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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산업의 미래 대한민국 경쟁력 기반을 다시 세울 '산업 AX' 산업 AX는 우리 나라의 경쟁력 기반을 다시 세우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 내고 끊임없는 피드백과 평가, 그리고 개선이 민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정책적으로도 이런 기민성을 살려야만 한다.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정부가 내년 예산을 약 728조 원 규모로 편성했다. 이는 전년에 비해 8.1% 증가한 규모이고 이 가운데 AI 3강 진입을 위한 예산을 올해보다 3배 증가한 10조 1000억 원을 투입하면서 AI 분야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 가운데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예산은 1조 1000억 원 규모이며 이에는 AI 팩토리 선도 프로젝트, 피지컬 AI 개발, 휴머노이드 개발, 온 디바이스 AI 개발 등을 포함한다. 산업, 특히 제조 분야의 경쟁력을 AI 기술을 통해 강화하고 이를 위한 기반 기술과 응용 분야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은 우리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어젠다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대한민국 미래성장 전략의 틀을 잡기 위해 예산과 국정과제 전반에 이러한 기조를 곳곳에 심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정책이 실효적으로 의미 있게 실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이번 글에서는 이를 위한 몇 가지 조언을 더하고자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대한민국, AI로 날다' 국가인공지능(AI) 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9.8.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우선 AI 팩토리를 2030년까지 500개 이상 구축한다고 하는데, 규모와 제조업의 종류에 따른 몇 가지의 참조 모델을 잘 만들고 그에 대한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500개라는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몇 가지 모범 사례를 집중적으로 구현하는 것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산업 인터넷을 강조하던 시절에 제너럴 일렉트릭(GE)이 프레딕스(Predix)를 거창하게 내세웠으나 결국 실패로 돌아간 사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대상 고객의 기대와 고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멋진 플랫폼만 만들려고 했던 GE가 현장 적용에 실패한 것이다. 피지컬 AI에 대한 계획도 사실 이 분야가 이제 막 관심을 받으며 AI 분야의 새로운 화두가 되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기회이면서도 위험 요소이다. 피지컬 AI를 위한 데이터는 기존 AI 학습 데이터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여기에는 인과 관계 및 추론 메타데이터, 다양한 맥락과 비정형적 상황 데이터, 시공간적 일관성 및 멀티모달 통합, 상호작용 및 에이전트 행동 데이터 등의 또 다른 특성을 갖춘 데이터 구성이 필요하며 이는 피지컬 AI라는 분야에서 맨 처음 만나게 되는 매우 어려운 도전이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와 코스모스는 디지털 트윈과 피지컬 AI 학습 플랫폼의 두 가지 플랫폼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가 자체적으로 이런 플랫폼을 만들 것인지 아니면 이런 수준의 기술을 도입 활용할 것인가도 중요한 의사 결정이다. 국내에서 그동안 진행한 디지털 트윈 과제들의 결과물이 과연 이런 수준의 경쟁력이 있는 지 되짚어 봐야 하며, 만일 그렇지 않다면 어떤 교훈을 우리가 얻었는지 냉철하게 비판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산단이라는 산업 인프라가 있기 때문에 산단이 갖고 있는 특징에 기반한 AI를 기반으로 고도화하려는 과업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에 맞는 특화 모델을 고민하면서 팔란티어의 온톨로지 모델 같은 복합적 솔루션도 함께 검토했으면 한다. 산업 AX는 제조업 경쟁력 강화라는 목적과 함께 이 분야에 특화된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기업과 AI 전문기업의 라운드테이블을 만들어 서로가 문제를 공유하고 협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게 해야 하며, 우수 사례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산업 AX 모범 사례와 공유할 수 있는 기술 솔루션과 데이터를 개방할 수 있는 산업 AI 허브 같은 공간을 만들어서 누구나 같은 업종의 다른 사업장에서 AI 전환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가에 대한 정보가 자유롭게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존에 우리 정책에서 좋은 성과를 보였던 많은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에 이를 승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산업 AX는 어느 나라도 아직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한 영역이고, 각 나라의 제조 현장과 문화, 업무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모델이나 방법론이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팔란티어는 고객에서 단지 솔루션과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본사 엔지니어들이 현장에 가서 문제를 제대로 정의하고, 효과 분석과 필요한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고객과 협의한다. 산업 AX는 멋진 AI 엔지니어가 자기 회사에서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투입되어 현장 엔지니어나 현장 전문가와 함께 풀어가는 과제를 통해서 성과가 나온다. 두 문화의 간극이 아직 크며 여러 소통의 문제를 갖고 있는 영역이기 때문에 이들 사이의 협업과 소통을 원활히 도와주는 것이 어쩌면 이 국가 과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는데 가장 중요한 출발점일 수 있다. 다른 AI 과제도 국가적으로 모두 중요한 목표와 의미를 갖고 있지만 산업 AX는 우리 나라의 경쟁력 기반을 다시 세우는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 케이스를 만들어 내고 끊임없는 피드백과 평가, 그리고 개선이 민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정책적으로도 이런 기민성을 살려야만 한다. ◆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1회 졸업생으로 1980년대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 주제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전자 등에서 활동했으며 1999년 벤처포트 설립, 2003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전략대표와 일본 법인장을 역임했다. 카이스트와 세종대 교수를 거쳐 2011년부터 테크프론티어 대표를 맡고 있다. 데이터 경제 포럼 의원, AI챌린지 기획, AI데이터 세트 구축 총괄 기획위원 등을 역임했다. 대표 저서로는 AGI의 시대, AI 전쟁 2.0 등이 있다. 2025.09.11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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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싶다, 골목의 맛 콩나물국밥의 사연 전주를 위시하여 전북은 콩나물국밥을 아주 잘한다. 시원하고 '개미지'고(감칠맛 돋고) 흐뭇하다. 물이 좋아서 콩이 이쁘고 콩나물도 맛있으니 국밥도 좋다고 한다. 전북의 노포 상당수는 콩나물국밥이기도 하다. 집에서는 줘도 안 먹을 것 같은, 너무도 대중적인 이 국밥이 지역의 최고 음식이 된 건 무슨 까닭일까. 박찬일 셰프 세상 어디든 저마다 사는 방식이 있고 먹는 일도 비슷하다. 같은 나라이니 관공서 양식이며 경찰 제복은 같을지라도 말씨와 차림새며 온갖 습속이 달라서 그 재미로 세상이 굴러간다고까지 생각이 미칠 때가 있다. 왜 아니겠는가. 먹는 일은 더 하다. 비슷한 음식이라 해도 미묘하게 변주가 있다. 이를 테면 중국 화교가 시작한 짜장면과 짬뽕마저도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다. 전국 화교 중국집 연합회라는 게 있어서 대의원대회를 하고 서로 사이좋게 통일해서 만들어 팔자고 굳게 결의문을 채택한다고 치자. 그래봤자 각자 고향의 주방에 들어서면서 까맣게 잊어버릴 거다. 아니, 설사 그 결의를 지키자고 마음먹었다 해도 별 소용이 없다. 손님들이 이럴 게 뻔하다. "아휴, 요새 왜 이 집 짜장이 달라진 거 같어. 옛날 같질 않어." 무언가 찔리는 구석이 있는 주방장은 뜨끔해서 다시 자신만의 짜장 레시피로 돌아갈 것이다. 음식은 달라야 맛이기도 하니까, 굳이 통일할 필요도 없다. 좌우지간 짜장면 먹고 싶어서 하는 소리다. 콩나물국도 그렇다. 서울 살면서 콩나물국이 '요리'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식당에서 기본 백반을 시키면 국이 딸려 나온다. 오늘은 무슨 국이 나올까 기대하는 재미로 백반을 오래 먹었다. 하필 콩나물국이 나오면 아주 실망스러웠다. 돈 값도 제일 적고, 미리 끓여두는 국 안에 콩나물은 푹 퍼져 있게 마련이고, 값싼 콩나물 말고 건더기랄 게 없는 이 국의 특성상 별다른 맛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까닭이다. 