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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라임의 기본 틀을 최초로 제시하다

[한국힙합의 결정적 노래들 ⑤] 듀스(DEUX)의 ‘Go! Go! Go!’

2018.11.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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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20일이었다. 나는 SNS에 이런 글을 남겼다.

“오늘은 23년 7개월 이틀을 살고 세상을 떠난 김성재가 세상을 떠난지 23년 7개월 이틀이 되는 날이라고 합니다. 멋있는 형이었어요. 십대 때 기억은 평생 간다고 하던데, 아마 앞으로도 계속 생각이 날 겁니다. 집에 있는 카세트테이프와 LP도 잘 보관할게요. 어쩌면 내가 이 일을 하고 있는 것에 이 형도 중요한 영향을 끼쳤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는 새벽”

오랜만의 감성모드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며칠 후 이 글을 쓴다. 이렇게 타이밍이 맞다니. 듀스(DEUX)와 나는 운명일까.

세 장의 정규앨범을 내고 1995년에 해체를 선언한 듀스의 이현도(왼쪽)와 김성재(오른쪽)의 기자회견.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세 장의 정규앨범을 내고 1995년에 해체를 선언한 듀스의 이현도(왼쪽)와 김성재의 기자회견.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듀스가 처음으로 랩을 시도한 한국 뮤지션은 아니다. 듀스 이전에도 한국어 랩은 있었다. 하지만 듀스 이전에 세상에 나온 한국어 랩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라임(Rhyme)*’이 없다는 점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라임이 거의 없는 수준이거나, 라임이 있다고 해도 의미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 라임(Rhyme, 각운) : 문장에서 비슷하거나 같은 끝 음절을 반복하는 것. 힙합에서 펀치라인(Punch Line : 동음 이의어를 사용해 중의적 의미를 표현)과 함께 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Go! Go! Go!’는 달랐다. 듀스의 두 번재 앨범 <Deuxism>에 수록된 이 노래는 한국어 라임의 기본 틀을 제대로 제시한 최초의 노래였다. <Deuxism>보다 6개월 먼저 발매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Seotaiji And Boys II> 수록곡 ‘하여가’의 가사를 보자.

“너에게 모든 걸 뺏겨 버렸던 마음이 / 다시 내게 돌아오는 걸 느꼈지”

물론 서태지는 ‘마음이’와 ‘느꼈지’에 똑같이 악센트를 주고 있지만 두 어절은 글자 수만 같을 뿐 엄밀히 말해 라임이 될 수 없다. 모음의 구조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사 전체를 살펴봐도 의미 있는 라임을 발견하기란 힘들다. 하지만 듀스의 ‘Go! Go! Go!’는 ‘하여가’와 다르다. ‘하여가’에 비하면 ‘Go! Go! Go!’는 ‘라임 폭탄’이었다.

“우리들의 어린 시절 이미 지나갔 / 어른이란 이름으로 힘든 직장 갖 / 생활하면서 이미 뽀얀 얼굴은 갔 / 그런 걸 갖 생이라 말하

물론 지금 돌아보면 초보적인 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노래는 당시로서는 꽤나 진보적인 한국어 라임을 시도하고 있었다. 모음의 구조는 같지만 저마다 다른 단어를 돌려가면서 라임을 맞추고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갔고’와 ‘갖고’는 성분도 다르고 형태도 다르지만 같은 모음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라임을 맞추는 동시에 내용의 자연스러운 전개 역시 가능해졌다.

그리고 ‘같고’에서 또 한 번의 변주가 등장한다. 특히나 1993년에 이미 ‘지나갔고’와 ‘직장 갖고’라는 라임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ㅣㅏㅏㅗ’ 4음절이 연이어 라임으로 성립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 노래의 제목 ‘Go! Go! Go!’ 자체다.

먼저, ‘Go! Go! Go!’의 한글 발음은 ‘고! 고! 고!’다. 이는 이 노래 전체에 퍼져 있는 라임의 형식 ‘∼고’를 뜻한다. 동시에 ‘Go! Go! Go!’의 뜻은 말 그대로 ‘빨리빨리! 달려달려!’다. 이는 이 노래가 품은 주제의식인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여유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뜻한다. 놀랍지 않나? 그 시절에. 이미.

듀스 해체 후 솔로 활동을 시작한 이현도가 2004년 네 번째 솔로앨범 <The New Classik…And You Don't Stop>을 발표했던 당시의 모습.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듀스 해체 후 솔로 활동을 시작한 이현도가 2004년 네 번째 솔로앨범 <The New Classik… And You Don't Stop>을 발표했던 당시의 모습.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듀스와 서태지와 아이들은 곧잘 비교대상이 된다. 활동시기도 비슷했고 추구하는 음악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흑인음악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듀스는 ‘이 장르에 속한 그룹’이라고 말할 수 있는 반면 서태지와 아이들은 아니었다.

듀스와 달리 서태지와 아이들의 앨범은 늘 여러 장르로 들쭉날쭉 했다. 즉, 서태지가 랩과 힙합을 시기적절하게 잘 ‘활용’한 인물이었다면, 이현도는 흑인음악을 향한 장르 뮤지션으로서의 자의식과 애정이 서태지보다 훨씬 강한 인물이었다.

물론 이것이 우열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힙합의 역사적 맥락 안에서는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대중적으로 더 성공한 쪽은 서태지와 아이들이지만 한국힙합의 음악적 ‘적자’는 듀스가 되는 것이다.

사실 듀스의 노래만으로도 이 연재 몇 회를 채울 수 있다. 그러나 그러지는 않기로 한다.

한국힙합의 실질적 뿌리였던 듀스(DEUX)를 생각하며, 김성재의 노래를 다시 듣는 밤.

김봉현

◆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

대중음악, 특히 힙합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영화제를 만들고 가끔 방송에 나간다. 시인 및 래퍼, 시와 랩을 잇는 프로젝트 ‘포에틱저스티스’로도 활동하고 있다. 랩은 하지 않는다. 주요 저서로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 <한국힙합 에볼루션>, <힙합-우리 시대의 클래식>, <힙합-블랙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는가>, <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 등이 있고, 역서로는 <힙합의 시학>, <제이 지 스토리>, <더 에미넴 북>, <더 스트리트 북>, <더 랩: 힙합의 시대> 등이 있다. murdamuz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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