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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일반이사회 일본 수출규제 조치 논의와 향후 전망

2019.07.30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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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지난 7월 23~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 일반이사회에서는 일본정부가 최근 우리나라를 상대로 취한 수출규제 강화조치가 안건으로 다뤄졌다(WT/GC/W/779).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발언권을 행사한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3개 품목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조치가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 정치·외교적 동기에 의한 조치로서 WTO협정에 합치하지 않고, 글로벌 가치사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본이 이후 수출규제를 확대할 경우 “일본의 위반 범위는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경제적 문제를 정치·외교·역사 문제와 연계시키는 행위는 자유무역이라는 WTO의 기본원칙에 반한다는 점에서 WTO협정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이하라 준이치 일본 대사는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가 안보상의 이유에서 이뤄졌을 뿐이며 WTO에서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회원국이 발언권을 행사하지는 않았지만 대다수 회원국들이 이번 사안을 확실히 인지하게 됐음은 분명하다.

즉 일반이사회 안건 상정은 정치적 이유에서 개시된 일본의 경제적 보복조치에 관해 회원국들의 주위를 환기시키고 WTO 차원에서 공론화하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보다 구체적인 법적 다툼은 WTO 제소 이후에 이뤄질 것이다.  

일본의 對한국 수출규제 강화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들어가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고순도 에칭가스 등 3개 핵심소재의 對한국 수출규제를 7월 4일에 강화한 데 이어, 한국을 ‘화이트 국가’ 목록에서 제외하는 추가 조치를 8월 중 단행할 예정이다.

‘외국환 및 외국무역관리법’에 따른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은 7월 1일 입법예고 돼 24일에 의견수렴을 완료했다. 8월 2일 각의에서 동 개정안이 의결될 가능성이 일본 언론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

현재 일본은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독일, 한국 등 총 27개 국가를 ‘화이트 국가’로 인정하고 있다.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통제제도 하에서, 화이트 국가의 경우 Catch-all 통제를 면제받고 리스트 통제(약 1100여 개 품목)에 있어서도 특혜 수출절차(원칙적으로, 포괄허가제)를 적용받는다. 현재는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3개 품목에 대해서만 이러한 특혜 수출절차를 적용받지 못하도록 조치가 취해진 상태이다.

그러나 한국을 화이트 국가 목록에서 완전히 제외할 경우, 리스트 통제대상 중 한국으로 수출되는 850여개 품목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리스트 통제 품목이 아니더라도, WMD 또는 재래식 무기의 개발·제조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전략물자가 한국으로 수출시 경제산업성의 고지가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개별허가제의 적용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24일 3개 품목 수출규제 강화의 ‘원상회복’ 및 한국 화이트 국가 제외 계획의 철회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일본정부에 제출했다. 의견서에서는 ▲한국의 재래식 무기 Catch-all 통제가 일본의 주장과는 달리 불충분하지 않고 한국은 오히려 수출통제 모범국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일본의 조치가 “균형감을 상실한 차별적 조치”로서 국제규범에 어긋나고 ▲양국 경제뿐만 아니라 글로벌 가치사슬과 자유무역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이 포함됐다. 우리 정부는 또한 WTO 제소를 예고한 상태다.

지난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 회의장에 한국 팻말과 일본 팻말이 나란히 배치돼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난 23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 회의장에 한국 팻말과 일본 팻말이 나란히 배치돼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일본의 국가안보 예외 주장

향후 WTO 소송절차에서 일본이 항변사유로서 중점적으로 원용할 것으로 보이는 조항은 GATT 제XXI조 제(b)항 안보예외다. 일본은 對한국 수출규제 강화가 정치적 이유와 무관하며 국가안보 우려에 근거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군사전용이 가능한 전략물자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해 왔다는 주장이다. 관련해서 사린가스 등 화학무기 생산에 활용될 수 있는 불화수소가 북한 등에 유출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일본이 한국의 수출통제제도 특히 재래식 무기의 Catch-all 통제에 대해 부정확한 주장을 해 왔다고 반박했다. 일본정부에 정확한 증거 제시를 요구했으나, 아직까지 정확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다. 7월 12일에 열린 양국 과장급 논의에서도 큰 성과가 없었으며, 일본정부는 전략물자 수출통제에 관한 한국측 추가 회의 요청을 거부할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핵심은 한국이 전략물자 관리를 소홀히 했으며 여기에 국가안보 위협이 있다고 본 일본측 주장을 향후 WTO패널이 어떻게 볼 것인지 여부다. 일본정부가 명확한 사실근거를 제시하지 않았고 국제기구를 통해 양국의 전략물자 관리 실태 점검을 받자는 한국측 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는 점, 국가안보 보호가 수출규제 강화의 진정한 목적임을 적극 보이고 있지 않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일본이 국가안보 예외를 인정받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향후 과제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무엇인가. 첫째, 우선적으로 외교적 채널을 통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방의 보복조치는 확전으로 이어져 문제를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 뿐이다. 한국과 일본은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와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모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유사 맥락에서, 일본산 수입상품에 대한 관세인상이나 수출제한 등의 ‘상응 조치’ 도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일본정부의 추가 보복조치를 야기할 수 있고, 일본이 상응 조치를 이유로 우리나라를 WTO에 제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양자·다자 차원에서 지속적인 아웃리치가 필요하다. 우리 정부가 이미 발표했듯, WTO 차원에서 상품무역이사회(7.8.), 일반이사회(7.24.) 논의에 그치지 않고 바세나르체제(WA),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 핵공급그룹(NSG), 호주그룹(AG) 등 4대 국제수출통제체제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근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마지막으로, WTO 제소를 위한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WTO협정상 실체적 내용에 관한 법적 다툼 뿐 아니라 ▲WTO분쟁해결제도가 시스템적으로 야기할 수 있을 변수에 대해서도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전자와 관련해서는 GATT 제1조 제1항 최혜국대우의무, 제10조 제3항 (a)호, 제11조 제1항 위반 가능성 및 GATT 제20조 제(d)항 또는 제21조 제(b)항을 통한 예외 인정 가능성, 통보의무 위반 등이 주된 내용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관보나 그 외 정부의 공식 자료가 아닌, 정치인의 성명(statement)이나 인터뷰의 WTO분쟁해결절차 내 증명력에 관해서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후자와 관련해서, 일각에서는 WTO 제소에 실익이 없다는 평가가 있다. 미국이 상소기구 위원의 임명을 막고 있고 올해 12월 10일이면 한 명의 상소기구 위원만이 남게 되므로 WTO 상소심이 사실상 기능정지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현재 WTO개혁(WTO Reform)의 일환으로 DSU 개정 논의가 진행 중이므로, 기능정지 이전에 상소기구 위원이 신규 임명될 가능성을 현 시점에서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상소심이 정지되는 경우에도 ▲DSU 제25조의 중재를 사실상의 상소심으로 활용하는 방식 ▲상소 없이 패널심 만으로 분쟁을 해결하겠다고 양 분쟁당사자가 사전에 동의하는 방식 즉 소위 “No-Appeal Pact (NAP)”를 체결하는 방식 등이 논의되거나 이미 일부 회원국들 사이에서 실행되고 있다. 제소국 베트남과 피제소국 인도네시아 사이에 체결한 이행패널 관련 합의(WT/DS496/14)의 7단락이 이러한 NAP에 해당될 것이다.

따라서 상소기구가 기능정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만을 들어 이번 사안의 WTO 제소에 실효성이 없다고 예단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보다는 우리에게 유리한 시기를 선점하고 패널심에서 승소하기 위한 소송전략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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