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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약한 고리’ 보강 안하면, 올 겨울 ‘호된 추위’ 맞는다

박기수 고려대 의대 환경의학연구소 교수 2020.06.08
박기수 고려대 의대 환경의학연구소 교수
박기수 고려대 의대 환경의학연구소 교수

서양에서 구전으로 내려오다 월트 디즈니에 의해 만화영화로 1933년 재탄생한 ‘아기 돼지 삼형제’는 전세계에서 꾸준히 각광을 받고 있다.

내용인 즉, 엄마 돼지로부터 어느 날 독립해 살게 된 아기 돼지 삼형제는 각자 자신의 집을 짓는다. 대충 빨리 지푸라기로 집을 지어놓고 노는 첫째, 그것보단 강한 재료인 나무로 집 지은 둘째, 그리고 시간과 노력은 더 들었지만 벽돌로 튼튼히 지은 셋째가 이야기에 등장한다.

이들을 잡아먹으려고 온 늑대에게 첫째 돼지의 집은 매우 쉽게 부서지고, 둘째네 집도 부서진다. 결국 이들 두 형제는 벽돌집 셋째네로 피신한 뒤, 목숨을 구하고 행복하게 산다는 내용으로 이야기를 맺는다.

아주 간단한 스토리지만, 쉬우면서도 명확한 교훈을 던져주는 덕에 지금까지 전세계 어린이들이 즐기는 내용이다. 

메르스와 ‘사촌지간’임에도 빠른 전파력과 무증상감염 증가로 계절성 유행병 정착 가능성

코로나19 사태가 지난 1월 20일 발생한 뒤, 어느 덧 6개월째를 맞고 있다. 상황이 길어지면서 방역당국도, 의료진도 지쳐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당초에는 2015년 국내에 유입됐던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처럼 추가 확진자가 4주 가량 나오지 않은 뒤, 이른바 ‘종식 선언’을 할 수도 있을까 하는 희망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가 메르스와 ‘사촌지간’임에도 불구하고 80% 가량의 활동 가능한 경증환자, 무증상감염 전파자, 인플루엔자 등보다 휠씬 높은 전파력, 전 세계적인 교통수단 고도화 등으로 인해 계절성 유행병으로 정착할 가능성까지 커져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매우 피로감이 큰 장기전임이 분명해졌다.

이렇다 보니 방역의 주체인 국민들도 초기 방역당국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이유로 “2주만”, 그리고 또 “2주만”을 잘 대응하자고 외쳤던 상황과는 달리 코로나19 방역에 대해 느슨해진 게 현실이다. 

힘들다고 제대로 준비 안 하면 ‘아기 돼지 삼형제’ 교훈 같은 큰 위험 닥쳐

‘아기 돼지 삼형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조금 힘들다” 혹은 “귀찮다”고 해서 느슨해지면 안 되는 이유가 이야기 안에 그대로 적시돼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를 정확히 노려서 환자는 물론 사망자까지 늘리는 것을 명확하게 확인했다.

지난 2월 18일 31번 환자와 관련한 신천지발 확산을 시작으로 구로콜센터, 이태원클럽, 쿠팡물류센터, 수도권 종교모임, 관악구 리치웨이 방문판매업체, 양천구 탁구장 등이 모두 그렇다.

결국 이러한 약한 고리를 철저히 시간을 들여 보강하지 않으면, 어느 때보다 더 혹독한 겨울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아기 돼지 삼형제의 집은 언뜻 눈으로만 보면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다. 늑대가 이들 형제 집에 세게 입으로 바람을 불지 않는 한, 당장에는 그 견고성을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면 이들 약한 거리를 어떻게 보강해야 할까? 크게 두 가지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 우리 국민의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약한 고리 분야와 당장 불요불급하지 않은 약한 고리 분야를 명확하게 구분해서 해법을 찾고 분리 대응해야 한다.

‘필수’와 ‘非필수’ 약한 고리 엄격히 구분해 철저 대응해야

즉, 콜센터나 물류센터 같은 곳은 우리가 비대면(untacked)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더욱 필요하고 발전시켜야 분야다. 하지만 최근 상황에서 보았듯 구조와 환경 자체가 취약하다.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상황을 그간 고려하지 않은 채 경제성과 효율성만을 목적으로 만들어지고 활용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콜센터의 경우 종전과는 달리 더 넓은 공간에 더 적은 인원이 감염병 확산 수칙을 지키면서 근무해야 하는데, 이건 결국 기업에게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물류센터도 마찬가지다. 시스템적으로 감염 확산 위험을 최대한 줄이면서 일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처벌보다는 지원이 필요하다. 우리 국민이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일상생활을 지탱할 수 있게 해주는 버팀목인 만큼, 배려적·포용적 방역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반면 클럽, 유흥주점, 노래방 등은 불요불급한 시설은 아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좀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이번 이태원클럽 사태에서 문제점을 교훈 삼아 보건당국이 QR코드 도입 등을 진행하고 있어서 역학조사 등은 좀더 쉬워질 수 있다.

하지만 역학조사는 후행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시설에서 거리두기와 소독관리 등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환자 발생을 막을 수 없다. 때문에 사전에 규정과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보다 단호한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2차 유행의 잠재적인 진원지로 지속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콜센터나 물류센터 등 필수시설의 약한 고리가 잘 수리된다고 하더라도, 불요불급한 시설의 약한 고리가 고쳐지지 않으면 이런 시설은 2차 유행의 화약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 

힘들고 지치더라도 벽돌집 짓는 ‘셋째 돼지’의 끈기와 노력이 필요

지난 1월20일 첫 확진자 이후 6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모두가 힘든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약한 고리를 가을이 오기 전에 제대로 보강해야 한다.

5월초 황금연휴에 발생한 이태원클럽발 사태 이후 일일 확진자수가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여전히 방역 우수국가의 성적표를 손에 쥐고 있다.

6월 7일 현재 코로나19는 전세계적으로 700만여명이 감염되고 40만여명이 사망하여 평균 5.7%의 치명률을 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1만 1000여명의 환자, 270여명의 사망자, 세계 절반 아래인 평균 2.5%의 사망률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코로나19가 독감처럼 전세계를 돌면서 계절성 감염병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현재까지 나온 ‘코로나19 방어’의 중간 점수만 보고 판단할 시간이 없다. 더욱 혹독할 수 있는 기말고사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힘이 들고 지친 지금, 따뜻하고 안전한 겨울을 위해서는 조금 힘들고 어렵더라도 벽돌로 집은 짓은 셋째 돼지의 끈기와 노력이 지금 우리에겐 필요하다.

☞ 관련 기고 :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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