리나라가 먼저 한 것이 있다. 지난 11월 25~26일간 있었던 제3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최가 그것이다.
아세안은 상대 국가의 위상, 그리고 관계의 성숙도를 평가해 대화상대국 지위를 부여한다. 우리는 지난 1989년 아세안의 부분대화상대국(Sectoral Dialogue Partnership)이 됐고, 1991년 완전대화상대국이 됐다. 2010년에는 아세안이 대화상대국과 설정한 최고 단계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까지 발전했다. 30년 파트너십의 여정에 비약적 발전의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제3차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다.
우리보다 먼저 대화상대국이 된 일본과 미국도 아세안과의 특별정상회의 개최는 1, 2차에 그쳤다. 2017년 신남방정책을 발표하고 2년도 채 되지 않아 아세안 10개국 정상순방을 마치고 대통령 직속의 신남방특별위원회와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을 운영하는 등 각별한 외교적 노력의 결과다.
아세안은 글로벌 역동성의 중심에 있다. 이미 세계 5위 경제권인 아세안은 고성장을 거듭해 2030년이 되면 4위 경제권으로 올라설 전망이다. 6억 5000만 인구 중 절반 이상이 30세 이하로 젊다. 전 세계 해외투자의 12%가 아세안으로 몰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아세안은 미중 간의 패권경쟁이 압축적으로 드러나는 전장(戰場)이 됐다. 미국은 2018년 아세안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에 있음을 선언했고, 新실크로드 건설에 나선 중국의 1차 목표도 아세안이다. 미,중 갈등에 끼인 한국에게 아세안의 운명이 각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26일 오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문 대통령,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프락 속혼 캄보디아 부총리 겸 외교부 장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
이러한 상황에서 개최된 이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특별했다.
먼저 보호무역주의와 패권적 갈등에 맞서 한국과 아세안이 모두 자유무역과 규범에 근거한 다자주의를 통해 국제질서를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선포했다.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공동의장 성명은 북한의 미사일 실험 자제 촉구,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적 노력, 유엔 안보리 의무 준수 등 한반도 평화 실현의 원칙을 제시했고, 평화,번영과 동반자 관계를 위한 한-아세안 공동 비전성명에서는 UN 해양법협약에 따라 해양 안보상의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등 다자적 원칙에 근거한 지역질서 수호를 강조했다.
둘째, 한국과 아세안이 평화와 번영의 동반자가 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공동의장 성명은 아세안 공동체의 3대 축인 정치-안보(Political-Security),경제(Economic),사회-문화(Socio-Cultural) 공동체와 신남방정책의 3P(평화,Peace, 번영,Prosperity, 사람,People)를 결합하여 한-아세안 평화와 번영의 비전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CEO 서밋, 스타트업 엑스포, 스마트시티 페어, 문화혁신 포럼 등 40여 개의 정상회의 부대행사를 통해 공동 번영의 미래를 보여주었다.
셋째, 아세안 내 소지역 협력도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이어 11월 27일에는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메콩 지역은 대부분 저개발국이지만 연 6.3%씩 성장하고 있다.이 회의에서 발표한 사람,번영,평화의 동반자 관계 구축을 위한 한강-메콩강 선언은 고속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강의 기적을 메콩강의 기적으로 함께 만들어 나가자는 한국과 메콩 국가들의 결의를 담았다.
넷째, 참가한 9개국 정상 모두와 별도의 정상회담을 통해 양자 사업의 결실을 거뒀다. FTA 타결(인도네시아), 추진(필리핀,말레이시아), 조사(캄보디아)를 통해 무역자유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스마트시티(베트남,싱가포르,미얀마,브루나이 등), 전자정부(말레이시아,브루나이), 경제회랑(태국), 수도 이전 및 개발(인도네시아), 항만운영(라오스) 등 국별 맞춤형 협력사업도 함께 발굴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질적 이행이다. 아세안 언론 대부분은 특별정상회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보도하면서 향후 구체적인 사업 발굴과 이행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다. 정부, 관계 기관과 국민이 힘을 모아서 이번에 지핀 불씨를 더욱 크게 살려나가야 할 것이다. 아세안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인도-태평양 전략이나 일대일로 중에서 선택하지 않고도 미중 경쟁을 현명하게 헤쳐나갈 힘을 갖출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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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정 세종연구소 신남방협력센터장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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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미래 세대 모두를 위한 국토의 백년대계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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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제5차 국토종합계획안이 지난 12월 3일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연내 대통령 승인을 앞두고 있다. 이 계획은 내년부터 발효되어 2040년까지 중앙정부가 수립하는 부문별 중장기 계획과 시,도별 지역발전계획뿐만 아니라 향후 국토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최상위 국가공간계획으로 위상을 지니게 된다.
국토종합계획은 1972년 이래 우리나라의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에서 국가경제성장을 촉진,지원하고 국민의 편리한 일상생활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앞으로 20년 동안 우리 국토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까?
인구감소와 저성장, 기후변화, 기술발달 등의 여건 변화는 과거의 단순추세 연장으로 미래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이러한 메가트렌드는 우리 국토에 도전과제로 혹은 새로운 미래의 지평을 여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명한 대응과 선택이 필요하다.
인구감소와 저성장은 우리가 경험해보지 않은 미래의 현실이다. 그동안 국토계획이나 지역계획은 인구증가와 성장을 당연하게 전제했다. 그러나 이제는 인구감소를 불가피한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 2019년 통계청은 우리나라 인구가 2028년 5194만명을 정점으로 이후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정점년도가 출산율 감소로 앞당겨지고 있다.
이번 계획은 계획기간 중 절대적인 인구감소시대를 맞게 되는 최초의 국토종합계획이다. 이에 개발에서 관리가 중시되는 방향으로 국토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교통수단 등 기술발달에 따른 행정구역 경계를 넘나드는 광역화 현상은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이고 배타적인 공간 전략의 실효성과 정책에 대한 국민체감을 더욱 저하시킬 것이 예상된다.
이 계획에서는 다양한 국민의 수요를 반영하고 인구감소나 저성장 등의 위기적 여건에 대응하도록 연대와 협력을 통한 유연한 스마트국토 공간 구상을 새로이 제안하고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번 계획은 우리 국민이 바라는 미래 국토를 구현하기 위해 소통,협력형 국가계획수립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우선 국민과 함께 만든 최초의 국가계획 수립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전국에서 자원한 170명의 국민참여단과 함께 미래 국토발전을 위한 핵심가치를 공유했다. 균형발전과 깨끗한 국토환경 만들기 등 현안 정책과제에 대한 열띤 숙의 과정을 거쳐 국토정책이 추구할 가치를 담은국토계획헌장을 만들었다.