천원한끼 식당에서 시민들이 콩나물국밥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2024.5.10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러다가 전라북도에서 크게 놀랐다. 명성이야 오래 되어서 익히 알았지만 막상 식당에 가서 주문을 하자면 이게 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콩나물국밥 정도야 그냥 한 상 주세요, 하면 될 것 같지만 전라북도에서는 그게 아니다(라는 걸 여러분도 다 아실 것이다). 수란으로 할까요 날계란으로 할까요, 오징어를 넣을까요 말까요, 밥은 토렴할까요 따로 낼까요. 여기서 끝이 아니다(어떤 프로그램의 성우 목소리를 떠올리시면 좋다). 가게마다 또 다르고, 동네마다, 지역마다 다르다. 이 동네 사는 친구에게 물었다. 어떻게 먹어야 현지인처럼 쓱, 잘 얻어먹을 수 있냐. "거, 어렵지 않어. '여기는 어떻게 시켜요?'하고 물어봐" 여기 콩나물국밥은 어떻게 먹어야 좋으냐고 물어보라는 뜻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러면 주인은 아무 말도 없어. 옆에 앉은 아저씨가 대신 말해줄 것이니 그걸 새겨들으면 돼." 아아, 주인은 가만히 앉아서 매출 올리고, 아저씨는 나 같은 외지인 안내를 해줘서 뿌듯하고, 나는 제대로 시켜먹어서 좋으니 이런 '일거삼득'이 어디 있는가. 전주 콩나물국밥 (사진=기고자 제공) 사실, 내가 이 지역 콩나물국밥에 놀란 건 전주 남부시장이 시작이었다. 보통의 국밥 프로세스는 비슷하다. 주문하면 뜨거운 국을 푸고(더러는 밥을 토렴하고) 양념을 얹어 반찬 곁들여 낸다. 헌데 그 시장 국밥집은 달랐다. 시장 밖으로 차가운 새벽공기가 낮게 깔려 있고, 국솥의 김은 여닫는 문 밖으로 느리게 퍼져 나가는 가운데 주문 받은 '이모'가 국을 담은 투가리를 커다란 탁자 위에 척 올린다. 그럼 그걸 받아먹으면 될 것 같지만 하이라이트는 이제부터다. 마늘과 매운 고추며 파를 냅다 도마 위에 올려서 손님을 마주보고 다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저렇게 천천히 밥을 내다가는 한 그릇이라도 더 팔아야 하는 영세한 국밥집이 어쩔 것이냐 하고 걱정을 하게 만든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다다다, 다진 양념을 척 그릇에 얹어야 이 멋진 국밥이 완성된다. 마늘이며 고추를 막 다진 것과 미리 썰어둔 것을 얹는 것은 천양지차다. 음식은 향인데, 어떤 게 더 맛있겠는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주는 물론이고 익산, 군산 같은 비슷한 권역의 어느 도시에 가도 콩나물국밥으로 한 가락 하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농을 섞어서 세 집 건너 하나는 콩나물국밥집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전날 과음하는 아저씨들도 점차 줄고, 먹잘 게 많은 시대라 예전 같은 인기는 아닐지라도 전북에 가서 콩나물국밥 안 먹고 뭐를 먹을 것인가. 추신: 다른 음식은 몰라도, 잘 하는 콩나물국밥집은 택시기사들에게 함부로 묻지 마시라. 전통의 명가들은 물론 동네마다 워낙 신흥강호가 즐비해서 기사님이 즉답을 못하고 골머리를 앓게 된다. 외지인에게 온정을 베풀려는 장한 마음씨 덕이기도 하지만, 맛있는 콩나물국밥집이 너무 많아서 그럴 것이다. ◆ 박찬일 셰프 셰프로 오래 일하며 음식 재료와 사람의 이야기에 매달리고 있다. 전국의 노포식당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일을 오래 맡아 왔다.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등의 저작물을 펴냈다. 2025.09.04 박찬일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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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경제 성장 패러다임을 바꾸는 728조 예산 결국 이번 예산은 경기 대응을 위한 일시적 재정부양이 아니라, 성장의 엔진을 교체하고 사회안전망의 그물을 더 촘촘히 엮는 '방향 전환형 확장'이다. '빚을 내서라도'가 아니라 '빚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성장의 조건을 바꾸자는 제안, 2026년 예산안은 그 현실적 타협점 위에 서 있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응용데이터사이언스 교수 2026년 정부 예산안은 총지출 728조 원으로 전년 대비 8.1% 늘어난 '확장재정' 기조를 보여준다. 경기 둔화와 인구구조 변화가 만든 구조적 수요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인공지능과 신산업에 투자해 성장의 축을 바꾸겠다는 선택이다. 총수입은 674조 2000억 원으로 3.5% 증가에 그치는 반면, 총지출은 54조 7000억 원 늘렸다는 점에서 재정의 '마중물' 역할을 분명히 한 셈이다. 정부는 고성과 분야에 자원을 집중하고 저성과·중복 사업은 과감히 구조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채무가 1415조 원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51.6%까지 상승하는 상황은 단순한 재정 악화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와 필수 투자로 인한 점진적인 흐름에 가깝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복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산업구조 전환과 기후위기 대응 등 새로운 국가적 과제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단기간 내 감축보다는 안정적 확대가 불가피하다. 민간의 자생적 회복만으로는 일자리 창출과 지속 성장을 뒷받침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투자가 반드시 요구되는 시점이다. 실제로 정부의 중기 재정운용 계획을 보면, 당장은 투자 중심의 확장 기조를 유지하지만 점차 총지출 증가폭을 줄이고, 2029년에는 국가채무 비율을 50% 후반에서 관리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미래 복지비용과 경제 전환에 필요한 재정 여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재정의 건전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전략이다. 지금의 국가채무 증가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전환을 이끌고, 미래 안정과 성장 기반을 다지기 위한 책임 있는 대응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을 가진다. 앞으로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재정운용 속도를 다시 조절하며, 국가채무 관리와 경제 활력 제고라는 두 목표를 균형 있게 추구해 나갈 것이다.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 선보인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번 예산의 무게중심은 명확하다. AI 3강 도약을 위해 고성능 GPU 1만 5000장을 추가 확보하고, 생활과 산업 전반에 적용할 'AX 스프린트 300'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300개의 생활밀착형 제품에 AI를 신속히 이식한다. AI 예산은 3조 3000억 원에서 10조 1000억 원으로 3배 이상 확대되었다. RD는 19.3% 늘어난 35조 3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ABCDEF(인공지능·바이오·문화콘텐츠·방위산업·에너지·첨단제조업)' 분야 핵심기술을 고도화하고, 5년간 100조 원 이상의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유망기업의 스케일업을 뒷받침한다. '모두의 성장' 축에서는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만 7세에서 8세로 높이고, 청년미래적금을 신설해 납입액을 매칭 지원한다.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으로 24만 명에게 월 15만 원을 지급하며, 지역거점 국립대 육성을 위해 예산을 4000억 원에서 9000억 원으로 배증했다. 지방 의료와 교통 인프라 보강도 포함됐다. 재난대응과 첨단국방, 한반도 평화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확대된다. 에너지 전환을 위해 RE100 산단과 분산형 전력망을 선제 구축하고, 전기차 전환지원금 최대 100만 원과 녹색금융을 늘려 민간의 전환 비용을 낮추려 한다. 문화·관광·콘텐츠 분야의 소프트파워 투자와 지역관광 활성화, 지역사랑상품권 등 민생 보강 장치도 병행된다. 확장재정의 그늘을 줄이기 위한 장치로는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이 자리한다. 연례성 행사·홍보성 경비와 같은 경상비를 줄이고, 중복·저성과 사업 1300여 개를 정비했으며, 의무지출 제도의 틈새를 손보는 방식으로 약 27조 원을 절감해 핵심과제에 재투자한다는 구상이다. '줄일 것은 줄이고, 키울 것은 키우는' 체질개선 없이는 확장재정이 곧바로 건전성 논란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 선택은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낙관만 할 수는 없다. 총수입 증가율이 총지출을 따라가지 못하는 한,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은 당분간 GDP 대비 4% 안팎에서 머물 것이고, 금리와 환율의 변동성은 국채 조달 비용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려면 세입 기반 확충과 지출 효율화라는 두 축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세원 포착과 과세 형평을 높이는 세제 정비, 사회보험의 재정구조 개선, 성과 중심의 예산평가를 제도화하는 노력 없이는 '확장 후 정상화'라는 시나리오가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AI 전환과 RD 확대가 생산성 개선으로 빠르게 이어지고, 수출·투자가 회복돼 세입이 견조해진다면 채무비율 상승은 관리 가능한 범위에 머물 수 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는 사업의 우선순위와 배분의 정밀성, 지역·세대 간 형평에 대한 검증이 더 엄밀하게 진행돼야 한다. 