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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엘비스 프레슬리…그리고 싸이

빌보드 2위에 ‘그친’ 역사적 명곡들과 위대한 아티스트들

[임진모의 즐거운 대중문화 읽기 ①] ‘강남스타일’

2012.10.16 임진모 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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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빌보드 싱글차트에 3주째 2위에 머물자 분위기가 조금 이상해졌다. 2위에 오르자 1위가 될 희망에 부풀었다가 이후 2주나 기다렸지만 1위를 차지하지 못하자 언론은 물론 대중들마저 아쉬움 일색이다. 정말 2주 동안은 모두가 ‘이렇게 된 김에 1위까지 올라갔으면…’ 하는 기대에 부풀었고 ‘끝까지 가보자!’는 SNS 응원 글이 봇물을 이뤘다.

매체들은 일제히 빌보드가 새 주간 순위를 발표하는 목요일 새벽에 온통 신경을 집중했다. 1위 등극에 대비해 마치 전쟁 치르듯 특집 프로와 기사 준비에 열을 올렸다. 특히 지난주 초 빌보드 닷컴이 “이번에는 ‘강남 스타일’이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국민적 관심은 절정에 달했다. 너나 할 것 없이 1위는 상징성을 지닌다고 하면서.

강남스타일과 말춤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싸이가 F1 코리아 그랑프리 대회 마지막 날인 14일 특별 콘서트를 연다. 사진은 지난 4일 밤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싸이의 무료공연.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강남스타일과 말춤으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수 싸이가 지난 4일 밤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싸이의 무료공연에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사실 이런 말이 있다. “빌보드 싱글차트 톱40에 들어가면 ‘히트’요, 톱10에 오르면 가문의 영광이요, 1위는 역사!”라고. 싸이도 이를 의식했는지 지난 10월4일 금의환향해 가진 역사적 시청광장 무료공연에서 “오늘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못했는데도 이런 무대를 갖게 마련해주신 서울시 측에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1위가 2위보다 만족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2주간은 너무 1위에 홀딱 빠져있었다. 빌보드 1위에 대한 과도한 관심집중 때문인지 그 못지않은 위업이라고 할 영국(UK) 차트 1위는 상대적으로 홀대되었다. 물론 아직 1위의 가망이 없는 것 아니지만 만약에 정상에 못 오른다면 누구 말대로 ‘절반의 성공’에 그치는 것인가. 이것은 한마디로 잔뜩 배부른 소리요, 끝없는 욕심이다. 3주간 2위, 이것만으로도 역사적 센세이션이자 단군 이래 최대의 문화적 쾌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음악관계자들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죽기 전에 우리 대중가요가 미국의 빌보드 싱글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일을 볼 수 있을까?” 그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또 어김없이 말도 안 되는 몽상이라고 핀잔을 주곤 했다.

가수 싸이가 14일 오후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
가수 싸이가 지난 14일 오후 전남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열린 F1 코리아 그랑프리 기념공연에서 말춤을 추며 ‘강남스타일’을 열창하고 있다. (사진=저작권자 (c)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아마 우리 손자손녀 세대에서나 가능한 일일 거요!” 선배가수 이승철이 2위 소식을 듣고 트위터에 올린 소감이 모든 걸 말해준다.

“싸이 빌보드 2위, 초초초대박!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싸이도 2위에 올랐을 때 “오늘은 겸손하기 힘든 날”이라고 기쁨을 표했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역사적으로 2위에 ‘그친’ 명곡들을 보면 될까. 대중음악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 둘만 꼽으라면 평단은 영국의 비틀스와 미국의 밥 딜런을 지목한다. 그 전설적인 밥 딜런도  단 한 곡의 빌보드 넘버원 송이 없다. 어떤 위인의 서적, 영화, 연설보다도 20세기에 가장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한 작품으로 꼽힌 그의 곡 ‘Like a rolling stone’도 1965년 빌보드 2위에 그쳤다. 그것도 2주간 2위였다.

1962년 음악계를 수놓은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 ‘Can't help falling in love’도 한 주간 2위에 머물렀던 곡이다. ‘2위 아티스트’의 정점은 1970년대 국내에 고고 열풍을 몰고 온 그룹 크리던스 클리어워터 리바이벌(CCR)이다. 조영남이 ‘물레방아 인생’으로 번안한 ‘Proud Mary’나 비만 내리면 전파를 타는 ‘Who'll stop the rain’ 등 무려 다섯 싱글이 2위를 기록했다. 1위곡은 하나도 없다. 

1위 아닌 2위곡이 명곡으로 남은 사례는 부지기수고 1위를 차지하지 못했어도 전설로 숭배되는 가수 또한 한둘이 아니다. 고 제임스 브라운(James Brown)은 50년 차트활동에서 1위곡은 하나도 없고 2위곡조차 없다. 그런데도 예나 지금이나 ‘소울의 대부’로 통한다.

‘강남스타일’은 새 역사를 썼다. 영어 아닌 한국어로 된 미국 히트곡이라는 점도 자랑스럽다. 사람들은 이 곡이 쉬 잊히지 않을까 걱정하지만 많은 세월이 흘러도 지구촌 사람들은 한때 ‘강남스타일’이란 곡에 맞춰 말춤을 추었으며 심지어 대선 혈투를 벌인 오바마와 롬니도 그랬다고 기억할 것이다. 대중음악 역사는 ‘현상’을 동반한 대중적 히트곡을 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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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진모 음악평론가

한국의 대표적인 음악평론가이자 칼럼니스트로 1992년부터 대중들에게 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세계를 흔든 대중음악의 명반(2003)’, ‘우리 대중음악의 큰 별들(2004)’ 등 대중음악 관련 저서를 출간했으며 라디오와 TV, 잡지, 신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활동 중이다. 음악 웹진 ‘이즘’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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