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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에서 유혹하는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 인형극

[정태남의 클래식 여행] 체코/프라하(Praha)

2019.02.07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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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 거리에서 파는 여러 가지 기념품 중에는 익살스런 모습의 인형들이 유별나게 눈길을 끈다. 이 인형들은 실로 조정하는 꼭두각시 인형이다. 체코에서는 이것을 프랑스어를 그대로 받아들여 ‘마리오네트’라고 하고, 인형극을 전문적으로 공연하는 전용극장도 있다.

체코에서 인형극 공연 전통은 체코가 합스부르크 왕조 지배하에 있던 시대인 약 1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상류층은 독일어를 썼으며 이탈리아 오페라와 독일 오페라를 즐겼다. 이러한 공연에 접근할 수 없던 일반 시민들이나 시골 사람들에게는 가족이 경영하는 소규모 마리오네트 극장이나 떠돌이 극단이 체코어로 공연하는 인형극을 보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인형극 ‘돈 조반니’의 막이 오르기 전 국립 마리오네트 극장 내부.
인형극 ‘돈 조반니’의 막이 오르기 전 국립 마리오네트 극장 내부.

현재 체코의 인형극 전문 상설극장 중 가장 유명한 곳은 프라하의 국립 마리오네트 극장(NDM, Národní divadlo marionet)이다. 1991년에 설립된 이 극장은 ‘인형왕국’이라고 하던 기존의 마리오네트 극장이 전신이 되는데, 1929년에 바로 이곳에서 처음으로 국제 인형극협회가 창립되었다.

국립 마리오네트 극장은 고전 문학작품이나 유명한 오페라를 각색하여 무대에 올리는데 그 중 가장 성공한 작품은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이다. 이 작품은 1991년 이래, 지금까지 약 4000회 이상 공연하고 있으니까 거의 매일 저녁 공연하고 있는 셈이다.

인형극 ‘돈 조반니’의 한 장면. 무대 뒤로 인형을 조종하는 손이 보인다.
인형극 ‘돈 조반니’의 한 장면. 무대 뒤로 인형을 조종하는 손이 보인다.

인형극 ‘돈 조반니’는 지휘봉을 든 모차르트 인형이 익살스럽게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서곡과 함께 막이 오르고 바람둥이 돈 조반니가 돈나 안나를 유혹한다. 그녀의 아버지 기사장은 돈 조반니에게 결투를 신청하나 오히려 그에게 살해당한다.

돈 조반니가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 돈나 안나는 약혼자 돈 오타비오에게 아버지의 복수를 부탁하게 된다. 돈 조반니는 그 이후에도 한 여자에게 접근하다가 그녀가 한때 결혼을 미끼로 유인해 정을 통했던 돈나 엘비라임을 알고는 줄행랑친다.

돈 조반니의 하인 레포렐로는 돈 조반니를 잊지 못하는 돈나 엘비라에게 그가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지의 수많은 여자들을 울렸다며 그를 잊으라고 종용한다. 그 이후에도 돈 조반니는 마제토와 결혼하는 체를리나를 유혹하고, 또 돈나 엘비라의 하녀를 유혹하기 위헤 레포렐로와 옷을 바꿔 입는 등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된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묘지에서 돈 조반니는 그곳에 세워진 기사장 석상에게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기사장 석상은 그에게 부도덕한 생활을 그만두라고 호령 하지만 돈 조반니는 아랑곳없다. 그러자 땅이 열리고 돈 조반니는 지옥으로 떨어진다.

인형극 <돈 조반니> 중 기사장 석상 유령이 돈 조반니 앞에 나타난 장면.  기사장 유령은 인형이 아닌 실제 사람이 연기한다.
인형극 ‘돈 조반니’ 중 기사장 석상 유령이 돈 조반니 앞에 나타난 장면. 기사장 유령은 인형이 아닌 실제 사람이 연기한다.

신사적 매너로 여자들을 유혹하는 돈 조반니가 지옥에 떨어지기까지 모차르트의 음악은 극의 전개에 따라 인형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과 함께 경쾌하고 장중하게 흐른다. 이 인형극은 극의 전개는 흥미진진하고, 기발한 연출은 연신 웃음을 자아내게 하며, 무대 뒤에서 인형을 조종하는 노련한 장인들의 신기에 가까운 손놀림은 놀라움을 자아내게 한다.

공연 시간은 중간에 쉬는 시간을 포함하여 한 시간 반 정도.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가사가 모두 이탈리아어인데 영어자막도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탈리아어를 모르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니 내용을 미리 완전히 숙지하고 봐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스타보프스케 디바들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가 초연된 극장이다. <돈 조반니> 인형극은 이 극장에서 공연하지 않는다.
스타보프스케 디바들로.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가 초연된 극장이다. ‘돈 조반니’ 인형극은 이 극장에서 공연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가 초연된 곳이 바로 프라하다. 모차르트는 프라하의 흥행사로부터 초청받고 1787년 초 처음으로 프라하를 방문하여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신바람 난 흥행사는 그에게 다음 시즌용 오페라를 의뢰했다.

선금까지 두둑하게 챙긴 모차르트는 빈으로 돌아가 이탈리아 출신 대본작가 다 폰테와 함께 전설적인 스페인의 난봉꾼 돈 후안 이야기를 다룬 오페라를 만들기로 했다. ‘돈 후안’(Don Juan)의 이탈리아식 표기가 바로 ‘돈 조반니’(Don Giovanni)이다.

마침내 이 오페라는 10월 29일 프라하 중심가에 있는 스타보프스케 디바들로(Stavovské Divadlo)에서 초연되었는데 이 극장은 유럽에서 지금도 원래의 형태를 거의 그대로 보전하고 있는 몇 개 안되는 공연장 중 하나이다. 참고로, ‘돈 조반니’ 인형극은 이 극장에서 공연하지 않는다.

정태남

◆ 정태남 이탈리아 건축사

건축 분야 외에도 음악·미술·언어·역사 등 여러 분야에 박식하고, 유럽과 국내를 오가며 강연과 저술 활동도 하고 있다.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동유럽 문화도시 기행>, <이탈리아 도시기행>, <건축으로 만나는 1000년 로마>, <매력과 마력의 도시 로마 산책> 외에도 여러 저서를 펴냈으며 이탈리아 대통령으로부터 기사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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