결국 이번 예산은 경기 대응을 위한 일시적 재정부양이 아니라, 성장의 엔진을 교체하고 사회안전망의 그물을 더 촘촘히 엮는 '방향 전환형 확장'이다. 핵심은 속도와 질의 균형이다. 구조조정으로 새는 돈을 막고, 미래 투자에서 확실한 성과를 내며, 중장기적으로 총지출의 증가 속도를 다시 낮추는 세 단계를 일관되게 실행할 때 비로소 확장재정은 재정불안을 키우는 비용이 아니라 체질개선의 투자로 평가받을 것이다. '빚을 내서라도'가 아니라 '빚을 감당할 수 있도록' 성장의 조건을 바꾸자는 제안, 2026년 예산안은 그 현실적 타협점 위에 서 있다. ◆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 / 응용데이터사이언스 교수 서울대 경제학 학·석사, 美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로 2008년부터 명지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 분야는 공공경제·재정학(출산·지방재정·기초소득), 노동경제학(최저임금·고령자 노동), 복지정책평가(보육·빈곤), 조세정책(종부세·조특법), 빅데이터·데이터사이언스이다. 빅데이터연구소장을 맡아 정책 평가와 실증분석을 수행해왔다. 2025.09.03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응용데이터사이언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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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새 지평 한미정상회담, 이슈 팩트체크와 향후 과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을 전격적으로 신뢰하고 한반도 평화와 미래지향적인 상호협력을 격의 없이 협의할 상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경제 통상문제에서 불확실성이 제거됐고, 원자력 협정 개정에 대해서도 정상 간에 거론돼 일부 진전이 도출됐다.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 '성공한 정상회담'에 대한 논란 평가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적인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국내외 모두에서 전반적으로 안도와 선방 차원을 넘어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가운데, 성과를 폄훼하는 일부 편향적인 평가가 있어 사실 여부를 점검하고 향후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이 대통령 당선 당시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백악관 당국자'는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다소 엉뚱하게 답변해 한미 관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또 미 행정부는 7월 30일 관세 협상 타결 이후에도 계속 수정을 요구해 왔고, 한국의 안보 취약성을 활용해 한미동맹의 역할 변경과 국방비 인상 및 방위비 폭증, 주한미군 규모 축소까지 시사하며 한국의 양보를 압박했다. 급기야는 한미 정상회담 실패를 도모하는 듯한 목적으로 퍼트려진 루머를 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 세 시간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 회담 실패가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민주국가로 재탄생한 한국의 이재명 정부는 국익을 수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 철저한 준비 그리고 외교력과 지혜를 총동원해 난관을 극복했고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혹을 불식하고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그리고 공식적인 신뢰를 구축했으며 미래지향적이고 상호 호혜적인 한미 협력의 기틀을 창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작성한 방명록 메시지.(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런데도 몇 가지 논란이 제기됐다. 의전 홀대, 동맹 현대화의 구체적인 내용 결여, 공식 발표문 부재 등이다. 첫째, 미국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을 때 미 국무부 의전장이 아닌 에비게일 존스 부의전장의 영접을 받은 것은 미국 측이 사전에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 미국이 국빈방문을 1년에 서너 번 정도밖에 실시하지 않기 때문에 역대 한국 정상들은 임기 중 1번 혹은 못 한 경우도 있었고, 전 세계 국가가 200개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통상 부의전장이 영접하는 관행을 보면 이는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보기 어렵다. '공식 실무방문'이었고 이재명 정부의 외교 기조가 국익 중심 실용 외교이므로 의전이 아니라 회담의 내용을 중요시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미국 국빈 방문은 없었고 '공식 실무방문'을 4차례 했는데, 2017년 6월 첫 방미 때는 의전장 대리가 공항에서 영접했다. 또 지난 2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나 7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도 의전장 대리가 영접했다. 둘째, 대통령 숙소는 미국 국무부 발표대로 영빈관 격인 '블레어하우스'가 정기 보수공사(renovation) 중이므로 워싱턴 D.C.의 인근 호텔로 정한 것이다. 미 국무부도 블레어하우스는 매년 진행되는 정기적인 보수 및 수리를 위해 8월 한 달은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를 비난하는 것 역시 비난을 위한 비난으로 여겨진다. 지난 2021년 5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공식 실무방문 때도 보수공사로 인해 블레어하우스가 아닌 외부 호텔에 투숙했다. 따라서 '역대급 홀대'라는 일부 주장은 '대체로 거짓'으로 여겨진다. '정상 간 신뢰 구축 성공'한 미국 방문 이번 정상회담은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 구축과 동맹의 우의 확인, 그리고 한반도 평화 회복 및 첨단 기술 협력 등 한미동맹의 지속적이고 미래지향적 협력 강화가 주목적이었다. 여타 많은 의제에 대해서는 거의 다 미국의 요구를 잘 방어하는 것이 절실했다. 이런 여건과 사정을 고려하면 동맹 현대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빠진 것은 오히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동맹 현대화'는 북한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던 주한미군을 이제는 중국 견제용이란 것을 명확히 하고 이를 위해 북한 방어는 한국이 주로 맡으며 미군은 지원만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의 국방비를 GDP 대비 2.4%에서 최소 3.5~3.8%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기준처럼 5%로 올리고, 작년 말 한미 간에 합의된 방위비분담금도 900% 폭증하려는 것이다. 이는 재정적으로 큰 부담인 데다 자칫 한·중 관계는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비우호 관계 내지 준적대관계로 악화시킬 수 있는 내용이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미국으로 향하는 기내에서 전략적 유연성은 수용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또 회담에서 미국의 요구를 모두 거부하기보다는 한국군의 인공지능(AI) 첨단 정예군화와 북한에 대한 감시·정찰 능력 향상, 대량의 드론과 정밀타격능력 확보 등을 이뤄 자강력을 증강하고 전작권을 전환 받는 등 우리에게 필요한 여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국방비 인상을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여타 미국의 요구는 유예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끝으로 공동발표문이 빠진 것은 아쉽기는 하다. 하지만 관세 관련 합의된 것도 많았고, 미국은 대미 투자 관련 세부 사항이 들어간 합의를 발표하기를 원했지만, 우리가 국익을 지키려면 신중히 처리해야 해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해 발표를 안 했으므로 향후 협상을 진행해 합의에 도달하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합의 발표를 안 해 시간을 번 것이 더 잘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반도 평화·협력 새 지평외교 과제는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을 전격적으로 신뢰하고 한반도 평화와 미래지향적인 상호협력을 격의 없이 협의할 상대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을 수차례 '스마트한(smart) 한국의 위대한 지도자'라고 평가했을 뿐 아니라,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면서 '한국은 당신과 함께 더 높은 곳에서 더 놀라운 미래를 갖게 될 것이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직접 써서 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뒤 가진 업무 오찬 때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당신은 위대한 리더'라고 써서 전달한 메시지.