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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힙합에 한국의 포장지를 입혀 재탄생시키다

[한국힙합의 결정적 노래들-29] 나플라 ‘사과상자’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 2019.11.29

나플라, 그리고 루피는 쇼미더머니와 영원히 상관없을 것 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모두가 ‘쇼미더머니’에 나가도 끝까지 출연을 거부할 것 같은 래퍼들이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우린 미국에서 왔어. 우린 힙합의 멋을 알아. 우린 진짜야. 쇼미더머니랑 엮일 순 없어”

하지만 둘은 지난해 <쇼미더머니 777>에 출연했고 (계획대로)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됐다. 노파심에 말하자면 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그들이 내세운 변화의 근거는 꽤 강렬하고 진솔했다.

“이 긴장감을 이겨내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는 많은 참가자에게 리스펙트가 생겼어요”, “돈 벌려구요”

쇼미더머니의 주인공이 되어 잡지 화보를 찍고 라디오에 출연하는 나플라와 루피를 보며 생각한다.

그들의 현재는 아쉬워해야 하는 타협일까, 아니면 이제라도 다행인 영광일까. 이도저도 아니라면 그저 삶의 한 여정일 뿐일까. 또 쇼미더머니라는 경로를 거쳐 나아가는 이들의 미래는 그러지 않았을 때의 미래와 어떻게 달라질까.

나플라는 지난해 <쇼미더머니777>에 출연해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마마) 레드 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AP Photo/Kin Cheung,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나플라는 지난해 <쇼미더머니 777>에 출연해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은 Mnet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마마) 레드 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사진=저작권자(c) 연합뉴스/AP Photo/Kin Cheung,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어쨌든 나플라와 루피는 스타 래퍼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둘이 함께 한 노래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바로 ‘사과상자’다.

만약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에게 제목만 알려준다고 해보자. 과연 사람들은 이 노래가 어떤 내용일지 맞힐 수 있을까? 내 생각엔 그래도 꽤 많은 사람이맞힐 수 있을 것 같다.

맞다. 이 노래에서 사과상자는 ‘불법정치자금’을 뜻한다. ‘정치권에서 불법정치자금을 사과상자에 실어서 나르다가 걸렸다더라…’ 같은 뉴스를 볼 때의 그 사과상자다.

일단 힙합에 대해 잘 모르고 들어도 이 노래는 신난다. 어둡고 멋있고 흥이 나는 노래다. 하지만 힙합의 전통(?)에 대해 알고 나면 더 즐겁게 들을 수 있는 노래이기도 하다.

어두운 뒷골목 출신 래퍼가 많고 느와르/범죄 영화에 많은 영향을 받은 미국힙합의 세계에서는 예로부터 이런 유의 스토리텔링이 흔했다.

거리의 삶을 살며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일을 해서 돈을 많이 벌고, 그 돈을 가방에 담아 나르며 기쁨을 맛보는 영화적 시퀀스 말이다. 실제로 헐리우드 범죄영화에 자주 나오는 장면이기도 하다.

“사과 상자에 담아 돈다발 / 사과 상자에 담아 돈다발”

이런 나의 해석을 나플라와 루피에게 직접 말해주었다. 그러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나플라는 LA에서 살았으니까 한국과는 좀 떨어져 있었잖아요. 한국 사람의 삶이 어떻고 한국 사람이 어떤 것에 공감대를 형성하는지 그 속에 들어가 있던 게 아니라 그것들을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았던 사람인 거죠. 저한테 그러더라구요. 사과상자라는 게 한국인한테 되게 익숙한 소재가 아닐까, 사과상자에 돈다발 담으라고 하면 한국인들이 바로 따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말이에요” (루피)

“이 노래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한국영화에 그런 장면이 많이 나왔어요. 이거다 싶었죠” (나플라)

나플라와 루피는 그 카타르시스를 ‘사과상자’에서 한국적으로 재현했다.

힙합문화를 잘 알고 힙합음악을 즐겨 들어온 사람이라면 익숙한 스토리텔링에 한국적인 포장지를 입힌 것이다.

김봉현

◆ 김봉현 힙합 저널리스트/작가

대중음악, 특히 힙합에 관한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책을 쓰고 강의를 하고 영화제를 만들고 가끔 방송에 나간다. 시인 및 래퍼, 시와 랩을 잇는 프로젝트 ‘포에틱저스티스’로도 활동하고 있다. 랩은 하지 않는다. 주요 저서로 <한국 힙합, 열정의 발자취>, <한국힙합 에볼루션>, <힙합-우리 시대의 클래식>, <힙합-블랙은 어떻게 세계를 점령했는가>, <나를 찾아가는 힙합 수업> 등이 있고, 역서로는 <힙합의 시학>, <제이 지 스토리>, <더 에미넴 북>, <더 스트리트 북>, <더 랩: 힙합의 시대> 등이 있다. murdamuzi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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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정책브리핑 www.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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