제5차 국토종합계획은 현재와 미래 세대 모두를 위한 국토의 백년대계 실현을 지향하며 모두를 위한 국토, 함께 누리를 삶터를비전으로 설정하였다. 모두를 위한 국토는 다양한 세대와 계층, 지역이 균형있는 포용적 국가기반을 갖추고 좋은 일자리가 있는 안전한 국토의 조성을, 함께 누리는 삶터는 삶의질, 건강 등 우리 국민이 중시하는 핵심가치를 주거,생활,도시,국토공간에서 구현하고 깨끗하고 품격있는 국토환경의 조성을 의미한다.
비전의 실현을 위해 이 계획에서는 어디서나 살기좋은 균형국토,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스마트국토, 건강하고 활력있는 혁신국토 등 3대 목표와 개성있는 지역발전과 연대,협력 촉진, 지역산업 혁신과 문화관광 활성화,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안심 생활공간 조성, 품격있고 환경친화적 공간 창출, 인프라의 효율적 운영과 국토 지능화, 대륙과 해양을 잇는 평화국토 조성 등 6대 전략을 담고 있다.
또한 개발과 환경의 조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국토 조성을 목적으로 국토계획-환경계획 연동을 통한 국토환경 통합관리전략과 정책과제를 도출하고 이행하기로 하는 중앙부처 간 협력적 국가계획수립 모델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국민참여단과 전문가, 지방자치단체, 중앙부처가 한데 뜻을 모아 새로운 여건 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국토의 백년대계를 마련했다. 이제는 실천이다. 제5차 국토종합계획의 비전과 목표, 전략을 정책화하고 집행하여 국민들이 체감하고 함께 누릴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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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9.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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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석끼리는 끌리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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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임신을 하면 남편은 유대감 호르몬인 바소프레신이 올라가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떨어진다.
따라서 아빠의 성적 욕구는 억제되고 공격성이 줄어들며, 공감력이 높아질 뿐 아니라 아기의 울음을 들을 수 있도록 청각회로가 발달한다.
아빠가 전보다 아기 울음소리를 예민하게 들을 수 있는 것은 이 소리를 듣는 순간 걱정의 영역인 전대상피질(ACC)과 뇌도(insula)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내의 임신 기간동안에 남편도 입덧이나 피로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이를 쿠바드 증후군이라고 한다.
한편 데구(Degu, 쥐목 데구과에 속하는 포유류)라는 동물은 수컷과 암컷이 공동으로 새끼를 양육하는데, 수컷이 새끼를 따뜻하게 하고 털을 쓰다듬어 준다고 한다.
연구에 의하면 새끼 데구를 아빠 데구와 떼어놓고 키우면 새끼 데구의 안와전두피질과 체감각피질의 시냅스가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 영역은 결정을 내리거나 감정표출에 관여하는 부분이다.
아빠들이 아이를 안고 분유만 먹여도 옥시토신 분비는 높아진다. 사진은 아빠들이 수유브래지어를 착용하고 아기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모습.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아이는 아빠를 보거나 옆에만 있어도 뇌에서 엔도르핀이 생산된다. 엔도르핀은 행복감과 즐거움을 주는 신경전달물질로, 아이는 아빠의 얼굴과 존재를 긍정적인 정서와 연결시킨다.
사랑의 호르몬이라 일컫는 옥시토신도 부모가 아이를 돌보지 않으면 아이의 옥시토신 분비가 줄어들지만, 단지 분유만 먹여도 옥시토신 분비는 높아진다.
즉, 아빠가 모유가 아닌 젖병으로 우유를 먹이더라도 안고 먹이는 것만으로 옥시토신이 분비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행위에서 아기는 아빠와의 유대감을 스스로 찾아낸다.
한편 신생아는 새로운 세상을 관찰하면서 (아빠로 밝혀질) 형체를 찾는다. 아기는 아빠와 관계를 맺기 위해 두리번거리는데, 이때 찾는 것은 아빠의 손이나 셔츠 깃이 아닌 얼굴이다.
이렇게 아빠의 얼굴을 찾은 아기는 시선을 고정하고 세세한 부분을 기억하려고 한다. 아기는 아빠를 수동적으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자마자 능동적으로 아빠와의 소통을 노력한다.
그리고 아빠의 표정을 따라 하거나 감정적인 소리와 몸짓, 표정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
실제로 유대감은 위안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원숭이 연구에서도 천과 같이 의지할 수 있는 부드러운 물건이 있는 경우와 원숭이 엄마가 있는 경우는 다르다.
천으로 씌운 모형과 함께 자란 새끼 원숭이들은 어느 정도 위안과 안정감을 얻지만, 장기적으로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어미의 보살핌 없이 천으로 된 어미 모형과 함께 자란 어린 원숭이들은 혼자 있을 때는 정상처럼 보였으나, 다른 원숭이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완전히 성장한 뒤에는 짝을 이루지 못했다.
한편 최근 연구에 의하면 아빠의 양육이 엄마의 양육만큼 아이의 정서 발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혀졌다.
아빠의 양육 태도는 아이의 자아 개념이나 또래 관계와 상관이 있었고, 아이들이 대인관계를 맺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또한 아빠가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애착을 형성하며 아이의 필요를 채워 주는 것이 아이의 인지력 발달과 사회성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것도 입증되었다. 이처럼 아빠도 (엄마처럼) 아이와 애착을 형성해야 한다.
애착의 정도를 알 수 있는 실험은 아이가 아빠와 함께 방에 있다가 아빠가 자리를 뜨는 일상적인 상황으로 측정할 수 있다.
이때 안정된 애착을 가진 아이는 잠시 후 아빠가 돌아오면 아빠가 정말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우는 얼굴로 아빠를 맞이하기도 한다.
혹은 운다고 하더라도 얼른 아빠의 무릎 위나 팔 안으로 파고들거나 다리를 붙잡을 것이다. 이때 아이를 달래고 진정시키면 그제서야 위안을 받은 후 다시 놀이방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하지만 아빠가 자리를 떠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다시 돌아와도 거의 눈치를 못 채는 아이들이 있다.
얼핏 보면 무척 독립적이고 자기관리를 잘 하는 아이로 착각할 수도 있으나, 자세히 살펴보면 그런 무심함은 아이가 아빠에 대한 감정을 차단했기 때문이다.
아빠가 자리를 뜨는 게 별 일 아니라는 듯 반응하는 아이들은 유대감이 약하거나 불안정한 애착관계를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아이들은 강한 유대감을 지닌 아이들에 비해 상상력과 탐구력이 떨어진다.