(사진=대통령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아울러 이번 회담으로 경제 통상문제에서 불확실성이 제거됐고, 원자력 협정 개정에 대해서도 정상 간에 거론돼 일부 진전이 도출됐다고 한다. 몇 가지 중요한 과제는 남았다. 관세 협상은 "우리도 수정할 게 있다"고 맞받아 7·30 합의를 지켰지만, 호혜적으로 잘 마무리해 문서로 합의해야 하고 15%로 하향된 자동차 관세도 조속히 시행해야 하며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품목관세에서 한국의 최혜국대우를 보장받아야 할 뿐 아니라 조선, 원자력, 방산, 첨단 기술 협력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제 이재명 정부 대외정책의 주축인 한미동맹, 한·미·일 안보·경제 협력의 기반은 튼튼하게 마련됐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과 북·중·러 협력 강화 가능성으로 ▲더욱 부각된 한·중 및 한·러 관계 정상화 ▲전략적 동반자관계 회복 및 호혜적인 발전 ▲양 강대국의 한반도 평화 지지 유도 ▲남북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을 활용한 한반도 평화 회복 및 정착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정부는 이전보다 갑절의 노력을 기울여 전방위 우호 협력 및 균형적 실용외교를 현실적이고 지혜롭게 구사해 한반도 평화 회복 및 번영을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 27년 간 세종연구소에서 북핵문제, 남북관계, 한미동맹, 한러관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한국의 국가안보와 국가전략을 연구했다. 한반도 정세 안정과 평화 구축 및 평화통일을 위해 화해와 공동번영 및 국익 극대화를 지향하는 실용외교를 주창해왔다. 국정기획위원회 외교안보 분과장을 맡았다. 2025.09.02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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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경제다 민생 회복과 3% 성장, 동시 달성의 필요조건 조세 체계의 수술을 통해 정기적 사회소득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구의 소득과 소비지출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 게다가 소득 강화는 기본사회의 한 축인 기본금융 도입과 결합될 경우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AI 대전환에 따른 창업 및 양질의 일자리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기획재정부는 22일 새정부의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9%로 발표하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5월에 수정한 올해 전망치 0.8%를 8월에도 그대로 유지하였다. 소비쿠폰 지급에 따른 소비 개선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KDI의 전망치 0.8%는 금융위기(2009년) 때의 성장률이다. 정부와 KDI 등은 가계소비의 일부 개선에도 건설투자 부진의 지속과 수출의 불확실성 등을 원인으로 지적한다. 후자는 트럼프가 만든 리스크인 반면, 전자는 우리 경제의 내부 문제이기에 정부 정책과 의지에 따라 개선할 수 있다. 고도성장이 막을 내린 90년대 초 대외환경은 급변하였다. 소득분배가 악화하기 시작했고,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은 고용과 임금 인상의 억제, 비정규직 선호, 생산 자동화 및 생산기지 해외 이전 등으로 대응했다. 무엇보다 충격의 비용을 가계에 전가하는 방식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 깊은 상처를 입혔고, 그 결과 경제에서 가계소비 역할이 하락하기 시작했다. 내수 취약성은 수출시장에 대한 의존을 높였다.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991년 10.3%에서 2011년에는 36.2%까지 증가한 배경이다. 문제는 수출에 목을 매는 경제구조는 세계경제 환경이 나빠질 때마다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90년대 이후 충격이 발생할 때마다 고통을 가계에 전가한 결과, 외환위기 이전 5년간 가계 당 실질 처분가능소득과 실질 가계소비지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각각 4.8%와 7.1%였으나, 외환위기 이후 27년간은 각각 0.7%와 0.8%로 급감하였다. 이처럼 지난 30년 넘게 가계의 소득과 소비는 억압되고, 그 공백을 일시적으로 메우기 위해 '경제 모르핀'인 가계부채로 메운 결과, 소비와 성장 둔화는 가속화되며 악순환을 만들었다. 지난 30년간 가계의 처분가능소득은 1139조 원이 증가한 반면 가계의 부동산자산은 소득 증가분의 7.4배가 넘는 8428조 원이 증가한 배경이다. 문제는 성장 둔화와 인구 감소 속에서 고금리까지 더해지며 생계 위기에 직면한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더 이상 가계부채를 동원한 부동산 재테크(투기)에 나서기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2021년 4분기부터 가계부채가 감소세로 전환하고, 지방 주택과 상업용 부동산 등을 중심으로 부동산경기가 침체하고, 건설투자 성장기여도가 3년 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배경이다. 이처럼 가계소비의 구조적 취약성과 연결된 건설투자 침체의 근원은 가계소득의 억압이다. 가계소득 강화가 불가피한 배경이다. 8월 26일 한국신용데이터(KCD)에 따르면 민생회복 소비쿠폰 배포가 시작되고 4주(7월 21일8월 17일) 동안 전국 소상공인 평균 카드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6.44% 늘었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중부시장에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가능 매장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소비쿠폰의 도입은 이러한 배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그렇지만 1회성 소비쿠폰은 산소호흡기 역할 정도만 할 뿐 늪에 빠진 우리 경제를 살려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국가재정의 부담으로 소비쿠폰의 반복적 지급은 어렵다.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정기적 가계소득 지원, 그리고 이 지원금의 일정 비율을 지역화폐로 주는 방안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이다. 정기적 가계소득은 이른바 '사회임금' 혹은 '사회소득'을 의미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생존과 번영 등을 위해 자연 세계의 군서동물과 달리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물자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생산활동을 함께 한다. 함께 만들어낸 생산의 결과를 배분하는 데 있어서 제일 먼저 사회몫을 떼내고 나머지를 각자의 기여도에 따라 개인몫으로 배분하는 이유이다. 이 개인몫이 바로 '시장임금' 혹은 '시장소득'이다. 반면, 대부분 세금 형태를 띠는 사회몫은 1차적으로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으로 배분할 수밖에 없고, 또 '함께 살아가는 집'인 사회의 유지·운영에 필요한 비용으로 사용한다. 전자가 바로 '사회임금' 혹은 '사회소득'이다. 사회가 함께 만들어낸 생산의 결과물 중 어느 정도를 사회몫으로 떼고, 그중 사회소득을 얼마만큼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와 민주주의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 개인몫은 1원1표 원리가 작동하는, 즉 '돈의 힘'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결정되고, 사회몫은 1인1표 원리에 의해 운영되는, 즉 민주주의 수준에 따라 정치 영역에서 결정된다. 시장이 과잉되고 민주주의가 취약할 때는 사회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로 빈익빈 부익부는 심화할 수밖에 없고, 역으로 정치가 과잉되고 시장이 죽은 곳에서 경제는 활력을 잃어버린다. 근대 산업문명 창출을 주도한 영국의 최고 발명품이 바로 상극 성격을 가지면서 상생할 수밖에 없는 시장과 민주주의라는 제도들이다. 실제로 시장과 민주주의가 상호작용하며 균형을 만들어낼 때 현대 사회는 진보하며 황금기를 구가했다. 사회소득 수준을 국제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는 지표가 사회지출이다. 2024년 기준 OECD에서 사회지출 규모(GDP 대비)가 가장 큰 나라가 오스트리아(31.554%)이고, OECD 평균이 21.229%인 반면, 우리나라는 15.326%로 하위 그룹에 속한다. 평균에 비해 5.903% 포인트가 부족하고, 2024년 GDP(2557조 원)를 적용하면 151조 원에 해당한다. 이를 2024년 인구 5125만 6511명으로 나누면 국민 1인당 294만 5000원 정도가 된다. 우리나라 국민은 사회소득에서 OECD 평균보다 1인당 약 300만 원 정도를 적게 받고 있다는 의미인데, 이를 4인 가족 기준으로 보면 1년에 1200만 원, 매월 100만 원에 해당한다. 이처럼 우리나라 가계 소비지출의 구조적 취약성은 사회소득의 절대적 과소와 시장소득에 대한 과잉의존, 그리고 시장소득의 불평등한 분배에서 비롯한다. 소득을 창출한 2689만 명을 대상으로 한 2023년 국세청 통합소득 자료에 따르면, 상위 0.1%는 세후 월평균 실질수입이 1억 2215만 원인 반면, 상위 3%는 939만 원으로 1000만 원 밑으로 내려가고, 상위 10%는 594만 원, 상위 30%는 327만 원, 중위 50%는 215만 원, 소득창출 활동자의 평균 월수입은 282만 원, 하위 41%는 최저임금 기준 월수입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불평등 정도는 끔찍하다. 