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메인메뉴 바로가기
9월에 가볼만한 곳, ‘여행이 가득한 휴게소’ 6곳

미국 힙합의 멋과 특성을 제대로 재현하다

[한국힙합의 결정적 노래들 ⑦] 지누션의 ‘가솔린’

김봉현 힙합저널리스트/작가 2018.12.28

1997년으로 돌아가 보자. 응답하라 1997~!

힙합 듀오 지누션(JINUSEAN)의 데뷔가 화제가 되었던 이유는 명확하다. ‘듀스’의 이현도와 ‘서태지와 아이들’의 양현석이 힘을 합쳐 제작한 그룹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현도는 듀스 해체, 김성재의 죽음을 거쳐 솔로 데뷔앨범을 발매한 후였다.

한편 양현석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해체 후 제작자로서 킵식스를 데뷔시켰으나 큰 실패를 겪은 후였다. 둘은 각자의 상황 속에서 뜻을 모아 지누션을 데뷔시켰다. 그리고 지누션은 성공한다.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 양현석은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후 YG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큰 성공을 거뒀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태지와 아이들’ 출신 양현석은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후 YG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큰 성공을 거뒀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누션의 성공에 관해 말하려면 ‘가솔린’보다는 ‘말해줘’가 더 적절할지 모른다. ‘가솔린’이 흥행에 실패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말해줘’는 ‘가솔린’과는 차원이 다른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요 프로그램에서 몇 번이나 1위를 했는지 여부가 아닌, 지누션이 한국힙합 역사에 어떤 존재감을 남겼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말해줘’보다는 ‘가솔린’ 쪽이 조금 더 적절하다.

일단 ‘사운드’에 관해 말해보자. 사운드란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하기 마련이다. 힙합 사운드 역시 지난 수 십 년간 계속 변해왔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가장 순수한 의미의 힙합 사운드도 분명 존재한다. 다른 장르와 섞이지 않은, 혹은 다른 장르와 구별되는 고유성만을 간직한 힙합 사운드 말이다.

굳이 설명을 하자면 가볍기보다는 무겁고, 밝기보다는 어둡고, 매끈하기보다는 거칠고, 멜로디보다는 리듬 위주이고, 노래보다는 랩으로 가득하고 등을 들 수 있겠다. 때로는 이러한 특성을 가리켜 ‘Golden Era(황금기)’의 힙합 사운드라고 말하기도 한다. ‘가솔린’은 이러한 사운드를 품고 있었다.

‘가솔린’은 당시 주류 가요계에서 어떻게 최전선에 존재할 수 있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타협 없는’ 힙합 사운드에 가까웠다. 마치 당시의 미국힙합 사운드를 그대로 이식한 것 같았다.

지누션(JINUSEAN)이 지난해 11월 3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지누션(JINUSEAN)이 지난해 11월 3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2017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물론 서태지와 아이들의 ‘Come Back Home’과 H.O.T의 ‘전사의 후예’도 이러한 사운드를 품고 있기는 했다. 사운드만 보자면 이 두 노래가 ‘가솔린’보다 앞서서 타협 없는 힙합 사운드를 한국대중음악계에 선보였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가사’도 포함시켜 말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Come Back Home’과 ‘전사의 후예’는 각각 청소년 가출 문제와 학교폭력 문제를 다룬 노래였다. 그리고 이 주제들은 한국인에게 생경하거나 이질적인 내용이 아니었다.

오히려 (당사자인지 여부와 별개로) 어떤 한국인이라도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주제였다. 즉 이 두 노래의 가사는 익숙함과 일상성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가솔린’의 가사는 달랐다. ‘가솔린’에서 지누션이 이야기하고 있는 대상은 바로 ‘감옥에 있는 친구’였다. 감옥에 간 친구에 관해 이야기한다는 것. 다시 말해 ‘수감된 자에 관한 서사’는 힙합 안에서 매우 중요하며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미국’ 힙합 안에서 그렇다. 힙합은 가난하고 위험한 동네에 사는 미국 흑인으로부터 탄생했다고 보는 편이 정설이다. 주류 백인 동네와는 판이하게 다른 환경 속에서 자란 그들 중 적지 않은 수는 어릴 때부터 일찌감치 뒷골목 생활을 하며 감옥에 드나들었다.

실제로 우리가 아는 유명한 래퍼들은 마약상 출신이거나 수감 경력이 한두 번 정도는 있는 경우가 많다. 제이지(Jay-Z) 역시 뉴욕의 마약상 출신이다. 즉, 미국의 흑인 래퍼들에게는 본인이 수감 경력이 있거나, 적어도 감옥에 갇힌 친구 한 두 명 쯤 있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2017년 뉴욕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앨범 <4:44> 투어 공연을 하고 있는 Jay-Z.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Invision/AP,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7년 뉴욕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앨범 <4:44> 투어 공연을 하고 있는 Jay-Z.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Invision/AP,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게다가 힙합은 ‘자기 고백’을 기본으로 하는 음악이기에 래퍼들은 노래를 통해 자신의 삶과 주변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뱉어냈다. 자연스레 감옥과 수감된 자에 대한 서사는 미국힙합의 (전부는 아니지만) 주요한 특성 중 하나가 됐다.

