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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대한민국의 과제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2019.08.26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정부가 8월 22일 매년 연장을 결정하도록 돼있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작년 10월 한국 대법원은 현시대에 개인 인권 침해 구제청구는 국가정책과 상관없이 국제법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므로 일제 징용자들에 대해 가해 일본 기업들이 배상하라는 판결을 확정 선고했다. 우리 정부가 이를 집행하려 하자 일본 정부는 부당한 보복조치로 뜬금없이 무역제재를 가한 뒤 이 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하자는 한국 정부의 여러 차례 특사 파견과 외교 대화 시도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정부는 이러한 일본의 부당한 보복조치와 국가 자존심 무시 행태로 인해 결국 GSOMIA 종료 결정을 내렸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무역 보복 조치를 시행하면서 그 근거로 한국을 ‘안보부문에서 신뢰할 수 없는 국가’라고 적시한 것은 극비인 2급 이하 군사정보를 교환하는 GSOMIA를 사실상 이미 종료시킨 것이다. 더구나 일본은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는 무역제재를 결정한 당일에도 몰염치하게 북한 미사일 정보 제공을 요구했고, 이후 한국 대사에게 무례하게 행동했으며 한국 정부의 특사를 계속 무시했을 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기꺼이 손을 잡을 것”이라는 화해의 메시지를 발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외교 접촉에서 일방통행식으로 자기 입장만 강조해 왔다.

이에 정부는 미 행정부에도 GSOMIA 연장을 바라지만 일본이 한국을 안보 불신국이라고 공언하면서 부당한 무역제재를 가하는 한 더 이상 최고급 군사기밀을 교환할 수 없다면서 지속적으로 미국의 역할을 요청했다. 하지만 미국은 실질적이고 적극적인 중재를 행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정부는 국가적 자긍심을 지키고 한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해 국가안보 전략 기조를 재검토하고 비장한 용단을 내린 것이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이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는가?

일부 국민들이 GSOMIA 종료가 한국의 안보를 저해하고 일본과의 갈등을 증폭시키며 한미동맹을 손상시키지 않을가를 우려하고 있으므로 GSOMIA가 과연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지를 검토해 본다. 무엇보다도 이의 종료가 한국의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지를 살펴본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이 22일 청와대에서 “정부는 한일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처장)이 22일 청와대에서 “정부는 한일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GSOMIA)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경로를 통해 일본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먼저 일본이 “화들짝 놀랐다”고 하고 미국이 “우려와 실망”을 표출한 것으로 보아서 이들 두 나라에게는 GSOMIA가 매우 필요한 것이었음이 방증된다. 이 협정의 체결 연원도 이것을 잘 보여준다. 노태우 정부 시절에는 우리의 대북 정보가 매우 취약했으므로 우리가 일본에 이 협정을 체결하자고 했지만 일본이 거절했다. 그러나 한국이 각종 레이더와 대북 영상 및 감청 장비를 획기적으로 구비하자 2010년 경 부터는 일본이 이를 강력히 요구했다.

더구나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동북아에서 억지하는 미사일방어망을 구축하기 위해 레이더 정보 등 각종 군사정보를 실시간으로 순환시키는 목적의 GSOMIA 체결을 강력히 압박하고 사드 배치를 추진했다. 이에 이명박 정부는 2012년 6월 절차를 어기면서 이를 은밀하게 체결하려다 국민적 저항에 직면해 서명 1시간 전 취소를 통보하기도 했다. 미국은 우리 정부에게 이를 계속 요구하다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가결시키기 직전 상황에서 강력한 압박을 집중적으로 가해 마침내 협상 재개 선언 후 27일만인 2016년 11월 23일 졸속으로 이를 체결하도록 했다.

문제는 GSOMIA로 우리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압도적으로 크다는 데 있다. 먼저 GSOMIA로 인해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일본 방향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의 탄착지점 확인 정도에 그친다. 따라서 이의 종료가 한국의 대북 미사일방어 능력 저하를 거의 초래하지 않는다. 특히 우리의 정보를 보완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미국과의 정보 교류는 실시간으로 계속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미사일 도발의 핵심이 되는 발사지점과 비행 궤도 등은 한국이 가장 잘 포착할 수 있고 우리는 독보적인 인간정보(HUMINT)도 일본에게 제공하므로 교환되는 정보 가치 면에서 우리가 주는 것이 비대칭적으로 고가인데다 우리는 미국과 일본의 전초병이자 안보상 방패막이가 되어 남북, 한·중, 한·러관계가 훼손돼 왔다. 최근 북한이 공공연하게 한국이 미국의 말만 따른다면서 자주권을 의심하고 있고, GSOMIA 이전과 비교해 보면 중국은 한국을 전략적동반자로 대우하다가 현재는 안보상 적대 진영 국가로 인식하고 있다.

즉 한국과 일본이 미국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한·미·일정보공유약정(TISA)이 이미 2014년 12월 체결되었지만, 미국과 일본은 한국을 중국을 견제하는 한·미·일 동맹의 전초병으로 고정시키고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을 막는데 결정적인 정보를 실시간으로 더욱 신속하게 받기 위해 박근혜 정부도 한국의 대북 미사일방어에 별 도움이 안되는 것을 알고 있던 GSOMIA를 공동으로 압박해 체결했던 것이다. 미·소 냉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한국을 미·중 신냉전의 첨병으로 만든 것이 바로 GSOMIA와 사드 배치였다.