대다수를 구성하는 영세 소상공인의 수입이 급여생활자의 35%도 되지 않다 보니 최저임금 수준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지만, 반대로 시장임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저소득층에게 최저임금 수준은 생존의 문제이다. '을' 간의 갈등이 일상화된 배경이다. 정기적 사회소득의 도입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에서 벗어나게 하고, 사회소득의 일정 부분을 지역화폐로 지급함으로써 소상공인의 매출(수입) 어려움을 크게 해소하게 된다. 그럼 어떻게 정기적 사회소득의 재원을 확보할 것인가? 현 사회경제 상황에서 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 세금 도입은 어렵다. 한국의 최고 개인소득세율(49.5%)은 네덜란드와 같은 수준(OECD 38개국 중 12위)으로 낮지 않다. 그런데 개인소득세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네덜란드가 8.9%이나 한국은 5.7%로 하위 그룹 국가에 속한다. 왜 그럴까? 표면상 소득세율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함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로 측정한 조세에 의한 재분배는 네덜란드가 15% 포인트 개선되는 반면, 한국은 절반도 되지 않는 7.2% 포인트 개선에 그친다. 누더기 같은 많은 공제 혜택의 도입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세금이 제대로 부과되지 않는 것이다. 2023년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약 1110조 원의 소득 중 약 410조 원에 공제 혜택이 적용되고, 최종적으로 약 101조 원의 세금을 줄여주었다. 공제에 의한 세금 감면 혜택을 보면, 소득 상위 0.1%는 1인당 1억 1479만 원의 감세 혜택을 받은 반면, 상위 1%는 1850만 원, 상위 10%는 854만 원, 상위 30%는 421만 원, 중위 50%는 276만 원, 하위 30%는 96만 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세금 공제액은 11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 공제 방식을 모두 폐지한 후 확보한 세금을, 인적공제만을 기준으로 이를 전체 국민에게 1/n로 배분하면 4인 가구 기준 1년에 약 860만 원, 월 72만 원 지급이 가능하다. 세금 공제의 재분배는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전체 국민의 90% 이상이 순혜택을 보기에 조세저항이 적고, 소득이 낮을수록 순혜택이 증가하기에 재분배 효과도 크다.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공제액 규모도 비례하여 증가하기 때문에 지급액은 매년 증가한다. 불공정한 조세 체계의 수술을 통해 정기적 사회소득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구의 소득과 소비지출을 크게 강화할 수 있다. 게다가 소득 강화는 기본사회의 한 축인 기본금융 도입과 결합될 경우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AI 대전환에 따른 창업 및 양질의 일자리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2025.08.28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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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일의 미래 "문제는 생태계야, 바보야!" 세상일의 대부분이 각기 고유의 생태계 안에서 돌아간다. 생태계를 살피지 못하는 모든 정책이 가짜다. 해가 지면 귀신 나올지 두려운 원도심, 독수공방의 혁신도시를 만든다.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1992년 미국 아칸소주 리틀록, 민주당 대선후보 빌 클린턴의 선거캠프 벽에는 3개의 메시지가 붙어 있었다. "Change vs. more of the same"(변화 vs 현상유지) "The economy, stupid"(경제야, 바보야) "Don't forget health care"(의료보험을 잊지 마라) 당시 현직 대통령이었던 공화당의 조지 부시는 걸프전에서의 압도적인 승리로 다시 없을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종전 직후 지지율은 무려 90% 이상으로 치솟았다. 도전자에겐 그다지 공간이 없어 보였다. 클린턴의 전략가 제임스 카빌은 'It's the economy, stupid(경제야, 바보야)!'라는 기가 막힌 캐치프레이즈를 만들어 냈다. 당시 미국 경제는 경기침체와 실업 증가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구호는 미국 유권자들의 관심을 국내로 되돌렸고, 부시를 경제에 무심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당시 인구 240만, 미국 남부 시골의 가난하고 작은 주 아칸소의 주지사 클린턴은 그렇게 대통령이 됐다. '생태계' 번성 위한 세 가지 조건 먼저, '종 다양성'이다. 서로 다른 종이 얽히면서 생태계 전체를 지탱한다. 먹이사슬로 얽히고, 수정을 도와주고, 분해와 재생산을 담당한다. 19세기 중반 아일랜드 대기근은 종 다양성이 깨진 생태계의 괴멸적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다. 단일 품종의 감자에 의존하던 아일랜드에 감자역병이 돌자, 1845년부터 1852년까지 100만 명이 굶어 죽었다. 여기에 '에너지와 물질의 순환'이 있다. 태양에너지는 식물을 거쳐 동물과 미생물로 이어진다. 이런 순환구조가 깨지면 생태계는 무너진다. 나무가 쓰러지면 곰팡이와 버섯이 큰 조각들을 분해하고, 세균이 그 조각들을 더 잘게 나눠 토양으로 되돌린다. 순환해야 생태계다. 마지막으로 '개방성과 연결성'이다. 닫힌 생태계는 유전적 고립으로 취약해진다. 외부와의 유전자(종) 교류는 생태계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근친교배 우울증' 또는 합스부르크 증후군은 폐쇄된 가문 내에서 짝짓기가 거듭 되풀이될 때 일어나는 필연적 결과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허허벌판의 혁신도시·사람 없는 원도심·생태계 없는 반도체공장 지방을 살린다고 허허벌판에 혁신도시를 만들었다. 젊은 부부는 대부분 맞벌이를 한다. 남편이나 아내가 혁신도시로 발령이 난다고 해도 배우자가 취직할 일자리가 없으면? 그 집은 내려가지 못한다. 안 가는 게 아니라 못 간다. 지방 도시를 살려보겠다고 너나없이 신도심을 만들었다. 인구가 늘지 않는데, 신도심에 아파트를 그렇게 마구 지으면? 원도심이 유령도시가 된다. 대부분의 지방 도시가 원도심 공동화라는 중병을 앓고 있다. 창원에서 부산은 직선거리가 50km도 안 되지만 마음의 거리는 500km라고 지역의 청년들은 말한다. 자동차가 없으면 출퇴근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방을 구할 거면 서울로 가지! 청년들이 간절히 원하는 건 '통근 전철'이다. 타당성 검토에서 늘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생태계를 모르면 '늘' 난항을 겪을 수밖에. 압도적인 1위였던 삼성전자는 왜 대만 TSMC에 이렇게 뒤처지게 됐을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는 팹리스 - 디자인스튜디오 IP 기업 - 파운드리 - 패키징과 후공정으로 이어진다. 전문 칩설계회사가 설계도를 만들면, 디자인 스튜디오가 설계도를 파운드리의 공정에 맞게 다듬는다. USB 포트와 같은 부품은 매번 설계하지 않고 IP 회사로부터 사온다. 이때도 그 파운드리에서 만들어본 적이 있는 IP여야 바로 쓸 수가 있다. 파운드리에서 칩을 굽고 나면 패키징과 후공정으로 보낸다. 선폭을 가늘게 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 칩을 수직으로 쌓고, 수평으로 붙인다. 그래서 패키징이 갈수록 첨단기술이 된다. 삼성전자는 이 모든 단계에서 TSMC의 생태계에 턱없이 밀린다. 10배 작거나(IP 파트너 숫자), 10년 뒤처져(패키징 기술) 있다. 반도체 파운드리 경쟁이 진작에 생태계 전쟁으로 바뀐 것을 삼성전자는 알아채지 못했다. 애초에 혼자 노력해서 될 일이 아니었다. 생태계를 번성케 했어야지! 세상일의 대부분이 각기 고유의 생태계 안에서 돌아간다. 생태계를 살피지 못하는 모든 정책이 가짜다. 해가 지면 귀신 나올지 두려운 원도심, 독수공방의 혁신도시를 만든다. 클린턴에게 물었다면 '문제는 생태계야, 바보야!!'라고 답을 했겠지. ◆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한빛미디어 이사회 의장을 비롯해 KTH, 엠파스 등 IT 업계에서 오래 일했으며 현재 녹서포럼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IT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2021년 동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눈 떠보니 선진국, 박태웅의 AI 강의 등이 있다. 2025.08.25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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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넘어 한류에 새로운 문을 열어주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케데헌은 글로벌 문화가 로컬을 전용한 사례로, 수많은 로컬버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개방된 구조다. 또한 이와 같은 형식적, 서사적 가능성에 더해서 한국인 디아스포라와 그들의 역사적 경험이라는 새로운 서사자원의 존재를 일깨워준다.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로 전세계 언론의 문화비평란이 분주하다. 더 상승할 곳이 없는 기록의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이 애니메이션은 그동안의 한류현상에 새로운 차원을 더해준 것이 틀림없다. 필자는 영화의 세계관을 설명하는 초반의 짧은 '무당 헌터스' 영상에 놀라기도 했지만, 넘어뜨린 화분을 일으키는데 정신 팔려 자신의 임무를 잊어버린 호랑이 더피를 보는 순간, 이 영화의 성공을 확신할 수 있었다. 