나스(Nas)의 ‘One Love’는 그 좋은 예다. ‘가솔린'을 가리켜 한국판 ‘One Love’라고 한다면 과장일까. 이쯤에서 ‘가솔린’의 뮤직비디오를 다시 떠올려보자. 감옥에 갇힌 친구를 연기한 이현도가 입고 있는 죄수복은 주황색이다. 놀랍게도 지누션은 한국의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해 미국 감옥에 갇힌 친구에 관한 랩을 내뱉고 있던 것이다.

당시 지누션은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해 종종 ‘가솔린’을 불렀다. 미국힙합이라고 믿어도 될 법한 비트, 미국 래퍼를 그대로 빼다 박은 패션, 그리고 (한국 정서에는 맞지 않는) 미국힙합의 단골 주제인 수감된 자에 관한 서사를 가진 노래가 가요 프로그램 1위 후보에 올랐던 광경이라니.

지금 되돌아보면 무척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봉현

◆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

대중음악, 특히 힙합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영화제를 만들고 가끔 방송에 나간다. 시인 및 래퍼, 시와 랩을 잇는 프로젝트 ‘포에틱저스티스’로도 활동하고 있다. 랩은 하지 않는다. 주요 저서로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 <한국힙합 에볼루션>, <힙합-우리 시대의 클래식>, <힙합-블랙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는가>, <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 등이 있고, 역서로는 <힙합의 시학>, <제이 지 스토리>, <더 에미넴 북>, <더 스트리트 북>, <더 랩: 힙합의 시대> 등이 있다. murdamuzik@naver.com

정책브리핑의 기고, 칼럼의 저작권은 원작자에게 있습니다. 전재를 원할 경우 필자의 허락을 직접 받아야 하며, 무단 이용 시 저작권법 제136조
제136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 <개정 2011. 12. 2.>
1.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제93조에 따른 권리는 제외한다)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
2. 제129조의3제1항에 따른 법원의 명령을 정당한 이유 없이 위반한 자
②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 <개정 2009. 4. 22., 2011. 6. 30., 2011. 12. 2.>
1. 저작인격권 또는 실연자의 인격권을 침해하여 저작자 또는 실연자의 명예를 훼손한 자
2. 제53조제54조(제90조 및 제98조에 따라 준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에 따른 등록을 거짓으로 한 자
3. 제93조에 따라 보호되는 데이터베이스제작자의 권리를 복제ㆍ배포ㆍ방송 또는 전송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
3의2. 제103조의3제4항을 위반한 자
3의3. 업으로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제104조의2제1항 또는 제2항을 위반한 자
3의4. 업으로 또는 영리를 목적으로 제104조의3제1항을 위반한 자. 다만, 과실로 저작권 또는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권리 침해를 유발 또는 은닉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자는 제외한다.
3의5. 제104조의4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자
3의6. 제104조의5를 위반한 자
3의7. 제104조의7을 위반한 자
4. 제124조제1항에 따른 침해행위로 보는 행위를 한 자
5. 삭제 <2011. 6. 30.>
6. 삭제 <2011. 6. 30.>
에 따라 처벌될 수 있습니다.
<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운영원칙 열기

정책브리핑 게시물 운영원칙에 따라 다음과 같은 게시물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

  • 1. 타인의 메일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 또는 해당 정보를 게재하는 경우
  • 2. 확인되지 않은 내용으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시기는 경우
  • 3.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시키는 경우
  • 4. 욕설 및 비속어의 사용 및 특정 인종, 성별, 지역 또는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용어를 게시하는 경우
  • 5. 불법복제, 바이러스, 해킹 등을 조장하는 내용인 경우
  • 6.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광고 또는 특정 개인(단체)의 홍보성 글인 경우
  • 7. 타인의 저작물(기사, 사진 등 링크)을 무단으로 게시하여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글
  • 8. 범죄와 관련있거나 범죄를 유도하는 행위 및 관련 내용을 게시한 경우
  • 9. 공인이나 특정이슈와 관련된 당사자 및 당사자의 주변인, 지인 등을 가장 또는 사칭하여 글을 게시하는 경우
  • 10. 해당 기사나 게시글의 내용과 관련없는 특정 의견, 주장, 정보 등을 게시하는 경우
  • 11. 동일한 제목, 내용의 글 또는 일부분만 변경해서 글을 반복 게재하는 경우
  • 12. 기타 관계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 13. 수사기관 등의 공식적인 요청이 있는 경우
운영원칙 닫기
공공누리가 부착되지 않은 자료는 담당자와 사전에 협의한 이후에 사용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정책풀고 이벤트
뉴스레터

아래 뉴스를 좋아하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