한편 아빠가 자리를 뜰 때는 슬퍼하다가 다시 돌아오면 화를 내고 몹시 괴로워하는 행동 또한 불안정 애착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이런 아이들은 아빠의 부재로 인한 불안 때문에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서도 상상력과 탐구심을 거의 발휘하지 못한다.
아빠와의 유대감이 강한지 약한지의 여부는 아이가 아빠와 떨어져 있을 때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에 따라 파악할 수 있다.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한 아이들은 두려움을 느낄 때 아빠에게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마음껏 탐구 활동을 한다. 하지만 불안정한 애착을 형성한 아이들은 안전지대가 없기 때문에 자신있게 탐구 활동을 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이제 갓 걸음마를 하는 아이가 계단을 오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는 처음에는 계단 앞에서 불안해 하지만, 아빠가 격려하면 불안감을 잊고 계단을 오를 수 있다. 즉, 아빠와 아이 사이에는 유대감이 형성되고 아빠를 안전한 본거지라 믿게 된다.
아빠와의 유대감을 키우려면 일단 아빠는 아이의 아군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과의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특별한 주제인 것은 아닌, 그저 아빠의 고민이나 세상사는 이야기 혹은 힘든 일이 있다면 그걸 먼저 이야기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오히려 아빠가 실수한 이야기는 아이에게 큰 힘이 된다.
아이에 대한 어떤 위로의 말보다 아빠가 젊었을 때 겪었던 실수담이 아이들을 아군으로 만들 것이다. 아이들에게 옳고 그름을 가르쳐주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
그저 곁에 함께 있으면서 아빠의 생각을 들려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이는 스스로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다.
그러니 모든 아빠들이여,지금이라도 당장 아이에게 이런 경험이 있었고, 이건 옳았으며, 저건 잘못되었다라고 솔직하게 말해보자.
◆ 김영훈 가톨릭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가톨릭대 의대 졸업 후 동 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베일러대학교에서 소아신경학을 연수했다. 50여편의 SCI 논문을 비롯한 100여 편의 논문을 국내외 의학학술지에 발표했으며 SBS 영재발굴단, EBS 60분 부모, 스토리온 영재의 비법 등에 출연했다. 주요 저서로는 아이가 똑똑한 집, 아빠부터 다르다, 머리가 좋아지는 창의력 오감육아, 아빠의 선물 등이 있다. pedkyh@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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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201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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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세안, 사람중심·상생번영의 혁신공동체로 나아갈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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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재 한국동남아연구소 연구위원장
2019년 11월 말 동남아 10개국에서 온 정상과 대표단, 기업인, 언론인 등 약 1만 여명이 부산에 모였다. 한-아세안 대화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및 부대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2009년 제주, 2014년 부산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치르고 5년 만에 다시 10개국 정상이 모두 참여하는 회의를 개최했다는 것 자체가 아세안과 한국이 얼마나 가까운 관계인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아세안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과 일본을 제치고 한국이 유일하게 3번째 한-아세안 정상을 모두 초대하는 회의를 치렀다는 점에서 더 빛나는 외교적 성과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아세안 정상들과 협의를 거쳐 사람 중심의 공동체, 상생번영의 혁신공동체, 평화로운 동아시아 공동체라는 미래 청사진을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의 발전이 곧 한국의 발전이라며 아시아의 협력을 통해 평화와 번영의 동아시아 시대를 열어가자. 자유무역을 지켜나가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서로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또한 자유무역을 토대로 상생번영의 혁신공동체로 나아가겠다는 부산 선언에는 한국과 아세안 10개국이 함께 상생 번영하는 아시아의 시대를 열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겼다.
아세안은 인도와 함께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신남방정책의 핵심 지역이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 4강 수준으로 아세안과의 관계를 격상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문 대통령은 지난 2년 간 아세안 10개국 순방을 완료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이어 한국은 아세안의 고속 성장을 이끌어가는 메콩강 유역 국가들과 더 긴밀하게 협력하기 위해 제1차 한-메콩 정상회의를 올해 처음 개최했다. 중국에서 발원해 5개국을 관통하는 국제하천인 메콩강은 동남아 최대 규모의 강으로 현지인들에게는 어머니의 강으로 불린다. 특히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등은 연간 6% 이상의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며 전쟁터에서 시장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나아가 10개국 모두 남북한 동시 수교국인 아세안은 한반도 비핵화를 유도하고 평화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촉진제가 될 수 있다. 아세안 국가들은 북한도 함부로 무시할 수 있는 중요한 외교무대다.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을 비롯한 아세안 국가들은 북한이 신뢰하고 중시하는 외교 파트너들이다. 특히 1955년 세계 최초의 비동맹회의였던 반둥회의의 유산이 남아 있는 인도네시아는 인도, 중동, 아프리카 등 제 3세계 외교의 중심지로 유명하다. 조코위 대통령은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을 이번 회의에 초대할 정도로 개방적이고 유연한 외교를 구사해 왔다.
사실 우리만 아세안에 공을 들이는 게 아니다. 포스트 차이나 시대 차세대 성장엔진으로 급부상한 아세안은 세계가 주목하는 핫스팟이다. 젊은 인구, 높은 경제 성장률과 성장 잠재력으로 한,중,일 등 동아시아 3개국 뿐 아니라 미국, 유럽, 호주의 자본과 인력이 몰려들고 있다. 중국 경제가 빠르게 식어가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아세안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이 계속되고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아세안의 개방성은 더욱 돋보인다.
아세안의 엠블럼은 10개의 볏단을 상징한다. 만일 한국이 아세안 10개국을 단단하게 묶는 역할을 해낸다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한국과 아세안의 7억 인구가 힘을 합쳐 자유무역을 옹호하는 전선을 구축한다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굳건한 경제 공동체로 우뚝 설 수 있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틈새를 파고들어 자유무역을 지키는 연합 전선을 구축하고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포착하기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 관련 스타트업 생태계가 빠르게 조성되는 아세안에서는 유니콘 기업이 주도하는 시공간 혁명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며 눈부시게 성장하는 아세안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의 땅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영토와 국경에 갇힌 과거 제국주의 패러다임을 넘어 서로 눈을 맞춰 협력하고 함께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 통계와 경제수치를 나열하는 기존 국가별 접근의 한계를 뛰어 넘으려면 지리적 상상력과 함께 커넥토그래피(Connectography: 지리와 연결성을 합친 신조어)를 적용해 경쟁력있는 연결성을 확보하는 전략이 마련되어야 한다.
