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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리, 바람의 조각

윤태건의 ‘공공예술 즐기기’ ⑥

2010.10.01 윤태건 The Ton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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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공공예술품, 특히 야외에 전시된 조각에 대한 어떤 고정 관념을 갖고 있다. 이 같은 고정관념은 ‘조각’ 이라는 것은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형태와 모양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과 예술은 잘 모르겠지만 뭔가 ‘예술’적 분위기가 풍겨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예술은 ‘예술’ 같아야 한다거나, 조각은 ‘조각’ 같아야 한다는 동어반복이 되버렸다.

조각(Scupture)이라는 말은 라틴어의 ‘스쿨페레(Sculpere)’에서 파생되었다. 오늘날 통용되는 조각과 조각가란 개념은 르네상스 이후에 나타났다. 15세기 말경에 인문주의자인 폴리치아노는 조각의 개념을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석조각가(statuarii), 금속조각가(caelatores), 목조각가(sculptores), 점토조각가(fictores), 밀랍조각가(encausti)의 다섯 가지로 분류했다.

3차원의 공간 속에 구체적인 물질로 구현된 입체로 정의할 수 있는 조각은 그리스,로마시대의 조각상에서부터, 로댕, 헨리무어를 거쳐, 현대의 추상조각까지 사실 오랜 세월에 거쳐 우리의 고정관념을 만들어온 셈이다.

그러나 지금 도시의 경관을 구성하는 공공예술은 기존의 ‘조각’이라는 고정 관념에서 상당히 빗겨난 경우가 허다하다. 즉 돌이나, 브론즈, 스테인리스 스틸 같은 전통적인 재료와 구체적인 물질을 벗어나 아예 형태가 없거나, 재료 자체가 비 물질인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런 것도 조각인지 고개를 갸우뚱한다. 하지만 현대의 공공예술은 빛이나 소리, 바람, 물, 심지어 온도까지 자신의 세계로 끌어 온다. 이제 공공예술에서 조각은 더 이상 조각이 아니게 된 셈이다. 그중에 대표적인 사례 몇 개만 들어보자

빛이 조각이 되는 순간

9.11 테러로 무너진 월드트레이드센터 자리에는 한창 새로운 건물을 짓고 있다. 프리덤 타워로 명명된 새로운 뉴욕의 상징이 계획되기 전,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공예술 작품이 맨하튼의 밤하늘을 밝힌적이 있었다. 미국의 공공미술 그룹인 크리에이티브 타임(Creative Time)에 의해 제안되었던 빛에 대한 경의(Tribute to Light)는 911로 폐허가 된 그라운드 제로에서 사라져버린 쌍둥이 빌딩을 대신해서 두 개의 광선이 마치 천국으로 가는 빛의 터널처럼 하늘로 쏘아 올려졌다.

빛의 조각, 벤쿠버 Vectotial Elevation
빛의 조각, 벤쿠버 Vectotial Elevation
 

벤쿠버 올림픽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중 하나로 진행되었던 은 올림픽 기간 중 벤쿠버의 밤하늘을 밝혔다. 초기에는 너무나 환한 조명으로 인해 불편함을 걱정했던 벤쿠버 시민들의 우려와 반대가 많았으나, 실제 설치한 이후에는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푸른색 서치라이트의 조합만으로도 훌륭한 공공예술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이처럼 빛이 조각이 되는 순간, 단순히 사물을 돋보이게 하는 조력자의 역할로서의 조명을 뛰어 넘게 된다.

바람이 만드는 작품

바람이 만들어 내는 작품은 이미 우리에게 친숙하다. 키네틱 아트다. 키네틱 아트의 창시자 알렉산더 칼더는 초,중,고 미술교과서에서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작가로 칼더, 조지 리키를 들 수 있다.

