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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범의 초대, 평화와 공존의 바다로

[김준의 섬섬옥수] 인천 백령도

2019.02.08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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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한반도의 평화와 미래를 디자인하고 있다. 이에 답하듯 작은 소식이 들렸다. 작년 백령도를 찾았던 점박이물범 300여 마리 중 세 마리가 10년 전에 조사한 물범과 동일한 개체라는 것이다.

300여 마리 중 세 마리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할지 모른다.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다. 지속적으로 백령도를 찾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서식지로서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물범은 개체마다 사람의 지문처럼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 무리별로 좋아하는 서식지가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물범은 멸종위기 야생동물이자 천연기념물이다. 작년 백령도에서 316마리가 확인되었다. 이제 과제는 섬주민의 삶과 물범의 삶이 백령도와 바다에서 공생할 것인가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백령도 하늬바다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
백령도 하늬바다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

살아남은 것이 다행이다

물범은 해양포유류이다. 해양포유류는 바다소류, 물범류, 족제비류, 고래류 등이다. 물범류는 백령도를 점박이물범을 포함해 바다사자, 바다코끼리 등 식육목 기각상과에 속한다.

포유류는 육상에서 진화한 동물로 척추뼈가 달리기에 적합하도록 위 아래로 발달했다. 어류가 헤엄치기 적합한 좌우로 움직이는 것과 다르다. 대신에 물범류는 네 개의 다리에 있는 다섯 개의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로 연결되어 있고, 꼬리지느러미가 세로인 어류와 달리 가로로 놓여 있어 헤엄을 칠 때 상하로 움직인다. 

백령도 물범은 10월 말이면 번식지인 동중국해 발해(Bohai Sea)의 리아오동만(Liaodong Bay)로 이동한다. 겨울 동안 그곳 빙하에서 출산하고, 춘삼월이면 다시 백령도를 찾는다. 출산여행을 위해 백령도에서 충분한 영양분을 섭취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40만 마리가 있으며, 우리나라는 1940년대에 8천 마리까지 서식했지만, 지금은 2천여마리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집단적으로 서식하는 곳은 백령도가 유일하다.

점박이물범이 무리를 지어 있는 모습.
점박이물범이 무리를 지어 있는 모습.

지난 10여년 동안 백령도에 꾸준히 300여 마리가 관찰되고 있다. 점박이불범은 백령도에서는 까나리와 멸치를 즐겨 먹지만 청어·명태 등 물고기와 대형 플랑크톤을 잡아먹는다. 중국의 해양오염과 보신용 남획으로 백령도를 찾는 물범개체수가 많이 감소했다.

1970년대까지 물범 외에도 물개와 바다사자 등이 한반도 주변에 서식했다. 역시 잘못된 보신문화와 남획 그리고 서식지 훼손으로 사라졌던 경험이 있다.

지난 10년, 탐색의 시간

물범을 처음 만난 것은 10여년 전이다. 물범 프로젝트를 시작한 환경단체와 인연이 계기였다. 그때 만난 백령도 주민들은 물범을 쫓아내야 주민들이 살 수 있다며 그 프로젝트를 노골적으로 반대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백령도를 오가며 물범을 보호하는 일을 해온 박정운 국장(녹색사회연구소)은 요즘처럼 신이 난 적이 없다.

박정운 녹색사회연구소 국장, 10여년 간 물범 모니터링을 하면서 주민들과 가까워져 백령도 아가씨로 통할 정도로 친화력이 좋다.
박정운 녹색사회연구소 국장, 10여년 간 물범 모니터링을 하면서 주민들과 가까워져 백령도 아가씨로 통할 정도로 친화력이 좋다.

지난 연말에 박 국장은 ‘점사모’의 초대를 받고 겨울바다를 뚫고 백령도를 다녀왔다. ‘점박이물범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송년모임을 한다며 초대한 것이다. 이들은 모두 백령도 주민들이다. 이 자리에서 이제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물범을 지키는 일을 해보자는 당찬 결의도 내놓았다.

그뿐이 아니다. 중고등학생들도 ‘점박이물범 생태학교’ 동아리를 만들어 물범을 지키는 일에 나서고 있다. 물범에서 시작해 해양쓰레기모니터링을 비롯해 생태여행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정도면 남북관계에 버금가는 변화다. 주민들이 쫓아내려 했던 물범을 이제 주민들 중에 사랑하고 지키자는 변화가 생긴 것이다.

작년에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물범 쉼터를 어업활동을 하는 어장 안에 물범쉼터를 조성하겠다고 결정했다. 어민들이 자신들의 생계 터전에 물범이 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이 결정이 나오기 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간다.