2018년 기준 아세안은 한국인의 제1위 방문지역으로 연간 상호 방문객이 1100만 명을 훌쩍 돌파했다. K-Pop에 열광하고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어를 배우는 동남아 현지인들에게 한국은 천국처럼 매력적인 나라다. 한국 음식을 먹고 한국의 거리를 걸으며 사진 찍고 싶은 동남아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 국가들이 다 친해지고 싶어 하는 아세안이 우리와 가까운 이웃이라는 것은 지정학적 행운이다. 특히 적절한 타이밍에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아세안은 우리와 더 각별한 관계가 되었다. 요즘은 스마트폰만 있으면 SNS와 메신저를 통해 쉽게 친구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동남아 현지인들과 소통하기 위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이메일과 메신저를 주고받으며 한-아세안 혁신 공동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부터 주변의 아세안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교류하기 시작하면 그게 바로 신남방정책의 실천이 된다.
지난 30년은 정부가 주도하는 대화와 외교적 노력을 통해 한-아세안 관계가 돈독해졌다면 이제는 국민들 모두가 아세안에 다가갈 시간이다. 1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향후 30년을 바라보는 장기적 안목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게 중요하다. 특히 사람 중심 교류가 이뤄지려면 동남아의 다양한 문화, 종교,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과 교육이 필수다. 정부 주도의 탑다운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진짜 사람이 중심이 되는 신남방정책 2.0의 시동을 걸어야 한다. 한국 초등학교 교과서의 캄보디아 국기 오류 문제에서 보듯 한국 교육과정과 교과서에서 아세안에 대한 무지했고 무관심했다. 아세안에 대한 내용 분석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한국 사회과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서 아세안의 비중은 극도로 낮고, 얼마 되지 않는 교과서 내용도 동남아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조장하는 경우가 많다.
동남아에 대한 한국 사회 전반의 뿌리 깊은 편견을 완화하려면 기존 초,중등 국가 교육과정 및 교과서의 전면 개정과 함께 아세안에 대한 살아있는 정보와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교육 현장의 변화를 빠르게 유도하려면 전국 교육대학 및 사범대학 커리큘럼과 임용고시, 재교육 프로그램에서 인도 및 아세안 등 신남방 지역에 대한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또한 아세안이 워낙 빠르게 변화하는 지역이다 보니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현지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신 정보를 쉽게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하고 동남아 지역전문가를 양성하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도입돼야 한다. 나아가 방송과 미디어에서도 동남아에 대한 편견을 완화하고 급변하는 현실을 충실히 알리는 등 대국민 교육과 홍보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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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재 한국동남아연구소 연구위원장
2019.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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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 의미와 성공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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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영 국가기후환경회의 피해예방위원회 위원
12월 1일부터 미세먼지 계절관리제가 시행됐다. 3일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계절관리제의 취지를 설명하며 각 부처뿐 아니라 국민들의 참여와 협조를 구했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란 미세먼지 농도와 관계없이 고농도 시기인 12월~3월 네 달간 평상시보다 강화된 저감 정책을 실시함으로써 기저 농도를 낮춰 고농도 발생 강도 및 빈도를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4월 출범 이래 5개월 간 국민참여단 및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내놓은 단기 대책을 정부가 수용한 것으로서, 계절 관리 기간 동안 ▲공공사업장 가동 단축 ▲5등급 차량 운행제한 ▲석탄화력 가동중단 확대 및 상한제약(80%) ▲도로청소 강화(하루 2회 이상) ▲다량배출사업장 상시 점검과 같은 대책을 시행하게 된다.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출범되었을 당시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무엇을 하려는 조직인지 존재의 이유에 관한 물음부터, 수많은 전문가를 포섭한 노력이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하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심, 단기간에 포부대로 전방위적인 과제를 수행할 수 있을까 하는 실현가능성에 관한 우려까지 설왕설래가 있었다. 필자 역시 피해예방위원회 전문위원으로 1~2주에 한 번은 회의에 참석하며, 의견수렴이 과연 실효성 있는 정책 제안, 나아가 정책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구심 반, 기대반이었다.
그러나 9월 꽤 강력한 단기 대책이 제안되고, 그 후 지난달 28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겨울철 전력수급 및 석탄발전 감축대책이 심의,확정되자, 우리나라에서도 환경이 에너지나 교통 정책에 우선적으로 반영되는 일이 가능함이 판명됐다. 우리 역사 최초로 미세먼지 저감, 즉 환경 개선을 위해 발전소를 가동 중단하게 된 것이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시행 기간 공공기관 차량 2부제가 전면 시행된 2일 오전 세종정부청사 6동 출입구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가운데)이 홍보 캠페인을 하고 있다. 공공기관 임직원 자가용과 관용차는 이날부터 미세먼지 특보 발령 여부와 상관없이 차량 끝 번호에 따라 홀,짝수 2부제가 적용된다.(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산업부는 우선 겨울철 석탄발전기 815기를 가동 정지하고 나머지 석탄발전기는 잔여 예비력 범위 내에서 최대한 상한제약(화력발전 출력을 80%로 제한하는 조치)을 하기로 했다. 비록 국가기후환경회의의 당초 제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례 없는 합의일 뿐 아니라, 그간 수차례 논의를 진행했으나 실현하지 못했던 전기료 정상화, 환경급전 도입,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 개편 등의 과제를 풀어내게 될 파급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 대책에 있어 아쉬움도 없지 않다. 특히 수송부문이 그렇다. 유럽 선진국들뿐 아니라 우리보다도 환경이 열악한 인도, 중국, 네팔 등도 도심 미세먼지 대책으로 최우선 집중하는 것이 수송부문이다. 발전소나 사업장과 같은 오염원은 비교적 거주지에서 떨어져 있는데 비해, 교통수단의 근접성 면뿐 아니라 특히 디젤 자동차 배출물질인 블랙카본은 WHO에서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할 정도로 건강 위해성이 높다.
그러나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은 서울과 인천, 경기 등록 차량에 한해 실시된다. 여기에 영업용차량과 매연저감장치 부착 및 신청 차량은 빠져 전국 247만대의 5등급 차량 중 28만대(11.3%)만 적용받게 됐다. 또한 2부제 역시 공공부문에 한정되며, 공공부문도 중앙행정기관,지자체(소속,산하기관 포함), 학교 등 행정부만 포괄한다. 헌법재판관, 법관, 국회의원 등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므로 행정기관에 포함되지 않아 2부제 의무 대상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미세먼지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고 강조한 이유다. 법 개정에 더해, 지자체의 조례 마련도 선행돼야 하는데, 수도권 중 경기도와 인천시는 아직 조례도 발의되지 않은 상황이다. 규정 마련은 정책의 연속성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또한 가시적인 저감 효과를 보려면 현재 대책보다 제한 대상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다른 이동수단이 가능하도록 인프라 또한 서둘러 구축해야 할 것이다.