팀 프렌티스의 키네틱 아트
바람이 만드는 작품, 팀 프렌티스의 키네틱 아트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팀 프렌티스(www.Timprentice.com 참조)라는 키네틱 아티스트는 극도로 섬세한 작품을 만든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가장 아름다운 것이 공기의 움직임입니다.이런 공기의 움직임을 볼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제 작업입니다” 미세한 공기의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그의 작품은 바람을 이용한 작품 중에서도 가장 우아하고 아름다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작가라 할 수 있다. 작은 삼각형, 사각형의 기하학적 구조물이나 깃털, 장난감 자동차, CD 등을 이용하여 반복적이고 기하학적으로 연결한 구조물들이 약간의 바람에도 흔들린다. 매끄럽고, 기이하고, 로맨틱한 댄스를 바람에 기대어 보여준다.

소리로 빚은 예술

사운드아트는 이제 음악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내년 말쯤 판교에 설치될 <노래하는 꽃들>은 안성희라는 국내 작가와 영국의 미디어, 사운드 아티스트인 미카일 카리키스(Mikhail karikis)가 공동으로 만든 공공예술품이다. 이 작품에는 지향성 스피커가 사용되었다. 보통의 소리는 발신지를 중심으로 동심원 형태로 퍼지게 되는데 지향성 스피커는 소리를 마치 손전등처럼 일정한 범위내로 발산하는 첨단 기기다.

소리로 빚은 예술, 국립현대미술관 야외조각공
소리로 빚은 예술, 국립현대미술관 야외조각공
<노래하는 꽃들>에는 세 곳에 이 지향성 스피커를 설치하여, 한곳에서는 소프라노로, 다른 곳은 각각 알토와 테너 등의 다른 파장의 사운드를 내게 되면 중간 지점에서 하나의 화음으로 합쳐지게 된다. 이곳을 지나는 시민들은 어떤 장소에서는 소프라노만 들리고, 어떤 장소에서는 소프라노와 테너가 같이 듣게 되는 독특한 체험을 하게 될 것이다. 사실 지향성 스피커는 박물관 같은 곳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서 이미 조금은 알려진 장비지만 조각과 결합하면서 시각예술로서의 조각을 뛰어넘게 된다.

조나단 보롭스키의 <노래하는 사람(Singing Man)>도 제목 그대로 노래하는 작품이다. 인체 형태의 거대한 조각이 오물오물 입을 움직이며 허밍으로 노래하는 공공예술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입구의 야외 조각공원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온도로 변하는 조각

칼 네스자르라는 노르웨이 작가는 기온을 자신의 작품으로 활용하는 좋은 사례다. 이 작가의 뉴욕에 설치한 공공예술품은 봄부터 가을까지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분수조형물의 하나다. 그런데 뉴욕의 매서운 겨울이 닥치면 작품이 탈바꿈된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 조형물에서 흘러내린 물이 얼어붙으면서 전혀 새로운 공공예술품으로 탈바꿈한다. 자연의 도움을 받아 완성되는 조형물, 날씨의 변화에 따라 같이 호흡하는 조형물인 셈.

온도로 변하는 조작, 칼 네스자르의 ‘뉴욕’
온도로 변하는 조작, 칼 네스자르의 ‘뉴욕’
 
이 작가의 작품은 올림픽 조각공원에도 하나 있다. 역시 겨울에 얼음 조각으로 변하지만 최근에는 온난화 현상 덕택에 아쉽게도 얼음 조각으로 변한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아져서 아쉬움을 남긴다. 빛과 소리, 온도와 바람과 같은 보이지 않는, 그러나 우리 주변에 늘 서성이는 요소들이 공공예술로 종종 나들이 한다. 현대미술이 단순히 시각의 테두리를 벗어나 청각, 촉각 등 공감각적 이미지를 끌어오면서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현상이 공공예술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 윤태건은?

윤태건(42)은 공공미술 분야에서 대표적인 젊은 기획자다. 신문로의 ‘망치질 하는 사람’ 등 많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삼성문화재단 환경미술팀 연구원과 카이스갤러리 디렉터를 거쳐 지금은 공공미술 컨설팅회사인 ‘THE TON’을 운영하고 있다. 공공미술이 필요 없는 도시, 삶 자체가 예술인 도시를 만드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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