원본에 대한 집착없이 극강의 소통능력을 위해 동원된 이 캐릭터의 매력은 한국 문화산업이 제작했더라면 실현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로컬의 내용을 어떻게 글로벌로 소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본과도 같은 장면이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공식 굿즈 매장 '뮷즈샵'에서 품절 사태를 일으켰던 까치 호랑이 배지가 판매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K콘텐츠의 흥행과 여름방학 시기가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2025.8.3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한류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는 현상과 그것이 파생시키는 문화간, 국가간, 커뮤니케이션과 문화적 동력을 의미해왔다. 따라서 케이팝을 주된 내용으로 한 케데헌도 한류현상의 일부로서 큰 효과를 내고있지만 한국이 제작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뮬란이나 쿵푸팬더처럼 글로벌 문화가 로컬을 전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케데헌은 북미의 한인 2세 정체성을 지닌 원작자와 제작자들이 대거 참여해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애플 TV의 2022년작 파친코를 닮았다. 그런데 파친코가 3대에 걸친 가족스토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실사 시리즈여서 일제강점기 조선과 일본 등을 세트로 만들고 한국배우들을 대거 기용해서 만들었다면, 케데헌은 한국 문화의 오랜 무당서사와 케이팝이라는 대중문화를 주된 내용으로 서울의 상징적 장소들에서 서사가 전개되는 애니메이션이다. 세트에서 찍은 실사드라마가 한국으로 여행자를 이끌지 못했지만 케데헌의 서울은 노스텔지어와 호기심을 자극하며 여행객을 서울로 불러들이고 있다. 케데헌이 개봉되자마자 디즈니의 가족용 뮤지컬 영화들과 비교된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케데헌의 반복시청과 싱어롱 욕망은 경쟁자가 없던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삽입곡 경제에 드디어 대안이 등장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케데헌의 성공에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의 매개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소니가 스파이더맨 애니메이션의 기술을 적극 활용해 귀마 사냥꾼들의 움직임을 역동적으로 재현했고, 제작진은 적극적 시청자에게 수용의 즐거움을 듬뿍 제공할 수 있는 텍스트 전략을 잘 이해했으며, 디테일에 강한 일러스트레이션의 효능과 케이팝이 지닌 힘을 적극 활용했다. 무엇보다도 애니메이션이란 표현양식은 탈식민적 세계화의 가장 큰 장벽인 비서구인의 몸을 벗어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동안 케이팝은 아이돌의 아시아성이라는 장벽을 극복하지 못해 팬들의 영역에 머물러온 측면이 있는데, 애니메이션은 이 장벽을 낮추거나 아예 제거해버린다. 즉, 그림으로 표현된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는 인종주의적 복잡함 없이 전세계의 시청자가 좋아할 수 있고 코스프레하기도 쉽다. 게다가 현재 플레이브나 이세계 아이돌 같은 버츄얼 아이돌 그룹이 해외 투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케이팝문화 속에서도 캐릭터문화가 진전되어 있으니, 헌터스나 사자보이즈는 케데헌을 통해서 세계관을 지닌 채 전세계 케이팝 무대에 데뷔한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케이팝 문화 속에서 세계관, 즉 그룹의 서사는 매우 중요하다. 서사는 고만고만해보이는 케이팝 그룹들에게 변별적인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동시에 해독해야 할 케이팝 텍스트를 더 두껍게 만들기 때문에 적극적 팬활동을 유도한다. 가치 지향성이 중요해진 현금의 글로벌 문화 환경 속에서 자아발견 공주이야기를 반복해온 디즈니, 개인성장형 모험스토리를 제공하는 일본 애니, 세계를 구하는 우주 대전쟁을 전개하는 DC와 마블 유니버스에 비교할 때, 인간세계를 보호하려는 이중 정체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케데헌의 인간적이고 공동체적인 세계관 속 걸그룹과 보이그룹은 이국적이고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수많은 프리퀄, 시퀄로 열려진 케데헌 서사는 동시대적으로도 헌터스의 세계 투어 중 로컬 귀마들과 싸우는 스토리 라인을 통해 수많은 로컬버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개방된 구조이다. 이와 같은 형식적, 서사적 가능성에 더해서 케데헌은 한국인 디아스포라와 그들의 역사적 경험이라는 새로운 서사자원의 존재를 일깨워준다. 캐데헌의 경우 북미 한인 2세 제작자들의 독특한 한국문화 경험과 애정이 녹아있어서, 글로벌과 이토록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문화적 중재(mediation)'가 가능했다. 한국 근현대사의 굴곡은 세계사를 한국인의 경험으로 품을 수 있는 광범위한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만들어냈다. 이 주제는 한류를 넘어서 어떻게 한국의 미래가 한인 디아스포라와 연결되어 있는지에 대한 다른 지면이 필요하다. 한류는 바야흐로 케데헌을 통해 다른 세계로의 문이 열리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한류 연구자로 정진하면서 팬덤 온라인 참여관찰로부터 데이터 분석까지 다양한 연구방법을 거쳤으나 스스로는 여전히 세상 속 의미의 생산을 묻는 기호학자라고 이해한다. 세계화와 디지털문화시대의 한류, 드라마의 모든 것, BTS 길 위에서를 출판했고 넷플릭스의 영향, 한국문화산업, 한류현상의 이론화를 위해 국제적 연구자 네트워크를 가동하며 다년간 연구 중이다. 2025.08.21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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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광복절 경축사 통해 본 '한반도 평화' 구상 지금은 복합 위기의 시대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내적으로는 '민주주의의 회복력'이, 남북 관계에서는 '평화의 정착'이, 그리고 외교적으로는 '유연한 실용 외교'가 필요하다. 김연철 인제대 교수(전 통일부 장관) 광복절을 맞으며, 분단은 미완의 과제다. 대통령은 '동양 평화를 역설한 안중근의 꿈'이, '높은 문화의 힘을 강조한 김구 선생의 염원'이 이뤄지지 못한 이유로 분단 체제를 들었다. 분단 자체가 아니라, 분단 체제를 강조한 이유가 있다. 분단 체제는 남과 북을 가르고 우리 안의 민주주의를 억압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 안의 장벽을 허물고, 분열과 배제가 아니라 포용과 통합, 연대와 상생의 정치로 분단 체제를 극복하자"고 선언했다. '평화' 위한 신뢰 구축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는 안전한 일상의 기본이고, 민주주의의 토대며, 경제발전의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일상의 안전이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평화와 민주주의의 상관관계도 중요하다. 역사적으로도 독재는 전쟁을 출구로 삼고, 민주주의는 평화를 선호한다. 평화와 경제의 선순환도 중요하다. 평화는 땅이고 경제는 꽃이다. 경제라는 꽃이 피기 위해서는 평화라는 땅이 튼튼해야 한다. 남북 관계와 관련해서는 신뢰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신뢰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 중요하고, 전단 살포 중단이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 선제적인 긴장 완화 조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접경에 일상의 평화가 왔다. 물론 남북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지난 정부의 적대 정책이 낳은 불신이 깊어서, 대통령도 강조했듯이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풀어가야 한다." 한반도 주변 환경도 복잡하다. 북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면서 남쪽을 향한 문을 닫았다. 북미 대화가 이뤄지려면 최소한 러·우 전쟁이 끝나고 미·러 관계가 회복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부인 김혜경 여사가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광복절 노래를 제창하고 있다.(ⓒ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통일' 지향하는 특수 관계와 '남북 합의' 존중 이 대통령은 남북 관계를 남북기본합의서 전문에 나오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의 특수 관계'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한 이후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통일이라는 말을 삭제하자는 주장이 적지 않았다. 지혜로운 주장이 아니다. '특수 관계'는 이중적 개념이다. 두 개 국가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분단 극복의 역사적 과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광복 80년을 거치며, 그동안 통일에 대한 이해도 다양하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체제 존중'을 강조하고,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으며, 모든 적대행위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대통령도 강조했듯이 남북기본합의서, 6·15, 10·4,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 등 모든 남북 합의를 관통하는 핵심이다. 