지난 11월 27일, 우리나라가 주도한 최초의 유엔 기념일이 지정됐다. 문 대통령이 기후행동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제안함으로써 국제사회는 매년 9월 7일을 푸른 하늘을 위한 세계 청정 대기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게 됐다. 영광스러운 일인 한편, 이로써 대한민국을 푸른 하늘을 앞장서 만들 국제적 책무를 지게 된 셈이다. 이에 우리 시민은 더 가열차게 좋은 공기를 마시며 안심하고 살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결국 의회와 정부를 움직이고 정책의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국민의 관심과 요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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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영 국가기후환경회의 피해예방위원회 위원
201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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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수호성녀 산타 체칠리아에게 바쳐진 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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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800년의 장구한 역사가 흐르는 로마. 로마라면 으레 역사의 도시, 예술의 도시, 종교의 도시 등 여러 가지 수식어가 붙는다. 로마는 특히 기독교 전파의 진원지이기 때문에 기독교와 관련된 이야기와 전설의 현장이 아주 많다. 그중 하나가 바로 산타 체칠리아 성당이다.
로마에는 트라스테베레(Trastevere)라고 하는 지역이 있다. 이 지역에는 로마 토박이들이 많이 살고 있고 또 로마의 토속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레스토랑들이 많이 몰려있다.이 지역의 좁은 골목길과 연결된 산타 체칠리아 광장에는 산타 체칠리아 성당이 보인다.
로마 트라스테베레 지역에 있는 산타 체칠리아 성당.
성당 안에 들어서면 바로크 양식의 아름다운 실내 공간에 휩싸인다. 먼저 천장에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면류관을 받는 성녀 체칠리아, 즉 산타 체칠리아(Santa Cecilia)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천장화는 프랑스 작곡가 샤를 구노의 명곡 산타 체칠리아 장엄미사를 연상하게 한다. 이 곡의 원어 제목은 Messe solennelle de Sainte-Ccile인데 생트 세실(Sainte Ccile)은 산타 체칠리아의 프랑스식 표기이다. 그럼 체칠리아는 어떤 여인이었을까?
이야기는 로마제국 후기인 서기 230년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에 체칠리아라는 전통 명문귀족 가문 출신의 규수가 있었다. 아주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녀는 어린 나이에 귀족 발레리아누스와 결혼하고는 남편과 시동생을 기독교 신자로 개종시켰다.
당시 로마제국은 국운이 상당히 기울어져 정치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었는데 데키우스 황제는 로마제국의 국운을 조금이라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로마의 전통신 숭배를 강화하고 기독교를 국가차원에서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화려한 바로크 양식으로 증축된 산타 체칠리아 성당 내부.
어느 날 체칠리아와 남편과 시동생은 순교당한 기독교 신자들을 몰래 장례를 치러주다 그만 체포되고 말았다. 남편과 시동생은 참수형에 처해졌고 체칠리아는 귀족가문 출신이라서 특별대우를 받아 공개처형이 아닌 집안 목욕탕에서 질식사하도록 했다. 그런데 그녀를 열탕에 가두어놓고 불을 아무리 뜨겁게 때어도 그녀가 멀쩡하자 결국에는 참수형에 처하기로 했다.
망나니는 그녀의 목에 칼을 내리쳤다. 체칠리아는 왜소하고 가냘픈 체구에다가 목도 가는데 전혀 끄덕하지 않았다. 망나니는 다시 칼을 내리쳤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체칠리아의 상처난 목에서 피만조금 흘러나왔지 목은 멀쩡했다.
로마형법에 의하면 참수형을 할 때 사형수에게 세 번까지만 칼을 내리칠 수 있다. 망나니는 마지막으로 칼을 힘껏 내리쳤다. 하지만 가냘픈 목에 상처만 깊게 났고 피만 흘러내릴 뿐이었다. 이를 본 망나니는 칼을 내팽개치고는 그냥 줄행랑쳤다고 한다.
체칠리아는 목의 상처와 출혈로 인하여 결국 사흘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는데 숨이 붙어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예수 그리스도를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이러한 연유로 체칠리아는 후세에 음악의 수호성녀로 추앙되었으며 순교한 날짜 11월 22일은 산타 체칠리아 축일로 음악관련 여러 가지 행사가 열린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음악 학술원과 로마의 음악원은 산타 체칠리아의 이름을 붙이고 있다.
조각가 마데르노가 재현한 체칠리아가 순교한 모습. 목에 칼자국이 보인다.
체칠리아의 시신을 담은 관은 로마교외의 비아 아피아 도로 연변에 있는 지하 공동묘지인 성 칼리스토의 카타콤베에 안치되었다. 그 후 많은 세월이 지난 9세기 초에 테베레 강변 가까이 그녀가 살던 집으로 추정되던 곳으로 이장되었고 그 자리에는 경당이 세워졌다. 지금의 산타 체칠리아 성당은 바로 이 경당이 있던 자리 위에 건축된 것이다.
그 후 또 많은 세월이 흘러갔지만 체칠리아에 관한 이야기만큼은 계속 전해져 내려왔다. 그러다가 1599년 10월 이 성당 지하에서 말로만 전해지던 산타 체칠리아의 관이 발굴되었다. 당시 교황은 관의 뚜껑을 열어보도록 했다.
그런데 산타 체칠리아의 순교한 모습이 생생하게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이 모습을 영구히 기록하기 위해 조각가 스테파노 마데르노는 그녀의 모습을 실물 크기로 마치 3D스캔하듯 조각 했다.
제단 아래에 보존된 이 대리석 조각을 보면 조그만 체구의 산타 체칠리아가 지금 막 순교한 것처럼 느껴진다. 고개를 돌리고 잠든 것 같은 그녀의 목에는 칼자국이 선명하다. 지금도 살아 있는 듯한 체칠리아의 거룩한 모습은 죽음이 증언하는 영원의 도시 로마를 다시 한 번 피부로 느끼게 한다.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로마 대상을 받고 1840년에 로마에 왔던 젊은 작곡가 샤를 구노도 이 모습을 보았으리라.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미술,언어,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이탈리아 도시기행,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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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2019.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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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힙합에 한국의 포장지를 입혀 재탄생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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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플라, 그리고 루피는 쇼미더머니와 영원히 상관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모두가 쇼미더머니에 나가도 끝까지 출연을 거부할 것 같은 래퍼들이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우린 미국에서 왔어. 우린 힙합의 멋을 알아. 우린 진짜야. 쇼미더머니랑 엮일 순 없어
하지만 둘은 지난해 쇼미더머니 777에 출연했고 (계획대로)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됐다. 노파심에 말하자면 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그들이 내세운 변화의 근거는 꽤 강렬하고 진솔했다.