우리가 압도적으로 무역에 의존해 살아오고 있고 홍콩을 포함한 중국과의 교역이 일본 및 미국과의 교역의 합보다 2배가 넘으며 내용면에서도 작년 대중 흑자가 900억 달러가 넘어 대미 흑자의 7배일 뿐 아니라 일본은 오히려 우리에게 240억 달러의 적자를 안겨준 점을 고려할 때, 한미동맹이 반중동맹으로 변질되는 것이 우리의 국익이 아니라는 게 명확하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이후 한국의 대외 전략 기조가 한미동맹을 주축으로 하되 실용적 균형외교와 협력적 자주국방이었음을 상기할 때, GSOMIA와 사드(THAAD)로 인해 우리가 중국에게 경제 보복을 당하는 동시에 전략적 타격 대상이 됐으며, 일본을 지켜주면서도 일본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에게도 턱 없는 방위비 증액이나 중거리미사일 배치, 호르무츠 해협 파병 등만 요구받는 대미 일변도 기조로 변질된 것이 두드러진다.

이제 아베의 계산 착오로 인한 비합리적인 무리수가 제공한 가능성과 명분을 정부가 GSOMIA 종료로 슬기롭게 연결시킴으로써 국제정치적으로 매우 위태로운 함정에 빠진 한국의 처지를 바로 잡고 한미동맹과 한·일관계를 올바른 방향으로 재정립하며 한국의 국익을 최적화·극대화하는 균형적 실용외교를 구사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정부의 과제

정부가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올바른 방향의 용단을 잘 내렸지만 아직 국제정치 상황은 녹록치 않다. 대미 일변도외교를 외치는 사람들은 한국이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됐다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는 GSOMIA 종료 결정이 한미동맹을 보다 호혜적인 동맹으로 발전시키고 올바른 한·일관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단 안보상 전초병이자 방패막이가 사라진데다 대북 정보 확보에 큰 불편을 겪게된 일본의 반발은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또한 중국을 주적으로 삼아 한국을 첨병이자 방패로 삼으려던 미국도 실망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베의 몰상식하고 반역사적이며 국수주의적인 행태는 물론이려니와 동맹의 이익을 호혜적으로 누리기보다 일방적으로 독점하려 하고 그에 상응한 책임과 역할은 소홀히 한 미국의 책임도 상당한 것이다.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협상 시 조약 초안에 “일본이 제주도, 거제도, 울릉도와 독도를 한국에 반환한다”고 규정한 조항에서 일본의 로비로 독도를 삭제해 줘 일본의 부당한 독도 영유권 주장의 빌미를 제공한 미국이 한·일 갈등 시마다 제3자 행세를 하거나 사실상 일본을 지원하는 태도를 보인 것이 책임의 일단이다. 일본에게 공격당해 수많은 미국인들을 살상당한 미국이 일본의 굴욕적인 아부와 과공에 역사를 잊고 어느새 친일기조의 태도와 인식에 젖은 것이다.

어쨌든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당당하지만 대미 우호적인 자세로 올바르고 미래지향적인 한미동맹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먼저 TISA를 보다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가동해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은 적절하게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전작권 전환을 준비하고 미국이 우리를 방기할 경우에도 의연하게 감당할 수 있는 강력한 국방력 건설을 지속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미국이 America First(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면서 한미동맹이 중국을 적으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한다면 우리는 부득이 새롭고 창의적인 국가 안보전략을 찾아야 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비이성적인 방위비 폭증 요구에도 인내심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설명하면서 적정선을 찾아 합의해야 할 것이다. 먼저 일본처럼 토지 사용료를 분담금 계산에 포함시키고 매년 쓰다 남은 분담금 반환 문제도 제기하며 분담금은 개별 항목별로 심사 후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 주한미군이 중국 견제의 목적도 수행하는 것이 사실이므로 미국이 이런 목적으로 가장 저렴하게 군사력을 유지·배치하는 것은 한국 주둔 아니고는 찾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해야 한다. 물론 전작권 수행을 위해 필요한 군사장비는 추가로 미국으로부터 구입을 검토하는 등 대미 당근책도 동시에 내놓을 수 있다. 일본이 호르무츠 해협 파병에 난색을 표하고 있으므로 이를 활용한 설득방안도 검토할 가치가 있다.

더 큰 과제는 GSOMIA 종료를 한·중, 한·러,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살리되 이것이 한미관계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수십 년 후라면 모르지만 한국의 국가전략에서 아직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수 없음은 자명하다. 국력 면에서 그렇고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 면에서도 그렇다. 따라서 정부는 호혜적인 한미동맹을 발전시키고 강화하며 한·미·일 안보협력도 적절히 확보하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주고, 이러한 우리의 의도가 부당한 일본의 대한 불신 및 보복조치 때문에 좌절되고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 아직 GSOMIA 유효기간이 세 달 가량 남아 있으므로 그간 한·미가 협력해 일본의 부당조치가 취소되면 우리가 외교 협상을 통해 한·일관계를 회복할 의지가 있고 그렇게 되면 GSOMIA 연장도 아직 가능하다고 미국에 설명하면서 미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유도해야 한다. 또한 아베에게 일방적인 승리를 거두려하기보다는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원상 복구하면 GSOMIA를 연장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아베가 체면을 지키면서 후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현명하다.

우리 국민 모두가 일본산은 먹지, 입지, 타지 않고, 일본 여행을 자제함으로써 단합된 모습으로 정부에게 힘을 보태주며, 정부는 한·미 우호관계를 유지 발전시키는 동시에 북핵문제 해결 과정을 적극 지원하고 한·중관계 개선을 모색하며 일본과도 대화의 문도 열어두는 의연하면서도 실용적이고 유연한 외교 전략을 추진한다면 현재의 외교적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활력있게 재가동시키면서 평화통일의 기반 조성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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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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