기존 남북 합의를 존중하는 이유는 통일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 때문이기도 하다.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 관계는 보수 정부인 노태우 정부 때의 합의다. 당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여소야대 상황에서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총재의 합의로 이뤄졌다. 이중적 개념인 특수 관계는 열린 개념이고, 각자의 강조점에 따라 얼마든지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 세계가 감탄하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회복력 역시 다수의 합의를 유지해야 가능하다. 항상 통일 문제에 대한 분열을 경계해야 한다. 북핵 문제와 국제사회와의 협력 이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핵 없는 한반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 문제가 '복합적이고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평가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북한은 핵 능력을 고도화했고, 북한을 둘러싼 국제환경도 달라지면서 협상 환경의 조성이 쉽지 않은 과제가 됐다. 남북 관계뿐만 아니라,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가능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의 협력이 중요하다. 현재 북한은 남북대화도 북미대화도 거부하고, 북러 관계에서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질서는 고정돼 있지 않고 변화한다. 국제질서의 거대한 전환 국면에서 달라진 상황을 반영하는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다. 지난 30년 북핵 협상의 실패에서 교훈도 찾아야 한다.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를 생각하면,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다. 이번 경축사에서 한일 관계와 관련 '과거를 직시하면서도 미래를 위한 협력'을 강조한 이유가 있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의 물결 속에서 세계는 새로운 지역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공급망의 혼란과 무역 질서의 변동 속에서 한일 양국의 상생협력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서로 신뢰를 쌓아간다면 안보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다. 남북 관계의 개선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9·19 군사합의의 복원을 비롯한 한반도의 긴장 완화는 북한에도 필요하다. 충돌이 없는 소극적 평화는 지금도 가능하지만,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대화가 필요하다. 북한이 북방 전략만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도 어렵다. 경축사에서도 강조했지만, 지금은 복합 위기의 시대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고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내적으로는 '민주주의의 회복력'이, 남북 관계에서는 '평화의 정착'이, 그리고 외교적으로는 '유연한 실용 외교'가 필요하다. ◆ 김연철 인제대 교수 / 전 통일부 장관 성균관대에서 북한의 정치경제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 문재인 정부때 통일연구원 원장, 통일부 장관을 역임했다. 현재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이며, 한반도평화포럼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협상의 전략(2016), 70년의 대화: 새로 읽는 남북관계사 등이 있다. 2025.08.18 김연철 인제대 교수(전 통일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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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산업의 미래 국가 초지능 연구소가 필요한 이유 우리가 선택을 강요받는다고 해도 전략적 필수불가결성을 갖춘다면 우리의 선택이 좀 더 유연하고 전략적이 될 수 있다. 지금은 AI 반도체 관련 기술을 이야기하지만, 다음 단계의 AI 모델 개발에서 우리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면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카드를 가질 수 있다.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현재 우리는 세계 수준의 AI 모델을 구축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와 함께 AI를 위한 국가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하는 노력을 시작했다. 이는 여러 나라들이 추구하는 소버린 AI를 위한 정책 실현을 위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이 두 가지를 완성하면 우리가 AI G3 수준을 이룩하는 것일까? 일단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1백만 장 이상의 GPU를 갖춘 기가팩토리 또는 슈퍼클러스트를 구축하고자 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AI 모델의 발전은 몇 개월 안에 선두가 바뀔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보인다. 현재 방식인 대형 언어 모델을 기초로 대규모 사전 학습을 하고 이후 고품질 데이터를 통한 강화학습 등을 통해 AI 모델의 지능을 끊임없이 상향시키는 경쟁으로 인간을 넘어서는 초지능을 구현하고자 하는 시도가 과연 실현될 것인가? AI 분야의 앞선 선구자들과 일부 연구자들은 지금의 접근이 가진 한계를 지적하고 다른 접근, 모델, 알고리듬의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는 딥마인드의 노벨상 수상자인 제프린 힌턴 교수와 데미스 허사비스, 튜링 상을 받은 뉴욕대학의 얀 르쿤 교수와 몬트리올 대학의 요수아 벤지오 교수, 유명 연구개발자인 프랑수와 숄레 같은 리더들도 인정하고 있다. 2024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명예교수가 8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교에서 노벨상 수상자 강연을 하고 있다. 2024.12.8.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알파고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데이비드 실버는 얼마 전 인터뷰를 통해 이제 인간 데이터로 AI를 학습시키는 시대는 끝났고, AI가 직접 세상을 경험하면서 학습하는 시대로 넘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가장 핵심 기반 기술인 트랜스포머 아키텍처가 등장한 것은 2017년이고 아직도 그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지만, 여러 연구자가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이들의 결과가 아직 대규모로 활용할 수준이라는 증명을 하고 있지 못하지만, 또 다른 혁명적인 연구가 나올 수 있다. 늘 그래 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재 기술에서 세계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이 지금은 제일 중요한 목표이지만 동시에 다음 세대 기술 연구를 국가적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지원해야 할 시점이다.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는 2027년 정도에, 허사비스는 빠르면 2030년에는 인간을 넘는 수준의 AGI 또는 ASI라는 초지능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는 얼마 전 인터뷰에서 AGI가 가져올 어마어마한 변화를 언급하면서 영국이 이를 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AI 실행계획을 통해 AI 분야에서 승리하겠다는 것을 선언하고 이를 위해 국가의 모든 법과 제도를 지원하고 미국 중심의 AI 기술을 전 세계 동맹국에서 수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바로 며칠 후 중국은 모든 국가가 활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위해 국제 협력을 촉구하면서 '함께 배를 타고 가자'고 했다. 그러나 두 강대국 모두 자신의 기술을 중심으로 AI 세계 패권을 가져가겠다는 의도이다. 우리가 선택을 강요받는다고 해도 전략적 필수불가결성을 갖춘다면 우리의 선택이 좀 더 유연하고 전략적이 될 수 있다. 지금은 AI 반도체 관련 기술을 이야기하지만, 다음 단계의 AI 모델 개발에서 우리가 의미 있는 역할을 한다면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카드를 가질 수 있다. 초지능은 지금 누가 언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다들 가까운 미래를 예상하고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중이다. 메타가 초지능 연구소(MSL)을 설립하고 엄청난 돈으로 초특급 연구 개발자를 스카우트하고 있고, 오픈AI의 최고 과학자였던 일리야 수츠케버가 회사를 나와서 '안전 초지능 회사(SSI)'를 설립하고 받은 자금이 20억 달러이다. 