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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 감염병 차단에 가장 강력한 무기라 하는 이유

천병철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2020.03.30
천병철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천병철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코로나19의 유행이 시작된 지 3개월 정도 되는 시점에서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에서 환자가 발생했고 그 수가 66만명을 넘어서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 수도 3만여 명이 훌쩍 넘어서 사스나 메르스의 사망자를 이미 크게 앞질렀다.

그렇지만 국가별로는 이제 유행이 시작되는 경우도 있어 당분간 전 세계적으로 환자와 사망자 수는 더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지금 유행이 잦아들더라도 질병 특성상 올 늦가을에 다시 유행할 확률이 커 코로나19는 당분간 계속 국민건강을 위협할 것으로 판단된다.

스페인독감과 ‘사회적 거리두기’ 사례

인류가 지난 근 1세기 동안 경험한 ‘최악의 전염병’으로 1918년 유행한 스페인독감을 꼽는다. 스페인독감은 1918년 봄에 작은 유행을 만든 후 여름에 잦아들었다가 그 해 가을에 우리나라를 포함,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하면서 4000만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매일신보에 기록된 당시 우리나라 상황을 봐도 “‘서반아감기(스페인독감)’는 경성·인천·대구·평양·원산·개성 등지의 시가지에 만연했고 이로 인해 관공서의 업무가 마비되는 곳이 있었으며, 각 학교가 휴교하고 회사들의 업무에 차질을 가져왔으며, 이때가 추수 때인데 환자가 날로 증가하고 병은 쉽게 종식되지 않아 들의 익은 벼를 거두지 못하고 초상 치루느라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여 조선 전도의 민심이 흉흉했다”고 기록돼 있다.

당시 일제강점기 하 경무총감부 조사에 의하면 ‘조선인’은 742만 2113명의 서반아감기 환자가 발생했고 그 중 13만 9128명이 사망했다고 기록되어 있는데 이 기록이 맞다면 당시 인구의 약 37%가 이 ‘인류 최악의 전염병’을 앓았다는 것이고 당시 치명률은 약 1.9% 정도였다고 추산된다.
 
그런데 이 스페인독감의 유행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알 수 있는 사례가 미국에서 있었다. 바로 필라델피아와 세인트루이스의 사례이다.

필라델피아에서는 첫 환자가 1918년 9월 17일에 나타났지만 학교나 사회적 모임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고 9월 28일까지 당시 미국의 많은 도시처럼 시가 행진을 진행했다. 10월 3일에 들어서야 휴교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으나 이미 병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점이었다.

반면 세인트루이스는 첫 환자가 나타나고 이틀 만에 전격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했다. 여기에는 학교, 극장 등 사람 많이 모이는 곳을 막고 집회를 제한하는 것을 포함한 광범위한 조치가 포함되었다. 그 차이는 극명했다. 필라델피아에서는 환자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유행 정점에 인구 10만당 257명의 초과 사망자를 기록했다.

이는 세인트루이스의 정점인 10만당 31명과 비교해 8배가 넘는 것이었다. 필라델피아는 환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당시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반면 세인트루이스는 환자 증가 속도가 대폭 완화되면서 완만한 증가세를 그려서 대처가 가능했던 것이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점에서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도심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한 모습인 서울 광화문 도심.


사회적 거리두기와 ‘감염재생산수’

‘사회적 거리두기’가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일까? 그 해답은 ‘감염재생산수’에 있다. 감염재생산수는 1명의 감염자가 몇 명의 새로운 감염자를 만드는가를 알려주는 지표이다. 만약 어떤 감염병의 감염재생산수가 3이라면 1명의 감염자가 3명의 새로운 감염자를 만들고, 이 3명의 감염자는 또 각각 3명씩의 새로운 감염자를 만들어서 시간이 지나면서 3²→3³→3⁴식으로 지역사회내 감염자 수가 대폭 증가하게 된다.

이렇게 감염재생산수는 해당 감염병이 얼마나 전파가 잘되는지, 즉 유행을 얼마나 잘 만드는지를 알려준다. 만약 감염재생산수가 1보다 크면 지역사회에 감염자가 증가하면서 유행이 일어난다. 그렇지만 우리가 성공적으로 방역활동을 한다면 감염재생산수를 1보다 낮출 수 있는데 이것은 한 명의 감염자가 만들 수 있는 새로운 감염자가 1명도 안된다는 것이므로 결국 새로운 감염자 수가 감소하면서 유행은 사라지게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

그런데 이 감염재생산수를 결정하는 것은 감염자의 하루 접촉자 수, 1회 접촉시 전파확률, 그리고 해당 질병의 전파가능 일수, 이 3가지가 요인이다. 예를 들어서 우리는 코로나19 감염자를 발견하면 격리시키고 있다. 이는 감염자의 접촉자 수를 줄여서 감염재생산수를 낮추기 위한 것이다.

또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기침 에티켓을 권장하는 것은 위의 3가지 요인 중 접촉시 전파확률을 낮추어 감염재생산수를 낮추기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이 결국 우리가 하는 모든 방역할동은 감염재생산수를 낮추기 위한 것이고 이같은 방역활동을 통해서 감염재생산수를 1보다 낮추면 드디어 유행은 소멸기로 접어들게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마찬가지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을 제한하게 되면 감염자와의 접촉횟수를 줄이게 되어 결국 감염재생산수가 떨어지게 된다.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사람간 접촉시 2m의 거리를 확보하라고 하는 것은, 접촉시 비말로 인한 전파확률을 대폭 낮춰서 역시 감염재생산수를 떨어뜨리는 효과가 있다.

만약 우리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간 접촉횟수를 1/2로 줄이면 감염재생산수는 반으로 준다(즉, 처음에 3이었다면 1.5로 감소). 여기에다 격리와 검역, 손씻기와 마스크 착용 등의 다른 방역활동으로 감염재생산수를 0.5 정도만 감소시켜도 감염재생산수는 1보다 작게 되어 결국 지역사회 유행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렇게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19처럼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경우에 유행을 통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사회적 거리두기이다.

국민의 지혜와 협조가 필요

사회적 거리두기는 개인에게 많은 불편함을 초래한다. 사회경제적 활동이 위축되는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은 특정 종교집단의 대규모 집단감염사태를 접하면서 사회 각 분야에서 자율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실천해 오고 있다. 강제적인 봉쇄를 실시하는 어느 나라보다도 오히려 우리 국민들이 스스로 잘 해왔다고 판단된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피로감도 있지만, 3월 말 현재 아직 신환자 수의 감소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며 해외유입도 지속되고 있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느슨하게 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 현재는 다시 감염재생산수가 커져서 유행이 확대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국민들의 지혜와 협조가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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