이 긴장감을 이겨내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는 많은 참가자에게 리스펙트가 생겼어요, 돈 벌려구요
쇼미더머니의 주인공이 되어 잡지 화보를 찍고 라디오에 출연하는 나플라와 루피를 보며 생각한다.
그들의 현재는 아쉬워해야 하는 타협일까, 아니면 이제라도 다행인 영광일까. 이도저도 아니라면 그저 삶의 한 여정일 뿐일까. 또 쇼미더머니라는 경로를 거쳐 나아가는 이들의 미래는 그러지 않았을 때의 미래와 어떻게 달라질까.
나플라는 지난해 쇼미더머니 777에 출연해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마마) 레드 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AP Photo/Kin Cheung,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어쨌든 나플라와 루피는 스타 래퍼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둘이 함께 한 노래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바로 사과상자다.
만약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에게 제목만 알려준다고 해보자. 과연 사람들은 이 노래가 어떤 내용일지 맞힐 수 있을까? 내 생각엔 그래도 꽤 많은 사람이맞힐 수 있을 것 같다.
맞다. 이 노래에서 사과상자는 불법정치자금을 뜻한다. 정치권에서 불법정치자금을 사과상자에 실어서 나르다가 걸렸다더라 같은 뉴스를 볼 때의 그 사과상자다.
일단 힙합에 대해 잘 모르고 들어도 이 노래는 신난다. 어둡고 멋있고 흥이 나는 노래다. 하지만 힙합의 전통(?)에 대해 알고 나면 더 즐겁게 들을 수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어두운 뒷골목 출신 래퍼가 많고 느와르/범죄 영화에 많은 영향을 받은 미국힙합의 세계에서는 예로부터 이런 유의 스토리텔링이 흔했다.
거리의 삶을 살며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을 해서 돈을 많이 벌고, 그 돈을 가방에 담아 나르며 기쁨을 맛보는 영화적 시퀀스 말이다. 실제로 헐리우드 범죄영화에 자주 나오는 장면이기도 하다.
사과 상자에 담아 돈다발 / 사과 상자에 담아 돈다발
이런 나의 해석을 나플라와 루피에게 직접 말해주었다. 그러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나플라는 LA에서 살았으니까 한국과는 좀 떨어져 있었잖아요. 한국 사람의 삶이 어떻고 한국 사람이 어떤 것에 공감대를 형성하는지 그 속에 들어가 있던 게 아니라 그것들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았던 사람인 거죠. 저한테 그러더라구요. 사과상자라는 게 한국인한테 되게 익숙한 소재가 아닐까, 사과상자에 돈다발 담으라고 하면 한국인들이 바로 따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말이에요 (루피)
이 노래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한국영화에 그런 장면이 많이 나왔어요. 이거다 싶었죠 (나플라)
나플라와 루피는 그 카타르시스를 사과상자에서 한국적으로 재현했다.
힙합문화를 잘 알고 힙합음악을 즐겨 들어온 사람이라면 익숙한 스토리텔링에 한국적인 포장지를 입힌 것이다.
◆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대중음악, 특히 힙합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영화제를 만들고 가끔 방송에 나간다. 시인 및 래퍼, 시와 랩을 잇는 프로젝트 포에틱저스티스로도 활동하고 있다. 랩은 하지 않는다. 주요 저서로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 한국힙합 에볼루션, 힙합-우리 시대의 클래식, 힙합-블랙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는가, 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 등이 있고, 역서로는 힙합의 시학, 제이 지 스토리, 더 에미넴 북, 더 스트리트 북, 더 랩: 힙합의 시대 등이 있다. murdamuz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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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
2019.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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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동북아시아 평화를 위해 역사를 마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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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본의 양심적인 지식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의 코리아넷(www.korea.net) 게재 기고문을 번역한 것 입니다. 우치다 변호사는 미쓰비시 머티리얼 소송을 비롯해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와 일본 기업 간의 문제해결을 위해 힘써 왔습니다.(편집자주)
우치다 마사토시(변호사 겸 도쿄 변호사회 헌법문제협의회 부위원장)
1 일의대수(一衣?水)와 이치이노미즈(一葦水)
일의대수는 겨우 냇물 하나를 사이에 둔 가까운 이웃이란 의미로 중국 수나라 문제가 천하통일을 목표로 진나라를 공격 할 당시 양자강을 사이에 두고 한 말이다.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일의대수 보다 더 가까운 이치이노미즈(一葦水)로 비유한다. 일본에게 한국은 역사적으로 오랜 우호관계를 유지해 온 이웃이다. 에도시대 쓰시마번의 유학자 아메노모리 호슈는 양국관계를 선린우호(善隣友好)라고 칭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일 양국을 왕래한 양 국민은 1000만 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처럼 친밀한 양국관계는 같은해 10월 30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이후로 악화됐다. 일본정부는 지난 7월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강화했고 8월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한국정부는 한일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 종료를 선언했다. 일한 관계는 지금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 한국 대법원 징용판결 - 일한기본조약,일한청구권협정 재검토는 불가피
일본에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일한 국가 간 합의에 위반된다는 비판의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만난 기자, 학자들은 물론 일부 방송에서도 이런 비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1965년 일한기본조약,청구권협정과 고이즈미 내각이 북한과 맺었던 2002년 일조(북일)평양선언을 비교하면 일한청구권협정(이하, 일한협정)이 식민지 지배 청산에 불충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한기본조약,청구권협정에는 1910년 8월 22일 이전에 대일본제국과 대한제국 사이에 체결된 모든 조약 및 협정은 이제 무효임이 확인된다(일한기본조약 제2조)라고 명시됐다. 이 조항은 식민지 지배가 합법,유효였는지 위법,무효였는지 애매하다. 무효가 된 시기도 명시되지 않아 애매모호하게 해결됐고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도 물론 반성조차도 없었다. 반면, 일조평양선언에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가 확실히 명시돼 있다.
1995년 8월 15일 전후 50년 시점에 나온 무라야마 총리 담화를 계승해 일본측은 과거의 식민지 지배로 한국인들에게 많은 고통과 손해를 끼쳤다는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했다고 명시돼 있다. 선언 발표 당시 지금의 아베 신조 현 일본 총리는 관방부(副)장관으로 동석했다.
식민지 지배 청산을 언급하지 않은 일한협정의 재검토가 필요할 수 있으며 일본정부가 주장하는 해결완료는 통하지 않고 있다. 위안부 문제와, 원자폭탄 피해 한국인의 치료와 보상, 사할린 잔류 한국인 귀환 문제 등이 그 구제적인 대상이다.