우리가 향후 5년 간 100조 원의 자금을 AI 국가 전략 실행을 위해 투입한다고 하면 1%는 진짜 미래 AI 연구를 위해 사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국가 AI 인재는 실제 개발과 현재 기술 숙련 과정에서도 만들어지겠지만 이런 연구 과정에서 매우 창의적인 인재들이 나타나고 육성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키스 스트리어(Keith Strier) AMD 수석 부사장이 25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AI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화상을 통해 '소버린 AI의 다음 물결'(The Next Wave of Sovereign AI)을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AI 컴퓨팅 인프라와 AI 모델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국내 AI 기업의 전략적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5.3.25. (ⓒ뉴스1,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우리의 초지능 연구소에는 어떤 사람들이 필요할까? 다리오 아모데이는 앤스로픽에는 엔지니어만 아니라 철학자, 수학자, 언어학자도 뽑고 있다고 한다. 지능의 문제는 AI 전공자들로만 해결하지 못할 수가 있다. AI 연구자를 중심으로 언어학자, 뇌과학자, 물리학자, 수학자 등이 모여서 함께 연구하는 통합의 연구가 필요할 수 있다. 아직은 초기 수준이더라도 미래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여러 나라 연구팀을 초빙해서 우리 국가 초지능 연구소에서 마음껏 연구하게 만들고 그 결과는 인류 모두의 공공재로 제공하는 꿈을 꾸어 본다. 한국인을 포함해 대학과 연구소에 있는 세계적인 AI 연구자를 초빙해 이들이 맘껏 연구할 수 있는 AI 파운드리(데이터 센터)를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시각으로 디지털 지능에 접근하도록 지원하는 국가 초지능 연구소를 대한민국이 만들어 보자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1회 졸업생으로 1980년대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 주제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종합기술원, 삼성전자 등에서 활동했으며 1999년 벤처포트 설립, 2003년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전략대표와 일본 법인장을 역임했다. 카이스트와 세종대 교수를 거쳐 2011년부터 테크프론티어 대표를 맡고 있다. 데이터 경제 포럼 의원, AI챌린지 기획, AI데이터 세트 구축 총괄 기획위원 등을 역임했다. 대표 저서로는 AGI의 시대, AI 전쟁 2.0 등이 있다. 2025.08.14 한상기 테크프론티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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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경제 세수는 정상화하면서 국민은 지원하는 세제개편안 지속가능한 재정 운영과 포용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번 세제개편안. 국회 심의과정에서도 충분한 검토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나가길 기대한다. 세제는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정책 도구이기 때문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응용데이터사이언스 교수 최근 정부는 2025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안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된 세수 감소를 회복하면서도 국민의 세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려는 고민의 결과물이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국세수입이 2년 연속 감소했으며, 2022년 400조 원에서 2024년 336조 원으로 64조 원이나 줄어들었다. 조세감면액도 2019년 49조 6000억 원에서 2024년 71조 4000억 원으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동시에 고령화로 인한 복지지출은 GDP 대비 15.5%에서 2065년 26.9%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은 17.6%(2024년)로 OECD 평균 25.0%보다 7%포인트나 낮은 상황이다. 먼저 정부는 부담능력이 있는 주체가 좀 더 세부담을 지는 응능부담의 원칙을 세웠다. 이에 따라 법인세율을 2022년 수준으로 환원(9%10%, 19%20%, 21%22%, 24%25%)했는데, 흥미롭게도 우리나라 법인세 부담은 여전히 국제적으로 적정 수준이다. OECD 38개국 평균 법인세율이 21.8%인데 비해, 개편 후에도 우리나라는 이보다 높지 않다. 특히 독일(29.9%), 일본(29.7%) 등 주요국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한다. 증권거래세율도 2023년 수준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증권거래세의 경우 코스피는 0%에서 0.05%로, 코스닥은 0.15%에서 0.20%로 조정된다. 일각에서는 증세라고 비판하지만, 이는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예고에 따라 거래세를 낮추는 차원에서 내렸던 것을 다시 환원 조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세율 정상화와 함께 정부는 국민 생활을 돕는 세제지원을 대폭 늘렸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다자녀 가구 지원이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한도를 자녀 수에 따라 확대해, 총급여 7000만 원 이하 근로자는 자녀 1인당 50만 원씩 최대 100만 원까지, 7000만 원 초과자도 자녀 1인당 25만 원씩 최대 50만 원까지 추가 공제받을 수 있다. 보육수당 비과세도 월 20만 원에서 자녀 1인당 월 20만 원으로 확대된다. 정부는 '2025 세제개편안'을 통해 국민생활을 돕는 세제지원을 대폭 늘렸다. 이 가운데 보육수당 비과세도 월 20만 원에서 자녀 1인당 월 20만 원으로 확대된다. 대구 달성군 달성어린이숲도서관에 견학 온 달성군청직장어린이집 원생들이 책을 보고 있다.2025.7.1(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교육비 부담 완화도 주목할 만하다. 초등학교 1~2학년 자녀의 예체능 학원비가 교육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되고, 대학생 교육비 공제에서 소득요건도 폐지됐다. 아르바이트하는 대학생 자녀 때문에 교육비 공제를 못 받던 학부모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주거비 지원도 강화됐다. 월세 세액공제는 부부가 각각 받을 수 있도록 확대되고, 3자녀 이상 가구는 월세 공제 대상 주택 규모가 85㎡에서 100㎡로 늘어났다. 연금소득자의 경우 종신연금 원천징수세율이 4%에서 3%로 인하되고, 임목 벌채·양도소득 비과세 한도도 연 600만 원에서 3000만 원으로 대폭 확대된다. 정부는 단순한 세수 확보를 넘어 미래 경쟁력 강화에도 주력했다. AI 분야 국가전략기술을 신설하고, 대·중견기업 10%, 중소기업 15%의 웹툰 콘텐츠 제작비용 세액공제를 새로 만들었다. 영상콘텐츠 세액공제도 기본공제율을 대·중견기업 5%에서 10%로 상향했다. 문화산업전문회사 출자 세액공제는 중소·중견기업에서 대기업까지 확대 적용된다. K-문화의 글로벌 확산을 세제로 뒷받침하겠다는 의지다.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배려도 돋보인다. 고향사랑기부금 세액공제가 10만 원 초과 20만 원 이하 구간에서 15%에서 40%로 대폭 확대되고, 지방이전 기업 세제지원 기간을 최대 12년에서 15년으로 늘렸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려는 정책 의지가 엿보인다. 2025년 세제개편안 카드뉴스.(출처=기획재정부) 이번 개편에서 주목할 부분은 세부담의 공정성 강화다. 고배당기업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도입해 2000만 원 이하 14%, 2000만 원~3억 원 20%, 3억 원 초과 35% 세율을 적용한다.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과세기준도 종목당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낮춰 과세 형평성을 높였다. 전체 세수효과는 8조 1672억 원으로, 서민·중산층에게는 1024억 원의 세부담 경감 효과가 있는 반면, 대기업에게는 4조 1676억 원, 고소득자에게는 684억 원의 부담이 늘어난다. 세부담이 소득 수준에 비례하는 응능부담 원칙이 강화된 셈이다. 지속가능한 재정 운영과 포용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번 세제개편안. 32개 단체·기관에서 약 1360건의 개정 건의를 수렴하고 28건의 조세특례심층평가를 거쳐 마련된 만큼, 국회 심의과정에서도 충분한 검토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나가길 기대한다. 세제는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정책 도구이기 때문이다. ◆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응용데이터사이언스 교수 서울대 경제학 학·석사, 美 위스콘신대 경제학 박사로 2008년부터 명지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연구 분야는 공공경제·재정학(출산·지방재정·기초소득), 노동경제학(최저임금·고령자 노동), 복지정책평가(보육·빈곤), 조세정책(종부세·조특법), 빅데이터·데이터사이언스이다. 빅데이터연구소장을 맡아 정책 평가와 실증분석을 수행해왔다. 2025.08.11 우석진 명지대 경상통계학부/응용데이터사이언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