백령중고등학생으로 이루어진 점박이물범생태학교 학생들.
백령중·고등학생으로 이루어진 점박이물범 생태학교 학생들.

백령도의 생태와 문화자원들

백령도에도 작은 변화가 일고 있다. 우선 여행객들이 늘고 물범의 안부를 묻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용기포 선착장에는 백령도를 상징하는 물범 조형물이 만들어졌고, 섬 곳곳에 물범 그림과 상표를 확인할 수 있다.

백령도는 두무진이라는 명승과 콩돌해변 그리고 사곶해변 등 관광지가 제법 많다. 오는 길에 스치는 연평도는 어장을 먹고 살지만 백령도는 농사를 지어 산다고 한다. 인천에서 가장 멀리 있는 섬, 북한과 더 가깝고 남북이 나뉘기 전에는 무시로 오가는 생활권도 해주였다.

사곶해변.
사곶해변.

사곶해변에서 비가 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라이딩을 하는 외국인을 만났다.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엄지척이다. 사곶은 천연활주로 알려져 있다. 해수욕장이 규조토로 이루어져 단단하다. 해변을 따라 조성된 해송과 모래언던에 심어진 해당화가 잘 어우러진다.

한국전쟁 때 활주로 이용되었고, 1970년대까지 비행기가 오르내렸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는 문화재이다. 콩돌해변도 역시 천연기념물이다. 콩알처럼 동글동글한 작은 돌이 길게 이어져 있다. 몽돌해변은 동서남해안 여러 곳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콩돌은 백령도뿐이다.

두무진은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장산곶과 마주보고 있는 두무진은 백령도에서 어업이 가장 발달한 마을이다. 이곳 주민들은 유람선도 운영하고 있다. 형제바위를 비롯해 두무진의 명승을 보는 것도 인기지만 최근에는 바위에 올라와 있는 물범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명승 두무진.
명승 두무진.

1896년 세워진 중화동교회는 한국교회선교사를 잘 읽을 수 있는 곳이다. 이처럼 섬은 한국기독교 선교의 교두보이자 순교지였다. 교회 앞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무궁화가 있다. 예전 같지 않고 시름시름 앓고 있다.

백령도의 아픔이자 우리 민족의 아픔인 ‘천안함 46용사 위령탑’도 주목해야 한다. 반면교사로 삼아 물범을 평화생태여행의 상징으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이다.

콩돌해변.
콩돌해변.

백령도, 새 희망을 꿈꾼다

두무진에는 특산물 판매장이 있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유람선도 운항 중이다. 짠지떡, 메밀칼국수, 메밀국수, 백령굴 등 백령도를 대료할 만한 음식들도 없지 않다. 여기에 광어, 조피볼락, 노래미, 까나리, 톳, 다시마, 홍합 등이 수산물과 백령도 쌀, 약쑥도 유명하다.

아쉽다면 백령도의 브랜드를 높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물범이 그 해법을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주민들 힘만으로는 어렵다. 인천과 옹진, 해양수산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

메밀꽃, 직접 심은 메밀로 만든 모밀과 칼국수가 유명하다.
메밀꽃, 직접 심은 메밀로 만든 모밀과 칼국수가 유명하다.

점사모는 물범을 자원으로 생태관광을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 명승지를 돌아보는 여행을 넘어 백령도의 가치를 높이는 여행을 꿈꾸고 있다. 쉽지 않는 길임을 안다. 앞으로도 이해당사자인 어민들 논의과정에서 고비가 많을 것이다. 첫술에 배부르지 않지만 방향을 찾은 것 같다.

하늬바다를 풍성한 바다숲으로 만들어 더 많은 어류와 수산동식물이 자라게 하고, 물범과 어민이 공생하는 바다로 만들어야 한다. 다시마와 바지락과 까나리가 있는 하늬바다는 물범만 아니라 어민들도 좋아한다. 물범과 주민이 공존하는 방식이다. 백령바다가 건강하고 평화로울 때 가능하다. 벌써 봄이 기다려진다.

김준

◆ 김준 섬마실 길라잡이

어촌사회 연구로 학위를 받은 후, 섬이 학교이고 섬사람이 선생님이라는 믿음으로 27년 동안 섬 길을 걷고 있다. 광주전남연구원에서 해양관광, 섬여행, 갯벌문화, 어촌사회, 지역문화 등을 연구하고 정책을 개발을 하고 있다. 틈틈이 ‘섬살이’를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며 ‘섬문화답사기’라는 책을 쓰고 있다. 쓴 책으로 섬문화답사기, 섬살이, 바다맛기행, 물고기가 왜, 김준의 갯벌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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