3 중국인 강제동원과 한국인 강제동원 일부 일본기업의 화해를 평화자원으로 할용
필자는 한국인과 중국인 강제동원의 차이점에 대해 질문을 많이 받는다. 본질적으로 노예노동이라는 법적인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다. 다만 기간과 피해자 수에 차이가 크다. 중국인 강제동원은 1944년 9월부터 다음해 8월까지 약 1년 간 행해졌으며 피해자 수는 약 4만 여명이다. 반면 조선인 강제동원은 1939년부터 45년까지 장기간이었으며 피해자 수도 수십만 명에 달한다. 이 차이를 이해한 후, 중국인 강제동원 문제의 성과를 토대로 한국인 강제동원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면 어떨까.
가지마 건설(하나오카 사건, 2000년 11월), 니시마쓰 건설(2005년 10월), 미쓰비시 머티리얼(2016년6월)은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화해한 대표적인 일본기업이다. 특히, 미쓰비시 머티리얼 화해에 대해서 일본의 주요매체들은 환영의 뜻을 보여 중국측에 일본에도 역사를 마주하는 기업과 이를 지지하는 시민이 있다는 안심감과 신뢰감을 주었으며 일중 간 안전보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결국 관건은 피해자의 눈높이에서 식민지 지배의 실체를 마주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 대법원 판결이 국가 간 합의에 위반된다고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그 어떤 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식민지 지배의 청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일한 양국은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없다. 이웃나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바로 상대방의 역사를 진지하게 마주하는 자세이다. 안전보장의 주요 요소는 억지력이 아닌 국가 간 신뢰이기 때문이다.
4 역사문제 해결과 안전보장은 화해로 성립
스노베 료조 전 외무성 사무차관은 일한협정에 대해 (이들의 배상은) 일본경제가 부흥하기 전으로 일본 부담을 줄이는 데 그 중점이 있었다며 "조약적, 법적으로는 확실히 끝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불만이 남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외교포럼 1992년 2월호).
쿠리야마 다카카즈 전 주미대사도 화해--일본외교의 과제에서 이웃국가(중국, 한국, 향후에는 북한)과의 화해는 일본외교에서 해결되지 않은 중요한 과제다. 왜냐하면 일본의 안전보장상 지정학적으로 사활적 중요성을 지닌 동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에 빠질 수 없는 요소일 뿐만 아니라 보다 구체적으로는 21세기 국제사회에서 일본이라는 나라의 모습을 규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국 강제동원 문제도 니시마쓰 건설,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중국인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화해했을 때 단서로 한 최고재판소 판결의 부언의 정신 즉 피해의 중대성을 고려해 당사자간의 자발적인 해결이 요구된다-에 준거해 화해로 해결해야 한다. 역사문제는 이기고 지고의 판결에서 해결하면 한(恨)이 남는다. 반드시 화해로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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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마사토시(변호사 겸 도쿄 변호사회 헌법문제협의회 부위원장)
2019.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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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광장’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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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좋아하긴 하지만 전시회에 자주 다니는 형편은 못 된다. 그런데 이 전시만은 여유 있게 꼭 보고 싶어 평일 날을 잡았다. 서울대공원 뒤편에 붙어있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다. 이곳은 사실 대중교통으로는 좀 불편하다. 걷기엔 조금 멀어서 4호선 대공원역에서 미술관까지 20분 간격으로 셔틀버스가 운행한다(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을 잇는 무료 아트셔틀버스도 하루에 네 차례 있다). 하지만 나는 대공원 매표소에서 1,500원짜리 코끼리 열차를 타고 가는 재미를 즐긴다. 대공원 경내와 넓은 호수가 철마다 꽃과 단풍과 설경으로 눈호강을 시켜주기 때문이다. 절정을 막 넘어가는 단풍과 이별했다.
과천관은 사실 그 접근성의 단점을 보상해주는 괜찮은 점이 많다. 부산하고 시끌벅적한 도심 미술관을 싫어하는 사람들에겐 동물원 옆 호젓한 이 미술관이 제격이다. 앞으로는 탁 트인 관악산, 뒤편으로는 높은 청계산을 이고 있는데다 뒷마당의 넓은 조각공원, 미술관 앞 휴식 공간도 운치가 있어 사색과 힐링에 그만이다. 혼자 가야 어울리는 미술관이다. 대공원에서 운영하는 치유의 숲, 호수 둘레길, 식물원, 장미원, 동물원은 덤이다. 미술관 내 레스토랑 가성비도 좋은 편인데 나는 만 원도 안 하는 여기 크림 스파게티를 좋아한다.
각설하고 전시 이야기다. 전시 이름은 광장:미술과 사회 1900-2019다. 1969년 옛 조선총독부 건물에서 문을 연 국립현대미술관 50주년 기념 기획전이다. 전례 없이 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에서 동시에 전시를 하는데, 덕수궁관에서는 1900~1950년대, 과천관에서는 50년대부터 현대까지의 미술을 다룬다. 서울관은 2019년을 사는 우리에게 광장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으로 구성한 소규모 전시다.
3개관에서 300여 명 작가의 500여 점에 가까운 작품과 자료 수백 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그중 과천관 전시가 가장 규모가 큰데 200여 명 작가의 작품 300여 점이 걸렸다. 교과서에서나 봄직한, 평소 보기 힘들고 앞으로도 쉽게 만나기 어려운 작품들을 상당수 마주할 수 있다.이 기획전은 흔히 접하는 미술 사조나 화풍 중심이 아니라서 미술을 잘 몰라도 괜찮다. 역사의식이 있고 정치사회 변혁에 관심이 많은 이라면 더 반가울 거다. 전시는 근현대 연대기를 따라간다. 19세기 말 개화기부터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 모더니즘, 해방 전후, 한국 전쟁, 폐허 복구, 국가주도 개발, 산업화, 민주화운동, 서울올림픽, 세계화, 고도성장과 대중소비문화, 경제위기, 밀레니엄 도래와 신자유주의, IT와 인공지능 시대로 이어진다. 미술은 그 시대의 가장 진솔한 소묘라고 한다. 어찌 보면 미술이 문학보다 시대를 예민하게 포착하고 형상화한다.
워낙 대형 기획전시라서 아무리 국립이지만 관람료가 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2,000원이었다. 나는 미술평론가는 아니므로 전시 자체의 콘셉트나 작품 구성에 대해 평할 만한 위인은 못 된다. 다만 한국 근현대 미술 대표 작가의 대표작을 어느 정도는 망라한 이 정도 전시는 적어도 앞으로 10년 안에는 보기 어려울 거라는 점에서 놓치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세기에 걸친 미술 사조도 일별할 수 있지만, 교육적 관점에서도 미술을 통해 우리 근현대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내가 선생님이라면 만사를 제쳐놓고 학생들을 데리고 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점을 배려했는지 만 24세 이하와 대학생은 무료다.)
이쾌대 해방고지 1948년 작. 광복의 환희와 혼란, 희망이 보인다.
전시 제목은 작년에 돌아가신 최인훈 작가의 대표작 광장에서 따왔다. 한국 현대사에서 광장은 혁명과 민주화 시위, 노동자 투쟁, 촛불혁명에 이르기까지 남다른 시대적 의미가 있다. 한국의 근대가 갇힌 밀실(개인)에 가깝다면 현대는 열린 광장(집단, 사회)이다. 마지막 왕조와 일제 강점, 전쟁과 분단, 억압과 자유, 빈부 격차의 심화를 겪은 한반도에서 개인과 사회는 늘 부딪쳐 왔다.
전시는 1953년 9월 판문점 회담이라는 작품부터 시작한다. 휴전 회담장을 스케치한 풍경이 쓸쓸하다. 러시아와 평양에서 활동한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의 대가로 얼마 전부터 국내서 새롭게 존재를 조명받고 있는 변월룡(1916~1990) 작이다.
이어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세 작가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를 만난다. 대표작이 모처럼 각 서너 점 이상 옹기종기 나와있어 참 기쁘다. 이중섭의 가족 부부, 박수근의 할아버지와 손자,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는 이 그림들 중 하나만 보기 위해서라도 미술관 나들이가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어디서는 며칠 전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국 미술품 사상 처음으로 100억을 넘어 132억 원에 낙찰된 김환기의 추상 점화 우주와 뉴욕에서의 제작 시기와 기법이 같은 대작이다. 귀에 익은 박고석, 박서보, 박래현, 장욱진, 서세옥, 유영국, 이숙자 작품도 있고 세계적 작가로 인정받는 이우환의 선으로부터도 볼 수 있다.
중앙홀에 들어서면 정면에 대형 걸개그림 노동해방도와 한열이를 살려내라가 시선을 압도한다. 작가 최병수가 제작한 흑백의 강렬한 톤으로 1987년 민주화 운동 당시 시위 현장에 직접 걸린, 낯은 익었지만 처음 보는 것이다. 오윤의 민중미술 판화들, 박생광의 화려한 채색화 전봉준도 걸려 있다. 80년대 신문을 똥을 닦는 용도로 모욕한 임옥상의 신문에 눈길이 멈췄다.
박정희 정권 치하 동백림사건으로 수감됐던 작곡가 윤이상과 재불화가 이응노의 흔적도 있다. 수인번호 5527번 윤이상이 서울구치소에서 딸에게 보낸 1968년 11월 1일 직인이 찍힌 편지는 눈물겹다. 나는 너의 편지를 하루에도 몇 번씩 꺼내 읽는다나는 사과를 먹으며 찍은 네 사진을 참 좋아하는데 아침저녁으로 그 사진에 뽀뽀를 한다 그의 육필 악보, 이미 유럽에서 명성을 얻은 두 작가의 구속에 대한 외국 언론 보도도 전시됐다. 이응노가 광주민주화운동을 생각하며 한지에 수묵으로 그린 그 유명한 연작 군상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다.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970년 작. 점점마다 그리움이다.
사진으로는 전쟁에 두 팔을 잃은 군인이 벙거지 모자를 쓰고 고개를 떨군 채 구직이란 푯말을 들고 서있는 임응식의 유명한 작품 구직, 50~60년대 명동 거리 사진 연작, 사진작가 오형근의 잘 알려진 아줌마 연작에 발걸음이 멈춰진다. 현대에 오면서 이불과 최정화 서도호 등의 설치, 소수자와 이주자 문제, 페미니즘 등을 다룬 작품들을 전시했다. 전시장을 나가면서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전 초청작인 김홍석, 김소라의 비디오설치 만성 역사 해석 증후군을 본다.
작품이 아니더라도 전시된 자료도 볼 만한다. 뿌리 깊은 나무 샘이 깊은 물 같은 당대의 수준 높은 잡지들, 초창기 산업디자인과 TV 자동차 광고, 도시개발의 흔적들, 올림픽 포스터 들도 오랜만에 보는 것들이다.
과천관에 머물지 않고 덕수궁관 전시까지 봐야만 근현대사를 관통할 수 있다. 덕수궁은 시내한가운데라 일찌감치 갔었다. 여기 전시는 19세기 말 개화기부터 대한제국, 일제 강점기, 해방, 성 불평등의 시대 한가운데 서 있던 사람들과 작품을 보여준다. 일제 하에서 예술로 민족혼을 강조한 작품들, 민족투사들의 지조와 절개가 의연한 초상화 앞에 서면 뭉클하다. 근대기 신문과 문예지, 연극과 영화 자료 등 시대상을 보여주는 다양한 자료들이 전시장을 풍성하게 해준다.
덕수궁관에서의 백미는 단연 이쾌대다. 그 유명한 두루마기 입은 자화상과 군상1-해방고지, 군상IV을 마주 할 수 있다. 거제도 포로수용소에서 평양을 택한 이쾌대(19131965)는 변월룡만큼 과거에는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 2015년 현대미술관의 전시 거장 이쾌대-해방의 대서사시를 즈음해 그는 한국 미술의 절대적 대가로 인정받았다.
광장 전시장은 우리 앞 세대에게 바치는 헌화와 추도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작가뿐 아니라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 민초와 민중과 시민, 곡절과 시련과 극복과 도약의 근현대를 헤쳐간 이름 없는 단역과 조연을 소환했다. 어떤 그림들 앞에서는 눈물이 났고, 탄성이 터졌고, 엄숙해졌다.
작품들 앞에 서면 역사로부터 어떤 질문을 받는 느낌이다. 한국의 지난 120년과 2019년 늦가을, 지금의 한국 사회, 그리고 밀실이 아닌 광장에 선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이념 대립에서 벗어나 중립지대에서 이상향을 찾고자 했으나 태평양 푸른 바다에 몸을 던진 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을 생각한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전시라서 관람을 권하고 싶다. 과천관은 내년 3월 29일까지, 덕수궁과 서울관은 내년 2월 9일까지 한다니 아직 많이 남았다.
◆ 한기봉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윤리위원한국일보에서 30년간 기자를 했다. 파리특파원, 국제부장, 문화부장, 주간한국 편집장, 인터넷한국일보 대표,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장을 지냈다.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초빙교수로 언론과 글쓰기를 강의했고, 언론중재위원을 지냈다. hkb82107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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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봉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윤리위원
2019.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